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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17화 (1,11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17화>

마혁진과 흑전이 연결됐다!

같은 칼이라도 요리사에겐 도구가, 강도에겐 흉기가 된다.

흑전 또한 마찬가지! 흑전으로 이세영 선생님이 노화 역전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이 통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 흑전은 철퇴와 같다.

꼬맹이가 철퇴를 잡으면 오히려 괜찮다.

무거운 철퇴를 들어 올리지조차 못할 테니까!

그러나 충분한 힘이 있는 초짜가 철퇴를 잡고 휘두르면?

아차 하는 순간 자신의 머리를 깨트린다!

흑전은 인과를 비트는 마물!

철퇴보다 수십, 수백 배 위험하다!

마혁진과 연결된 흑전이 무슨 사건을 일으킬지 모른다!

천문석은 바로 확인했다.

“야, 너 괜찮아? 무슨 이상한 느낌 없어?!”

고개를 갸웃하는 마혁진.

“어, 느낌? 전이랑 똑같은데……?”

아직 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잽싸게 연결을 끊고, 흑전을 회수하면 된다!

“잠깐만 그대로 있어!”

천문석은 외침과 동시에 움직였다.

마혁진이 쥔 흑전에 마음을 둔 채 심상 공간의 태양과 흑전을 마음의 선으로 잇고, 일기일원공의 내력이 담긴 손을 뻗었다.

톡-

내력이 담긴 손이 흑전에 닿는 순간, 마음에서 마음으로 불렀다.

‘돌아와라!’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력이 빨려들지도 심상 공간의 태양과 이어지지도 않았다.

마혁진의 손에 쥐어진 흑전은 마치 평범한 동전인 것처럼 그냥 그대로 있었다!

“이거 왜 이래…… 아!”

순간 깨달았다.

흑전은 이미 마혁진과 연결된 상태!

심지어 내공, 각성력 같은 게 아닌 마음으로 연결됐다.

우선 그 연결을 끊어야 통제권을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면 흑전과 연결된 마음을 끊어 내는 건 마혁진 본인이 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의 뇌는 부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말에 코끼리를 생각하듯.

흑전을 마음에서 끊어 내라고 말하는 순간 더욱 강하게 집착하는 게 보통의 사람이다.

그건 염동력자 마혁진도 마찬가지!

자신이 자유자재로 마음을 잇고 끊을 수 있는 건 전생의 스승님에게 폭풍 딱밤을 맞으며 수인을 배우고, 마공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유불선(儒佛仙)을 참오했기에 가능한 것!

마혁진에게 흑전과 연결된 마음을 끊으라는 말은, 무공 입문 1일 차에 임독양맥, 생사현관을 뚫으라는 말이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 시바! 어떻게 연결을 끊지?!’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릴 때.

마혁진의 불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무슨 일인데 그래?!”

“전부 계획대로……!”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즉시 말을 끊는 외침이 돌아왔다.

“무슨 계획대로야! 그 표정, 그 외침! 뭔가 잘못된 거지?! 뭔데? 제대로 말해 봐!”

너무 오랫동안 같이 굴러 이제는 표정과 말투만으로도 눈치챘다!

그리고 마혁진이 눈치채는 순간 그 손에 들린 흑전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진동을 일으켰다!

부으으으으으-

불길한 진동이 점점 커지고 있다!

흑전이 마혁진에 마음에 반응했다!

“야, 진정……!”

반사적으로 외치는 순간 번쩍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마혁진은 초짜다!’

미술 학원 한번 안 간 초짜가 따라 그린 결과물이 모나리자를 닮았을 가능성은 한없이 영에 가깝다!

당연했다!

붓이라고는 한번 잡아 본 적 없는 초짜니까!

‘이걸 이용하면 된다!’

흑전과 연결된 마음을 끊어 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강하게 잇는 거다!

초짜 마혁진이 제대로 마음을 이을 확률은 제로!

연결이 오히려 불안해지는 순간 잽싸게 연결을 끊고 가로챈다!

그렇게 가로챈 흑전으로 마혁진을 노화 역전 시키면 모든 게 해결된다!

천문석은 계획이 서는 순간 바로 외쳤다.

“염동! 그 흑전에 마음을 두고. 아니, 눈 감고 흑전을 상상하고 손에 각성력을 모아라!”

심상치 않은 표정과 외침!

“……!”

마혁진은 바로 눈을 질끈 감고 별과 용이 새겨진 동전을 상상하며 손에 각성력을 모았다.

쿵-

순간 흑전에서 심장이 뛰는 듯한 맥동이 울려 퍼졌다.

“심장 소리! 동전에서 맥동이 느껴진다!”

‘됐다. 이제 시작이다!’

초짜가 붓을 들었다!

그림을 망치는 건 이제 시간문제!

