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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27화 (1,12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27화>

깜짝 놀란 꼬맹이와 다람쥐!

천문석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옥탑방에 나타난 하늘다람쥐!

어떻게 왔는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무한의 숲에서 만난 하늘다람쥐!

두 하늘다람쥐가 같은 ‘니케’라고?!

천문석은 무인의 눈썰미로 밤송이 빛이 붙은 하늘다람쥐를 샅샅이 살폈다.

결론은 순식간에 났다.

서양인이 동양인을 쉽게 구별하지 못하듯 사람도 동물의 모습을 쉽게 구별하지 못한다.

그러나 두 하늘다람쥐 사이에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보는 순간 알 수 있는 차이가 있었다!

무한의 숲 하늘다람쥐는 목화솜 같은 새하얀 털을 가졌다.

그러나 옥탑방 니케는 번쩍이는 황금색 줄무늬를 가지고 있었다!

이 하늘다람쥐는 니케가 아니다!

즉, 진짜 이름을 알 수 있다는 꼬맹이의 신뢰성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아니잖아!”

반사적으로 외치는 순간 꼬맹이와 하늘다람쥐의 놀란 외침이 들려왔다.

“으아앗-!”

키키킼킼-!

“으아아앗!!”

키킼, 키키킼-!!

경악한 얼굴로 서로를 향해 비명을 지르는 꼬맹이와 하늘다람쥐!

“진짜인지 안다고? 진짜 이름이면 빛이 붙는다고? 야, 그냥 랜덤이잖아?! 봐봐! 밤송이 빛 붙었잖아! 저 하늘다람쥐 니케 아니라며?!”

꼬맹이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다람쥐 이름 니케 아닌데…… 왜 빛이 붙었지?! 진짜 이름 아니면 붙으면 안 되는데, 그러면 안 되는데……!”

꼬맹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저었고.

천문석은 하늘다람쥐 꼬리에 찰싹 달라붙은 밤송이 빛을 가리켰다.

“야, 뭐가 그럴 리가 없어? 증거가 눈앞에 있잖아!”

꼬맹이는 돌연 탄성을 터트렸다.

“앗! 설마 방금 이름을 준 거 아냐?!”

“뭐?”

“가짜 천문석은 나한테 이름 주려고 온 거잖아! 다람쥐한테 니케란 이름 불러 줘서 그게 이름 된 거 아닐까?!”

“가짜 천문석? 내가 부르면 진짜 이름이 된다고?! 천문석은 아니라며? 방금 특급 헌터도 안 됐고!”

“어…….”

당황한 얼굴로 굳어 있길 3초.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열심히 안 불러서 그런 거 아닐까? 여기, 여기다가 아까 그 이름 써 줘! 얼른 써 줘! 빨리!!”

천문석은 꼬맹이가 내민 종이에 한글로 이름을 썼다.

[특급 헌터]

“앞에서부터. 특. 급. 헌. 터. 네 글자다.”

“특급 헌터!”

꼬맹이는 종이를 번쩍 들고 달, 바람, 숲, 호수를 향해 빙글빙글 돌리며 외쳤다.

“특급 헌터!”

“특급 헌터!!”

“특급 헌터!!”

……

온 힘을 다해 외치고 하늘다람쥐에게 조심조심 다가가 밤송이 빛을 톡 건드리는 순간.

위이잉-

밤송이 빛은 하늘로 날아올라 빠르게 멀어졌다.

“안 되잖아! 설마, 설마! 내가 잘못 안 거야?! 아, 아앗! 나 너무 오래 자서 바보 됐나 봐! 나 엄청 똑똑하다고 했는데! 구, 칠. 육십삼! 팔, 오. 사십!”

좌절한 꼬맹이가 테이블 위에 풀썩 엎어져 구구단을 외칠 때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자신이 ‘천문석’이라는 ‘진짜 이름’을 외쳤을 때 밤송이 빛은 멀어졌다.

그러나 하늘다람쥐를 향해 ‘니케’라고 ‘가짜 이름’을 외쳤을 때 밤송이 빛은 찰싹 붙었다.

꼬맹이의 예측과 결과가 완전히 다른 상황!

그러나 ‘이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숲을 빠져나가는 방법이다!

