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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01화 (1,10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01화>

“제가 바로 귀인입니다!”

천문석은 외침과 동시에 이세영 선생님의 얼굴을 살피며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이세영 선생님에게서 나와야 하는 ‘귀인’이라는 호칭이 자신의 입에서 나왔다!

과거를 바꾸는 원래라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하지만 괜찮다!

어차피 원래 계획은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됐고, 2020년 헌터 업계의 상식을 가르치고 안전 장갑까지 건넸으니까!

물에 빠진 사람은 비에 젖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은 법!

과정이 어떻든 결과만 같으면 된다.

이세영 선생님의 뇌리에 ‘귀인’ 두 글자를 각인시키고.

천외천의 전투 예지 능력자 검은 폭풍으로 각성시키기만 하면 된다!

이때 이세영 선생님의 얼굴에 황당해하는 표정이 생겨나고 입이 열렸다.

“……귀인? 그 귀한 사람 말할 때 그 귀인? 100살이 넘었다고……?”

황당해하는 시선이 마스크에 가려지지 않은 머리, 눈, 귀, 손을 훑는 순간 황당한 표정은 의혹으로 변해 갔다.

당연했다!

머리, 눈, 귀, 손! 어디를 봐도 100살이 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테니까!

천문석은 의혹이 확신으로 변하기 전에 재빨리 입을 털었다.

“제가 사실 노화 역전 각성을 했습니다!”

“노화 역전 각성?”

“일종의 환골탈태 같은 건데, 신체가 젊은 시절로 재구성되면서 각성력의 질과 양이 대폭 증가하는 겁니다! 굉장하죠?!”

“…….”

짧은 침묵과 함께 얼굴 가득 생겨나던 의혹이 측은함으로 변하고 마음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호석이 녀석. 불쌍하게도 정신이 나갔구나…… 하긴 학생 때도 비범했지…… 짤짤이로 학주 선생 지갑까지 털었던 아이니까…….]

‘아니, 잠깐? 뭐가 이렇게 디테일……?!’

불쑥 앞으로 다가오는 리볼버와 마탄이 담긴 파우치.

“생각해 보니까 이 총이랑 탄환 내가 받는 게 아닌 거 같아…… 호석, 아니 귀인한테 이거 돌려줄게.”

호칭은 귀인이라 부르지만 변하지 않은 말투와 타이르듯 파우치를 건네는 모습!

감이 왔다!

이세영 선생님은 전혀 믿고 있지 않았다!

상관없다!

믿음을 사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천문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파우치를 밀어내고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말을 이었다.

“진짜로 전 노화 역전 각성한 100살이 넘은 귀인입니다!”

거짓말은 아니다!

현생 알바로 살아온 20여 년, 전생 천마가 천강의 불꽃에 훅 갈 때까지 산 세월을 모두 합쳐도 100년은 안 된다.

그러나 마공의 부작용을 해결하러 마굴, 도원향, 선계를 뒤지고 사고 치고 도망친 마인 놈들을 잡으러 경계를 넘어 쫓았던 시간을 모두 합치면 100년이 훌쩍 넘는다!

노화 역전 각성도 마찬가지!

천강에 훅 가고 현생 알바로 다시 태어나 전생의 기억을 각성했으니 이것도 일종의 노화 역전 각성이다!

그렇다! 절대 거짓말이 아니었다!

천문석은 하늘을 가리키며 확신을 담아 외쳤다.

“하늘에 맹세코 이 모든 건 사실입니다! 이게 구라면 당장 벼락이…….”

쿠르르릉-

이 순간 하늘에서 대답하듯 우렛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친 이건 뭐야?!

“……안 떨어집니다! 절대 안 떨어져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말을 바꾸는 순간 땅이 꺼질듯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아아-

이세영 선생님!

“…….”

이세영 선생님은 어쩐지 서글픈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호석이가 아니라 100살이 넘은 귀인이었구나…… 아무리 봐도 20대 청년으로 보이는 건 노화 역전 각성을 했던 거구나…… 참 부러운 일이구나…….”

완전히 정신 나간 꼬맹이를 보는 것 같은 표정과 말투!

그러나 마침내 기다리던 말이 튀어나왔다!

천문석은 즉시 치고 들어갔다.

“부러우면 해 드릴까요?”

“응?”

“잠깐만 눈 감아 보시면, 제가 깜짝 선물로 해 드리겠습니다!”

“…….”

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세영 선생님.

“그래. 해 보렴…….”

정신 나간 제자를 바라보는 눈이지만 상관없다.

마침내 허락이 떨어지고! 헬멧을 벗고 이마를 드러낸 채 눈을 감았으니까!

