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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04화 (1,10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04화>

이세영 선생님이 자신보다 빨리 마수와 몬스터의 등장을 알아챘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가능한 경우의 수는 하나뿐!

이세영 선생님이 아니라 검은 폭풍 이세영이라면 가능하다!

그러자 딱밤을 미친 듯이 날렸지만, 결국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뭐지?!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이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외침이 있었다.

‘노화 역전 각성. 아니 시동 거는 거 실패한 거 아니다!’

그럴 리 없다!

무공, 육체, 오러, 마탄, 마력, 초능력.

각성력의 6계통 중 초능력 계통! 그중에서도 전투 예지의 씨앗을 모아 딱밤을 날렸다!

그리고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는 증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천문석은 손을 들어 올렸다.

쿵쿵, 쿵쿵쿵-

북을 두들기듯 맥동하는 손!

손에 담긴 전투 예지 씨앗의 맥동에 천지에 가득한 각성력이 맥동하고 있다!

임계점을 넘지 못했기에 6계통의 각성력은 발현하지 않았지만, 각성력의 근원과 씨앗을 느끼고 움직일 수 있다.

휘발유에 불꽃이 떨어지고.

물이 100도를 넘어 끓어오르고.

자동차 엔진에 시동이 걸려 움직인다.

이게 바로 임계점이다!

휘발유가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고!

액체인 물이 기체인 수증기로 변하고!

시동이 걸린 엔진이 수 톤의 자동차를 움직인다!

불꽃이 떨어지지 않으면 휘발유가 타오르지 않듯, 연료가 가득 차도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차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아무리 각성력이 많아도 임계점을 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지금 자신의 손에서 맥동하는 전투 예지 능력의 씨앗이 임계점을 넘지 못했다는 증거다!

시동이 걸려 선생님이 역대 최고의 전투 예지 능력자 검은 폭풍으로 각성했다면, 이 손에 전투 예지의 씨앗이 남아 있을 리 없었으니까!

“또 다른 씨앗이 있던 게 아니라면 시동이 걸렸을 리가……!”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벼락 치듯 뇌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이세영 선생님의 심상 공간에 처음부터 존재했던 무언가!

“설마?!”

각성력의 씨앗이 실린 전법륜인 딱밤을 아무리 날려도 이세영 선생님은 시동이 걸리지도 기절하지도 않았다!

이게 가능한 다른 경우의 수가 있다!

순간 오래전 기억이 재생됐다.

타다다다다닷-

키즈 카페 어린이 열차의 시동 버튼을 미친 듯이 연타하는 특급 헌터.

그러나 특급 헌터가 아무리 빠르게 시동 버튼을 연타해도 어린이 열차에 시동은 걸리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미 시동이 걸려 있었으니까!

“……!”

벼락 치듯 머릿속에서 섬광이 터지는 순간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장면!

따따다다다다다닥-

악, 아악, 으아아악-!

자신은 미친 듯이 딱밤을 날렸고.

이세영 선생님은 고통스럽게 딱밤을 맞았다!

검은 폭풍으로 각성시키기 위해서, 5천만 국민과 대한민국 수복이라는 대의를 위해서 전법륜인 딱밤을 날렸다!

그러나 이미 시동이 걸려 있었다면?!

자신이 날린 딱밤은 오히려 휘발유가 타오르는 걸, 시동이 걸린 자동차가 움직이는 걸 방해한 게 된다!

즉, 자신이 미친 듯이 날린 폭풍 딱밤은 장대한 삽질이 되는 거다!

“……!”

눈앞이 아득해지고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이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간 거야?! 야!”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눈이 마주치는 순간 한달음에 달려오는 마혁진.

“야, 검은 폭풍. 없어졌어!”

‘아차! 이세영 선생님!’

“검은 폭풍 시가지로 내려갔…… 어, 잠깐!”

마혁진에게 대답하는 순간 깨달았다.

“아무것도 없는 시가지에는 왜 내려갔지?”

이 순간 대답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쿠아아아앙-

건물 북쪽! 마후라에 구멍 난 오토바이 엔진음이 울려 퍼지고.

크아아아아아-

건물 남쪽 멀리! 마수와 몬스터의 포효가 귓속으로 파고들어 왔다.

그리고 바로 앞 마혁진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이 포효 몬스터? 야, 아래! 이 건물 아래 시가지에 사람들 잔뜩 숨어 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까 몬스터 끌고 다닐 때 아무도…….”

순간 자신도 모르게 번쩍 고개가 들리고 흘려듣던 환호성이 들렸다.

우와아아아아-

군복 입은 각성자, 여섯 정찰대에 매달린 사람들!

“이 군복 군인 맞지?!”

