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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00화 (1,10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00화>

“호석이! 네가 어떻게 여기에……?”

이세영 선생님이 헛다리를 짚는 순간.

천문석은 잽싸게 끼어들려 했다.

“잠시만…….”

그러나 한발 늦었다.

“앗! 서울대! 그렇지! 저 산 너머에 서울대 있었지! 요새화 했다는 대학이 서울대구나! 그래도 위험하게…… 아앗 감귤! 감귤이라는 초능력 고양이가 지켜 준다는 대학! 거기가 서울대?! 혹시 감귤이랑 같이 온 거야?! 아까 천둥벼락! 몬스터 갈가리 찢어진 것도 감귤이……!”

이세영 선생님은 환희 어린 얼굴로 정신없이 말을 쏟아 냈다.

도저히 흘려 들을 수 없는 말을!

“……!”

서울대를 말하며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세영 선생님.

순간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지고 주위를 둘러싼 산과 시가지, 도로의 이름이 파팟 떠올랐다!

바로 뒤에 보이는 산은 우면산, 주위에 펼쳐진 시가지는 서초구다!

그렇다면 버스와 차량 행렬이 빠져나간 도로는?

서초구를 관통해, 대전, 대구, 부산으로 이어지는 경부고속도로다!

이세영 선생님은 제대로 된 탈출 경로를 잡았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정보가 더 있었다.

서울대가 요새화됐다고?

초능력 고양이 감귤?

서울에 게이트가 열렸을 때 요새화된 대학은 한강 남쪽에 있는 서울대가 아닌 북한산과 붙은 국민대였는데?!

‘초능력 고양이 감귤? 그런 고양이가 있었……?’

기억을 되짚는 순간 번쩍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1차 세기말 대한민국 사건!

버스를 몇 번이나 놓치고 젊은 장철을 만나 국민대까지 차를 얻어 탔다.

그때 북한산과 이어지는 국민대 도서관 뒤, 앙상한 나무 아래 고양이 집에서 발견했다.

햇볕이 내리쬐는 낙엽 위에 발랑 드러누워 데굴데굴 구르는 새끼 고양이.

새끼 고양이는 낙엽이 붙은 새하얀 털 위로 노랗고 검은 털이 멋진 무늬를 그려내는 삼색 고양이었다.

그 삼색 고양이 집에는 명패가 걸려 있었다.

[감귤]

하지만 그 명패의 이름은 더 이상 감귤이 아니다.

자신이 명패를 떼어 내 수많은 사람의 찬탄과 감사, 사랑을 받게 될 이름으로 바꿔 놓았으니까!

[뽀미]

등급 외 각성 동물, 뽀미!

국민대와 북한산 일대를 홀로 지켜 낸 뽀미!

이세영 선생님이 말하는 ‘감귤’은 ‘뽀미’의 원래 이름이었다!

그러나 감귤이라는 이름을 이세영 선생님이 알고 있을 리 없다!

뽀미가 각성하기 전, 아니 게이트가 열리기도 전에 자신이 이름을 바꿨으니까!

‘설마?!’

순간 자신도 모르게 주위로 시선이 움직였다.

폐허와 멀쩡한 건물이 섞인 시가지!

당연히 게이트가 열리고 2, 3달쯤 지난 서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세영 선생님에게서 아는 것과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국민대가 아니라 서울대!

뽀미가 아니라 감귤이라고?!

무언가 변했다!

‘설마, 자신이 아는 세기말 대한민국이 아니라면? 엉뚱한 장소로 날아온 것이라면?!’

바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확인할 간단한 방법이 바로 앞에 있었다!

“……온 거야? 서울대에서 관악산, 우면산 거쳐서 경부고속도로까지 길 뚫은 거니? 혹시 군인들이 서울대까지 저지선 끌어 올렸어? 서울대 상황은 어떻니? 사람들 더 받을 수 있어?!”

눈을 반짝이며 말을 쏟아 내는 이세영 선생님.

천문석은 단도직입적으로 확인했다.

“선생님! 서울대 지키는 각성. 아니, 초능력 고양이 감귤 맞나요? 확실한가요?!”

“응?”

의아한 얼굴로 반문하는 이세영 선생님.

“요새화된 대학교 국민대가 아니라 서울대!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도와줬다는 초능력 고양이 이름! 뽀미가 아니라 감귤이 확실한가요?!”

“아!”

