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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32화 (1,13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32화>

“꼬맹이 너……?!”

문득 입을 여는 순간 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생경한 울림이 들려왔다.

땡, 때앵-

“풍경 소리?”

순간 바람에 실려 와 속삭이듯 스며드는 사근사근 부드러운 목소리.

[……어디에 계세요? 달콤한 얼음 동동 식혜를 준비했어요! 대답만 살짝 해 주시면 바로 모시러 갈게요!]

“얼음 동동 식혜? 지금 무슨 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으앗! 대답하면 안 돼!”

다급한 외침과 함께 번개같이 다리와 등을 타고 올라와 입을 가리는 꼬맹이.

“야, 갑자기 뭐야?!”

“쉿!”

꼬맹이의 너무나 진지한 표정에 멈칫하는 순간 보였다.

동물 요괴들이 미친 듯이 숲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뭔가 있다!’

반사적으로 기척을 지우고 숨소리마저 죽이는 순간 들려오는 외침!

“불, 불부터……!”

모닥불!

번개같이 모닥불을 끄고.

“숲, 숲으로……!”

동물 요괴들!

반사적으로 배낭을 낚아채, 동물 요괴를 쫓아 숲으로 달렸다.

한달음에 호수 변을 가로질러 들어간 숲!

…… -!

…… -!

동물 요괴들은 어느새 수풀 속에 납작 엎드려 숨소리조차 죽이고 있었다.

“낙엽 숨……!”

꼬맹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약! 수북한 낙엽을 향해 내력을 실어 발을 내리찍었다.

푹-

낙엽 속으로 단숨에 빨려 들어가는 몸!

얼굴만 남고 몸 전체가 낙엽에 가려지는 순간.

파파파팟-

꼬맹이의 양손이 낙엽을 허공에 흩뿌렸다.

우수수 쏟아지는 낙엽에 얼굴이 가려져 눈동자만 드러난 상태!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1분여!

허, 흐어-

어깨에 올려진 꼬맹이 얼굴에선 긴장한 숨소리가!

콩콩, 콩콩콩콩-

등에 닿은 가슴에선 빠르게 맥동하는 심장 소리가 전해졌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기막을 펼쳐 꼬맹이를 감쌌다.

순간 소리가 사라지고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아찔한 침묵이 이어졌다.

“……!”

“……!”

그러나 1분, 2분을 지나 5분이 다 되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휘잉, 휘이잉-

싸삭, 싸사사삭-

숲을 달리는 바람과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뭐지?’

꼬맹이에게 물으려는 순간.

땡, 때앵, 때애앵-

풍경 소리가 다시 한번 귓가에 스며들었다.

“……!”

“……!”

번쩍 거대한 빛이 시야를 가르는 순간 맞닿은 몸에서 긴장감이 전해지고 흔들리던 수풀이 멈췄다.

‘무언가 나타났다!’

생각과 동시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디에 계세요?]

[식사 시간이 됐답니다.]

[시원한 얼음 동동 식혜…….]

[버터를 발라 구운 옥수수…….]

[지글지글 돼지기름에 지진 파전…….]

[새하얀 쌀밥과 펄펄 끓는 소고기 해장국을 준비했어요…….]

엄마가 아이를 부르듯 사근사근 부드러운 목소리가 하늘땅 천지 사방과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이 꿀꺽 넘어가고 당장이라도 낙엽 속에서 뛰어나갈 듯 팔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순간 얼굴에서 느껴지는 열감, 핫팩!

후웃-

그리고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숨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꼬맹이가 아니면 홀릴 뻔했다!’

재빨리 마음에 장벽을 치는 순간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 휘이잉-

물기 가득한 숲 내음이 담긴 바람이 아닌, 메마르고 건조한 사막의 열풍이!

휘이이이잉-

사막이 열풍은 호수 위에 크게 원을 그리고는 야영지로 쏟아졌다.

순간 허공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인형이 있었다.

종이 가면과 치렁한 종이옷을 입고 종이 장갑, 종이 신을 신고 깃털처럼 천천히 떨어지는 사람!

[……님 어디에 계세요? 살짝 대답만 해 주시면 바로 상을 차릴게요. 샤르르 살얼음이 가득한 달콤한 얼음 동동 식혜가 있답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물결치듯 퍼져 나갈 때, 화살처럼 날카로운 시선이 주위에 쏘아졌다.

