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18화 (1,11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18화>

“마혁진. 재수 없는 녀석…….”

기절한 마혁진을 보자 절로 탄식이 새어 나왔다.

몇 시간 전 해운대 앞바다에서 농담처럼 말했던 16년 존버, 거기에 4년을 더한 20년 존버를 마혁진이 하게 생겼다.

“염동, 힘을 내라. 그래도 그 개고생을 다 하면 노화 역전이란 대가가…… 어?!”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머리를 스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들.

노화 역전으로 깊이 잠든 이세영 선생님.

각성력 쇼크로 정신줄을 놓은 염동 대협 마혁진.

콘크리트 잔해와 아무렇게나 버려진 자동차가 가득한 도로.

그리고 멀리 텅 빈 대형 광고판이 서 있는 상가 건물.

창문이 깨지고, 간판이 덜렁거리는 상가 건물의 1층은 뻥 뚫려 있었다.

이세영 소장님은 말씀하셨다.

기절했다 깨어났을 때 건물 주위에 철근, 시멘트, 자동차가 뒤엉킨 거대한 장벽이 있었다고!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키는 법.

2004년 이세영 소장님이 봤다고 말한 장벽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세영 선생님은 검은 폭풍으로 각성 + 노화 역전하다 기절했고.

마혁진은 인과를 비트는 흑전에 바람을 올렸다가 정신줄을 놨으며.

임수정은 서해와 한강을 잇는 여의도에 거점을 만들기 위해 떠나갔다.

그 결과, 지금 이곳에서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즉, 이세영 소장님의 기억대로 철근, 시멘트, 자동차가 뒤엉킨 5층 장벽을 만들 사람도 그 한 명뿐이었다.

바로 자신!

마혁진처럼 건설에 최적화된 각성력 염동력장도 없고.

임수정처럼 100여 명의 부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에게 있는 것은 몸뚱어리 하나뿐.

이제 자신은 5층 장벽을 쌓기 위해서 전생에서 현생까지 항상 해 왔던 걸 해야 했다.

몸으로 때우는 것!

그렇다!

이제 자신 혼자 5층 장벽을 쌓아야 하는 거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하늘로 고개가 들리고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아니! 바람을 올린 건 마혁진인데! 왜 나한테 시련이 찾아오는데요?!”

휘이이이잉-

언제나 그렇듯 바람 소리만 들려올 뿐, 하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속에선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업보니라…….’

스승님의 근엄한 목소리 뒤로 경박한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카카카카캌-’

* * *

좌절은 짧았다.

마혁진이 기절한 것은 자신의 업보!

자신의 업보는 자신이 풀어야 하는 법.

게다가 여기에는 시간제한까지 걸려 있다.

이세영 선생님이 깨어나기 전에 잽싸게 장벽을 완성하고 다음 목적지로 넘어가야 한다!

천문석은 바로 움직였다.

기절한 이세영 선생님과 마혁진을 건물 옥상으로 옮기고 옥상 입구를 막은 후 건물 주위에 장벽을 쌓기 시작했다.

쿵쿵, 쿵쿵콰앙-

대형 버스와 화물차를 끌고 와 상가 건물을 둘러싸고.

콰아앙, 콰드드드득-

빈 공간에 콘크리트 덩어리를 채우고 철근을 박아 넣어 기초와 틀을 만들었다!

이 기초와 틀 위에 버려진 자동차와 잔해를 블록 쌓듯 올리고 고정해 층층이 장벽을 쌓아 올렸다.

으아아악-

악을 쓰는 소리와 충돌음이 끝없이 울려 퍼지고.

휘이이이잉-

한겨울 칼바람에도 후끈 열기가 솟아오르고 땀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2000년 3월 1일! 20년 전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해서 하는 일이 노가다라니!

어이없지만 어쩔 수 없다!

이건 자신의 업보였으니까!

그러나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머릿속에서는 생각의 폭풍이 몰아쳤다.

-이세영 선생님을 상가 건물 옥상이 아닌 평범한 아파트에 거실에 모셨더라면!

-임수정과 100여 명의 부하가 떠나기 전에 5층 장벽을 쌓는 데 도움을 받았더라면!

-염동 대협 마혁진에게 흑전만 안 줬더라면. 아니 간절한 바람을 투영하라고만 안 했더라면!

……

더라면, 더라면, 더라면!

수많은 가정과 후회가 머릿속에서 몰아칠 때 한층 한층 장벽은 쌓이고 시간은 흘렀다.