“드디어 경기도에서 올라왔구나!”

“내가 말했잖아! 정부가 강남을 포기할 리 없다니까!”

……

화약에 날아가 버린 문에서 쏟아져 들어온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었다.

그렇다. 뻥 뚫린 철문으로 저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 사람들은 어디서 왔을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우와아아아아-

옥상에서 울리는 환호성을 지워 버리는 거대한 환호성이 울려 퍼졌으니까!

건물 아래에서!

천문석은 난간 너머로 몸을 내밀었다.

버려진 자동차!

부러진 가로수와 가로등!

곳곳에 팔다리가 날아가고 으스러진 몬스터가 널려 있는!

무너진 건물과 멀쩡한 건물, 아파트가 뒤섞여 전쟁터처럼 변한 시가지!

이세영 선생님이 홀로 달릴 때는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보이지 않던 거리가 완전히 변했다!

우와아아아-

하늘을 뒤흔드는 거대한 환호성!

멀쩡한 건물과 아파트 옥상, 창문마다 사람들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도로 북쪽에서 다가오는 오토바이를 향해 환호하고 손을 흔들었다.

이 사람들은 오토바이가 다가오는 반대쪽, 줄줄이 이어진 건물과 빌딩에 가려진 남쪽에서 마수와 몬스터가 접근하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

이게 바로 이세영 선생님이 시가지로 뛰어 내려간 이유였다.

마수와 몬스터가 접근하는 걸 경고하기 위해서!

“저 많은 사람이 어디서 나타난 거야?!”

외치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답이 돌아왔다.

“처음부터 있던 사람들이다!”

“……어?”

달리려던 몸이 멈칫하고 파파팟- 줄줄이 떠오르는 장면들!

이세영 선생님은 수백의 몬스터 무리를 끌고 달렸다.

몬스터 무리가 쫓기 힘든 골목이 아닌 넓은 도로를!

도로 주위에 가까이에 있는 멀쩡한 건물을 모두 무시하고!

가장 멀리에 있는 건물, 지금 자신이 있는 이 건물을 향해 달려왔다!

그 모습을 본 마혁진은 말했었다.

‘주위에 멀쩡한 건물이 있는데 왜 여기로 달려오는 거야?!’

그리고 이세영 선생님이 했던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동!

도망치다 말고 180도 반전, 멀리서 도약하는 놀을 향해 마지막 탄환을 발사했다!

“……!”

천문석은 깨달았다.

2004년 칠성파 빌딩에서 이세영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오늘의 만남과 귀인, 리볼버, 마탄, 각성!

이 모든 게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평소라면 느꼈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했었을 질문을 하지 않았다.

왜? 몬스터 무리를 따돌리기 쉬운 골목으로 달리지 않았을까?

왜? 주위에 있는 멀쩡한 건물을 아닌 가장 멀리 있는 건물로 달렸을까?

왜? 수십 미터 거리에서 도약하는 놀을 향해 마지막 탄환으로 발사했을까?

이세영 선생님은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이 모든 질문의 답이 눈앞에 있었다.

-군복 입은 정찰조 각성자에 매달려 환호하는 사람들.

-북쪽에서 다가오는 수백 대의 오토바이에 창과 옥상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들.

이 사람들이 이유다.

골목으로 도망치지 않고.

가까이 있는 멀쩡한 건물로 피하지 않은.

갑자기 뛰어오른 놀에 마지막 탄환을 사용한 이유!

이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여기에 있었다.

이세영 선생님이 달린 시가지는 텅 비어 있던 게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숨죽이고 숨어 있었다!

이세영 선생님은 숨어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가장 멀리 있는 이 건물로 달려온 것이다.

그리고 지금 다시 시가지로 내려갔다.

자신이 쫓길 때 외면했던 사람들에게 마수와 몬스터가 접근하는 걸 경고하기 위해서!

***

하하하-

천문석은 웃었다.

아니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역시 선생님! 조금도 변하지 않는 이 모습이라니!’

“야, 웃을 때가 아냐! 남쪽에서 들려오는 저 포효! 확실하다! 저 포효! 분명 최상급 몬스터가 끼어 있다! 저 녀석들 시가지에 흩어지면 대참사가 터져!”

하하하하하-

그리고 다시 한번 통쾌한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 대협 같은 이 모습이라니!’

모든 게 엉망진창 뒤죽박죽이 됐지만, 괜찮다!

고칠 수 없는 잘못은 없고 바로잡을 수 없는 실수는 없으니.

문제가 뭔지 깨달은 지금 모든 것을 바로잡으면 된다!

주위를 돌아보는 두 눈에 빛이 담기고,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북쪽에서 접근하는 백여 대의 오토바이.

