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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22화 (1,12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22화>

‘어디서 저런 꼬맹이가 나타난 거야?!’

천문석은 두꺼운 나무줄기에 바짝 달라붙어 공터를 살폈다.

7살 남짓 아이 모습으로 무쌍을 찍는 꼬맹이!

여우, 사슴, 늑대, 곰, 너구리, 삵, 하늘다람쥐……!

동물 모습은 겉모습일 뿐, 본질은 요괴다!

그것도 현상을 일그러트릴 정도로 강한 요력을 뿜어내는 요괴들!

엄청난 요력에 숲이 흔들리고 대기가 요동쳤다!

요력에 비틀린 허공에서 수십 개의 도깨비불이 튀어나와 천지사방에 불티를 흩날렸다!

그런 동물 요괴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있었다!

7살 남짓 아이 모습은 겉모습일 뿐, 저 꼬맹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강자다!

특별한 공격을 하는 것도 아니다.

펄쩍, 펄쩍 뛰어 다리, 몸통에 달라붙은 후.

콰드득- 이빨로 무는 순간 요괴들이 픽픽 쓰러져 나갔다!

“내 친구를 괴롭히다니!”

깨애애앵-!

“뭐? 귀가 뾰족한 사람이 한 짓이라고?!”

끼이이잇-!!

“거짓말을! 내가 매일매일 찾아다니는데 사람 없었거든!”

히이이잉-!!

“아앗! 도망치면 아주아주 아프게 물 거야!!”

……

꿈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 눈앞 공터에서 펼쳐졌다.

피가 튀지도, 뼈가 부러지지도 않는다.

꼬맹이의 짧은 외침과 동물 요괴의 처절한 비명 후 정신줄을 놓고 기절할 뿐이다.

“…….”

기척을 죽인 천문석은 넋을 놓고, 싸움 같지 않은 싸움을 바라봤다.

곧 모든 요괴가 쓰러지고 마지막 한 마리의 동물 요괴가 남았다.

몽글몽글한 솜털이 가득한 왠지 니케가 생각나는 하늘다람쥐!

킥, 킼키키키킼-!

하늘다람쥐는 연신 손을 비비며 굽실거렸지만, 용서는 없었다.

“안 돼. 안 봐줘.”

“다람쥐는 대장이잖아!”

“얼른 와. 대장은 책임지는 자리야!”

꼬맹이는 단호히 고개를 젓고 크게 벌린 입을 다물었다.

딱딱, 따다닥-

섬뜩한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킼키키키키킼-

전신에 털이 쭈뼛 곤두선 채 비틀비틀 물러서는 하늘다람쥐.

천문석은 니케가 생각나는 하늘다람쥐를 향해 기원했다.

‘잘 가라 다람쥐야. 네 희생은 잊지 않으마!’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십여 마리의 동물 요괴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공터.

이 작은 공터 주위를 휘감은 숲은 끝이 없는 무한의 숲이다.

이 무한의 숲을 달려 봐야 이 공터로 돌아온다는 걸 이미 확인했다.

이 숲을 빠져나갈 가능성은 하나뿐이다.

갑자기 나타난 꼬맹이!

들어올 수 있었다면 나가는 방법도 알 터!

저 무시무시한 꼬맹이가 응징을 끝내고 떠나는 순간 몰래 그 뒤를 추적해 숲을 빠져나가는 거다!

‘자, 얼른 하늘다람쥐 응징하고 집에 돌아가자!’

마음으로 말하는 순간.

하늘다람쥐 앞에 꼬맹이가 도착했다.

“다람쥐는 부하들을 제대로 관리 못 했으니까! 아주아주아주! 아프게 물려야 해!”

아아아아앙-

무시무시한 외침과 함께 한껏 벌어지는 입.

키킥, 키키키키킼-!!

이 순간 하늘다람쥐는 다급히 울며 꼬리로 가리켰다.

정확히 천문석이 숨어 있는 나무를!

“……!”

깜짝 놀란 꼬맹이의 시선이 하늘다람쥐 꼬리가 가리키는 나무로 향했다.

“뭐? 사람이 있다고?! 저 나무에?!”

휘이이잉-

순간 사방에서 몰려온 도깨비불이 나무를 환하게 밝혔다.

하지만 천문석은 이미 나무줄기 뒤에 찰싹 달라붙어 기막을 펼쳐 은신한 상태.

“아무도 없잖아! 또! 거짓말을!”

꼬맹이는 분노했고 하늘다람쥐는 작은 손과 꼬리를 흔들며 쉴 새 없이 외쳤다.

킥, 키키키키킼, 키킼킼키킼-!!

“없잖아? 없잖아! 없잖아!! 봐봐봐! 아무도 안 보이잖아!”