꺼진 모닥불.

[어디에 꽁꽁 숨어 계실까요?]

간이 테이블과 의자.

[여기 얼음 동동 식혜가 있답니다…….]

우두커니 서 있는 오리배 악어.

[최고급 소고기 육포도 가져왔답니다…….]

섬뜩한 시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근사근한 목소리!

그 시선이 땅바닥에 그어진 하얀 선에 닿는 순간.

빙글빙글 소용돌이가 그려진 종이 가면에서 번갯불 같은 안광이 쏟아졌다!

파지지직-

종이 옷에서 푸른 뇌전이 튀어 오르고.

우르르르릉-

하늘이 우렛소리를 내며 북 치듯 울렸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고 전율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

그리고 벼락 치듯 떠올랐다.

강릉 이상 던전, 적염성!

난장판이 된 적염성에서 동료들을 구해 강으로 튈 때 만났던 그 강자다!

허공을 자유자재로 날며 불의 비를 쏟아붓는 청염의 뱀을 부르고!

그 청염의 뱀에게 삼켜져 검은 뱀으로 진화시켰던 대주술사!

경계석을 내놓으라고 외쳤던 허공도의 제사장이다!

‘쟤가 여기서 왜 나와?!’

로켓 비행하는 퐁퐁이와 펜던트에서 튀어나온 나이트 아머!

여기에 행운이 겹쳐 간신히 방어를 뚫고 구인창을 경력을 쏟아부어 이긴 초강자!

허공도의 제사장이 환몽에 나타났다!

‘아니 뭔 놈의 환몽에 사람이 자꾸 나타나?! 쟤는 왜 또 나타난 거야?!’

의문을 품는 순간 바로 해답이 떠올랐다.

동물 요괴들과 꼬맹이의 반응!

사근사근한 목소리에 담긴 내용!

-얼음 동동 식혜.

-버터구이 옥수수.

-지글지글 파전.

-최고급 소고기 육포.

-쌀밥과 소고기 해장국.

……

듣는 순간 침이 넘어가는 음식뿐이다!

이런 음식으로 홀리려는 사람이 누구일지는 뻔했다!

꿀꺽, 꿀꺽-

등 뒤에서 들려오는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

허공도의 제사장은 자신의 등에 업힌 꼬맹이를 찾고 있었다!

‘꼬맹이,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마음으로 외치는 순간 느껴졌다.

콩콩, 콩콩콩-

심장 소리가 터질 듯 빠르게 뛰고.

후훅, 후후훅-

목덜미를 스치는 호흡이 거칠어졌다.

“……!”

알 수 없는 직감에 정면을 보는 순간 보였다.

마치 허깨비처럼 작은 소리 하나 없이 숲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허공도의 제사장이!

찰랑, 찰랑-

지팡이 끝 쇠고리가 흔들릴 때마다 물결치듯 파문이 흘러나오고.

섬뜩한 눈빛이 닿는 순간 수풀이 움츠러들고 나뭇가지가 흔들렸다.

그리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머리카락 보인답니다. 자, 얼른 나오세요. 아직 깨어날 때가 아니랍니다. 돌아가서 좀 더 주무셔야 해요…….”

허공도의 제사장이 말하는 순간 차르릉- 쇳소리를 내는 지팡이 쇠고리!

나가는 순간 묵직한 지팡이로 머리를 때려, 영원히 재워 버릴 것만 같은 분위기다!

찰랑, 찰랑-

박쥐가 초음파를 쏘듯 파문을 뿌리고.

파직, 파지직-

종이 옷에선 새파란 뇌전이 튀어 오른다.

허공도의 제사장이 천천히 다가오자 압박감이 강해지고!

고속 엘리베이터에 탄 듯 귀가 먹먹하고 심장이 둥둥 울렸다!

엄청난 위압감!

적염성에서 싸웠을 때 이상의 위압감이 느껴졌다!

‘이대로면 걸린다!’

직감하는 순간 잽싸게 수인을 짚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을 전했다.

‘꼬맹이. 내가 유인할게. 여기 숨어 있다가 피해!’

꼬맹이를 업은 손을 놓는 순간 몸을 움켜쥐는 작은 손.