천문석은 좌절하는 꼬맹이에게 외쳤다.

“야, 저 하늘다람쥐, 니케라는 이름 얻었으니까 숲에서 나갈 수 있는 거지?!”

꼬맹이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렇지 확인해 보면 되지! 다람쥐! 얼른 이리 와! 진짜 이름인지 확인해 보자!”

킥, 키키키킼키-!

하지만 하늘다람쥐는 몸을 빙글 돌려 휘이잉- 바람을 타고 휙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어디 가! 숲 나갈 수 있는지 확인해야지!”

키킼, 키킼키킼-!

“아니야! 이번엔 정말 아냐!”

킼킼, 키킼키킼킼-!!

“정말로 안 문다니까!”

킼키, 키킼키킼킼킼-!!

“얼른 안 내려오면 화낸다!”

그러나 아무리 외쳐도 하늘다람쥐는 내려오지 않았고.

으아아악-

꼬맹이는 다시금 풀썩 주저앉아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야, 야! 정신 차려!”

“아니야. 나는 이제 글렀어. 육, 육. 삼십육! 이, 팔. 십육! 구구단만 기억나! 나 엄청 잘 찍었는데! 찍은 거 다 맞췄는데! 이제 하나도 안 맞잖아! 기억도, 이름도 다 잊어먹었는데! 다람쥐도 이제 내 부하 안 한다고 하고! 찍기도 못하잖아. 망했어! 으아아아-.”

꼬맹이는 좌절했다.

‘그냥 찍은 거였냐?!’

황당함도 잠시 재빨리 망태기를 가져와 뚜껑을 열었다.

“야, 여기 봐! 아직 끝 아냐! 여기 네가 진짜 이름이라고 말한 하늘 고래, 벨루가가 있잖아! 얘들로 확인하면 되잖아!”

“앗!”

테이블에 박혔던 얼굴이 번쩍 들리고 어른과 아이의 외침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퐁퐁이, 용용이!”

“퐁퐁이, 용용이!”

구으으-

히이이-

풍선처럼 빵빵해진 두 각성 동물의 잠투정하는 듯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질 때.

꼬맹이는 번쩍 손을 들고 외쳤다.

“얼른 가서 밤송이 빛 데려올게!”

담요를 돌돌 만 몸으로 콩콩콩- 숲의 경계로 뛰어가는 꼬맹이!

“난 준비하고 있을게!”

망태기 속 퐁퐁이와 용용이를 조심조심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는 천문석!

준비는 순식간에 끝났다.

꼬맹이는 낙엽을 쥔 채 퐁퐁이와 용용이가 놓인 테이블에 섰고.

천문석은 퐁퐁이와 용용이에게 기감과 신경을 집중했다.

“꼬맹이 준비됐냐?”

“준비됐어! 부르면 놓을게!”

천문석은 바로 이름을 불렀다.

“퐁퐁이, 용용이.”

꼬맹이 손에서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파스스스슥-

낙엽 사이에서 밤송이 같은 뿌연 빛이 두 개 나타나 천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

“……!”

천문석과 꼬맹이는 숨소리조차 죽인 채 이 모습을 바라봤다.

밤송이 빛은 바람에 흩날린 홀씨처럼 둥실둥실 천천히 떨어져 톡- 닿았다.

그리고 퐁퐁이와 용용이의 영체에 찰싹 달라붙었다!

“으아앗! 됐어! 내 찍기가 맞았어!”

“잘했다! 꼬맹이!”

“원래 난 잘해! 우히히힛-.”

꼬맹이가 좌절에서 벗어나는 순간.

천문석은 잽싸게 끼어들어 확인했다.

“이름을 기억하면 숲에서 나갈 수 있다고 했지?”

“맞아! 이름을 기억하면 숲에서 나갈 수 있어!”

무한의 숲에서 빠져나가는 방법, 이게 핵심이다!

천문석은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레 물었다.

“어떻게 나가는데?”

* * *

“보여 줄게! 따라와!”

꼬맹이는 모닥불가에 널어놓은 옷에서 하얀 돌멩이를 꺼내더니 콩콩 뛰어다니며 땅바닥을 살폈다.

천문석은 깊게 잠든 퐁퐁이와 용용이를 품에 안고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아니야.”

