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16화 (1,11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16화>

‘진짜일까?’

이세기의 외침에 전신이 부르르 떨리는 순간.

마혁진의 머릿속에선 불꽃이 튀고 과거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이세기와 처음 엮인 신동대문 사건!

그 난장판의 결과 열사의 사막에 떨어졌다!

열사의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함정에 낚여 스카라베 강철 도시에 끌려가 강제 노역을 했다!

처음에는 반항하고 다음에는 사정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강철 도시에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이계의 강자들조차 강제 노역을 하고 있었으니까!

강철 도시의 주인!

풍뎅이, 딱정벌레, 사슴벌레…… 곤충을 닮은 스카라베 종족은 규격 외의 존재였다!

황금빛이 번뜩이며 기계음이 울리는 순간 상상도 하지 못한 마법이 펼쳐지고!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면 백 미터가 훌쩍 넘어가는 초거대 사슴벌레가 산과 바위, 대지를 말 그대로 갈아엎었다!

스카라베 종족은 그 하나하나가 재앙급 마수 이상의 이능력과 거대 괴수 이상의 물리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런 스카라베 종족이 강철 도시에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이계의 강자들이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강제 노역하는 이유였다.

결국, 허리가 끊어져라 곡괭이 질을 하고 전신에 하얀 소금기가 말라붙을 때까지 광석을 날라야 했다.

그리고 교화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이해할 수 없는, 정신에 가해지는 고문을 견뎌야 했다.

강제 노역이 언제 끝날지 기약조차 없었다.

스카라베 강철 도시에서는 숨 쉬는 것조차 돈을 내야 했으니까!

미친 듯이 일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부채가 쌓이는 어이없는 상황!

갑자기 나타난 재앙의 화신에 강철 도시가 난장판이 되지 않았다면 열사의 사막으로 탈출하지도 못했을 거다!

열사의 사막으로 탈출하고도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스카라베 징수관들이 따라붙어 기동 병참 도시 입항이 거절되고, 고물을 주워 팔며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열사의 사막을 배회했다.

상상만으로도 입안이 까끌까끌하고, 열기에 숨이 턱턱 막혔다!

그 고통과 울분!

어제보다 힘든 오늘!

오늘보다 더 구르는 내일!

끝이 보이지 않는 그 고통의 순간을 하루 24시간 이세기 새끼를 갈아 마시는 상상으로 버텼다!

그렇기에 이세기가 거만한 표정, 당당한 목소리로 ‘가능하다!’ 외치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진짜다!

이세기의 외침은 구라가 아닌 진실이다!

진짜로 인위적인 노화 역전 각성이 가능하다!

스카라베 강철 도시와 열사의 사막을 거치며 완전히 맛이 가 버린 신체를 되돌릴 수 있는 거다!

마혁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확인했다.

“혹시 나도……?”

기다렸던 질문!

거만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있던 천문석은 내심 웃음을 터트렸다.

‘노화 역전을 시켜 주고 장벽을 쌓게 한 다음 겸사겸사 골드바도 받는다! 카캬캌-’

천문석은 바로 손을 내밀었다.

“손 줘 봐.”

긴장으로 떨리는 손목을 잡고 기감을 뻗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

마혁진은 이세영 선생님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세영 선생님은 각성력이 부족해서 각성 후 노화 역전 현상이 일어나기 직전에 멈춘 상황!

자신이 한 일은 흑전을 이마에 놓은 것뿐이고, 그 뒤에 일어난 일은 흑전의 인력이 이끌린 각성력의 흐름, 영맥이 알아서 했다!

불씨가 살아 있는 장작에 기름을 붓고, 비탈을 구르다 멈춘 돌을 다시 굴린 것이었다.

그러나 마혁진의 심상 공간에는 이미 전법륜인 딱밤으로 전해 준 각성력이 있다.

흑전으로 인력을 일으켜 각성력의 흐름, 영맥을 쏟아부어도 달라질 건 없었다.

‘이대로는 노화 역전이 안 된다!’

노화 역전을 대가로 장벽을 쌓게 하고 골드바를 회수할 계획을 세웠는데, 시작도 전에 나가리가 될 상황!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천문석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강제 환골탈태, 반로환동을 시키면?!’

무인의 내력과 각성자의 각성력은 그 계통과 메커니즘이 경유와 휘발유처럼 다르다.

염동력자 마혁진의 몸에 내력을 밀어 넣으면 혼유 사고가 터진다.

‘아, 시바! 이거 어떡하지?!’

“왜? 뭐가 안 좋냐? 혹시 난 안 되는 거야?!”