‘괜찮아. 숨어 있다가 도망…….’

‘아냐. 그냥 찍은 거야! 우리 어디 있는지 몰라!’

“……!”

마음에서 울려 퍼지는 울림, 심어(心語)!

꼬맹이는 자신처럼 마음으로 말을 걸고 있었다!

‘어떻게?!’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꼬맹이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경악으로 일그러진 꼬맹이 얼굴!

“……!”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바람처럼 숲을 향해 달려오는 허공도의 제사장이!

위치를 완전히 특정한 건 아니다!

그러나 허공도의 제사장이 숲에 들어오면 걸리는 건 시간문제!

선택지는 둘뿐이다.

자신과 꼬맹이, 동물 요괴 전부 다 걸리냐, 아니면 자신 혼자 걸리냐!

고민할 필요도 없다!

반사적으로 끌어올린 내력을 폭발시켜 뛰어나가려는 순간 다급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킥, 킼키키키킼킼-!

어느 순간 보이지 않던 하늘다람쥐가 야영지 위를 활강하며 다급히 울고 있었다.

‘아앗! 니케, 버리고 간 거 아냐! 도망쳐! 제사장 왔단 말이야!’

“거기구나!”

그 순간, 숲을 향해 달려오던 허공도의 제사장은 땅을 박차고 반전 지팡이를 휘둘렀다.

스르르렁-

쇠고리가 흔들리는 순간.

파아아아앙-

한 줄기 광풍이 몰아쳐 하늘다람쥐를 삼켰다.

킥, 키키키킼킼-!

바람에 휩쓸려 추락하는 하늘다람쥐!

파파파파파팟-

번개같이 달려가는 허공도의 제사장!

“잡았다! 그분은 어디에……?!”

허공으로 손을 뻗는 순간.

파팟--

섬광과 함께 공간을 뛰어넘는 하늘다람쥐!

손이 허공을 가르는 동시에 제사장의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 설마! 이름을 찾은 거야?!”

파팟, 파파팟-

하늘다람쥐는 연속으로 터지는 섬광과 함께 아득한 하늘로 떠올라.

휘이이이잉-

날개 막을 활짝 펼쳐 바람을 타고 호수 위를 활강했다.

“기다려! 어떻게 이름을 찾았지?! 멈춰! 누구를 만난 거야?!”

경악한 허공도의 제사장은 활강하는 하늘다람쥐를 쫓아 호수 위를 달려 순식간에 멀어졌다!

‘진짜 사라진 건가? 혹시 함정이라면?!’

천문석은 한 줄기 내력에 기감을 실어 잽싸게 호수를 향해 뻗었다.

“지금이얏!”

이 순간 파파팟- 머리를 덮은 낙엽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돌멩이! 얼른 튀어야 해!”

“확인부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보였다.

후드드드듯-

납작 엎드려 숨어 있던 수풀에서 데굴데굴 굴러 나와 미친 듯이 도망치는 동물 요괴들이!

진짜구나!

파아앙-

반사적으로 내력을 폭발시켜 낙엽 위로 뛰어오르는 동시에 외쳤다.

“어디로? 아니, 우선 동물 따라서 숲 깊은 곳으로 달릴게!”

“아냐! 아냐! 그게 아냐! 돌멩이는 지금 당장 금 넘어가야 해!”

“무슨 소리야! 너 혼자서 어떻게 도망치려……?”

“봐봐!”

말을 끊고 번쩍 하늘을 가리키는 꼬맹이.

반사적으로 하늘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달과 별이 사라진 하늘에 깔린 안개!

이 안개가 푸르스름한 빛으로 빛나고 있다!

어느새 밤이 끝나고 하늘이 밝아 오고 있었다!

“해가 뜨기 전에 금을 넘어가야 해! 붕붕이 오빠 말대로 등잔 밑에 숨었는데 걸렸어! 해가 뜨면 금 못 넘어가! 그러면 계단을 엄청엄청엄청 오래 걸어야 해!”

“등잔 밑? 계단? 갑자기 무슨 말을……?!”

“저기 안개 너머 계단 보이지?!”

“뭐가 보여? 아무것도……!”

그때 꼬맹이가 가리키는 허공의 자욱한 안개가 흩어지고 봉우리가 나타났다.