마혁진의 모나리자! 염동 대협의 간절함은 어디에 닿아 있는가?!

‘노화 역전 각성!’

답이 떠오르자 저절로 입이 열리고,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염동! 간절히 노화 역전을 바라며 외쳐라! 노화 역전을 원한다고!”

“뭐? 야, 너 또 무슨 구라를…….”

천문석은 마혁진이 외침을 끊고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이세기! 이 이름을 걸고 진짜다!”

“……노화 역전을 원한다!”

마혁진이 외치는 순간 꼬맹이가 잡아당기는 고무줄처럼 흑전과의 연결이 요동쳤다!

‘된다! 예상대로 먹히고 있다!’

천문석은 연속으로 외쳤다.

“더 크게!”

“노화 역전을 원한다!”

“더 간절하게!!”

“노화 역전을 원한다!!”

“모든 마음과 각성력을 모아서!!”

“노화 역전을 원한다!!”

……

마혁진의 외침이 점점 더 커지고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 마음의 선이 팽팽히 늘어나는 순간.

‘지금이다!’

천문석은 번개같이 수인을 짚고 한계까지 늘어난 마음의 선을 잘라 냈다!

싹둑-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마음의 선이 잘려 나가는 타이밍!

천문석은 심상 공간에 자리한 천강흔 랜덤 박스 태양의 힘을 폭발시켰다!

그와 동시에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천강흔 랜덤 박스 태양을 향해 흑전에서 새로운 마음의 선이 자라났다.

‘됐다! 곧 연결된다!’

재빨리 수인을 짚고 마음의 선을 향해 정신을 집중하는 순간.

마혁진의 각성력과 온 마음이 담긴 외침이 터져 나왔다.

[노화 역전 각성을 원한다!!]

강한 바람은 그 자체로 현상을 비트는 마법이자 주술!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었다.

흑전에서 자라난 마음의 선이 간절한 바람을 외친 마혁진과 다시 연결됐다!

“……!”

마치 환상을 보듯 두 눈에 보였다.

마혁진의 외침에 담긴 ‘바람’이 흑전에 닿는 순간.

흑전은 양팔 저울이 되고 그 저울의 한쪽 쟁반에 그 ‘바람’이 올려졌다.

마혁진의 ‘바람’의 무게에 기울어지는 저울의 팔!

순간 위로 들린 반대쪽 쟁반으로 쏟아지는 게 있었다.

콰르르르르릉-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마혁진의 각성력!

“각성력? 왜 갑자기……?!”

경악한 마혁진은 반사적으로 흑전을 하늘로 던져 버렸다.

“야, 멈춰!”

다급히 외쳤으나 이미 늦었다.

마혁진은 핏기가 사라진 얼굴로 픽 쓰러졌고.

천문석은 잽싸게 쓰러지는 마혁진을 잡았다.

이 순간 하늘로 던져진 흑전이 핑그르- 회전하며 떨어져 마혁진의 상의 주머니 속으로 쏙- 들어갔다.

“…….”

천문석은 알 수 없는 직감에 마혁진의 주머니에 들어간 흑전을 꺼내 공중으로 튕겨 올렸다.

핑그르-

흑전이 허공으로 치솟아 회전하다 떨어지는 순간.

쏙-

또다시 마혁진의 상의 주머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핑그르, 쏙-

핑그르르, 쏙-

핑그르르르, 쏙-

……

몇 번을 해도, 아무리 높게 던져도 마찬가지!

“……!”

핑그르르-

흑전을 하늘 높이 튕겨 올리고 기절한 마혁진을 앞으로 숙이자.

통, 통, 통, 쏙-

흑전은 콘크리트 잔해를 맞고 튕겨 올라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흑전은 마혁진에게 돌아왔다!

모나리자가 그려졌다!

눈앞이 아득해지고 정신이 아찔해지는 순간 깨달았다.

흑전은 인과를 비트는 마물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생각해야 했던 게 있다.

‘대가.’

‘흑전은 무엇을 ‘대가’로 인과를 비트는가?’

마치 환상처럼 보였던 광경.

흑전은 양쪽으로 팔을 뻗은 양팔 저울이다.

한쪽에 올려진 ‘바람, 소망, 기원!’을 얻기 위해 반대쪽에 ‘대가’를 올려 수평을 맞춰야 하는 저울!

‘그렇다면 바람과 수평을 맞추기 위해 저울에 올라가는 무게추, 대가는 무엇인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마혁진의 각성력을 봤다.

그러나 각성력은 ‘대가’를 저울에 올리는 수단일 뿐 대가 자체가 아니다!

흑전의 저울이나 하늘의 저울이나 마찬가지다.

기원을 실현하는 운명의 저울에 올릴 대가는 단 하나뿐이다.

과거, 현재, 미래. 삼생의 인과로 쌓이는 업(業)!

