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02화>
따따다다다다다닥-
악, 아악, 으아아악-!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는 타격음과 비명!
미친 듯이 딱밤을 날리는 사람과 정신없이 딱밤을 맞는 사람!
텅 빈 대형 광고판이 내려다보는 건물 옥상에 기괴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러나 이 기괴한 광경을 만들어 낸 장본인!
딱밤 폭풍을 날리는 천문석은 한없이 진지했다!
망했다! 완전히 망했다!
2004년 이세영 선생님에게 들은 것과 모든 게 달라졌다!
‘계획은 변수가 생길 여지가 없이 완벽했는데?!’
하나. 연료인 각성력을 심상 공간에 쏟아붓고.
둘. 각성력의 씨앗, 불꽃으로 시동을 건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이세영 선생님의 심상 공간에 각성력을 가득 채웠고! 시동을 걸기 위해 초능력 계통 중에서도 전투 예지의 씨앗을 담은 딱밤을 날렸다!
원래 역사대로라면 이세영 선생님은 이 딱밤 한 방에 깔끔하게 기절하고 노화 역전 각성, 검은 폭풍이 되어야 했다!
이미 마혁진에게 검증을 끝냈고!
더 어려운, 둘로 나뉜 일기공과 일원공을 하나로 합쳐 일기일원공의 시동을 거는 것도 성공했다!
이세영 선생님을 검은 폭풍으로 각성시키는 건 휘발유에 성냥을 던져 불을 붙이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각성력의 씨앗, 불꽃이 담긴 딱밤을 날려도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
당연하다!
휘발유에 불붙은 성냥, 라이터, 횃불을 던지는데도 불이 붙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왜? 도대체 왜 안 되는 거야?!’
천문석은 폭풍처럼 약지 딱밤을 날리며 외쳤고.
이세영은 머리를 감싸 안은 채 비명을 지르며 대답했다.
“절대 제 본의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야, 그만! 아앗- 그만해! 호석이 너 뭐 하는 거야?!”
“저 호석이 아닙니다! 귀인! 귀인이라니까요!”
“으윽- 알았어! 귀인!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아아악-!”
“조금만 참으세요! 조금만 더 하면 될 거 같아요!”
“뭐가 된다는……! 으악! 이제 그만 하라니까! 으아악-!”
……
천문석은 외침과 동시에 폭풍 같은 딱밤을 날렸다.
그러나 아무리 딱밤을 날려도 이세영 선생님은 쓰러지지 않았다!
거센 바람에 휘청, 휘청- 당장이라도 부러질 듯 흔들리지만, 결국 폭풍을 견디는 갈대처럼 버티고 계셨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지만, 멈출 수는 없다!
이미 기호지세다!
1. 깜짝 놀란 탄성 지르기!
2. 리볼버와 정품 마탄 증정!
3. 딱밤을 날려 노화 역전 각성하기!
3단계 계획의 마지막 3단계를 이미 시작했다!
지금 멈추면 지금까지 이세영 선생님이 딱따구리처럼 쉴 새 없이 딱밤을 맞은 게 모두 허사가 된다!
아니, 그보다 더 나쁘다!
여기서 멈추면 완전히 망한 것을 넘어 대폭망한다!
이 여파, 나비효과가 어디까지 미칠지 감도 오지 않았으니까!
퇴직금을 모조리 투자해 치킨집을 차렸는데, 막상 치킨을 튀길 기름통에 불이 안 붙는 상황!
여기서 멈추면 퇴직금을 모조리 쏟아부은 치킨집이 망하는 거다!
“선생님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치킨집이 망해요!”
“치킨집?! 아니 딱밤 맞는데, 무슨 힘을?! 아앗- 호석…… 아니 귀인 그만, 잠깐만 멈추라곳?! 아앗-”
이세영 선생님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으나 멈출 수는 없다!
천문석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딱밤을 날리며 외쳤다.
“죄송합니다!”
따다다딱-
앗, 아아앗-
그러나 아무리 딱밤을 날려도 2000년의 이세영은 기절하지 않았다.
