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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21화 (1,12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21화>

두두두두두둥-

숲을 달리는 여우, 사슴, 늑대, 곰, 너구리, 다람쥐……! 동물 요괴 십여 마리에게 쫓기는 꼬맹이!

‘위험하다!’

반사적으로 움직이려는 순간 몸이 멈칫하고 정보가 분석됐다.

꼬맹이는 오솔길을 달려오고 있다.

공터를 관통해 자신이 숨어 있는 나무 아래를 지나는 오솔길을!

꼬맹이와 동물 요괴들 간의 간격은 30여 미터.

동물 요괴들은 아직 요괴화 하지 않은 동물 형태.

동물 요괴들은 요괴화 전후가 완전히 다르다!

너무 뜨거워 오히려 차가운 극염을 다루던 여우처럼. 자신보다 빠른 신속(神速)의 요괴라도 튀어나오면?!

꼬맹이가 위험하다!

요괴들을 자극해선 안 된다!

그렇다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꼬맹이가 나무 아래를 지나가는 순간 낚아채 도망친다!

계획이 서는 순간 나뭇가지로 내려가 기척을 숨긴 채 내력을 끌어올렸다.

꼬맹이와 동물 요괴 무리가 가까워지고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으아아아악-

꼬맹이가 짧은 다리로 오솔길을 달리며 지르는 비명!

두두두두두둥-

동물 요괴 무리의 질주에 숲이 진동하는 소리!

환한 달빛에 꼬맹이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흙먼지에 얼룩덜룩한 얼굴과 옷.

가방처럼 끈을 달아 어깨에 짊어진 커다란 갈대 바구니.

7살 남짓, 특급 헌터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어린아이!

아이는 뒤에서 동물 요괴가 쫓는데도 땅만 바라보며 힘차게 오솔길을 달렸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감이 왔다.

계획대로 동물 요괴에게 따라잡히기 전에 나무 아래를 지나간다!

‘꼬맹아! 조금만 더 힘내라!’

마음으로 응원하며 끌어올린 내력을 압축했다.

지금 필요한 건 폭발적인 속도!

‘번개같이 낚아채 동물 요괴가 눈치채기 전에 숲을 달려 도망친다!’

20, 18, 15, 13미터!

꼬맹이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두두두두두둥-

땅이, 나무가 요동치고 도깨비불에서 쏟아진 붉은 불티가 온 천지에 흩날린다.

으아아아아아얍-

그리고 너무나 생생한 비명 소리가 귓가에 스며들었다.

‘어? 이 비명 뭔가 좀?!’

비명에서 무언가 느끼는 순간.

돌부리에 걸린 듯 앞으로 넘어지는 꼬맹이!

‘위험하다!’

반사적으로 뛰어내리려 할 때 보였다.

갈대 바구니를 맨 채 빙글 360도 회전해 땅을 박차고 무섭게 가속하는 꼬맹이!

타다다다다닥-

‘잘했다!’

천문석은 내심 환호하며 타이밍을 잡았다.

그리고 직선으로 쏘아진 꼬맹이가 나무 아래를 통과하는 순간.

’바로 지금!’

천문석은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린 채로 빙글 회전하며 손을 뻗었다!

몸에는 닿지 않는다.

하지만 높게 솟은 갈대 바구니에는 닿는다!

지금 필요한 건 폭발적인 속도!

갈대 바구니가 손끝에 걸리는 순간 낚아채듯 끌어당기며 회전!

타탓, 타타탓-

회전하는 탄력 그대로 나뭇가지를 밟고 위로 도약했다!

‘됐다! 이제 번개같이 튀면 된다!’

찰나의 순간 나무를 올라 다시 내력을 폭발시켜 몸을 날리려는데 보였다.

타다다다다다닷-

여전히 공터를 달리는 꼬맹이가!

“……뭐?!”

소스라치게 놀라 반사적으로 시선을 내리자 보였다.

손에 들린 건 갈대 바구니뿐.

갈대 바구니를 메고 있던 꼬맹이는 없다!

아이들이 놀이터, 키즈 카페, 어린이집에 신발을 남겨 두고 집에 돌아가듯.

꼬맹이는 메고 있던 갈대 바구니가 벗겨진 것도 모른 채 가벼워진 몸으로 더 빨리 달리고 있었다!

‘뭐가 이따위야?!’

반사적으로 뛰어내리려 할 때.

나뭇잎 사이로 휙 지나가는 도깨비불!

불티가 우수수 쏟아져 흩날리고, 아찔한 요력이 한여름 아스팔트 열기처럼 훅 올라왔다!

‘요괴 무리가 왔다!’

반사적으로 기척을 죽이는 것과 동시에.

두두두두둥-

동물 요괴 무리는 나무 아래를 지나가고!

으아아아악-

꼬맹이는 어느새 공터를 지나 오른쪽 오솔길로 뛰어 들어갔다!

순식간에 숲의 어둠에 삼켜지는 꼬맹이와 그 뒤를 쫓는 동물 요괴 무리!

‘구해야 한다!’

내력을 폭발시켜 도약하려는 순간 불현듯 깨달았다.

