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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25화 (1,12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25화>

“나는 민들레인 줄 알았단 말이야!!”

“……거기서 놀란 거였냐? 하아-”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올 때, 분노어린 외침이 이어졌다.

“다람쥐! 거짓말쟁이 다람쥐! 앗 어디 간 거야?!”

꼬맹이는 다람쥐를 찾았다.

킥, 키킼키키킥-

그러나 모닥불가에 앉아 있던 하늘다람쥐는 어느새 하늘로 날아올랐고.

“내려와! 얼른 내려와! 잡히면 아프게 물어 줄 거야!”

담요를 돌돌 감은 꼬맹이는 작은 주먹을 번쩍 들고 하늘을 향해 외쳤다.

하지만 도와줄 도깨비불은 이미 숲으로 날아간 상황.

하늘을 나는 하늘다람쥐의 눈에 황금빛이 번뜩였다.

휘이이이잉-

하늘다람쥐는 바람을 타고 활강해 빙글빙글 꼬맹이 머리 위를 회전하기 시작했다.

킥, 키키키키킥-!

닿을 듯 말듯 약 올리며!

으아아앗-

분노한 꼬맹이가 기합을 지르며 힘껏 뛰어올랐지만, 돌돌 담요에 말린 몸은 20cm 남짓 폴짝 뛰어오를 뿐이었다.

킥키, 키키킼키킼-

이 모습에 놀리듯 빙글빙글 활강하는 하늘다람쥐.

“다람쥐! 으아아악- 민들레! 으아아아악-”

분노한 외침과 함께 콩콩 달리며, 폴짝폴짝 뛰어오르는 꼬맹이.

특급 헌터와 얽혔을 때처럼 기승전, 우당탕탕 난장판이 됐다.

천문석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모습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진짜 특급 헌터 남매냐?”

이때 냄비에서 물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뽀그르르르-

“밥 됐다. 우선 밥부터 먹고 힘내서 분노해.”

“밥!”

그 순간, 폴짝폴짝 뛰던 꼬맹이는 빙글 몸을 돌려 콩콩콩- 뛰어와 들꽃을 들어 올렸다.

“이름 잘못 불러서 미안해!”

꼬맹이는 들꽃에 사과하고 재빨리 원래 자리에 심고 돌아와 외쳤다.

“밥!”

잽싸게 의자에 앉아 눈을 반짝이는 꼬맹이 앞에 요리가 놓였다.

영희 수녀님의 특제 김밥.

헌터용 카레와 블록 된장국.

“자 이건 김밥이고, 이건 젓가락인데 이렇게 손에 잡고 사용하는 거야. 힘들면 그냥 찔러서…….”

젓가락을 사용하는 시범을 보이고 손에 쥐여 주자 바로 능숙하게 젓가락을 움직이는 꼬맹이.

“뭐야? 너 젓가락질 왜 이렇게 잘해?”

“난 원래 이런 거 잘해. 저 나뭇가지로 나무 열매도 주웠어! 앗 내가 친구도 가르쳐 줬어!”

꼬맹이는 망태기에 매달린 나뭇가지를 가리키며 자랑스레 외치고 능숙한 젓가락질로 김밥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얼어붙었다.

“……!”

확 커진 두 눈과 헤 벌어진 입.

얼음처럼 굳어 버린 얼굴에서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아아! 아앗! 아아아앗!!”

“야, 씹어서 삼키고 말해.”

번개같이 김밥을 씹어 삼키고 다급한 외침을 터트렸다.

“이거 뭐야?! 아앗! 아아앗! 김밥! 이게 김밥이라고?!”

“왜? 영희 수녀님 김밥, 입맛에 안 맞아?”

내심 웃음을 삼키며 슬쩍 묻는 순간 고개를 휙휙 가로저으며 극찬을 쏟아 냈다.

“아니야! 맛있잖아! 엄청엄청 맛있잖아! 머리에서 팡팡팡 소리 날 정도로 맛있어!! 나 김밥 엄청 좋아하는 거 같아!!”

경악으로 커진 눈과 부르르 떨리는 주먹!

그러나 김밥에 꽂힌 시선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옆에 카레에 찍어서 먹어도 맛있어!”

“앗!”

말이 끝나자마자 젓가락으로 김밥을 집어 톡- 카레에 찍고 조심조심 들어 올리는 꼬맹이.

눈을 질끈 감더니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카레를 찍은 김밥을 입에 넣었다.

순간 번쩍 눈이 뜨이더니 입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마이어! 마이어! 어처! 어처! 마이어!!”

꼭꼭, 꼭꼭꼭-

씹는 동시에 외치고 손과 발을 정신없이 흔들며 연신 감탄했다.

“된장국도…….”

말이 끝나기도 전에 후룩- 된장국을 마시고 긴 탄성이 새어 나왔다.

으아아아아-

한겨울 이른 새벽, 펄펄 끓는 국밥 한술에 얼어붙은 몸이 녹아내리는 사람의 탄성이!

“뜨거워! 뜨거운데! 뜨거운데!! 뜨거운데!! 뭔가가 뭔가 달라!”

