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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07화 (1,10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07화>

파스스스슥-

중첩된 마탄의 마력이 최상급 몬스터의 반발장을 태웠지만 거기까지였다.

깡깡, 깡깡깡-

다섯 발의 마탄은 단단한 암석 피부를 뚫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그러나 암석 피부에 깊은 상흔과 마력의 불꽃이 새겨졌다.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마탄의 불꽃은 차라리 저주에 가깝다.

그 마력의 불꽃이 깊은 상흔 안으로 스며들어 산채로 몸을 헤집고 태우는 끔찍한 작열통이 밀려왔다!

3층 건물 높이의 거대한 바윗덩어리, 암석 트롤의 전진이 멈췄다.

‘탄환 몇 발로 대형 몬스터를 잡았다고!’

정신없이 도망치던 사람들, 몸을 숨긴 채 바라보던 모두는 경악했다.

“……!”

“……!”

“……!”

이 순간 천문석은 바짝 긴장했다.

‘이제 시작이다!’

고블린 같은 소형 몬스터라면 이걸로 끝! 오크 같은 중형 몬스터라도 한번 마탄을 맞고 기세와 기동력이 꺾인 이상 끝이다!

마탄은 원거리 무기! 수십 미터 거리에서 쏟아지는 마탄의 화력을 중소형 몬스터는 버텨 낼 수 없다!

그러나 암석 트롤은 대물 저격총조차 막아 내는 암석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눈앞의 개체는 피어를 사용하는 최상급 개체였다.

반면 이세영 선생님은 제대로 각성력이 발현되지 않은 상태!

아무리 재금 공업 정품 마탄이어도 5발로는 안 된다.

모든 투사체를 강화하고 마탄의 위력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마탄 능력자가 아니라면 최상급 몬스터가 이렇게 잡힐 리 없었다.

‘지금처럼!’

반사적으로 내력을 끌어올리는 순간 암석 트롤은 분노와 고통을 담은 포효를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아앙-!

순간 폭탄이 터진 듯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마탄의 불꽃은 태풍 앞의 촛불처럼 날아가고 물리력이 담긴 소리의 해일이 사방으로 밀려왔다.

쾅, 쾅, 콰아앙-

자동차, 건물, 아파트! 시야에 닿는 유리창이 모조리 깨져나가는 순간. 마수와 몬스터, 사람, 사방에 널린 잡동사니들이 팝콘 튀기듯이 널브러졌다!

그리고 암석 트롤의 시선이 마탄이 날아온 방향, 화물차에 꽂혔다!

쿵쿵, 쿠우웅-

다음 순간 지진이라도 난 듯한 땅 울림과 함께 화물차를 향해 돌진했다!

암석 트롤의 돌진은 날렵하지도 빠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돌진에는 속도를 압도하는 무게와 힘이 담겨 있었다.

압도적인 파괴력!

3층 건물 높이의 거대한 바윗덩어리. 수백 톤이 훌쩍 넘어가는 암석 트롤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재앙이었다.

콰직, 콰지지직-

걷는 것만으로 아스팔트에 죽죽 금이 가 깨져 나가고.

콰앙, 콰아아앙-

버려진 자동차와 콘크리트 잔해가 휴짓조각처럼 날아간다.

암석 트롤이 움직이는 순간 환호성이 울렸던 도로는 단번에 전쟁터로 변했다.

으아악-

부아아아앙-

비명과 거친 엔진음이 뒤섞여 쏟아지고 환호하던 모든 사람이 정신없이 도망쳤다.

이 타이밍 역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부아아아앙-

거친 엔진음과 함께 치고 나가는 오토바이!

“선생님! 여기예요! 이쪽으로 움직이세요!”

부아아아앙-

가속 레버를 끝까지 당겨 화물차로 질주하는 임수정!

그리고 반쯤 무너진 고층 빌딩에 숨어, 염동 포탄으로 암석 트롤과 몬스터 무리를 몰아온 염동 대협!

“이거 진짜 그냥 놔둬도 되는 거야? 지금이라도 염동포탄으로 저지하는 게…… 이세기 뭐 하는 거야?!”

마혁진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온갖 사건·사고를 불러오고 불운과 재앙을 뿌리는 이세기!

그런 녀석이 이번에는 최상급 몬스터 암석 트롤이 검은 폭풍에게 돌진하고 있다!

검은 폭풍은 혼자서 재앙급 마수를 일주일 동안 뺑뺑이 돌리고, 리볼버 한 자루로 거대 괴수를 잡는 규격 외의 괴물이다.

최상급 몬스터 암석 트롤?!

열 마리가 몰려와도 검은 폭풍에게 접근조차 할 수 없다!

단, 검은 폭풍이 각성했다면!

마탄이 담긴 리볼버를 발사했지만 그뿐! 암석 트롤은 포효로 마탄의 저주를 날려 버리고 돌진하고 있다!

검은 폭풍의 마탄을 최상급 몬스터 따위가 버틴다고?!

답은 하나뿐이다.

검은 폭풍은 각성하지 않았다.

그런 검은 폭풍에게 분노한 최상급 몬스터가 돌진하고 있다!