빙글빙글 수천 개의 계단이 깎아지른 절벽 주위를 휘감은 봉우리가!

봉우리와 계단을 보는 순간 이성이 아닌 직관으로 깨달았다.

강릉 이상 던전 이상 때와 같다.

여기서 머뭇거렸다간 난장판에 말려든다!

“돌멩이, 얼른 금 넘어가! 앗! 망태기! 이거 내 선물이야!”

망태기를 건네고 번개같이 배낭을 앞뒤로 메고 일어나는 꼬맹이.

“야, 넌 어떻게 도망치려고?!”

“괜찮아! 난 엄청 빠르거든!”

꼬맹이는 환하게 웃으며 빙글 몸을 돌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물 요괴들에게 외치는 동시에 달렸다.

“나 기다리지 마! 멈추지 말고 얼른 뛰어!”

그러나 크고 작은 배낭을 하나도 아닌 둘이나 짊어졌다!

꼬맹이가 움직이는 속도는 간신히 걷는 정도였다!

허공도의 제사장이 돌아오면 열 걸음도 도망치기 전에 잡힐 거다!

천문석은 잽싸게 꼬맹이를 따라잡아 배낭 고리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앗, 아앗! 왜 그래? 얼른 금 넘어가!”

허공에 뜬 채로 팔다리를 휘젓는 꼬맹이.

“야, 그러지 말고 나랑 같이 경계 넘어가! 제사장 사라진 다음에 돌아오면 되잖아?!”

“금 한번 넘어가면 숲으로 못 돌아와!”

외침과 동시에 양손을 번쩍 들었다.

왼손에 밤송이 빛이 붙은 돌멩이가.

오른손에는 가장자리가 찢어진 종이가 있었다.

“나는 괜찮아! 나한테 이 돌멩이 줬잖아! 나는 나중에 넘어가면 돼! 그리고 이 종이! 이름 잃어버린 내 친구한테 이름 전해 줘야 해!”

돌멩이와 종이를 흔들며 당당히 외치는 꼬맹이.

“친구 어디 있는데? 친구 데리고 같이 넘어가면 되잖아?!”

“아냐. 난 가야 하는 곳, 할 일 있어서 같이 못 가!”

“가야 하는 곳?”

“엄마가 돌 넣고 약 끓여 주고, 아빠가 맛있는 약초 줄 거야! 그리고 옆집 언니랑 손잡고 여행을 갔는데! 붕붕이 오빠 만나서 완전 신나고 재밌게 놀아! 커다란 배에서 검 할아버지랑 주방장 아저씨 만나고! 아주 오래 산 할머니한테 가게 하는 법 배워! 앗! 그리고 완전 멋진 도시에서 친구들 잔뜩 만나고 내 가게랑 나무집도 생겨! 그리고 멋진 배를 타고 여행할 거야! 친구, 친구, 내 친구들……!”

별처럼 반짝이는 눈, 가슴 벅찬 얼굴과 목소리로 꿈꾸듯 외치는 꼬맹이.

천문석은 깨달았다.

눈앞의 꼬맹이는 자신의 이름뿐 아니라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의 이름을 잊어버렸다.

그럼에도 엄마, 아빠, 언니, 오빠…… 그리워하는 사람들과의 기억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야, 그럼 선 긋고 넘어가면 되잖아! 너 먼저 넘어가!”

“친구 이름 줘야 한다니까!”

손에 쥔 종이를 흔드는 꼬맹이.

“친구 어디 있는데?! 같이 가서 이름 주고 넘어가면 되잖아?!”

“안 돼. 약속……!”

꼬맹이의 고개가 숲으로 향하다 멈췄다.

깊은 숲으로 이어진 오솔길.

곰, 여우, 늑대, 삵, 너구리, 사슴…… 동물 요괴들이 한곳에 모여 기다리고 있었다.

“앗! 나 기다리지 말고 얼른 도망치라니까! 빨리 달려!”

…… -!

…… -!

…… -!

화들짝 놀란 동물 요괴들이 우르르 오솔길로 달리고 외침이 이어졌다.

“약속했어!”

“아니 뭘 약속했다는 거야?!”

“친구들 전부 다 집에 보내 주고 내가 마지막으로 집으로 가기로 약속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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