그리고 업을 쌓기 위해서는 동력 그 자체인 명운(命運)이 필요했다.

그렇다.

인과를 비트는 마물 흑전은 명운으로 쌓은 ‘업(業)’을 대가로 ‘바람’을 실현하는 수단이었다!

* * *

500원 동전 크기.

옆면에 새겨진 빗금.

앞과 뒷면에 양각된 별과 용.

마치 문방구 오락기 경품 메달 같은 외형.

검은색을 제외하면 특별할 것은 없다!

흑전의 비밀을 깨닫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누가 이런 걸 만든 거야?!”

그러나 아무리 흑전을 살펴도 누가 만들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했다.

경계를 넘으며 만난 초월자들!

영락한 마신과 허신!

운명을 희롱하는 대요마!

윤회의 고리에서 도망친 괴선과 마불!

설사 신성을 얻은 초월자라 할지라도 흑전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명운(命運) 때문이다!

존재의 근원에 닿은 명운이 마르는 순간, 신성을 얻은 초월자조차 영락한다!

초월자조차 아득한 천기와 용맥의 흐름에 숨겨진 명운은 다룰 수 없다!

무저갱의 마굴의 끝에 도달했고 수없이 경계를 넘었으나, 명운을 다룰 수 있는 존재는 단 한 명 봤을 뿐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무의 극에 달한 무인!

극에 달한 무인은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과 심상 공간에 쌓아 올린 모든 것을 걸고 무의 극에서 다시 진일보했다.

백척간두 진일보!

이 순간 하늘의 천기와 대지의 용맥을 잇는 불꽃이 태어났다.

천강(天罡).

천강의 불꽃에 찰나의 순간 명운이 불타 사라지고.

다시 찰나의 순간 천강의 불꽃으로 명운이 차올랐다!

천강의 불꽃이 바로 ‘명운’을 다루는 힘이다!

경계를 넘나들며 수많은 요마괴이와 초월자와 얽힌 전생에도, 명운을 움직이는 존재는 그 ‘무인’ 단 한 명뿐이다.

우연히 마공의 극, 천마 신공에 입문했고.

그 천마 신공을 버리기 위해 온갖 개고생을 하다 극에 달한 무인.

마도 18문의 지존.

천마 천문석 바로 자신이다!

그런데 명운을 태우는 불꽃, 천강의 주인인 자신 앞에.

업을 대가로 기원을 이루는 마물이 나타났다.

이 모든 게 우연 리 없다!

“설마, 이 흑전. 내가 만든 건가?!”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바로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흑전은 초거대 사슴벌레를 타고 신동대문 지하터널을 달릴 때 얻었다.

마치 꿈처럼 흐릿한 기억!

그러나 흑전을 얻은 순간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초거대 사슴벌레가 무한한 공간에 펼쳐진 빛의 길을 달릴 때 스쳐 지나간 빛의 형상이 던져 준 빛 덩어리.

빛에 싸여 경계를 넘어온 물체가 바로 이 흑전이다.

그리고 흑전이 경계를 넘어 닿는 찰나의 순간 깨달았다.

자신은 아니다.

빛의 형상도 아니다.

과연 누가 업을 대가로 인과를 비틀어 기원을 이뤄지는 흑전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

이름을 잊은 수많은 얼굴이 뇌리를 스쳐 지나갈 때 문득 깨달았다.

‘흑전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중요한 건 흑전의 저울에 마혁진의 바람, ‘노화 역전’이 올라갔다는 것!

지금의 마혁진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외제 차를 지른 직장인이나 마찬가지다.

직장인이 매달 할부금과 유지비를 갚아 나가듯!

마혁진은 ‘노화 역전’이라는 바람을 이루기 위해 저울의 반대쪽에 ‘업(업)’을 대가로 올려야 한다!

바람과 대가.

노화 역전과 업(業).

염동 대협 마혁진은 노화 역전이라는 바람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대가, 업을 흑전의 저울에 올려야 할까?

그 답은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었다.

주머니를 스친 손을 펼치자 딱지 모양으로 접힌 칼로리바 포장지 쪽지가 보였다.

임수정이 전한 이 쪽지가 바로 그 답이다.

그리고 이 순간 다른 의문도 같이 풀렸다.

염동 대협은 왜 2020년으로 돌아가지 않고 세기말 대한민국에 남았을까?

이 흑전이 이유이자, 답이다.

마혁진은 인과를 비트는 마물, 흑전에 올린 노화 역전이란 바람에 업(業)으로 대가를 치러야 했으니까!

그렇다.

지금 염동 대협 마혁진의 미래가 결정됐다.

흑전에 올릴 업(業)을 쌓기 위해, 세기말 대한민국이라는 유례없는 난장판에서 개같이 구른다는 미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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