천문석은 말을 잇지 못하는 꼬맹이에게 뒷말을 툭 던져 줬다.

“시원하다고?”

“맞아 그거야! 시원해! 뜨거운데 시원해!! 마술이야?! 혹시 마술 부린 거야?!”

경악한 얼굴로 외치는 꼬맹이.

“어 맞아. MSG라고, 대마술이다. 그럼 많이 먹어. 목마르면 물 마시고.”

그리고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됐다.

“으어- 김밥 맛있어!”

“으어어- 카레도 맛있어!!”

“으어어어- 된장국 시원해!!”

……

꼬맹이는 쉴 새 없이 젓가락, 숟가락을 움직이며 입으로 외치고, 손발 몸통을 부르르 떨어 기쁨과 전율을 표현했다!

식사를 넘어서는 행위 예술!

특급 헌터의 한우 먹방 못지않은 리액션이 이어졌다!

어느새 남은 김밥은 3, 4개뿐!

김밥을 꺼내려 밀폐 용기를 여는데 갑자기 뚝 젓가락이 멈췄다.

“어?”

문득 얼굴을 보니 고뇌 어린 얼굴로 김밥을 오물오물 씹는 꼬맹이가 보였다.

아직 김밥이 남았는데도 열 번, 스무 번이 넘도록 김밥 하나만 씹고 있는 모습!

“왜? 배불러?”

“그게 아니라…….”

꼬맹이는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움직였다.

힐끗 식탁을 보고.

“밥 맛있는데, 아주 맛있는데, 아주아주 맛있는데…….”

“그런데?”

힐끗 숲을 보더니.

“기다리는데,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계속계속 기다리고 있을 텐데…….”

힐끗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음식이 담긴 접시를 봤다.

“나 이제 배부른 거 같은데…… 이거 가져가면 안 될까?”

꿀꺽- 침을 삼키며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묻는 꼬맹이.

꼬맹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였다.

정신없이 쏟아 내던 말속에 힌트가 담겨 있었다.

‘내 친구 이름을 가져간 나쁜 놈!’

“그 이름을 잃어버렸다는 친구한테 가져다주려고?”

“응. 친구가 이름 찾아서 숲 떠날 때 가지고 가면 좋을 거 같아서…… 이거 가져가면 안 될까?”

천문석은 고개를 저었다.

“안 되는구나. 안 되는 거였구나. 그렇지 이렇게 엄청엄청 맛있는데 당연히 안 되는 거지…….”

어린 조카를 놀리는 삼촌의 심정이 이러할까?

시무룩한 표정이 된 담요 돌돌 꼬맹이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천문석은 담요 돌돌 꼬맹이가 완전히 실의에 빠져 기운을 잃기 전에 재빨리 말했다.

“그냥은 안 되고 밥 꼭꼭 씹어 먹으면 남은 음식 전부 줄게.”

순간 번쩍 고개가 들리고 눈이 별처럼 빛났다.

“전부 준다고? 진짜로?! 나 돈 없는데 공짜로 준다고?!! 앗! 나무 열매 줄까? 아앗! 곰이 꿀 숨겨 놓은 곳 아는데! 꿀 줄까?! 엄청 달고 그거 먹으면 멋진 털도 나는데! 아아앗! 그렇지! 맞아 나 멋진 돌 있는데……!”

“야, 됐어. 대가는 벌써 받았어.”

“……??”

천문석은 도깨비불에 발갛게 물든 하늘을 가리켰다.

“내가 친구 찾는 거 도와줬잖아? 당당히 가져가도 돼.”

“으아앗- 그럴 줄 알았어! 역시 좋은 사람이었어! 얼른…… 아니지, 밥 꼭꼭 씹어 먹을게!”

꼬맹이는 환호성을 터트리고 능숙한 젓가락질로 김밥을 집어 쓱쓱 카레를 묻혀 쏙 입에 넣었다.

킥, 키키킼-!

환한 달이 뜬 하늘에는 하늘다람쥐가 빙글빙글 날고.

휘이이이이-!

시원한 바람이 부는 지상에는 담요 돌돌 꼬맹이가 탄성을 터트린다.

“으어어어- 맛있어!”

문득 고개를 돌리면 숲의 그림자에 잠겨 든 곰, 여우, 사슴…… 동물 요괴들이 보이고, 그 뒤 멀리 하늘을 발갛게 물들이고 움직이는 도깨비불이 보였다.

마치 꿈속인 것처럼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밤의 숲.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또 어떻게 빠져나갈지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순서가 있는 법.

천문석은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억누르고, 영희 수녀님의 특제 김밥과 카레, 된장국으로 식사를 했다.

그리고 꼬맹이가 준 풀잎으로 차를 끓여 마셨다.

그냥 씹을 때는 강렬한 쓴맛에 미각이 파괴되는 것만 같던 풀잎.

그러나 뜨거운 물에 우려내 차로 마시자 혀가 아릴 정도로 쓰고 떫은 첫맛 뒤로, 복잡한 머릿속을 씻어 내는 듯한 청량감이 느껴졌다!

“이 느낌 전에 느꼈던 것 같은데?”

기시감에 고개를 갸웃할 때 사우나에서나 들려올 듯한 탄성이 들려왔다.