“……!”

문득 고개를 돌리자 콘크리트에서 툭 튀어나온 철근이 보였다.

꽈드득-

순간 보이지 않는 거인이 쥐어뜯듯 뚝 끊어진 철근이 둥글게 말려 공중으로 떠올라!

위이이이이잉-

찰나의 순간 수십 번 회전해 가속하는 철근, 염동포탄!

몇 시간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완전히 다르다.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요동치는 각성력!

지금의 자신이라면 할 수 있다!

암석 트롤!

최상급 몬스터의 반발장을 뚫을 수 있다.

염동 포탄을 발사하려는 순간.

지끈-

이마에서 통증이 일어나고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재생됐다.

‘염동! 기억해라 나비효과! 무슨 일이 있어도 끼어들지 말고 유인만 해라!’

이세기!

“……!”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세기가 자신의 이마에 미친 딱밤을 날려 각성력을 채우고 몬스터 무리와 암석 트롤을 이곳으로 몰게 한 이유는 하나다.

검은 폭풍의 각성!

이세기가 검은 폭풍을 위험에 빠트렸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만약 자신의 행동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검은 폭풍이 각성하지 못한다면?!’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가속한 철근이 공기를 찢어발기고 쏘아졌다.

쐐애애애애액-

암석 트롤이 아니라 몬스터 무리를 향해서!

콰아아앙-

지축을 흔드는 충격파에 흙먼지가 치솟고 말 그대로 몬스터 무리가 갈려 나갔다.

“이세기 또라이 새끼! 빨리 움직여라! 시바! 이번 일만 끝나면 절대 다시는 얽히지 않는다!”

마혁진은 지끈지끈 통증이 느껴지는 이마를 잡고 외쳤다.

이 순간 천문석은 기척을 완전히 죽인 채 간판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부아아아앙-

쐐애애애애액-

천문석은 오토바이 엔진음과 염동포탄의 음속 폭음이 터져도 미동도 하지 않고 한 곳에 시정을 고정했다.

화물차 짐칸에서 널브러진 이세영 선생님!

포효를 터트리며 화물차로 돌진하는 암석 트롤!

까아앙-

발에 챈 대형 세단이 빈 깡통처럼 날아가고!

콰르르르-

아무렇게나 휘두른 주먹에 스친 콘크리트 잔해가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기름을 쏟아부은 듯 이글이글 타오르는 최상급 몬스터의 강대한 반발장까지!

암석 트롤에 스치기만 해도 지금의 이세영 선생님은 끝장난다!

그럼에도 천문석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세영 선생님에게 시선을 집중한 채, 그저 태엽을 감듯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압축하고 압축했다.

‘남은 건 이 방법뿐이다.’

전법륜인 딱밤으로 시동을 걸고 인위적인 각성을 시키는 건 실패했다!

가능성을 검증한 결과 가능한 경우의 수는 하나!

이미 시동이 걸렸지만, 각성력이 아직 발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순간 머리에 그림이 그려졌다.

연료가 가득 채워진 새로 출고된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시동은 걸었지만, 아직 사이드 브레이크가 걸려 있고 액셀을 밟지 않아 움직이지 않는 상태다.

지금 이세영 선생님의 상태가 이것과 같다!

시동을 건 것만으로는 자동차는 움직이지 않는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고, 핸들을 잡은 후 액셀을 밟아 운전해야 움직인다!

이세영 선생님에게 필요한 건 시동이 아닌 운전이었다.

그리고 운전은 다른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스스로 운전하듯, 이세영 선생님 스스로 임계점을 넘어 각성력을 발현시켜야 한다.

저 암석 트롤은 그것을 위한 수단이었다.

집중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려 단숨에 임계점을 넘기 위한 수단!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이세영 선생님이 임계점을 넘어 각성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선생님! 할 수 있습니다!’

천문석이 마음으로 외치는 순간.

이세영은 암석 트롤에 시선을 고정한 채 양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철컥-

실린더가 꺾이는 찰나 채워지는 다섯 발의 마탄.

그르륵-

실린더가 회전하고 총구가 겨눠지는 동시에 깊은숨을 내쉰다.

후우-

호흡에 힘과 긴장이 빠져나갈 때 손끝에 걸리는 선명한 감각!

‘지금!’

이세영은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 탕탕탕-

다섯 줄기의 마력광이 이글거리는 반발장을 태우고 한 점에 박혔다.

암석 골렘의 머리!

깡깡, 깡깡깡-

그러나 다섯 발의 마탄은 또다시 암석 피부를 뚫지 못하고 저주의 불꽃과 상흔만 남긴 채 튕겨 나왔다!

철컥-

이세영은 반사적으로 리볼버 실린더를 꺾고 탄환을 채우려 했다.

크아아아아앙-

이 순간 암석 트롤의 피어가 섞인 포효가 쏘아졌다.

일 점으로 집중된 포효가 대포처럼 날아와 화물차를 때렸다!

화물차가 뒤집히고 이세영은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허공으로 퉁겨져 아스팔트 위로 나뒹굴었다.