마혁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사악한 지혜가 번뜩였다.

‘우선 장벽부터 쌓게 하고 배를 쨀까?!’

찰나의 순간 표정, 손짓, 어조, 단어 하나까지 떠오르고 바로 감이 왔다.

이건 먹힌다!

그러나 지금 자신 앞에 있는 건 깡패 두목이 아닌 염동 대협이다.

결자해지.

스스로 참전 서약서에 서명해 악연의 고리를 끊은 염동 대협 마혁진!

전생에서 현생까지 수많은 구라를 쳤지만, 단 한 번도 어기지 않은 원칙이 있으니.

신의에는 신의로!

천문석은 웃음과 장난기를 지운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확인했는데…….”

진실을 말하는 순간 번쩍 떠오르는 게 있었다.

흑전!

이세영 선생님을 노화 역전 시킨 흑전!

인과를 비트는 흑전의 힘이라면 뭔가 변수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한번 해 보자!”

“지금? 여기서? 노화 역전 각성을 한다고?!”

“그래. 100% 된다는 보장도 없고, 위험성도 있지만…….”

마혁진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했다.

“한다! 아니 부탁한다. 이세기!”

“바로 준비할게!”

이세영 선생님에 이은 2번째 노화 역전이 시작됐다.

그 대상은 20년은 늙어 버린 염동 대협 마혁진이었다!

* * *

“시작한다!”

순식간에 준비가 끝나고 천문석은 흑전을 꺼내 들고 마음을 두고 내력을 움직였다.

찰나의 순간 심상 공간에서 흑전으로 마음의 길이 연결되고 내력이 쏟아졌다.

그러나 탐욕스럽게 내력을 삼키던 흑전은 더는 내력을 삼키지 않았다.

흑전에 쏟아지는 일기일원공의 내력은, 이미 쌀이 꽉 찬 독 안에 쏟아지는 쌀처럼 흩어졌다!

“……!”

설마, 일회용이었던 거야?!

그럴 리가! 한호석 병장과 동전 맞추기 승부할 때도 작동했는데?!

그렇지! 동전 맞추기.

그걸로 다시 확인한다!

핑그르르-

천문석은 흑전을 공중으로 튕겨 올리며 외쳤다.

“별!”

탁-

흑전을 낚아챈 손을 펼치는 순간 ‘별’이 보였다!

인과가 비켜나지 않았다!

“뭐야, 이게 왜 이래?”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챈 마혁진이 물었다.

“왜? 뭐 잘못됐냐?!”

천문석은 대답하지 않고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내가 흑전에 익숙해진 거라면?!’

한 가지 가설이 생각나는 동시에 입이 열렸다.

“염동! 이 동전에 새겨진 별하고 용 보이지! 동전 던질 테니까 끝까지 보고 맞춰 봐!”

핑그르르르-

공중으로 튕겨 오르는 동전.

노화 역전 각성을 이야기하다 갑자기 동전 앞뒤를 맞추라는 뜬금없는 상황!

그러나 마혁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신동대문에서 깃발을 꽂았다가 몇 시간 후 열사의 사막에 떨어진 것처럼!

이세기와 얽히면 항상 뜬금없고 맥락 없이 상황이 흘러갔으니까!

‘이러는 이유가 있을 거다!’

마혁진은 회전하는 동전에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탁-

그리고 이세기가 동전을 낚아채 내미는 순간 대답했다.

“용!”

활짝 펼쳐진 손에는 용이 있었다!

“된 거냐?!”

“아니, 연속으로 간다!”

핑그르르, 탁, 탁, 탁, 탁-

손에서 검은 동전이 튕겨 오르고 수평으로 움직인 손이 낚아챈다!

“별, 용, 용, 별, 용, 별, 별!”

흑전을 낚아채는 매 순간 마혁진은 외쳤고.

별, 용, 용, 별, 용, 별, 별-

활짝 펴진 손에는 외침과 같은 동전이 있었다!

흑자 전환의 앞뒤를 모조리 맞추는 마혁진!

당연하고, 이상했다!

각성자라면 충분히 눈으로 앞뒤를 확인할 수 있는 속도로 튕겼으니 맞추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이 검은 동전은 예측, 인과를 빗나가게 하는 마물, 흑전이기에 이상했다!

천문석은 깨달았다.

흑전에 뭔가 이상이 생겼다!

그 이상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가지는 분명했다.

염동 대협 마혁진의 노화 역전은 시도조차 불가능해졌다는 것!

탁-

천문석은 회전하는 흑전을 낚아채고 침묵했다.