“여기 아니야!”

“여기도 아니잖아!”

……

꼬맹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연신 외치다 돌연 환호성을 터트렸다.

“찾았어! 여기야!”

암반 위에 자갈이 깔린 평범한 땅바닥!

꼬맹이는 자갈을 쓱쓱 밀어낸 바닥에 하얀 돌멩이로 선을 그었다.

쓰으으윽-

그러자 마치 칠판에 분필로 선을 긋듯 암반에 선명하게 그어지는 하얀 선.

“여기야! 퐁퐁이, 용용이 데리고 이리로 오면 돼!”

천문석이 성큼성큼 다가가자.

꼬맹이는 빙글 몸을 돌려 숲을 향해 외쳤다.

“친구들! 고래고래! 퐁퐁이, 용용이 이제 집에 갈 거야! 얼른 모여!”

숲의 그림자 속에서 어슬렁어슬렁 동물 요괴들이 나타나고.

휘이이이잉-

바람을 탄 하늘다람쥐가 빙글빙글 암반 위를 활강했다.

퐁퐁이와 용용이가 당장이라도 숲을 떠날 듯한 분위기.

그러나 꼬맹이가 한 일은 하얀 돌멩이로 바닥에 선을 그은 것뿐이다.

“준비 다 끝난 거야? 저 선을 긋는 게 이 숲에서 나가는 방법이라고?”

“내가 보여 줄게!”

꼬맹이는 빙글 몸을 돌려 동물 요괴를 향해 크게 손을 흔들었다.

“곰곰곰! 빨리 와!”

정말 오기 싫은 듯 밍기적밍기적 다가오던 곰이 파파팟- 달려와 울었다.

우웅, 우우웅-

“곰! 가만히 있어 봐!”

꼬맹이는 헐떡이는 곰 주위에 하얀 돌멩이로 쓰윽- 원을 그리고 천문석을 봤다.

“봤지? 알겠지?!”

보이는 건 헐떡이는 곰과 그 주위에 그려진 삐뚤빼뚤한 하얀 원뿐.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알겠지? 하얀 원밖에 없는데?”

“맞아! 그거야! 내가 그린 경계! 이 금을 잘 봐! 곰! 그 금 넘어와 봐!”

쿵, 쿵쿵-

곰은 바로 선을 밟고 넘어왔다.

“…….”

…… -

짧은 침묵이 흐르고 천문석과 곰의 의아한 시선이 꼬맹이에게 향하자 버럭 고함이 터져 나왔다.

“아냐 아냐! 아니라고! 그게 아니잖아! 곰 넌 이름 모르잖아! 금 넘으면 안 되잖아!”

깜짝 놀라 잽싸게 선 안으로 돌아가는 곰.

“자 다시 해 봐!”

…… -

곰은 커다란 눈동자를 굴리며 눈치를 봤다.

“빨리! 빨리 넘어와 보라니까!”

꼬맹이의 채근에 슬그머니 선 위로 앞발을 내밀자.

“아아앗!”

꼬맹이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순간 번개보다 빨리 돌아가는 앞발!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 -?

곰은 눈치를 보며 천천히 뒷발로 일어서더니.

들어 올린 앞발을 미친 듯이 허공에 휘둘렀다!

훙훙, 훙훙훙-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처럼!

“봤지? 봤지?! 곰이 금 못 넘는 거 봤지?! 바로 이거야!!”

“…….”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미친 듯이 허공을 휘젓는 곰.

신나서 ‘봤지?!’를 외치는 꼬맹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차피 중요한 건 숲을 빠져나가는 방법이다!

천문석은 짧은 침묵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말 신기하네! 그런데 숲 빠져나가는 거 보여 준다고 하지 않았냐?”

“어, 근데 곰은 이름을 몰라서 숲 못 나가는데?”

어느새 방금 전 상황을 까먹은 꼬맹이.

천문석은 각성 동물을 안은 손을 내밀었다.

“퐁퐁이, 용용이 있잖아?”

“앗, 아앗! 그렇지! 퐁퐁이, 용용이! 고래고래! 이름 기억했으니까! 집에 가야지!”

깜짝 놀란 얼굴로 빙글 돌아 소리쳤다.

“자 모두 준비! 고래고래! 이제 집에 갈 거야!”

