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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20화 (1,12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20화>

틱틱, 틱틱틱틱-

워커 실트의 회중시계가 만들어 낸 마력 회로가 오리배 악어를 감싸고 도약하는 순간 그 안의 모두는 알아채지 못했다.

남일도 던전에 들어온 순간 정신을 잃은 장철 헌터는 2004년 부산과 2000년 서울을 거쳤는데도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고.

마혁진은 각성력 고갈로 정신줄을 놓은 상태.

퐁퐁이와 용용이의 영체는 왕사탕을 핥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천문석은 염의 물방울에 휩싸여 꿈과 하나가 된 심상 공간으로 서서히 침잠하고 있었다.

이때 꿈과 하나가 된 심상 공간에 변화가 일어났다.

온화한 달빛이 내리쬐는 숲 한곳에 인공의 불빛이 생겨나고 들려올 리 없는 한숨 섞인 탄식이 울려 퍼졌다.

“이게 몇 번째더라? 스물두 번? 아니 스물다섯 번이었나? 하아-”

숲속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는 랜턴을 든 황금빛 머리카락의 여자가 나타났다.

여자는 랜턴을 들고 숲을 걸어 나와 작은 공터에 멈춰 섰다.

“음? 이 숲은 뭔가 좀 다른 것 같은데?”

고개를 갸웃하다 황금빛 머리카락을 뒤로 제치자 끝이 뾰족한 귀가 드러났다.

쫑긋- 귀를 세우는 순간 바로 들려왔다.

틱, 틱, 틱, 틱, 틱, 틱-

너무나 거대하여 오히려 들리지 않던 소리가!

“……!”

소리를 인식하는 순간 저절로 소리의 근원을 향해 시선이 움직였다.

하늘이다!

이 거대한 소리는 아득한 하늘에 뜬 달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랜턴으로 허공에 원을 그리자 그 원 안에 바로 앞에서 보듯 달의 모습이 가득 찼다.

뿌연 빛무리를 뿌리는 달에 달라붙은 반투명한 영체 둘!

동글동글한 얼굴과 몸.

파닥이는 가슴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투명한 고래 두 마리가 달에 달라붙어 있었다!

“……!”

달빛이 비치는 곳이라면 세계의 나무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엘프의 비술, 밤의 길을 걸어 도착한 숲!

수십 번의 밤의 길을 걸었지만, 이런 광경을 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할짝할짝-

달을 사탕처럼 핥는 투명한 고래라니!

틱, 틱, 틱, 틱-

게다가 하늘에 울려 퍼지는 이 소리는 뭐란 말인가?!

“이게 다 뭐야?!”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벼락 치듯 머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워커 실트7!

크리스털 병을 회수하고 기동 병참 도시가 차원 도약에 성공해 워커 실트7이 떠나가던 순간의 기억!

위잉, 위이잉-

기동 병참 도시 전체에 경보음이 울리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에 역장 방어막에 불꽃과 사기(邪氣)가 솟구칠 때였다.

워커 실트7은 북쪽 부두, 부양 활주로에서 낙하산을 매며 말을 쏟아 냈다.

“이 난장판! 드디어 천공탑에 돌아왔다! 카카카카캌-“

“엘프! 잊지 마라! 시간은 금이자 정보이고, 보석이자 강철이다!”

“내가 떠나가면 바로 움직여야 한다!”

“아주 오래 사는 엘프인 너라면 할 수 있다!”

“밤의 길, 엘프 뒷길을 여는 거다! 계속 열고 계속 걷는 거다!”

“계속계속 열고 걷기를 반복하다 보면 ‘이게 다 뭐야?!’라는 탄성이 터지는 숲을 발견할 거다!”

“그곳이 바로 잊어버린 네 ‘이름’을 불러 줄 정령이 있는 숲이다!”

“그 정령의 숲에 도착하면 전에 말한 계획대로 움직이면 된다!”

“다 알아들었지? 앗! 거기 엄청엄청엄청 위험하니까! 이름 얻으면 계획대로 바로 튀어야 한다!”

“앗! 아수라! 너도 내가 뛰어내리면 바로 차원 도약해서 튀어라!”

……

정신없는 외침과 함께 부양 활주로에서 뛰어내리려는 워커 실트7을 막아섰다.

“잠깐만! 자세히! 정령의 숲을 확인할 방법을 말해 주셔야죠!!”

“그냥 보면 말이 튀어나온다니까! ‘앗! 이게 다 뭐야?!’라고. 잠깐 그렇지! 이거 줄게 가지고 가라!”