해가 지고.

환한 달이 뜨고.

별이 반짝일 때.

마침내 5층 장벽은 완성됐다!

“……!”

천문석은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건물 옥상에 돌아왔다.

장철 헌터, 이세영 선생님, 염동 대협 마혁진, 세 사람은 여전히 기절한 상태!

2004년 부산에서 여기까지, 만 하루가 넘는 시간 동안 정신없이 움직였다.

당장이라고 눈만 감으면 기절하듯 잠들 것 같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천문석은 한호석 병장에게 받은 군용 배낭에서 담요와 핫팩을 꺼내 오리배 악어 좌석에 앉은 마혁진과 장철 헌터를 덮었다.

다음은 이세영 선생님.

버려진 책상과 문짝, 잔해로 벽과 천장을 세워 바람을 막고, 드럼통 난로에 장작을 넣어 불을 피웠다.

그리고 바닥에 두꺼운 아이소핑크를 깔고 그 위에 침낭을 놓았다.

침낭 안엔 핫팩을 흔들어 넣고 이세영 선생님을 눕힌 후 지퍼를 올렸다.

10대가 소녀가 된 이세영 선생님은 소총을 품에 안은 채 쿨쿨 잠들었다.

리볼버와 정품 마탄을 전하고 상가 건물 주위에 5층 높이의 장벽도 세웠다.

이제 남은 일은 하나뿐이다.

사방이 막힌 텅 빈 광고판 안에 있는 오리배 악어에 숨어, 이세영 선생님이 깨어나는 걸 확인하는 것!

그 순간 워커 실트의 회중시계를 눌러, 다음 목적지로 넘어가면 된다!

“선생님.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건강하세요.”

마지막이 될 인사와 함께 몸을 돌릴 때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칼바람이 부는 한겨울.

이세영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건 방탄 헬멧과 헐렁한 군복, 빈 소총과 리볼버, 마탄뿐이다.

고수라도 먹지 않고는 싸울 수 없는 법.

천문석은 오리배 악어에서 배낭을 가지고 돌아와 뒤집었다.

그러자 고소한 냄새가 확 올라오는 영희 수녀님의 특제 김밥과 생수, 전투 식량, 헌터용 전투복과 내의, 의약품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쏟아진 물건을 반으로 나누고 꼼꼼히 포장지를 벗겨 상표와 제조 일자를 지워 배낭에 담은 후, 이세영 선생님이 누운 침낭 옆에 놓았다.

“맛있는 김밥 이야기는 없으셨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죠? 선생님.”

천문석은 씩 웃으며 침낭 지퍼를 쭉 올렸다.

지이익-

발갛게 상기된 10대 소녀의 얼굴만 침낭 위로 드러났다.

얼굴은 달라졌지만, 그 안에 담긴 선생님의 본질은 그대로다.

그리고 곧 다시 이세영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2004년 부산 칠성파 빌딩에서.

게이트 전쟁이 끝난 후 돌아오신 교단에서.

서울 사태가 터지고 균열이 열린 세연의 학교에서.

제주도 휴가 중에 가게 된 카지노의 나이트, 카지노 유람선에서.

검은 폭풍, 역사 선생님, 이세영 선생님, 벌꿀 가면, 꿀벌쌤…….

다른 모습, 다른 이름으로 만나겠지만 언제나 이세영 선생님은 이세영 선생님이시다.

“내일 아침에는 이야기를 나눌 수 없겠네요. 그럼 선생님,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꿈 꾸세요.”

천문석은 작별 인사를 하고 성큼성큼 옥상을 걸으며 주위를 돌아봤다.

환한 달빛 아래 불빛 한점 없는 서울 시가지가 펼쳐져 있었다.

문명의 불꽃이 꺼진 서울에는 칼날 같은 바람 소리와 정체 모를 마수의 울음소리만 들려왔다.

그러나 이 불빛 한점 없는 서울 시가지 곳곳에는 숨죽인 채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해가 좀 더 빨리 뜨도록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문득 한강이 있는 북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구름에 반사된 지상의 별들이 보였다.

임수정과 100여 명의 라이더.

그리고 이들이 보호하는 주민들이 밝힌 불이다.

오랫동안 힘든 날들이 이어질 거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영원한 고난은 없다.

가장 어두운 시대에 이정표가 되어 줄 등대에 불이 밝혀졌다.

검은 폭풍 이세영 선생님.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둠을 밝힐 수많은 촛불이 태어나고 있었다.