-그 안에 있을 자신에게 메시지를 전한 대장.

-남쪽에서는 달려오는 최상급 몬스터와 마수와 몬스터 무리.

-그리고 둘이 만나는 장소로 달려간 이세영 선생님.

이 모든 것을 보는 찰나의 순간 계획이 세워졌다!

대장, 이세영 선생님, 최상급 몬스터!

셋이 만나는 순간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한다!

뚝 웃음을 그친 천문석은 외쳤다.

“염동! 남쪽에서 밀려오는 몬스터 무리! 네가 해야 할 게 있다!”

“혼자 최상급 몬스터는 힘들다! 지금 각성력이면 발목을 잡는 게 고작……!”

“그게 아니다.”

마혁진은 반색했다.

“최상급 몬스터를 네가 유인해서 상대하면, 다른 놈들은 염동포탄으로 내가 처리…….”

“아니 네가 할 일은 저 몬스터 무리를 저기로 모으는 거다.”

천문석은 손을 뻗었고 마혁진의 시선이 그 손을 따라 움직였다.

손끝이 멈춘 곳은 한강에서 서초까지 이어지는 백여 대의 오토바이가 내려오는 도로였다.

이 도로는 환호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건물과 빌딩, 아파트가 가득한 시가지를 관통하고 있었다!

“……지금 저 도로로 몬스터를 몰라는 말이야?”

“맞아.”

“최상급 몬스터가 이끄는 몬스터 무리를. 환호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건물, 빌딩, 아파트가 줄줄이 있는 시가지 바로 앞 도로로 몰라고?!”

마혁진이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

천문석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 바로 시작하자.”

“미친놈아! 갑자기 왜……!”

버럭 소리치는 순간 문득 들려오는 귀에 익은 외침이 있었다.

“……해!”

마혁진은 반사적으로 난간 아래로 시선을 돌렸다.

헐렁한 군복에 소총을 메고 절뚝이는 다리로 정신없이 달려가며 외치는 사람.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 보이고 익숙한 외침이 들려왔다.

“……해! 당장!…… 요!”

지상의 외침은 옥상까지 닿지 않았다. 하지만 듣지 않아도 외침의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정신없이 달려가는 저 사람이 누군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방금 전까지 옥상에 있던 검은 폭풍.

검은 폭풍은 자신을 외면한 사람들에게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이세기는 바로 그곳으로 몬스터 무리를 몰아넣으려 한다.

“……!”

마혁진은 이세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깨달았다.

역지사지.

좆 같은 새끼들은 똑같이 굴러봐야 자신이 얼마나 좆 같은 짓을 했는지 깨닫는 법이다.

수없이 구른 깡패 두목이 그러했듯이!

“이세기, 너!”

“야,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그런 거 아냐! 나 그런 거로 사람들 굴리고 보복하는 그런 사람 아니다! 이거 검은 폭풍 각성에 꼭 필요한 일이라 그래!”

신동대문에서 처음 만난 후 수없이 굴렀기에 너무나 잘 알았다!

당연히 구라다!

마혁진은 웃음을 터트렸다.

“미친! 이세기, 넌 진짜 또라이 새끼다! 하하하-”

“뭐야? 그래서 안 하려고?”

“당연히 해야지!”

마혁진은 난간 위로 뛰어올랐다.

“그럼 바로 시작할게! 각성력이 간당간당하지만 몰아넣는 건 어렵지 않을 거다! 다른 자잘한 놈들은 몰라도 최상급 몬스터는 네가 처리해야 한다.”

“최상급 몬스터는 검은 폭풍이 처리할 거다. 각성력이 모자란다고? 그러면 안 되지. 받아라. 도움이 될 거다.”

웃으며 손가락을 튕기는 이세기.

핑그르르-

그러자 무언가가 무릎 아래로 날아왔다.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여 낚아채는 순간 익숙한 검은색이 보였다.

“응? 동전? 전에 계약금으로 줬던 검은 동전이잖아. 이게 도움이 된다…….”

마혁진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어, 맞아. 흑전은 그냥 던진 거고, 이게 도움이 될 거야.”

바로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

흠칫 놀라 몸을 돌리는 동시에 시야의 사각에서 불쑥 튀어나온 손가락이 이마를 때렸다!

따아아아악-

마른 장작 쪼개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영혼을 때리는 고통과 함께 각성력이 차올랐다!

탁-

이세기는 떨어지는 검은 동전을 낚아채며 말을 이었다.

“2대만 더 맞자. 방금 검은 폭풍 보니까. 너라면 3대는 충분히 버티겠더라.”

‘뭐? 야 그만! 충분해! 멈춰……!’

그러나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손가락은 거침없이 날아왔다.

따악, 따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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