워커 실트7은 회수한 크리스털 병을 열더니 핀셋으로 바스러진 쌀알 크기의 검은 조각 하나를 꺼내 조심조심 건네줬다.

톡-

“휴- 됐다! 강한 바람이야말로 마법의 근원! 그걸 가지고 강하게 바라면 이뤄진다! 대가를 치러야겠지만…….”

“네? 방금 뭐라고……?”

“이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보다 이것도 받아라!”

공구 벨트에서 커다란 책을 꺼내 페이지를 북 찢어 내미는 워커 실트7!

‘시간 오류 수정자의 책을 찢는다고?!’

깜짝 놀라 살핀 종이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워커 실트7은 이미 부양 활주로를 달리고 있었다!

“빈 페이지! 잘못 줬어! 빈 페이지라고!”

바로 따라 달리며 외치는 순간 돌아온 대답.

“인과가 얽힌 장소에 도착하면 나타난다! 잊지 마라! 정령이 이름을 불러 주는 순간 바로 튀어! 이름을 잃어버린 존재들이 모이는 그 숲에는 무시무시한 녀석이 있다! 그 녀석에게 잡히면 카이만 대사제급의 초월자도 처절한 비명을 지른다! 잡히는 순간 끝장이야! 이름을 찾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말고 바로 튀어!”

이때 부양 활주로가 끝나고 텅 빈 허공이 나타났다.

이야아아압-

워커 실트7은 바로 부양 활주로에서 뛰어내려 동글게 몸을 말고 단숨에 역장 방어막을 통과해 낙하산을 펼쳤다.

쐐애애애액-

그리고 번개같이 날아온 비행 괴수에게 낙하산이 채여 빠르게 멀어졌다.

그 순간 기동 병참 도시의 전 오너 워커 실트7의 마지막 외침이 들려왔다.

“다 계획대로다! 난 괜찮아! 잘 가라 오래 사는 엘프! 인공정령 아수라! 카카카카, 컼- 야, 이 미친! 머리 쪼지 마! 앗! 안 돼! 낙하산 찢어지잖아! 그거 먹는 거 아니라고! 미친 비행 괴수……!!”

“하아- 워커7 님. 어떻게 마지막까지 그렇게 재수 없이…….”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탄식에 상념이 끊겼을 때 어느새 손에는 잘 접힌 종이가 들려 있었다.

워커 실트7이 시간 오류 수정자의 책을 찢어 준 건네준 백지.

“여기가 정말 정령의 숲일까?”

엘프는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활짝 펼쳐 환한 빛을 뿌리는 달을 향해 들어 올렸다.

순간 텅 빈 종이에 그림이 그려졌다

동글동글한 머리와 몸통.

부드러운 유선형의 지느러미가 솟은 작은 고래 두 마리.

달을 핥고 있는 고래의 그림이 그려지고 그 아래 이름이 떠올랐다.

[하늘 고래]

“……!”

깜짝 놀라 종이를 떨어뜨리는 순간 깨달았다.

여기가 바로 자신이 끊긴 인과를 이을 장소. 사라진 정령을 만나 잃어버린 이름을 찾을 정령의 숲이다!

깨달음의 순간 반사적으로 하늘로 고개가 들렸다.

아득한 천공에 자리한 달을 핥고 있는 투명한 하늘 고래 둘!

하늘 고래는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을 태워 세계의 나무를 키워 낸 상(上)께서 무한한 공허의 바다에서 불러 온 영체와 육체를 오가는 생명체다.

하늘 고래가 하늘에서 춤추는 곳은 단 한 곳뿐이다!

허공도!

그런 하늘 고래가 달을 핥고 있다!

“……어? 잠깐. 왜 달을 핥고 있지?”

마침내 도착했다는 생각에 잠시 잊고 있던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허공도에만 존재하는 하늘 고래가 정령의 숲 하늘에서 달을 핥고 있었다!

마치 단 것을 금지당한 꼬맹이가 한 달 만에 사탕을 핥듯 정신없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쑥 호기심이 치솟았다.

‘살짝 말을 걸어 볼까?’

그러나 워커 실트7은 몇 번이나 강조했다.

‘앗! 거기 엄청엄청엄청 위험하니까! 이름 얻으면 계획대로 바로 튀어야 한다!’

‘이름을 잃어버린 존재들이 모이는 그 숲에는 무시무시한 녀석이 있다!’

……

온갖 불운과 재앙, 사건·사고에 구르면서도 기동 병참 도시와 워커 실트7이 끝까지 무사했던 이유는 하나다.

튀어야 할 때 미련 없이 튀었다는 것!