임수정과 100여 명의 라이더.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을 1세대 헌터들.

게이트 전쟁은 이제 시작됐을 뿐, 더 강한 적과 더 치열한 전투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자신은 그 치열한 게이트 전쟁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 자신이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게이트 전쟁의 결과를 말해 주고 있었다.

승리.

사람은 누구나 이전 세대가 만든 세상에서 살아간다.

게이트 전쟁의 승리와 2020년의 평화와 풍요는, 2000년 이 힘겨운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모든 사람의 덕분이었다.

천문석은 불빛 한점 없는 서울 2000년의 모두를 향해, 2020년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리배 악어에 돌아와 담요를 덮고 기절하듯 잠들었다.

2004년 부산에서 시작해, 2000년 3월 1일 서초구로 이어진 너무나 길었던 하루가 마침내 끝났다.

그리고 이 순간, 기절하듯 잠든 천문석이 덮은 담요 아래에서 모두가 잊고 있던 존재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구으으-?

히이이-??

* * *

꼬물꼬물 담요가 들썩이더니 곧 담요 구석에서 반투명한 영체 둘이 고개를 내밀었다.

동글동글한 얼굴과 투명한 눈을 가진 하늘 고래와 벨루가, 퐁퐁이와 용용이었다!

퐁퐁이와 용용이는 바로 알아봤다.

쿨쿨 잠든 인간 셋!

오리배와 신나는 악어 장난감!

구으으-?

히이잇-??

그런데 여기는 어디지?

퐁퐁이와 용용이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며 주위를 돌아봤다.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다!

퐁퐁이는 용용이를 업은 채 날아올랐다.

포그르르르-

물방울을 흩날리며 벽을 넘는 순간 퐁퐁이와 용용이는 깜짝 놀랐다!

구읏-!

히히힛-!

배도, 바다도, 이상한 흰돌고래도 없다!

있는 것은 깜깜한 어둠과 하늘에 가득한 달과 별빛뿐이다!

이상한 흰돌고래에게 쫓기며 깜빡 잠들었다 깨어나니 처음 보는 장소에 왔다!

구으읏-?!

히잇, 히이잇-?!

깜짝 놀라 서로를 보는 순간 퐁퐁이와 용용이는 더 깜짝 놀랐다.

친구가 희끗희끗 반짝반짝 뒤가 비쳐 보이는 영체가 됐다!

반사적으로 지느러미를 들어 올리자 자신도 마찬가지!

…… -!

…… -!

이 순간 까맣게 잊고 있던 기억이 번쩍 떠올랐다!

엄청 맛있는 사탕을 할짝할짝- 핥았다!

찌릿찌릿한 감각이 전신을 달리고 머릿속으로 바람이 휑- 불어올 때.

반짝이는 별들이 눈앞에 나타나고 몸이 붕 떠서 별의 바다를 헤엄치는 것만 같았다!

평생 처음 겪는 경험에 정신없이 사탕을 핥다가 어느새 쿨쿨 잠들었다!

꿈속에서 누군가 신나는 목소리로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얼른 와! 나 이제 다 잤어! 이제 만나러 갈 거야! 엄청 신나고 재밌게 놀 거야! 우히히히힛-’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따라가다 번쩍 정신을 차렸을 때는 커다란 강에서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지금처럼 투명한 영체인 상태로!

퐁퐁이와 용용이는 그 순간 깨달았다.

구으읏-!

히이잇-!

‘꿈을 꾸고 있구나!’

‘꿈을 꾸고 있구나!’

그 꿈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휘잇, 휘이잇-!

용용이는 가슴지느러미로 머리를 감싸고 기억을 더듬었다.

…… -!!

번쩍 떠오른 기억, 흰돌고래!

이상한 흰돌고래가 강 속에서 나타났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흰돌고래가!

반가움에 부르고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덜컥- 무언가 엇갈리는 감각과 함께 픽- 정신을 잃었다!

히이히힛-?!

‘어떻게 된 거야? 우리 왜 여기 있는 거야?!’

용용이의 외침에 퐁퐁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구으, 구으읏-??

‘도망치다가 친구 만나고, 깜빡 잠들었는데? 왜 여기지?!”

히이잇-?

‘친구?’

구읏, 구으읏-!

‘할짝할짝! 엄청 맛있는 사탕 가지고 있던 친구!’

사탕!

사탕!

용용이와 퐁퐁이는 동시에 빙글 몸을 돌렸다가 깜짝 놀랐다.

-……!

-……!