꼬맹이는 보란 듯이 하늘다람쥐를 잡은 손을 나무를 향해 뻗었다.

하늘다람쥐의 얼굴이 억울함으로 물드는 것과 동시에 펄쩍 하늘로 날아올랐다.

키키킼, 키킼키키키키킼-!

하늘다람쥐의 다급한 외침을 듣는 순간, 어째선지 뭐라고 외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키키킼, 키킼키키키키킼-!

‘진짜 있다니까요! 내가 저 나무에 가서 보여 줄게요!’

이러다간 하늘다람쥐 요괴에게 걸리고 뒤이어 무시무시한 꼬맹이에게 들킬 위기였다.

그러나 천문석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으아악-

펄쩍 뛰어오른 꼬맹이가 손을 휙 휘젓는 순간.

휘이이잉-

도깨비불이 비상하는 하늘다람쥐에 찰싹 붙어 꼬맹이 손으로 돌아갔다.

킥, 키키키키킼…… -!

하늘다람쥐는 꼬리로 나무를 가리키고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온몸으로 진실을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또또 거짓말! 저번에도 열심히 모은 나무 열매랑 민들레! 도둑놈이 가져갔다고 했는데 다람쥐가 다 먹었잖아! 안 돼. 이번에는 안 봐 줘! 잘못했으니까 벌 받아야 해!”

꼬맹이는 단호히 고개를 젓고는 하늘다람쥐를 입으로 가져갔다.

킥킼, 키키키킼-!

하늘다람쥐가 다급히 외치고.

‘이제 끝이다!’

천문석이 내심 안도할 때.

“아아아아아앙-”

꼬맹이는 한껏 크게 입을 벌렸다.

구으으응-

이때 너무나 익숙한 뿔피리를 닮은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문석이 들고 있는 갈대 바구니 안에서!

“……!”

반사적으로 갈대 바구니 뚜껑을 열자 익숙한 존재의 낯선 모습이 보였다.

수북한 나무 열매 위! 바람을 한껏 불어 넣은 풍선처럼 빵빵하게 변한 퐁퐁이와 용용이가 있었다!

‘너희가 여기서 왜 나와?!’

복어 독에 취한 돌고래처럼 헤롱헤롱한 눈과 비틀린 입가!

완전히 맛이 간 퐁퐁이와 용용이의 잠꼬대하는 듯한 울음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구으으으…… -

히이이이…… -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몸을 둘러싼 기막을 확장해 갈대 바구니를 삼켰고 단숨에 소리와 기척이 끊겼다.

‘……들렸나?’

천문석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공터를 봤다.

돌처럼 굳어 버린 하늘다람쥐와 고개를 갸웃하는 꼬맹이.

“이상하네? 뭔가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잘못 들은 건가?”

‘안 들켰구나!’

내심 안도하는 순간 굳어 있던 하늘다람쥐가 움직였다.

키키키킼-!

다시금 꼬리로 나무를 가리키며 외치는 하늘다람쥐.

“없다니까! 방금 없는 거 봤잖아!”

그러나 이미 신용을 잃은 하늘다람쥐의 외침은 먹히지 않았다.

‘됐다! 그냥 넘어가겠구나.’

내심 안도할 때.

킥, 키키키키킼-!!

하늘다람쥐는 꼬리를 들어 꼬맹이의 어깨를 가리켰다.

“응? 내 망태기? 망태기 메고 있잖…….”

이윽고 꼬맹이의 손이 어깨와 등을 더듬는 순간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으아앗! 내 망태기!”

이제야 망태기, 갈대 바구니가 사라진 걸 깨달은 꼬맹이는 신발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정신없이 움직였다.

“앗 내 망태기 어디 갔어?!”

“아앗! 내가 부른 고래고래! 안에 있는데!”

“으아앗! 친구 줄 나무 열매! 아앗-! 내 망태기!”

나무 아래, 바위 뒤,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정신없이 뒤지는 꼬맹이.

그러나 찾고 있는 망태기가 나타날 리 없었다.

꼬맹이의 망태기, 갈대 바구니는 기막에 둘러싸인 채 자신의 손에 있었으니까!

절박한 모습에 죄책감마저 느껴졌지만 괜찮다.

갈대 바구니는 모든 게 끝난 후 돌려주면 되니까.

‘이대로 꼬맹이가 망태기를 찾아 숲으로 들어가면 그때 뒤를 쫓는다!’

서서히 내력을 끌어올리며 추적할 준비를 할 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파파파팟-

돌연 머리 위에 섬광이 터지고.

킥, 키키키킥-!

다급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자 보이는 번쩍이는 몽실몽실한 솜털.

하늘다람쥐!