이어지는 오솔길!

공터 왼쪽과 오른쪽 오솔길은 하나로 이어졌다.

저 오른쪽 오솔길로 달려가면 왼쪽 오솔길을 통해 이 공터로 다시 돌아온다.

꼬맹이는 갈대 바구니를 메고도 잘 도망쳤다. 잡히지 않고 공터로 돌아올 수 있다!

뒤를 쫓는 게 아니라 나타날 곳에서 미리 기다리면 된다!

천문석은 바로 뒤엉킨 나뭇가지 위를 달려 꼬맹이가 튀어나올 왼쪽 오솔길 옆 나무로 이동했다.

다시 내력을 끌어올리고 기척을 죽이길 잠시.

예상 그대로의 비명이 들려왔다.

으아아아아악-

기다리고 있는 왼쪽 오솔길이 아니라, 공터 위쪽 숲 방향에서!

“……!”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었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으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숲에서 튀어나온 아이가 위에서 아래로 공터를 가로질러 사라지고.

두두두두둥-

진동과 함께 숲에서 쏟아진 동물 요괴 무리도 그 뒤를 따라 달려 숲으로 들어갔다.

바람처럼 나타났다 바람처럼 사라진 꼬맹이와 동물 요괴 무리!

2번째 허탕!

이 순간 온갖 난장판에서 단련된 촉이 움직였다.

“설마 이거?!”

천문석은 나무 꼭대기에 올라 숲을 확인했다.

두두두둥-

달빛 아래 끝없이 펼쳐진 검은 숲이 파도치듯 흔들리고!

화르르륵-

주먹만 한 도깨비불이 허공을 날며 쏟아 낸 불티가 천지에 흩날린다!

꼬맹이와 동물 요괴 무리는 빠른 속도로 숲속을 달리고 있었다!

“…….”

위치를 확인했지만, 꼬맹이를 쫓지 않았다.

물결치는 나무와 허공에 치솟는 불티를 바라보며 숫자를 셌다.

“……97, 98, 99, 100.”

숫자가 100이 되는 순간.

으아아아얍-

2시 방향 숲에서 꼬맹이의 비명이 들리고.

두두두두두둥-

동물 요괴 무리가 달리는 진동이 느껴졌다.

꼬맹이가 손을 힘차게 휘저으며 숲에서 뛰어나오고.

한참 후 동물 요괴 무리가 우르르 숲에서 쏟아졌다.

꼬맹이와 동물 요괴와의 간격은 처음 30미터에서 오히려 벌어진 상황!

“……!”

천문석은 이 모습을 보는 순간 세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첫 번째. 이 숲은 전후좌우 모든 방향이 연결돼 있다.

두 번째. 꼬맹이와 요괴가 돌아오는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87, 88, 89, 90.”

으아아아악-

다급한 비명과 함께 튀어나오는 꼬맹이.

두두두두두둥-

거대한 진동과 함께 쏟아지는 동물 요괴 무리.

“……76, 77, 78, 79.”

으아아악-

꼬맹이.

두두두두둥-

동물 요괴 무리.

“……66, 67, 68, 69, 70.”

숲에서 뛰어나와 숲으로 뛰어들고.

숲에서 쏟아져나와 숲으로 질주했다.

하나로 이어진 숲을 달릴수록 돌아오는 주기는 빨라지고.

꼬맹이와 동물 요괴 무리 간의 간격은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그렇다.

줄어드는 게 아니라 벌어지고 있다!

즉, 꼬맹이가 동물 요괴 무리보다 더 빨랐다!

한 번, 두 번, 세 번…….

마치 쳇바퀴를 돌리듯 사라지고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꼬맹이와 동물 요괴 무리!

천문석은 어느새 내력을 압축하던 것도 잊고 갈대 바구니를 품에 안은 채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봤다.

“…….”

꼬맹이와 동물 요괴 무리의 모습에 원형 트랙을 질주하는 레이싱 카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한 레이싱 카가 월등히 빨라 모두를 추월해 간격을 계속 벌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상상이 어렵진 않았다.

지금 눈앞의 추격전이 바로 그 상황이었으니까!

……일곱, 여덟, 아홉, 열!

숲을 가로질러 달리길 열 번!

꼬맹이와 동물 요괴 무리 모두가 지쳐 고개를 푹 숙이고 발을 끌기 시작했을 때.

마침내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

헤엨, 헤에엨-

동물 요괴 무리가 혀를 빼물고 발을 끌며 숲에서 쏟아지고.

“으허헠, 허어엌- 숨 챠!”

꼬맹이가 헐떡이며 뒤이어 숲에서 튀어나왔다.

동물 요괴가 앞, 꼬맹이가 뒤!

지금까지와는 순서가 달랐다.

선두에서 달리던 레이싱 카가 마침내 트랙을 한 바퀴 앞질러 뒤에서 나타난 것!

앞뒤, 순서가 역전된 동물 요괴 무리와 꼬맹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발을 질질 끌며 힘겹게 공터를 가로질렀다.