으아악-

악을 쓰며 반사적으로 일어나 다시 마탄을 꺼내는 이세영!

그러나 한곳으로 집중된 최상급 몬스터의 피어는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다리가 휘청이고 손이 덜덜 떨렸다.

시야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순간, 이명이 머릿속을 헤집고 아찔한 현기증이 밀려왔다.

왈칵-

피를 토하는 순간 손에 힘이 풀려 마탄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이 순간 암석 트롤이 다시 움직였다.

크아아아앙-

분노한 암석 트롤은 전차처럼 모든 것을 으깨 버리며 질주했다!

이 순간 임수정과 마혁진이 동시에 외쳤다.

“선생님! 피하세요! 야, 여기다! 여기라고!”

“시바! 더는 안 돼!”

부아아아아앙-

임수정이 던진 다섯 개의 화염병이 공간을 뛰어넘어 암석 트롤의 머리에 떨어지고!

쐐애애애애액-

마혁진의 발사한 염동 포탄이 공기를 찢어발기고 날아왔다!

크아아아아앙-

그러나 폭발하듯 치솟은 반발장에 쏟아지는 화염이 날아가고 염동 포탄의 궤도가 비틀려 땅에 처박혔다!

37, 32, 26미터!

암석 트롤과 이세영 선생님 간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 들었다.

천문석은 미동도 하지 않고 이 모습을 봤다.

화염병과 염동 포탄은 먹히지 않았다!

지금 암석 트롤의 돌진은 저지할 수단은 리볼버의 마탄뿐!

이세영 선생님은 직격당한 피어의 여파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시선은 정면에 둔 채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마탄을 리볼버 실린더에 밀어 넣고 있다!

3층 건물 높이의 바위가 돌진하는 상황!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진다.

직접 겪는 이세영 선생님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하리라.

그러나 이 압박감이 필요했다.

찰나의 순간.

과냉각된 물이 얼어붙고!

절벽에서 뛰어내린 새가 비상하며!

엄청난 압력을 받은 탄소가 금강석이 된다!

모든 도약은 찰나의 순간에 이뤄진다.

모든 것이 변하는 결정적 순간.

생과 사가 갈리는 바로 지금이 이세영 선생님이 검은 폭풍으로 도약할 순간이다!

“……!”

천문석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을 전했다.

‘선생님! 할 수 있습니다!’

이 순간 벼락이라도 맞은 듯 꼿꼿하게 펴지는 이세영 선생님의 몸과 머리!

‘됐다! 뭔가 시작된다!’

내심 환호하는 순간 후두둑- 이세영 선생님의 손에서 마탄이 쏟아졌다.

“……!”

암석 트롤은 닿을 듯 가까운 10여 미터 앞!

‘늦었다!’

각성을 기다렸다가 선생님이 암석 트롤에게 끝장날 판이다!

천문석은 태엽을 감듯 압축하고 압축한 내력을 터트리는 동시에 심상을 담았다.

내력에 담을 심상은 사일(射日).

아득한 창공을 겨눈 활, 태양을 꿰뚫는 화살이다!

순간 손이 비틀린 원을 그리고 발이 벽을 짓밟았다.

콰드드득-

비틀린 원의 궤적이 아득한 창공을 겨눈 활이 되고!

으드드득-

벽을 짓밟으며 움츠러드는 몸이 태양을 꿰뚫는 화살이 된다!

이세영 선생님의 손에서 마탄이 떨어지고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찰나!

‘우선 구하고 본다!’

마음으로 외치며 시위를 놓는 순간.

이세영 선생님의 얼굴이 빙글 회전해 시선이 마주쳤다.

“…….”

“…….”

눈이 마주친 순간.

“아!”

이세영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터지고 두 눈에 빛이 반짝였다.

철컥-

이세영은 실린더를 고정하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리볼버를 암석 트롤에게 겨눴다.

텅 빈 리볼버를!

[선생님! 빈총!! 마탄 장전!!]

경악한 천문석이 내력을 실어 외치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외침이 돌아왔다.

“사선 확인.”

“사선 확인.”

이세영은 힘없는 목소리로 두 번 외치고 5연발 리볼버의 여섯 번째 방아쇠를 당겼다.

기릭-

방아쇠가 끝까지 당겨지고.

딱-

공이가 텅 빈 약실을 때렸다.

마력광이 보이지도 화약 폭음이 들려오지도 않았다.

해머가 텅 빈 약실을 때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

그러나 이 순간 천문석은 느꼈다!

의미 없는 여섯 번째 방아쇠가 당겨지고 공이가 약실을 때리는 순간.

발사될 리 없는 여섯 번째 탄환이 쏘아졌다!

불꽃이 보이지도 총성이 들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여섯 번째 탄환이 그려내는 선명한 궤적을 느낄 수 있었다.

여섯 번째 탄환은 날아갔다.

아무 흔적 없이 허공을 지나.

이글거리는 반발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해.

1미터가 넘어가는 암석 트롤의 암석 피부에 닿는 순간.

팟- 꺼지듯 사라졌다, 팟- 다시 나타났다.

암석 트롤의 머릿속 한가운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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