어느새 날아온 하늘다람쥐가 숨어 있는 나뭇가지 위에서 빛을 번쩍이며 울고 있었다!

“……!”

반사적으로 기막을 쏟아 내 하늘다람쥐를 감싸려 했지만, 한발 늦었다.

“……뭐? 내 망태기가 거기에 있다고?!”

꼬맹이가 빙글 고개를 돌리는 순간.

후두두두둑-

도깨비불에서 쏟아진 수만 개의 불티가 천문석이 숨어 있는 나무를 휘감았다.

순식간에 바짝 마른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칙, 치치칙-

달군 쇠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기막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찰나의 순간 기척을 지우던 기막과 몸을 가려 주던 나뭇잎이 사라지고 망태기를 든 채 나뭇가지 위에 서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

“……!”

순간 천문석과 꼬맹이의 두 눈이 마주쳤다.

“진짜 사람이잖아!!”

탄성과 함께 두 눈에 생겨나는 반가움!

그러나 그 반가움 가득한 시선은 곧 사라졌다.

천문석의 손에 들린 갈대 바구니를 본 것이다.

“앗! 아앗! 으아앗!”

꼬맹이가 말을 잇지 못하고 망태기만 가리킬 때.

오빠의 비리를 폭로하는 동생의 외침 같은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킼킼, 키키키키킼-!!

꼬리로 갈대 바구니를 가리키며 외치는 하늘다람쥐!

“내 망태기! 고래고래! 나무 열매!!”

말문이 터지는 순간 무시무시한 꼬맹이가 움직였다.

천문석 자신을 향해서!

* * *

으아아아아악-

비명 같은 기합과 함께 달려오는 꼬맹이!

7살 남짓 어린아이 모습은 겉모습일 뿐이다!

불티를 쏟아 내는 도깨비불을 자유로이 움직이고, 단지 무는 것만으로 동물 요괴 십여 마리를 작살 냈다!

상대는 무시무시한 강자다!

어딘지도 모르는 장소에서 저런 강자와 싸울 수는 없다!

‘우선 피한다!’

반사적으로 피하려는 순간 보였다.

여우, 사슴, 늑대, 곰, 너구리, 삵……!

공터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동물 요괴의 몸에서 일렁이는 요기!

“……!”

깜짝 놀라 자세히 살피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살짝 실눈을 뜨고 자신을 살피던 너구리 요괴와!

“설마!”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리는 동시에 질끈질끈 눈을 감는 동물 요괴들!

‘기절한 척했구나!’

깨달음의 순간 머리를 스치는 계획!

천문석은 나무에서 뛰어내리자마자 너구리 요괴를 번쩍 들어 꼬맹이에게 던졌다.

…… -!!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부릅떠진 너구리 요괴의 눈.

“앗! 너구리! 내가 잡아 줄게!”

깜짝 놀라 날아오는 너구리를 향해 두 손을 뻗는 꼬맹이.

이 순간 천문석은 외쳤다.

“계획대로! 함정에 빠졌다! 공격해라!”

“뭐? 함정이라고?!”

꼬맹이가 경악하는 순간.

깨개개갱-!!

너구리 요괴는 결백을 외쳤다.

그러나 이 외침은 소용없었다.

깨애앵-

우어어엉-

왕, 와아앙-

여우, 사슴, 삵 그리고 늑대까지!

줄줄이 날아온 동물 요괴와 뒤엉켜 꼬맹이에게 떨어졌으니까!

“아앗! 배신이라니! 내가 엄청 맛있는 약초랑! 멋진 돌도 먹여 줬는데! 배신하다니! 으아앗-”

꼬맹이의 분노한 외침이 터져 나왔을 때.

천문석은 이미 숲으로 뛰어들어가 달리고 있었다.

도주야말로 자신의 특기!

최대한 거리를 벌려 떨궈 낸다!

바위, 암반, 나무줄기를 밟고 도약!

3, 5, 7, 10미터! 점점 더 멀리 공간을 뛰어넘어 달렸다!

찰나의 순간 공터가 멀어지고, 환한 달빛이 무성한 잎에 가려져 어두워졌다.

무한의 숲!

이 숲은 어디로 달리던 공터로 돌아온다!

하지만 자신의 감각과 내력이라면 분명 그 틈을 찾을 수 있다!

천문석은 기감을 퍼트리고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손에 모았다!

틈을 찾는 순간 힘으로 뚫고 튄다!

파파파파팟-

정신없이 달리길 한참!

숲의 어둠 너머!

태양이 내리쬐는 듯한 찬란한 빛이 보였다!

‘저기구나!’

전신의 힘과 내력을 모았다.

다음 순간 압축된 근육과 내력을 터트려 전신을 쏘아 보냈다!