‘계획대로 움직이고 잽싸게 튄다!’

엘프는 품에서 사탕을 꺼내 삼키고 달을 비추는 원을 향해 자연력이 담긴 입바람을 불었다.

후우우우-

색색이 반짝이는 수천 개의 물방울이 원에 닿는 순간 단숨에 공간을 뛰어넘어 달을 핥는 투명한 하늘 고래에 쏟아졌다.

스르르륵-

투명한 고래는 스며들듯 물방울 속으로 빨려 들어가 둥실둥실 지상의 숲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구으읏-!

히이잇-!

깜짝 놀란 울음소리와 함께 다급히 지느러미를 움직여 물방울을 뚫었지만, 물방울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수천 개의 물방울의 주위를 완전히 휘감았으니까!

“금방 끝낼게요. 미안해요.”

사과와 함께 손을 휙 휘젓는 순간.

휘이이이잉-

거센 바람이 불어와 수천 개의 물방울에 휘감긴 투명한 고래들을 숲 위로 날려 버렸다.

온화한 달빛이 내리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숲.

그 위를 반짝이는 수천 개의 물방울에 파묻힌 하늘 고래와 흰돌고래가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했다.

구으으으으-!

히이이이잇-!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당황한 하늘 고래의 울음소리가 바람에 실려 멀리멀리 울려 퍼졌다.

어느새 나무 꼭대기에 오른 엘프는 바짝 긴장한 채 숲을 바라보며 귀를 기울였다.

휘이잉-

이때 한 줄기 바람에 실린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아앗! 왔구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느껴졌다!

-바위 그림자.

-수북이 쌓인 낙엽.

-나무에 뚫린 옹이구멍.

-흔들리는 갈대 수풀 사이.

……

목소리가 담긴 바람이 스치는 모든 곳에서 꼬물꼬물 나타나는 흐릿한 형체들.

정령!

사라진 정령이 나타났다!

그것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하나만 나오는 거 아니었어? 어떻게 정령이 이렇게 많이……?!’

넋을 놓고 주위를 살피기도 잠시.

[내가 금방 갈게!]

다시 한번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번쩍 정신이 들었다.

“……!”

번개같이 나무에서 뛰어내려 흐릿한 형체에 손을 뻗고 온 마음을 담아 간절히 말했다.

“잃어버린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겠니?”

휘이잉-

흐릿한 빛이 담긴 바람이 머리에 닿는 순간 벼락 치듯 떠오르는 이름!

“……!”

듣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가슴이 터질 듯이 충만해지고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이 채워지는 듯한 감각!

이게 바로 자신이 잃어버린 아득히 오래전 정령 의식에서 정령이 불러 준 이름임을!

이때 다시 한번 바람에 실려 온 목소리가 들렸다.

[앗! 고래?! 너희 왜 이래? 뭐? 누가 괴롭혔다고? 어디야? 저쪽이라고!]

순간 전신에 소름이 우수수 돋고 워커 실트7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이름을 찾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말고 바로 튀어!’

재빨리 랜턴을 낚아채 날 듯이 숲을 달렸다.

사방에서 자욱한 안개가 모여들 때 랜턴을 흔들며 자연력을 움직여 길을 열었다.

달이 비추는 곳이면 세계의 나무 어디로든 이어지는 밤의 길, 엘프 뒷길을!

지금까지와는 달리 길을 여는 엘프의 손길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잃어버린 이름을 찾는 순간 마침내 깨달았다.

수천 조각의 퍼즐을 모두 맞추고 단 한 조각의 퍼즐만 남은 것처럼.

자신이 가야 할 나뭇가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인과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엘프는 확신을 담아 외쳤다.

“오래 사는 엘프 윰이 바랍니다. 제가 가야 할 곳으로 달빛을 비춰 주세요.”

그러자 자욱한 안개 너머 숲속에서 빛이 보였다.

엘프 윰은 주저하지 않고 빛을 향해 뛰어들었고 숲의 음영과 안개 속으로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이 순간 하늘 고래가 우는 장소로 여우, 사슴, 늑대, 곰, 너구리, 다람쥐가 하나둘 모여들었고.

틱, 틱, 틱, 틱-

달에서 울려 퍼지던 소리가 돌연 멈추고.

찰칵-

무언가 맞물리는 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왔다.

파스스스슥-

그리고 아득한 천공을 뚫고 불쑥 튀어나온 빛 덩어리가 밤하늘을 가로질러 숲을 향해 유성처럼 떨어졌다.

“여기는 또 어디야?!”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 천문석이었다.