드디어 계획의 마지막 단계를 실행에 옮길 때가 왔다!

천문석은 성큼 한 걸음 다가가는 순간 엄지로 약지를 누르고 마음을 움직였다.

손에는 약(藥)이 있으니, 약지(藥指)!

약지에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담아 딱밤을 날린다.

고통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노화 역전 각성을 시키기 위해서!

소림사 장격각주 광승에게서 가능성을 봤고.

염동 대협 마혁진의 각성력을 채우며 검증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영육과 혼백 사이 무한한 심상 공간에 에너지원, 연료가 될 각성력을 가득 채우고, 그 각성력을 연료로 발현될 씨앗을 툭 떨어뜨린다.

각성력에 씨앗이 닿는 순간 기름에 불꽃이 떨어지듯 쾅-! 일순간에 모든 게 변한다!

2004년 검은 폭풍 이세영 소장님에게 들은 그대로 텅 빈 광고판이 있는 건물 옥상, 바로 이곳에서 이세영 선생님은 노화마저 거슬러 각성하는 것이다.

역대 최고의 전투 예지 능력자 검은 폭풍으로!

천문석은 심상 공간에 몰아치는 각성력을 약지로 움직였다.

각성력이 약지로 이어지는 순간, 하늘에 깔린 먹구름에서 우렛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르르르르릉-

“…….”

흠칫 놀라 파르르 떨면서도 감은 눈을 뜨지 않는 이세영 선생님.

이세영 선생님은 정신이 나간 제자를 믿고 있었다.

그런 선생님의 이마에 최대 출력 딱밤을 날려야 한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천문석은 마음으로 사과하는 순간, 최대 출력 약지 딱밤을 날렸다!

후우우웅-

공기가 거세게 갈라지고.

따아아아악-

약지와 이마가 닿는 순간, 통렬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찰나의 순간 사고가 가속되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심상 공간이 연결됐다!

‘지금이다!’

질끈 육체의 눈을 감는 순간 번쩍 떠지는 마음의 눈!

우선 연료가 될 각성력부터!

심즉동(心卽動)!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 심상과 현상에서 동시에 우렛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르르르르릉-

그리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듯 각성력이 움직였다.

‘됐다! 이제 각성력의 씨앗을 떨어뜨려 시동을 걸면…… 어?’

이 순간 느껴졌다.

영육과 혼백 사이에 펼쳐진 심상 공간!

텅 비어 있어야 할 이세영 선생님의 심상 공간에 무언가 있었다!

‘저게 뭐야?!

반사적으로 연결된 길을 끊으려는 순간, 폭우에 제방이 무너지듯 약지 딱밤으로 연결한 마음의 길을 타고 각성력이 쏟아졌다!

우르르르르릉-

격류가 되어 쏟아지는 각성력!

천문석은 당황하지 않았다.

괜찮다!

각성력은 연료이자 휘발유고 각성력의 씨앗은 불꽃이자 자동차다!

휘발유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자동차에 휘발유를 넣고 시동을 걸어야 의미가 생긴다!

중요한 건 시동!

각성력의 씨앗을 심고 시동을 거는 거다!

즉, 심상 공간에 먼저 자리한 저 무언가를 잽싸게 해결하고 각성력의 씨앗을 심는 동시에 시동을 걸면 된다!

원래 타인의 심상 공간을 제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지금 이세영 선생님은 정신줄을 놓았기에 지배력이 확 떨어졌다.

게다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보여 주는 예시가 이미 자신 안에 있었다.

천강흔 랜덤 박스!

이세영 선생님의 심상 공간 안 무언가를 자신처럼 랜덤 박스에 담아 밀봉하면 된다!

그리고 각성력의 씨앗을 던지고 시동을 걸면 된다!

찰나의 순간 계획을 세우고.

“할 수 있다!”

외침과 동시에 질끈 마음의 눈을 감는 순간 육체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리고 보였다.

“……!”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으로 일그러진 얼굴.

기절하지 않고 멀쩡히 눈을 뜨고 계신 이세영 선생님이!

*   *   *

회광반조(回光返照)?!

‘선생님 죄송합니다!’

마음으로 사과하는 동시에 쓰러지는 몸을 받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아무런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앗-! 호석아 왜? 갑자기 딱밤은 왜 날리는 거야?! 으아앗-.”

머리를 부여잡으며 지르는 고통스러운 목소리만 들려왔다!

“……!!”

최대출력 딱밤을 맞았는데도 기절하지 않았다?!

“이세영 선생님? 어떻게?!”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너 역시 호석이 맞구나! 갑자기 왜 딱밤을 날리는 거야?! 으윽- 내 머리……!”

울상이 되어 이마를 부여잡는 이세영 선생님!