천문석의 잡낭 구석에 놓인 검은 동전, 꼬맹이 김철수가 직접 만졌던 흑전만 점점 더 빠르게 명멸하고 있었다.
마치 불 위에 올려놓은 냄비에 담긴 물이 뜨거워지는 것처럼!
그리고 마침내 99도 물이 끓고, 흑전이 터질 듯이 빛나는 순간.
따아아악-
통렬한 타격음 사이로 생각지도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뭐 하냐?”
“……!”
흠칫 놀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자 보였다.
이세영 선생님의 어깨 너머.
온갖 잡동사니가 널린 옥상 끝 난간에 서 있는 사람.
얼굴에 천을 둘둘 감았지만, 한눈에 알아봤다.
생각할 것도 없이 염동 대협이다!
주위 몬스터를 정리하고 짱박혀 있어야 할 염동 대협 마혁진이 옥상에 나타났다!
이세영 선생님이 있는 옥상에!
“……!”
천문석은 재빨리 눈빛과 입 모양으로 신호했다.
‘너 여기서 뭐 해? 검은 폭풍한테 걸리면 안 된다고 말했잖아?! 당장 튀어!’
“…….”
그러나 마혁진에게서는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마혁진의 머릿속에서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으니까!
* * *
“……!”
마혁진은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불과 몇십 분 전, 건물을 떠나기 전에 분명히 봤다!
이세기가 부르자 하늘이 응답하는 모습을!
자유자재로 시간을 거슬러 오르고, 그 부름에 하늘마저 답하는 존재.
이세기!
그런 이세기와 각성하기 전인 검은 폭풍이 만났다.
당연히 일어날 일은 하나밖에 없다.
검은 폭풍의 각성!
낙동강 전선을 지키고 5개의 게이트가 중첩된 서울 수복에 성공!
그리고 전국의 대도시에 열린 모든 게이트에 안정화 장치를 설치해 게이트 전쟁을 승리로 인도한 검은 폭풍!
이세기의 목적은 천외천의 전투 예지 능력자, 검은 폭풍의 각성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검은 폭풍의 뒤를 쫓던 몬스터 무리를 흩어 버리고 바로 주위를 정리했다!
이때 갑자기 변수가 튀어나왔다.
완전 무장하고 북쪽에서 나타난 사람들!
그래서 바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이세기가 있는 건물 옥상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들은 이세기와 검은 폭풍이 있는 건물 옥상의 텅 빈 광고판을 확인하더니 반색해서 이동을 시작했다!
‘이대로면 이세기가 검은 폭풍을 각성시키는 장소에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난입하게 된다!’
재빨리 건물로 달려와 외벽을 타고 옥상까지 기어 올라왔다.
얼굴에 천을 둘둘 휘감고 난간 위로 살짝 얼굴만 내밀고 갑자기 튀어나온 변수를 알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난간 위로 얼굴을 내밀어 옥상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담긴 모든 계획과 생각이 단숨에 사라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세기 녀석이 자신의 신호를 보지 못한 이유가 두 눈에 보였으니까!
딱딱, 따다다다다다닥-
광승이 목탁을 두들기듯 울려 퍼지는 타격음!
이세기는 검은 폭풍을 향해서 딱밤을 날리고 있었다!
직접 맞아 봤기에 알았다.
단 한 번의 딱밤에 각성력이 차오르고 환골탈태하듯 몸이 확 좋아졌다.
그러나 딱밤이 닿는 순간 영혼을 타격하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이세기는 그런 딱밤을 말 그대로 미친 듯이 난사하고 있었다!
마치 철천지원수를 만난 것처럼!
그러나 딱밤을 맞는 사람은 철천지원수가 아니다.
수천만 대한민국 국민을 구할 각성하기 전 검은 폭풍이다!
“……!”
이 순간 마혁진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뚝- 끊어졌다.
저절로 몸이 움직이는 동시에 말문이 트였다.
“야, 이 미친 또라이 새끼야! 너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당장 그만해!!”
* * *
“……!”
쉴 새 없이 눈빛과 입 모양으로 신호했는데도 마혁진은 외침과 동시에 달려왔다!