* * *

“……!”

천문석은 눈을 뜨는 순간 깨달았다.

‘뭔가 잘못됐다!’

오리배 악어, 텅 빈 광고판, 마혁진, 장철 헌터.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거센 바람과 아찔한 부유감!

빛에 휩싸인 채 아득한 하늘에서 숲을 향해 떨어지고 있다!

“여기는 또 어디야?!”

밤하늘에는 환한 달이 떴고.

지상에는 끝없는 숲이 펼쳐져 있다!

건물, 도로, 자동차, 폐허, 사람!

문명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이 아니다!’

직감하는 순간 지상이 닿을 듯이 가까워졌다!

우선 무사히 떨어지는 것부터!

반사적으로 내력을 끌어올려 터트리려는 순간.

깜빡-

눈을 질끈 감았다 뜬 것처럼 세상이 점멸하고 어느새 공터에 서 있었다.

“지금 무슨 일이?!”

흠칫 놀라 주위를 살피는 순간 바닥에 떨어진 종이가 보였다.

주워든 종이는 아무것도 없는 백지.

주위는 커다란 달에 환하게 밝혀진 숲속 작은 공터.

무성한 나무 사이, 좌우로 쭉 뻗은 오솔길이 보였다.

‘왼쪽, 오른쪽 어디로 가지?’

생각과 동시에 오른쪽 나무에 숫자 ‘1’을 새기고 왼쪽 오솔길로 빠르게 걸었다.

갈림길 없이 쭉 뻗은 오솔길을 빠르게 걷길 한참. 오솔길 너머에 환한 달빛이 쏟아지는 작은 공터가 보였다.

한달음에 작은 공터에 도착하는 순간 보였다.

나무에 표시한 숫자 ‘1’과 왼쪽으로 쭉 뻗은 오솔길이!

“설마!”

불길한 직감이 뇌리를 스치는 순간.

천문석은 나무에 새긴 숫자 1 옆에 숫자 2를 새기고 다시 왼쪽 오솔길로 달려갔다.

타다다다닥-

미친 듯이 오솔길을 달리자 작은 공터와 눈에 익은 나무가 다시 나타났다.

나무에는 숫자 1, 2가 나란히 새겨져 있었다!

“……!”

천문석은 바로 숫자 3을 새기고 몸을 돌려 달려온 방향 오른쪽 오솔길을 거슬러 달렸다.

파파파파팟-

달빛에 환하게 밝혀진 숲속 오솔길을 달려 도착한 곳에는 작은 공터와 숫자 1, 2, 3이 새겨진 나무가 있었다!

쭉 뻗은 오솔길을 달렸다.

같은 곳으로 돌아오는 게 당연했다.

단, 그 길이 원을 그렸을 때만!

그렇다!

이 오솔길은 원을 그리지 않았다!

갈림길 하나 없이 직선으로 쭉 뻗어 있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일어났다.

작은 공터를 관통하는 직선으로 쭉 뻗은 2개의 오솔길이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진법? 환술, 봉마진! 설마 요괴에게 홀린 건가?!”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비명이 들려왔다.

으아아아악-

오솔길 너머 숲이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달려가려다 멈칫했다.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확인이 우선이다!’

천문석은 달리는 탄력 그대로 나무줄기를 밟고 뛰어올라 굵은 나뭇가지를 잡고 나무 위로 올라갔다.

순식간에 잎과 가지가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에 숨어 기척을 죽이고 비명이 들려왔던 숲을 살폈다.

순간 느껴졌다.

두두두두두둥-

마치 북을 치듯 숲을 뒤흔드는 울림이!

‘무언가 다가오고 있다!’

직감하는 순간 멀리 숲의 나무 사이에서 오솔길로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여우, 사슴, 늑대, 곰, 너구리, 다람쥐……!

동물 십여 마리가 땅에 고개를 처박고 오솔길을 달렸다!

그냥 동물이 아니다!

요기(妖氣)가 줄기줄기 뻗는 허공에선 도깨비불이 생겨나고, 동물 십여 마리의 질주에 숲과 나무가 북을 치듯 요동쳤다!

붉고 푸른 요기를 두른 동물.

요마괴이 중 요(妖), 동물 요괴!

두두두두둥-

십여 마리의 동물 요괴가 미친 듯이 오솔길을 달리고.

으아아아악-

그 앞에는 비명을 지르며 오솔길을 달리는 사람이 보였다.

갈대 줄기를 엮어 만든 바구니를 등에 메고 두 손을 힘차게 흔들며 정신없이 도망치는 어린 꼬맹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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