“으어어-”

담요 돌돌 꼬맹이는 양손으로 컵을 쥐고 후후- 바람을 불며 조심조심 차를 마시며 탄성을 터트렸다.

같이 밥을 먹고 설거지하고 이빨까지 닦은 후 나른해진 분위기.

경계심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동네 꼬맹이와 슈퍼 앞 평상에 앉은 듯한 여유가 느껴졌다.

천문석은 문득 깨달았다.

바로 지금이 확인할 때다.

이름을 잊은 꼬맹이의 정체와.

이름을 잊은 존재가 모이는 숲의 비밀.

그리고 이 무한의 숲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을!

“으어어어- 시원하다.”

탄성을 터트리는 꼬맹이를 보자, 정신없는 첫 만남에서부터 함께 차를 마시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과 쏟아 낸 외침들이 떠올랐다.

-이 숲은 이름을 잊어버린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야.

-나쁜 놈이 나뭇가지를 빙글빙글 꼬아 놔서 나갈 수가 없어.

-걱정 마! 이름 기억나면 길 찾을 수 있어!

-그래서 내 이름 뭐야?

-민들레인 줄 알았단 말이야!!

……

꼬맹이가 쏟아 낸 모든 외침을 관통하는 ‘핵심’이 있었다.

‘이름!’

순간 질문이 튀어나왔다.

“꼬맹이, 너랑 동물들 이름 잊어버려서 이 숲에 온 거야? 이름을 기억하면 이 숲에서 나갈 수 있고?”

“으어- 맞아!”

꼬맹이는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람쥐, 곰, 여우. 너구리, 삵…… 전부 이름을 모르는 거야?”

“으어어- 맞아, 맞아! 원래 친구들 더 있었는데 하얀 여우, 작은 돌 바위, 어흥 사자가 찾아와서 이름 기억나서 돌아갔어. 앗! 원숭이는 그냥 도망쳤어. 그러면 안 되는데. 에휴- 지금쯤 복숭아 농사짓고 있을 거야.”

‘복숭아 농사?’

뜬금없는 이야기가 끼어 있지만 다른 말만으로도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이 무한의 숲은 이름을 잊은 존재가 모이는 장소고, 이름에 집착한 이유는 이 무한의 숲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순간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바로 자신!

꼬맹이와 하늘다람쥐, 동물 요괴들은 이름을 잊어서 이 숲에 왔다고 했다.

몇 번이나 확인했다.

자신은 여전히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천문석은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레 말했다.

“난 이름 기억하고 있는데?”

“뭐? 이름을 기억하는데 이 숲에 왔다고! 그럴 리가! 앗! 이름이 뭔데?! 혹시……?”

깜짝 놀란 꼬맹이의 기대 어린 외침에 반사적으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이세기…….”

하도 이세기의 이름을 팔다 보니 자동으로 구라가 튀어나왔다.

“잠깐, 이세기가 아니라…….”

바로 말을 정정하려는 순간 한발 먼저 꼬맹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닌데. 이세기 아닌데?”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는 꼬맹이!

‘설마……!’

이 순간 번쩍 뇌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특급 헌터!

꼬맹이는 특급 헌터가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고 외쳤다.

기억을 잃은 사람이 이름만으로 자신의 이름인지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름은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기 위해 붙인 숫자나 마찬가지.

그 자체에 의미가 담겨 개인의 개성, 본질과 연결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은 이게 가능한 사람을 만났었다.

평소처럼 이세기라고 외치는 순간 ‘하- 이 새끼 구라치네!’라는 표정으로 자신을 봤던 스님 같지 않던 스님.

전생의 스승님!

“……!”

천문석은 알 수 없는 직감에 테이블 옆에 놓인 망태기를 열어 꼬맹이 앞에 내밀었다.

“이 안에 있는 하늘 고래랑 벨루가 이름은 퐁퐁이, 용용이야.”

순간 담요 돌돌 꼬맹이의 눈이 반짝이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앗! 고래고래 이름이 퐁퐁이, 용용이였구나! 만나서 반가워!”

이름을 듣는 순간,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던 것처럼 조금의 의심도 없이 믿었다.

전생의 스승님처럼!

“……!”

순간 번쩍 뇌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전생의 스승님은 끝까지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으셨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앞에는 이름을 잊은 꼬맹이가 있다!

만약 스승님이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은 게 아니라 가르쳐 줄 수 없었던 거라면?!

이름을 잊어버린 것이라면?!

‘설마!’

담요 돌돌 꼬맹이를 다시 보는 순간 전신에 전율이 흐르고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나이는 상관없다.

하지만 성별, 말투, 성격 모든 게 다르다!

눈앞의 꼬맹이는 아니다!

그러나 이 숲은 이름을 잊은 존재가 모여드는 숲이고.

꼬맹이에게는 김밥을 가져다주겠다는 친구가 있었다.

숲의 그림자에 스며든 동물 요괴들이 아닌 또 다른 친구가!

‘그 친구의 정체가 생각대로라면?!’

순간 질문이 튀어나왔다.

“김밥 가져다준다는 친구. 혹시 인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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