‘미친 또라이 새끼!’
버려진 사당의 고아, 천문사 주지, 마도 18문의 지존, 현생 알바, 이세기 새끼까지!
전생에서 현생까지 욕을 먹는 건 밥 먹듯 익숙하기에 전혀 타격이 없었다!
문제는 마혁진의 외침을 이세영 선생님이 들었다는 것!
“……!”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이세영 선생님!
파파팟-
번개같이 생사팔문의 보법을 밟아 시선을 가렸지만 이미 늦었다!
“앗! 아아! 누구?! 좀 도와주세요! 제 제자가 지금 공황 쇼크가 왔어요! 전투 스트레스로 맛이 갔어요! 빨리 와서 도와주세요! 갑자기 자기기 귀인이라면서 딱밤을 마구 날려요! 극심한 공황 상태입니다!”
이세영 선생님이 언제나처럼 헛다리를 짚는 순간.
“……!”
“……!”
앞을 막고 딱밤을 날리려던 천문석과 그 딱밤을 막기 위해 달려오던 마혁진은 멈칫했다.
‘공황 쇼크? 내가 공황 쇼크가 왔다고?!’
‘전투 스트레스? 뭐? 누가 뭐를 받아?!’
천문석과 마혁진이 서로를 보는 순간.
콰아아아앙-
폭음이 터지고 무언가 휙 날아왔다.
반사적으로 돌아간 시선에 깡깡- 쇳소리를 내며 바닥을 구르는 구겨진 철문이 보였다.
옥상과 건물을 잇는 유일한 입구!
몬스터 무리가 두들기던 캐비닛, 책상, 잔해로 막혀 있던 철문이 떨어져 나왔다!
몬스터의 포효가 아닌.
익숙한 화약 폭음과 함께!
“……!”
“……!”
“……!”
천문석, 이세영, 마혁진!
온갖 난장판에 구른 베테랑 세 사람은 반사적으로 잔해 뒤로 몸을 날리고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자욱한 먼지에 가려진 입구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능력자 안에 있습……!”
“각성자! 요새는 초능력자를 각성자라고 부른다니까! 또 초능력자라네!”
“아, 그랬지. 맞아. 각성자! 각성자 안에……!”
“야 멈춰! 대장이 그대로 말하라 준 쪽지 있잖아! 맘대로 부르지 말고 그거 보고 그대로 읽어!”
“대장! 우리가 대장이 있었어?!”
“언제 대장이 생긴 거야?!”
“왜 난 모르고 있었지?”
“와, 어이없는 녀석들! 대장이 없으면 한강을 건너 여기 서초구까지 왜 왔는데?”
“나야 모르지. 난 맥주 6캔짜리 임무 있다고 해서 나왔는데.”
“나도.”
“나도 맥주 때문에 왔는데?”
“어, 뭐야?! 6캔이라고?! 왜 나만 맥주 3캔이야?!”
“넌 술 좀 줄여야 해. 그 배 봐라. 정찰조라는 놈이 무슨 배가 그렇게 튀어나왔냐?”
“맞아, 맞아! 저 녀석 방금 계단 오를 때 헐떡이더라,“
“저 녀석 분명 어디에 먹을 거 꿍쳐 놨다니까. 안 그럼 저 배가 말이 안 돼.”
“그냥 저놈을 뽀미한테 먹이로 주는 게 어떨까?”
“어허! 뽀미한테 불량 식품 주는 거 아니다. 뽀미 분노하면 끝장이다!”
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
“야, 그만 조용! 잡담은 나중에 하고 빨리 대장이 준 쪽지 읽으라니까!”
“그러니까 대장이 누구냐니까?! 대장이 누군지 알아야 읽든 말든 하지!”
“그 대학에서 운동했다는 학생! 이 화염병이랑 이전 장갑 만든 대학생이 우리 대장이잖아!”
“화염병, 안전 장갑을 우리 대장이 만들었어?”
“기억 안 나? 2달 전인가? 처음 괴물 나온 밤에 골목 막고, 오토바이로 유인해서 옥상에서 보도블록 던지고 쇠 파이프로 잡았던 날. 대장이 그거 지휘하고 만들었잖아?”
