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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10화 (1,11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10화>

‘이런 말도 안 되는 우연이라니!’

노화 역전을 위해서는 각성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남은 각성력은 모두 염동 대협 마혁진에게 넘겨줬다.

절로 하늘로 시선이 향하고 마음속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하늘님 이건 아니죠?!”

이 모든 게 우연히 일어날 리 없다. 하늘님이 세심한 설계에 당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분통을 터트릴 때가 아니라 해결 방법을 찾을 때다.

머릿속에서 팟! 불꽃이 튀고 생각이 몰아쳤다.

-천지에 가득한 각성력을 다시 뽑아내면?!

각성력은 그냥 뽑아낸 게 아니라 대환단의 약력을 마중물 삼아 뽑아냈다.

대환단의 마지막 한 조각은 이미 마중물로 사용했다. 이제 남은 대환단은 없다!

-마혁진을 쥐어짜서 각성력을 토해 내게 하면?!

문득 고개를 돌리자 십자로 이마가 깨진 마혁진이 있는 빌딩이 보였다.

자신이 넘겨준 각성력은 이미 깨진 이마 속 마혁진의 지배력 안으로 들어갔다!

내력이라면 흡성대법이라도 펼치겠지만, 각성력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각성력 대신에 내력을 밀어 넣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

내력과 각성력은 휘발유와 경유 이상의 차이가 있다.

연료가 떨어졌다고 휘발유 차량에 경유를 넣으면 엔진이 아작 난다!

……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지만 ‘이거다!’ 하는 해결 방법은 떠오르지 않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분노만 끓어 올랐다.

‘뭐가 이따위란 말인가?’

남중국 푸저우시에 도착한 후 일주일 아니 3일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쉴 새 없이 터진 사건·사고와 난장판을 보면 몇 년은 지난 듯 빡셌다.

‘아니, 사람이 숨 쉴 틈은 줘야죠?!’

참을 수 없는 분노에 다시 한번 하늘을 향해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번쩍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결과만 같으면 되는 거다!

지금 중요한 건 검은 폭풍이 세운 위업의 근원, 확률 변수 고정 능력을 각성했다는 것!

노화 역전 현상은 각성의 부산물, 일종의 사은품이나 마찬가지!

즉, 노화 역전 현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결과만 비슷하면 된다!

“……!”

순간 복잡하게 뒤엉킨 머릿속이 깨끗해지고 파팟- 계획이 세워졌다!

심상 공간에 각성력은 없지만, 내력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내력과 각성력은 휘발유와 경유처럼 계통이 다른 힘.

당연히 내력으로 각성력이 일으키는 노화 역전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내력으로 노화 역전과 비슷한 효과를 낼 방법이 있다.

환골탈태(換骨奪胎).

반로환동(反老換童).

육신통(六神通)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경지를 넘는 순간 얻게 되는 부산물!

천하십절이라 해도 환골탈태, 반로환동을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전생 천마는 할 수 있다.

전생 천마는 환골탈태와 반로환동에 대해 미친 듯이 파고 들어간 무림 최고의 전문가였으니까!

순간 전생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그 어떤 방법을 써도 떨어지지 않는 끈질긴 천마신공에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천마신공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육체에 귀속돼서라면, 환골탈태, 반로환동으로 육체가 변하면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천마신공 육체 귀속 가설!]

가설을 세우자마자 검증을 시작했다.

가설의 검증 방법은 간단했다.

마공을 익힌 무인 중에서 자원자를 받아 인위적인 환골탈태, 반로환동 실험을 하는 것!

환골탈태, 반로환동 후 마공이 떨어져 나가면 성공이다!

경지가 오를수록 정신줄을 놓을 가능성도 커지는 마인은 살아 움직이는 폭탄이나 마찬가지라 원래라면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천마가 있는 곳은 마도의 종주, 마도 18문이었다.

마도 18문의 무인 대다수가 제대로 된 마공은 구경도 하지 못했지만, 마도 18문의 17가문에는 진짜 마공이 존재했다.

그리고 천문석은 마도 18문의 지존, 천마였다.

처음 천마가 됐을 때의 바지사장, 마도 쟁투에서 운 좋게 승리한 애송이가 아닌, 무저갱의 마굴의 끝을 찍고 돌아와 마도 18문의 모두를 개같이 굴리던 진정한 천마였다!

그렇기에 천마의 이름으로 바로 마도 18문을 소집했다.