쓱쓱, 쓰스슥-

어느새 숲을 뒤흔드는 질주는 사라지고 바닥 끌리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그러나 아직도 꼬맹이가 더 빨랐다.

7, 6, 5, 4, 3미터!

동물 요괴와 꼬맹이 사이의 간격이 점점 좁혀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간격이 0이 되는 순간.

툭-

꼬맹이의 푹 숙인 머리와 털이 복실복실한 곰 요괴의 뒷다리가 부딪쳤다.

“앗- 뭐야?!”

아이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우우웅-?

곰도 빙글 머리를 뒤로 돌렸다.

“……??”

…… -??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꼬맹이와 곰 요괴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멍하니 서로를 봤다.

그러나 대치는 길지 않았다.

꼬맹이와 곰 요괴는 동시에 외치고 울었다.

“앗! 으아악-!”

우웅, 우우우웅-!

…… -?

…… -?

…… -?

곰 요괴가 우는 순간 그 앞에서 걷던 동물 요괴 전부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꼴찌로 뒤처진 곰 뒤에 있는 꼬맹이!

꼬맹이를 보는 순간 동물 요괴 전부가 얼어붙었다.

…… -!

…… -!

…… -!

“앗, 아앗, 아아앗!”

꼬맹이는 이 모습에 뭐라 말을 잇지 못하고 손만 흔들었다.

정면에서 꼬맹이가 요괴 무리와 맞닥뜨린 최악의 상황!

그러나 천문석은 갈대 바구니를 안은 채 그냥 바라만 봤다.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꼬맹이는 위험하지 않았다. 위험한 건…….

으아아악-

꼬맹이는 펄쩍 뛰어 얼어붙은 곰 요괴의 복실복실한 뒷다리를 잡고 외쳤다.

“드디어 잡았다!”

우우우웅-!

곰 요괴는 다급히 울며 떼어 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꼬맹이는 움켜잡은 곰 요괴 뒷다리를 주저하지 않고 물었으니까!

콰드득-

그 순간, 곰 요괴의 거대한 몸이 전기에 감전된 듯 부르르- 떨렸다.

“어? 뭐지? 오랜만이라 너무 살살 물었나?!”

콰드드드득-

꼬맹이가 다시 한번 힘껏 무는 순간.

크아아아아아앙-

곰 요괴의 목에서 처절한 포효가 터져 나왔다.

이게 마지막이었다.

거대한 곰 요괴는 픽- 대자로 무너지고 다급한 울음소리가 울렸다.

크아아앙-

깨애애앵-

히히히잉-

……

여우, 사슴, 늑대, 너구리, 삵, 하늘다람쥐……!

얼어붙었던 동물 요괴들은 겁먹은 울음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수십 번 숲을 달려 지칠 대로 지친 상황.

게다가 꼬맹이는 동물 요괴보다 빨랐으니까!

“어디를 도망가!”

꼬맹이가 펄쩍, 펄쩍- 뛰어오를 때마다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콰드드득-

목, 다리, 몸통 어디든 물리는 순간.

깨애애애앵-

고통스러운 울음소리와 함께 픽픽 쓰러졌다.

깨애애애앵-

우우우우웅-

히잉, 히이잉-

꾸국, 꾸구국-

……

환한 달빛이 비치고 도깨비불이 쏟아 내는 불티가 몰아치는 공터.

동물 요괴들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졌다.

꼬맹이는 말 그대로 무쌍을 찍었고.

여우, 사슴, 늑대, 너구리들은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픽픽 쓰러졌다.

그냥 동물이어도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지금 쓰러지는 동물들은 그냥 동물도 아닌 요력을 지닌 요괴들이었다.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지 못할 광경이다.

그러나 달리는 모습을 봤을 때 이미 예상했던 광경이기도 했다.

“꼬맹이가 동물 요괴보다 더 빨리 달렸으니까.”

꼬맹이와 동물 요괴의 질주를 봤을 때 깨달은 세 가지 사실.

-첫 번째. 이 숲은 전후좌우 모든 방향이 연결돼 있다.

-두 번째. 꼬맹이와 요괴가 돌아오는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사실.

“눈으로 보는 것과 실제 상황은 다를 수 있다.”

-도망치는 꼬맹이.

-뒤를 쫓는 동물 요괴.

처음부터 잘못 봤다.

끝없이 이어지는 2차원의 원, 뫼비우스의 띠에서 앞과 뒤는 상대적!

무한한 트랙을 질주하는 레이싱 카가 트랙을 한 바퀴 추월해 마지막 차량에 접근하는 것과 같다.

‘으아아악-’

꼬맹이의 다급한 외침은 비명이 아니었고.

‘두두두둥-’

동물 요괴 무리의 미친 질주는 추격이 아니었다.

꼬맹이의 다급한 외침은 먹잇감을 쫓는 포식자가 지르는 무시무시한 포효였고.

동물 요괴의 미친 질주는 무시무시한 포식자를 피하는 필사의 도망이었다.

그렇다.

완전히 반대였다.

동물 요괴 무리가 겁먹은 아이를 쫓은 게 아니라.

꼬맹이가 겁먹고 도망치는 요괴 무리를 쫓았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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