가까이 있을 때는 느끼지 못한 게 멀어지니 느껴졌다.

악어 위에 놓인 오리배.

그 안에서 너무나 그리운 느낌이 전해졌다!

퐁퐁, 퐁퐁퐁-

퐁퐁이는 홀린 듯이 빛을 향해 날아갔고, 가까워질수록 느낌은 점점 강해지더니 어느새 감각의 폭풍이 되어 몰아쳤다!

몽글몽글 따뜻한 솜털 같고, 휘이이잉 시원한 바람 같다.

태양에 바짝 마른 뽀송뽀송한 짚더미 위를 데굴데굴 구르고.

방울방울 몸을 간지럽히는 따뜻한 봄비 속을 나는 것만 같았다.

너무나 그리운 느낌!

퐁퐁이와 용용이의 반투명한 영체는 너무나 그리운 느낌이 전해지는 빛나는 무언가, 깊게 잠든 천문석의 가슴 위에 내려앉았다.

이 순간 벼락 치듯 깨달았다.

-……!!

-……!!

엄청 맛있게 핥아먹었던 사탕이 진화했다!

따듯한 빛과 열기, 그리움을 뿜어내는 커다란 왕사탕으로!

당장 왕사탕을 핥아야 한다!

당장 왕사탕을 핥아야 한다!

퐁퐁이와 용용이는 반사적으로 혀를 내밀어 천문석의 가슴을 핥기 시작했다.

할짝할짝할짝-

얼마나 열심히 핥는지 영체가 된 몸의 파닥거림에 담요까지 밀려났다.

적의가 담긴 움직임이었다면 닿는 순간 깨어났을 거다.

그러나 퐁퐁이와 용용이에게는 조금의 적의도 없었다.

천문석은 여전히 기절하듯 잠들어 있었고.

퐁퐁이와 용용이는 높은 나무에 달린 포도를 향해 뛰어오르는 여우처럼 심상 공간의 왕사탕을 향해 나아갔다.

휙휙, 휙휙휙-

반투명한 지느러미가 정신없이 파닥이고.

구으으읏-!

휘이, 휘이잇-!

다급한 울음소리가 하늘 멀리 퍼져 나갔다.

그리고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

파닷, 파다닷-

퐁퐁이의 투명한 지느러미가 잡낭을 통과하며 회중시계 버튼을 연신 때렸고.

찰칵, 찰칵, 찰칵-

휘이, 휘이이잇-

용용이의 다급한 울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퍼져 나갔다.

휘이잉-

하늘을 달리는 바람은 단숨에 강과 산을 넘어 서초, 동작, 여의도를 지나 서쪽으로 달려 영종도에 닿았다.

서울 수복을 위한 병력과 물자가 모이고 있는 영종도는 아직도 빛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그리고 이 영종도 앞바다에는 환하게 밝혀진 영종도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작은 벨루가가 있었다.

양손에 쏙 들어오는 30cm 남짓한 새하얀 돌연변이 벨루가.

벨루가가 자신도 모르게 불빛에 홀려 조금씩 조금씩 영종도에 다가갈 때.

휘이이이잉-

한달음에 달려온 바람이 쏟아지고.

[휘이, 휘이이잇-]

휘파람 소리를 닮은 울음소리가 퍼져 나갔다.

새하얀 벨루가는 깜짝 놀랐다!

처음 듣는 울음소리!

그럼에도 본능으로 알 수 있었다!

스스로를 자각하고 열심히 찾아다녔지만,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동족의 울음소리다!

…… -!!

벨루가는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봤다.

웅웅, 윙윙윙-

불이 환하게 밝혀지고 사람들이 잔뜩 있는 커다란 섬 너머, 넓은 강 안쪽이다!

저 강 위에 처음 만나는 동족이 있다!

‘만나러 가야 한다!’

생각하는 순간 바다가 움직였다.

콰아아아아-

바닷속에 소용돌이치는 공기 통로가 만들어지고.

파아아아아앙-

작은 벨루가는 이 공기 통로에서 탄환처럼 쏘아졌다.

영종도 너머, 한강을 거슬러 올라, 여의도 너머에 있는 서초구 한 빌딩을 향해서!

이때 퐁퐁이의 지느러미에 쉴 새 없이 찰칵, 찰칵- 두들겨 맞던 워커 실트의 회중시계 초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틱틱, 틱틱틱틱-

2000년 3월 1일, 서초구로 오리배 악어와 모두를 날려 버린 2004년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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