콰아아아앙-

마치 벽을 뚫는 것처럼 전신에 가해지는 엄청난 공기 저항!

일자로 세운 검지가 열십자(十)를 그리는 순간, 올올히 풀려나온 내력이 공기의 벽에 구멍을 뚫었다.

천문석은 하이퍼루프, 진공 열차가 되어 쏘아졌다.

순식간에 수십 미터 공간을 뛰어넘자 찬란한 태양이 쏟아졌다.

“됐다! 빠져 나왔…….”

그러나 환호는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구름 한 점 없는 여름 운동장처럼 환하게 밝혀진 공터는 너무나 익숙했다.

이 익숙한 공터에 내리쬐는 빛의 정체는 태양이 아니라 하나로 모인 도깨비불 수십 개였다!

익숙한 공터와 수십 개의 도깨비불.

그렇다.

자신이 도착한 장소는 처음 출발한 공터였다!

기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는데도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눈치채기도 전에 돌아왔다!

“…….”

그리고 도깨비불 태양이 뜬 공터에선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자 얼른 약 먹자. 이 약 먹으면 금방 멀쩡해질 거야! 아 해. 얼른 아 하라니까!”

우웅, 우우웅-

꼬맹이가 눈물을 줄줄 흘리는 곰에게 ‘약’을 먹이고 있었다.

돌멩이와 풀을 뭉친 덩어리를!

눈물을 줄줄 흘리는 곰 요괴의 주위에는 먼저 약을 먹은 다른 동물 요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파르르 경련하는 사슴, 늑대, 너구리, 삵……!

“……!”

이 모습에서 기시감이 느껴졌다.

철수 형의 언변에 넘어가 키즈카페 부사장 출근 1일 차.

신발을 손에 끼고 물구나무를 선 특급 헌터와 막대 사탕을 빨던 앙꼬를 만났던 때와 같은 느낌이 왔다.

절대 엮여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

다행히 꼬맹이는 자신을 등진 채 곰에게 으깬 풀을 먹이고 있다!

‘바로 튄다!’

천문석은 시선을 정면에 둔 채 숨소리조차 죽이고 뒤로 천천히 걸었다.

소리 없는 발걸음과 함께 숲의 그림자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 때.

휘이이이잉-

돌연 머리 위로 바람이 불어오고 울음소리가 터졌다.

킼, 키키킼키키킼킼-!

학원을 째는 오빠를 고발하는 동생의 외침 같은 울음소리가!

이 순간 두 사람이 시선이 같은 곳에 모였다.

“……!”

번쩍 고개를 드는 천문석.

“…….”

빙글 몸을 돌리는 꼬맹이.

시선이 교차하는 곳에 있는 건 활짝 날개 막을 펼치고 빙글빙글 바람을 타고 활강하는 하늘다람쥐였다!

‘하늘다람쥐가 뒤를 쫓았다!’

깨달음의 순간 공터가 쩌렁쩌렁 울리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내 망태기! 고래고래! 돌아왔구나! 다 내 계획대로……!”

천문석은 꼬맹이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몸을 돌려 숲으로 쏘아졌다.

쿵, 쿵, 쿠우웅-

단 세 걸음 만에 10여 미터를 뛰어넘었을 때 깨달았다.

‘길이 막혔다!’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달빛.

직선으로 쭉 뻗은 오솔길.

듬성듬성 자라난 나무.

모두가 그대로다.

허공에 뻗은 손에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감각과 이성을 뛰어넘는 직관으로 알 수 있었다.

벽이 있다!

아득한 천공에 닿은 끝없는 벽이!

천문석은 앞으로 걸었다.

일기일원공과 기감을 끌어올리고.

지권인의 수인을 짚어 지혜의 륜을 띄웠다.

무명을 밝히는 지혜의 빛에 비눗방울처럼 투명한 그러나 세계를 가르는 경계가 드러나는 순간.

쿵-

발을 내디뎌 생사와 운명의 간극을 걷는 보법을 펼쳤다.

‘됐다! 먹힌다! 넘어간다!’

마치 녹아들 듯 세계의 틈으로 스며들 때 생각지도 못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킥, 키키킼-!

천문석 자신의 머리 위에서!

“……!”

머리로 떨어져 내리는 하늘다람쥐!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었다.

하늘다람쥐는 머리에 찰싹 달라붙어 번쩍 섬광을 터트렸다.

깜빡-

그러자 세계가 눈을 감았다 뜨듯 명멸하고, 어느새 공터에 있었다.

“아아아- 와어!”

입을 커다랗게 벌린 꼬맹이 앞에!

“잠……!”

으아악-

꼬맹이는 펄쩍 뛰어 다리에 매달렸고.

콰드드득-

천문석은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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