“사거리 쌀집 큰딸?!”
“아! 쌀 집 대학생 딸이 우리 대장이었구나!”
“와, 이 어이없는 녀석들! 알았으면 빨리 쪽지 준 거 꺼내서 읽어! 이러다가 본대 오겠다!”
“잠깐 기다려 봐! 내가 그 쪽지를 어디에 뒀더라……?”
……
천문석, 이세영, 마혁진.
인기척이 느껴지는 순간 반사적으로 잔해 뒤로 몸을 숨기고, 바짝 긴장해 귀를 기울이던 세 사람을 서로를 봤다.
“…….”
“…….”
“…….”
서로의 얼굴에는 ‘황당함, 어이없음, 이거 뭐야?!’라는 지금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표정이 있었다.
당연했다!
게이트가 열리고 마수와 몬스터가 쏟아진 세기말 대한민국 서울에서 들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만담 같은 대화가 들려왔으니까!
그리고 천문석은 마혁진이 난간에 나타난 이유를 깨달았다.
저 사람들 때문이다!
천문석은 한껏 목소리를 죽인 채 마혁진에게 확인했다.
“야, 저 사람들 뭐야?”
“북쪽. 한강 방향에서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이다. 기척, 은신 계통 각성자 같아. 무장은 헬멧에 강화 플라스틱판을 붙인 구형 군복과 화염병, 쇠 파이프. 손에 제대로 피를 묻힌 베테랑이다.”
바로 견적이 섰다.
은신 계통 각성자가 자욱한 먼지 뒤에서 인기척을 내고 대놓고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의도한 것이다!
그리고 게이트가 열리고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가 쏟아진 서울에서 몇 개월이나 살아남아 저렇게 농담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강자의 증명이다!
상승 무공을 익힌 명문 정파의 강호 초출보다, 삼류 무공으로 뒷골목에서 20년을 버틴 흑도 무사가 몇 배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법!
‘우선 이 자리를 피하고 돌아가는 상황을 본다!’
천문석은 결정하는 순간 바로 입을 열었다.
“우선 여기서 빠진다. 염동. 아래층은?”
“올라오며 확인했다. 비었어. 아까 올라온 난간에 밧줄 걸어 뒀다.”
예상대로 마혁진은 퇴각로를 만들어 놨다.
“선생님. 우선 아래층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알았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이세영 선생님.
“셋에 움직인다. 준비해라.”
천문석은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끌어올리며 숫자를 셌다.
“하나.”
내력을 쏟아 내 기척을 지우려는 순간 환희 어린 탄성이 들려왔다.
“찾았다!”
“멍청한 녀석!”
“그걸 왜 헬멧 안에 넣어놔!”
“쪽지가 칼로리바 포장지라서 찾는데 시간이…….”
“야, 설명은 됐고 늦었어! 빨리 읽어!”
그렇다!
너무 늦었다!
“둘.”
천문석은 바로 기막(氣膜)을 펼쳐 이세영 선생님과 염동 대협 마혁진을 감쌌다.
그리고 마지막 ‘셋’을 말하고 움직이려는 순간 한발 먼저 외침이 들려왔다,
“야, 잠깐 기다려! 너 여기서 만날 사람 있다! 이거 절대 구라가 아니다!”
‘이런 얕은 수라니!’
자신이 이런 뻔한 낚시질에 낚일 리 없다!
지금은 시동을 거는 데 실패하고, 과거와 다른 사건으로 나비효과까지 일어나게 생긴 위급 상황!
말을 하느라 주위가 흩어진 틈에 잽싸게 튀어 수습하는 게 우선이다!
“셋. 옴직…….”
셋을 말하는 동시에 움직이려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몸을 멈출 수밖에 없는 외침이 날아왔다.
“너 이 틈에 튀려고 하고 있지? 야,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믿어! 노화 역전 각성, 아니 시동 거는 거 실패한 거 아냐! 나비효과도 없으니까! 귀인 새꺄! 좀 기다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