소집 명령에 이름과 소속이 적힌 나무판자 명찰을 차고 나타난 3명의 가주와 14명의 소가주들.

14명의 가주는 지레 찔끔해서 자신이 아닌 소가주를 보냈지만 상관없었다.

아니 10대에서 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소가주라 더 좋았다.

이번에는 굴리려 부른 게 아니라 실험 때문에 소집했으니까!

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마공의 부작용을 해결할 실험에 자원자가 필요하다. 성공하면 마공의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다.”

“…….”

“…….”

“…….”

아무 대답도 없었지만, 17명의 가주와 소가주 사이에서 어지럽게 얽히는 시선만으로도 마음의 소리를 읽을 수 있었다.

‘이번엔 또 무슨 지랄이야?’

불안하게 흔들리는 의혹 어린 눈동자들.

그러나 철권으로 마도 18문을 통치하는 천마에게 대놓고 물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언의 대화가 한참 동안 이어진 후에야 가장 나이 어린 극음도의 소가주가 등 떠밀리듯 나와 질문했다.

“저 마공의 부작용이 해결되면, 무공은 어떻게 되는지……?”

“성공하면 당연히 마공은 사라진다! 더럽게 끈질긴 마공의 굴레를 벗고 다른 정상적인 무공을 익힐 수 있다! 어때 굉장하지?!”

‘아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

마도 18문의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말에 미친놈 보는 듯한 시선이 돌아왔다.

‘부작용 해결하겠다고 무공을 버려?’

‘이게 무인이 할 수 있는 생각인 건가?’

‘모기 잡겠다고 집에다 불을 지르겠다고?!’

‘평소에도 정상은 아니더니 이제 완전히 맛이 갔구나!’

‘하, 시바- 어떻게 저런 미친놈이 지고한 경지에 올라서!’

‘얼른 천검이랑 붙어서 양패구상해야 하는데!’

……

눈빛만 봐도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

평소라면 당장 개같이 굴렸겠지만, 중요한 건 실험이었다!

“일문에 한 사람씩 마공을 배운 무인을 보내라. 한 시진이다.”

누구의 명인데 거부하랴.

그렇게 빽도 끈도 없이 겉도는 17명이 등 떠밀려 실험에 강제 자원했다.

특이 사항은 극음도의 소가주를 포함, 몇몇 소가주가 끼어 있었다는 것.

이상한 일은 아니다.

딴생각하지 못하게 틈날 때마다 가주, 소가주를 불러 굴렸다.

그러다 보니 이 굴림에서 자신과 후계자를 보호하겠다고 가짜 소가주를 세우는 녀석들이 많았으니까.

일사천리로 실험은 진행됐다.

그리고 과정은 성공했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과정의 성공.

인위적인 환골탈태, 반로환동에 성공했다.

그러나 마공은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마공의 경지가 미친 듯이 올라갔다!

그 결과 버리는 패로 등 떠밀어 보낸 녀석들이 마공으로 절정의 벽을 넘는 황당한 결과가 나왔다.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마도 18문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문을 걸어 잠근 장로원, 쥐 죽은 듯 숨어 있던 전대 마인, 17문의 가주와 후계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실패한’ 실험에 자원했다.

그리고 곡소리가 나도록 굴렀다.

“하- 정신 나간 녀석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탄식에 회상이 끊기고 번쩍 정신이 들었다.

‘지금도 가능할까?’

랜덤 박스 태양으로 내력은 충만하다.

그러나 전생 천마와 비교하면 내력을 포함해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

전생 천마가 아닌 지금의 자신이라면 기회는 단 한 번!

진원(眞元)까지 사용해야 한 번 시도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뿐이다!

난이도가 확 뛰어오르지만 어쩔 수 없다.

‘인과를 이을 방법은 이것뿐이니까!’

“할 수 있다!”

천문석은 외침과 동시에 전법륜인 딱밤 자세를 잡았다.

내력을 끌어올릴 필요도 없다.

일기일원공으로 만든 거울이 아직도 회전하고 있었으니까!

꼬리를 물고 회전하는 일기공과 일원공을 양손으로 보내고, 왼손의 일기공과 오른손의 일원공에 심상을 담았다.

대지와 하늘.

지극과 천원.

용맥과 천기.

둘로 나뉘어 있으나 본질은 하나!

지극에서 천원으로 비상하고, 용맥과 천기의 흐름을 잇는다.