곰, 여우, 사슴, 늑대, 너구리, 삵…….

동물 요괴들은 어느새 나란히 서서 암반에 그어진 선을 보고 있었다.

“내가 받을게! 나한테 줘!”

양손을 한껏 펼쳐 퐁퐁이와 용용이를 받는 꼬맹이는 콩콩 뛰어 암반에 섰다.

꼬맹이는 바람이 가득 들어가 풍선처럼 변한 퐁퐁이, 용용이를 암반에 그어진 선 너머로 던졌다.

“만나서 반가웠어! 먼저 가서 놀고 있어! 나도 금방 놀러 갈게!”

우우우웅-

우오오오-

깨개개객-

……

동물 요괴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질 때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이잉-

퐁퐁이와 용용이는 이 바람을 타고 둥실 떠올라 선을 향해 날아갔다.

이미 퐁퐁이와 용용이에게 한 조각 마음과 한 가닥 내력까지 붙여 둔 상태!

천문석은 오감과 기감을 모두 모아 날아가는 퐁퐁이와 용용이에게 집중했다.

바람의 결.

숲과 호수의 냄새.

달빛을 받아 빛나는 영체의 모습.

퐁퐁이와 용용이의 선명한 존재감까지!

한계까지 끌어올려 진 감각과 기감에 정보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특별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차원의 틈 균열.

이세계의 통로 게이트.

포켓 차원으로 이어진 던전.

균열, 게이트, 던전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숲에 왔을 때 느꼈던 것처럼 환한 달빛 아래 짙은 숲 내음과 물기 가득한 바람만 불어올 뿐이었다.

‘진짜 되는 거 맞아?!’

문득 의문을 품는 순간.

퐁퐁이와 용용이는 선을 넘었다.

퐁퐁이와 용용이는 달빛에 녹아내리는 그림자처럼 허공에 스며들어 사라졌다!

“잘 가! 안녕안녕안녕!”

꼬맹이가 크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고, 동물 요괴들의 울음소리가 멀리멀리 울려 퍼졌다.

우우우웅-

깨애애앵-

우오오오-

깨개개객-

……

“……!!”

멍하니 이 모습을 보던 천문석은 눈을 비비고 내력을 움직여 몇 번이고 다시 살폈다.

없다. 사라졌다!

퐁퐁이와 용용이가 완전히 사라졌다!

모습만 사라진 게 아니다!

설령 수백, 수천 km가 떨어졌다 해도 느낄 수 있는 마음!

퐁퐁이와 용용이에게 붙여 둔 한 조각 한 조각 마음과 한 가닥 내력까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꼬맹이의 말이 맞았다!

선을 넘는 순간, 마치 다른 세계로 떠나가듯 퐁퐁이와 용용이의 존재감 자체가 사라졌다!

순간이동, 공간 도약이 아니다.

각성력, 마력, 내력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벼락 치듯 떠오르는 게 있었다.

“설마!”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주위를 돌아봤다.

-환한 빛을 뿌리는 달.

-잔물결 하나 없는 호수.

-끝없이 이어지는 무한의 숲.

-생생한 그러나 너무나 이상한 풍경.

그리고 이 이상한 풍경에 자리한 더 이상한 동물 요괴들과 더더 이상한 꼬맹이까지!

자신은 기억도 없이 이곳에 떨어졌다.

마치 잠에 빠져드는 것처럼!

처음부터 자신은 답을 알고 있었다.

이미 무의식중에 몇 번이나 말했다.

‘잠에 빠져드는 것처럼!’

‘마치 꿈속처럼!’

천문석은 마침내 진실을 깨달았다.

장철 헌터와 염동 대협 마혁진은 사라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다!

지금 자신이 보는 환한 달과 잔잔한 호수, 끝없이 펼쳐진 숲!

한 줄기 바람과 한 그루의 나무, 바닥의 흙 한 톨!

그리고 손을 흔드는 꼬맹이와 동물 요괴들까지!

이 모든 것은 잠에서 깨는 순간 바람에 흩날리는 비눗방울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꿈이다.

그렇다.

자신이 겪는 이 모든 것은 전생의 스승님을 만났을 때와 같다.

지금 자신은 환몽(幻夢)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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