“……!”

천문석은 진심으로 놀랐다.

그러나 마음이 놀란 것과 달리 몸은 벌써 움직이고 있었다.

‘한 번 더!’

후아아앙-

거센 바람과 함께 로켓처럼 쏘아지는 왼손!

아앗-

그러나 선생님은 손이 닿기도 전에 고개를 움직였다!

휘이잉-

로켓처럼 쏘아진 왼손이 허공을 가르고 깜짝 놀란 외침이 터졌다.

“아앗! 또?! 너 왜 자꾸 그래……?!”

각성도 안 한 이세영 선생님이 자신의 손을 피했다고?!

“……!”

천문석은 또다시 경악했다!

그러나 이미 시야의 사각에서 오른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따아아악-

통렬한 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터진 비명!

“악- 내 머리! 으으윽-“

“……!”

놀랍게도 이번에도 기절하지 않았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버텼다!

염동 대협 마혁진은 각성력을 채우기 위한 1/10 출력 딱밤 한방에 정신줄을 놨다!

그런데 이세영 선생님은 최대 출력 딱밤을 버티고 계셨다!

그것도 2번이나!

“……!”

아무리 약지(藥指)로 때렸어도 담겨 있는 본질은 전법륜인(轉法輪印)!

말로는 전할 수 없는 지고한 법을 전하는 수인은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에 뜻을 때려 박는다!

전생의 스승님과 여행하며 몸으로 깨달았고!

자신의 가르침을 받은 특급 헌터가 하늘을 잇는 것을 보며 다시 깨달았다!

전법륜인 딱밤은 맞는 순간 무조건 먹히는 기술이다!

그런데 이세영 선생님은 버텼다!

“으으윽- 엄청 아프잖아……!”

이마를 부여잡은 채로 울상이 됐지만, 눈은 여전히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호석아 너 갑자기 왜 그래?”

“죄송…….”

자신도 모르게 사과가 나오려는 순간 마음을 다잡았다.

하다가 멈추면 아예 안 한 것만 못하다!

그 속담이 딱 맞는 상황이다!

연속으로 딱밤을 날리면서 이세영 선생님의 심상 공간!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자리한 심상 공간에 각성력이 더 채워졌다!

커다란 건물에 휘발유를 잔뜩 뿌린 것과 마찬가지 상황!

무언가에서 불꽃이라도 튀는 순간 쾅! 모든 게 끝장난다!

밀봉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휘발유를 발화시킬 불꽃이자 시동을 걸 각성력의 씨앗!

초능력 계통 각성력의 극한, 전투 예지 능력의 씨앗을 심고 시동을 걸어야 한다!

지금 당장!

천문석은 진심을 담아 외쳤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순간 이세영 선생님의 얼굴이 사색이 되고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뭐? 잠깐! 호석이 너 뭐 하려는……?!”

이세영은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훙훙, 후우우웅-

거센 바람과 함께 무언가가 잔상을 흘리며 날아왔으니까!

“……!”

이세영은 바로 그 정체를 알아봤다!

딱밤!

폭풍 같은 딱밤이 쏟아진다!

“아앗, 으아앗-! 그만, 잠깐 호석아! 그만 멈춰!”

“선생님! 저 호석이 아닙니다! 귀인입니다! 귀인!”

후우우웅-

다급한 외침에도 딱밤은 멈추지 않았고.

으아아앗-

이세영은 기합을 지르며 딱밤을 피했다.

휙, 휘휘휙-

머리를 가린 채 상체를 흔들고.

타닷, 타다닷-

펄쩍 뛰어 뒤로, 옆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지금 딱밤을 날리는 사람은 천문석이었다.

무공을 배우기 전에도 근접 개싸움에는 적수가 없던 달인이었다.

그런 달인이 천마 신공에 입문하고, 그 부작용을 해결하기 유불선(儒佛仙)을 참오하고 온갖 무공을 배웠다.

주먹을 휘두를 공간도 없이 몸과 몸이 맞닿는 순간 결론은 이미 난 것과 마찬가지였다.

허허실실(虛虛實實)!

보리보리보리보리보리!

미친 듯이 보리만 외치는 광인처럼 허초에 허초를 섞고, 다시 허초에 허초를 섞었다!

이십오유(二十五有)를 모두 비춘다는 천수관음의 손처럼 끝없는 손그림자가 밀려왔다!

“……!”

이세영이 입을 떡 벌리는 순간 목탁을 두들기듯 통렬한 타격음이 울렸다!

따아악-

이게 시작이었다.

미친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 대듯 쉴 새 없는 타격음과 비명이 울려 퍼졌다.

따딱, 따다다다다다닥-

아악, 아아악, 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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