둘로 나뉜 일기공과 일원공을 하나로 이으니 일기일원공!

양손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부르르- 떨리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잠깐, 잠깐만요!”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돌진하는 암석 트롤에 순간이동 능력으로 화염병을 떨어뜨리던 초능력 각성자!

그러나 멈추라는 말에 멈출 이유는 없다.

“하늘을 잇는다!”

무시하고 전법륜인 딱밤을 발사하는 순간 그대로 몸이 굳어 버리는 외침이 이어졌다.

“이세기! 이세기 맞으시죠! 잠깐만 기다리세요!”

* * *

이세기.

이제는 본명보다 익숙한 가명! 언제나 자신이 외치던 이름이 다른 사람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곳에서 이세기란 이름을 밝힌 적이 있나?!’

당연히 없다!

텅 빈 광고판에 떨어지자마자 이세영 선생님을 발견하고 사건이 시작됐으니까!

“……!”

그러나 이세기란 외침을 듣는 순간 기시감이 들었다.

텅 빈 광고판이 있는 건물 옥상을 찾아온 정찰조의 외침!

‘……귀인 새꺄! 좀 기다리라고!’

정찰조는 ‘대장’이라는 사람의 쪽지를 읽었고, 그 안에는 너무나 의미심장한 키워드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대장’이라는 사람이 곧 도착한다고 외쳤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자신을 이세기라고 부를 사람은 두 사람뿐이다.

건물 옥상에 숨어 소리 없는 염동포탄으로 몬스터 무리를 흩어 버리는 염동 대협 마혁진!

정찰조를 통해 쪽지를 보낸 정체불명의 대장!

누가 대장일지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

자신도 모르게 돌아가는 시선에 오토바이를 끌고 오는 사람이 보였다.

풀 페이스 헬멧에 철판을 덧댄 재킷과 가죽 바지를 입은 초능력 각성자.

순간이동으로 암석 트롤에게 화염병을 날리던 초능력 각성자가 바로 쪽지를 보낸 ‘대장’이다!

“잠시만! 꼭 전해야 할 게 있어요! 이세기 맞으시죠?!”

대장의 외침을 듣는 순간 초절정의 벽을 마주 선 무인의 촉이 움직였다.

거대한 진실의 편린이 밝혀지려 하고 있다!

* * *

천문석 앞에 진실의 편린을 전할 초능력 각성자가 도착했다.

“헉- 갑자기 시동이 꺼져서…… 허엌-”

숨을 고른 초능력 각성자는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이세기 맞으시죠?”

천문석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네. 제가…….”

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선생님! 이 선생님?!”

사색이 된 얼굴로 기절한 이세영 선생님에게 달려드는 각성자.

“잠시 기절한 것뿐입니다. 괜찮…….”

천문석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이마! 목, 어깨, 팔, 다리! 등까지! 이게 다 뭐야?!”

각성자는 이세영 선생님의 모습에 경악했다.

이 경악한 모습에 천문석은 잊고 있던 걸 깨달았다.

“……!”

이세영 선생님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피부가 드러난 모든 곳과 등에는 피멍이 들어 있었다!

“선생님! 이렇게 될 때까지……!”

격동으로 떨리는 목소리!

각성자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

그리고 천문석도 말을 잇지 못했다.

“……될 때까지 혼자서 암석 트롤과 싸우셨군요…….”

‘아니다.’

“암석 트롤의 포효에 실린 충격파에 전신의 핏줄이 터질 때까지…….”

‘그게 아니다!’

“이 상처는 엄청난 고통에도 사람들을 구하러 끝까지 버틴 영광의 상처…….”

‘눈앞의 초능력 각성자는 완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었다!!’

그러나 천문석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이세영 선생님의 전신에 가득한 피멍이 왜 생겼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피멍은 암석 트롤과의 싸움 때문이 아니라, 미친 듯이 쏟아진 전법륜인 딱밤의 흔적이다!

전법륜인 딱밤.

이 기술이 쓸 수 있는 사람은 셋뿐이다.

자신에게 가르쳐 주신 스승님.

자신이 가르쳐 준 특급 헌터.

스승님과 특급 헌터는 여기에 없다.

즉, 남은 용의자는 한 명뿐이다.

자신.

그렇다.

이세영 선생님의 전신에 생겨난 피멍은 자신이 시동을 걸기 위해 날린 전법륜인 딱밤의 흔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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