“…….”

“지금 뭔가 테스트한 거지? 왜? 뭐가 안 좋아?!”

마혁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순간.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실을 말했다.

“미안하다. 흑전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

“……흑전? 설마, 방금 동전이 노화 역전 아이템이야?! 왜? 무슨 문제가 생겼는데……?!”

“……설명하기 좀 복잡한데…….”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말꼬리를 흐리며 할 말을 고를 때 불현듯 떠오르는 게 있었다.

‘흑전은 하나가 아니다!’

“……!”

어느 순간 갑자기 2개가 된 흑전.

하나는 잡낭에 넣어 뒀고 다른 하나는……?

남중국 푸저우!

마혁진을 만나 한경석 수색 의뢰의 담보로 맡겼다!

기억이 떠오른 순간 저절로 입이 열렸다.

“염동! 너 기억나지? 내가 푸저우에서 너한테 준 그거!”

“푸저우에서 준 거? 개고생?”

“아니, 개고생 말고! 여기 남일도로 온 이유 말이야! 남중국 푸저우에서 다시 만났을 때 암살검 추적하는 대신에 이태성 길드장 블랙리스트에서 지워 주는 거로 거래했잖아?”

“그랬지…… 그 거래를 해선 안 됐는데…….”

마혁진이 돌연 탄식할 때.

천문석은 잽싸게 말을 끊었다.

“야, 정신 차려!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냐! 그때 네가 갑자기 나이 물었을 때 담보라고 던져 준 동전 기억나지?! 이거랑 똑같이 생긴 검은 동전! 앞뒤에 별과 용이 새겨진 검은 동전 말이야!”

“……동전? 무슨 동전…… 아! 그 동전!”

마혁진은 불현듯 떠올랐다.

각성력을 삼키던 이상한 동전!

손에 쥐는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고 등골을 타고 전율이 흐르던 불길한 검은 동전!

어차피 돌려줄 담보라는 생각에 애써 신경을 끊었던 별과 용이 새겨진 검은 동전!

그 검은 동전과 지금 이세기가 보여 주는 검은 동전이 똑같이 생겼다!

“잠깐만! 분명 주머니에 넣어 뒀는데……!”

마혁진의 양손이 주머니를 뒤지고 곧 별과 용이 그려진 검은 동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흑전!

이 순간 마혁진은 전율했다.

자신의 주머니에 노화 역전 아이템이 들어 있었다!

회춘, 불로장생, 영원한 젊음, 노화 역전은 모든 권력자의 소망!

수백억 아니 수천억의 가격을 붙인다고 해도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들 거다!

이세기는 그런 아이템을 자신에게 담보로 맡겼다!

자신은 그것도 모르고 나이 이야기가 나오자 말을 돌리려 던져 줬다고 생각했다!

연이어 터지는 불행에 이세기 놈의 불운이 검은 동전을 타고 옮았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이세기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진짜 ‘담보’를 맡긴 거다!

“이세기. 너…… 이런 아이템을 나한테 맡겼던 거냐……?”

그 진심에 마혁진의 목소리가 떨려 올 때.

천문석은 희희낙락 외쳤다.

“됐다! 그걸로 시도하면 된다!”

그리고 손을 뻗는 순간 깨달았다.

흑전은 인과를 비트는 마물!

그런 마물을 마혁진이 가지고 있었다!

자신은 저 흑전의 힘으로 이세영 선생님의 노화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온갖 요마괴이와 난장판에서 굴렀던 자신과 마혁진은 다르다!

혹시라도 마혁진과 흑전이 연결됐으면?

노화 역전이 문제가 아니다!

“잠깐만! 그대로 들고 있어 봐!”

반사적으로 외치는 동시에 눈을 감고 지권인의 수인을 짚은 채 기감을 일으켰다.

쿵쿵, 쿵쿵쿵-

맥동을 따라 물결치듯 퍼져 나가는 기감을 마혁진에게 집중했다.

흑전에서는 여전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는 건 하나!

마혁진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각성력의 파문뿐!

‘아직 연결되지 않았구나!’

내심 안도할 때 파도치듯 흘러나오는 각성력의 파문이 허공의 일 점에 닿는 순간 사라졌다!

마치 배수로로 빨려 들어가는 빗물처럼!

“……!”

알 수 없는 직감에 반사적으로 눈을 뜨자 보였다.

각성력의 파문이 사라지는 허공의 일 점.

그곳에는 흑전을 쥔 마혁진의 손이 있었다.

그렇다, 마혁진과 흑전은 어느새 연결된 상태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