이세영 선생님이 탄성을 터트리는 순간 눈에 확신이 담기고 고개가 단호히 끄덕여졌다.

“맞아!”

“……!”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머릿속에서 폭풍이 몰아쳤다!

자신이 아는 과거와 다른 과거로 왔다!!

‘어디서 잘못된 거야?!’

‘용용이! 용용이가 문제인가!’

‘어떻게 제대로 된 시간대로 돌아가지?!’

‘설마, 워커 실트를 만날 때까지 20년 존버를 해야 하는 건가!’

아찔한 현기증과 막막함에 하늘이 빙글빙글 돌 때.

이세영 선생님의 단호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맞아! 국민대 뽀미였어!

“……네?”

“내가 요새 더 자주 깜빡깜빡하네…… 착각했어. 서울대가 아니라 국민대, 감귤이 아니라 뽀미가 맞아! 하하하-.”

머리를 긁적이며 민망한 듯 웃으시는 이세영 선생님.

‘아니, 서울대는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착각을 해야 뽀미의 옛날 이름! ‘감귤’을 정확히 말할 수 있는 건데?!’

황당함에 입이 떡 벌어질 때.

쿵, 쿠우웅-

막아 놓은 옥상 철문이 울리고 선생님의 깜짝 놀라 외침이 이어졌다.

“벌써 따라붙었구나! 호석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냐! 너 어느 길로 왔어? 그 길 이용해서 서울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금 주위 시가지에 숨어 있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세영 선생님 말이 맞다!

지금 중요한 건 뽀미, 서울대가 아니라 계획이다!

1. 깜짝 놀란 탄성 지르기!

2. 리볼버와 정품 마탄 증정!

3. 딱밤을 날려 노화 역전 각성하기!

미리 준비한 계획의 1, 2, 3단계를 진행하는 게 중요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이세영 선생님의 페이스에 말려든 상황!

1단계는 이미 나가리!

2, 3단계로 바로 넘어간다!

“우선 이 파우치 받으세요!”

천문석은 말을 끊고 지퍼를 연 파우치를 손에 건넸다.

“……응?”

묵직한 파우치 안에 담긴 리볼버와 탄환을 보는 순간 확 굳는 얼굴!

“권총, 탄환?!”

이세영 선생님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드는 순간.

천문석은 잽싸게 리볼버를 꺼내 빠르게 설명했다.

“5연발 리볼버랑 전용 탄환입니다!”

“여기 눌러서 실린더 꺼내서 장전하고 방아쇠 당기면 발사됩니다. 간단하죠?”

“특히 이 탄환은 대 몬스터용으로 개발된 마, 아니 특수 탄환입니다.”

“마수, 몬스터, 괴수! 그리고 각성 동물에 각성자까지 가리지 않고 맞으면 전부 끝장납니다!”

“그래서 이렇게 총구를 겨누면 항상 외쳐야 합니다!”

“사선 확인!”

“사선 확인!”

리볼버를 겨누는 순간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외침.

“항상 사선 확인을 외쳐서, 다른 사람이 사선을 확인하도록 해야 합니다.”

예전에 이세영 선생님에게 배운 그대로 설명하고 리볼버를 건네는 순간 문득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절대! 절대로! 빈총이라도! 아군이 있는 방향으로는 쏘면 안 돼! 특히 6번째 방아쇠는 절대로 아군이 있는 방향으로 당기면 안 돼!’

5연발 리볼버를 건네주며 6번째 방아쇠를 조심하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던 이세영 선생님!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세영 선생님에게 리볼버를 받은 후 학교에서 백곰 마수와 싸울 때 말고는 제대로 쓴 적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탄 가격이 더럽게 비쌌으니까!

재금 공업 정품 리볼버 마탄 가격 99만 원!

10발, 100발의 가격이 아니다!

한발! 대물 저격총에 들어가는 대형 마탄도 아닌 리볼버 마탄 한발 가격이 99만 원이었다!

그 탓에 당연히 라이선스 마탄을 사서 채웠다.

그리고 신동대문 터널, 초거대 사슴벌레 위의 싸움에서 사용했다가 정품 마탄을 쓰는 김태우 중령에게 당할 뻔했다!

그 교훈으로 결국 정품 마탄을 사서 채웠지만, 엄청난 가격에 여태껏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이 파우치에 담긴 수백 발의 마탄은 라이선스 마탄이 아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작업 중인 캐부자 헌터들에게서 수거한 재금 공업 정품 마탄이다!

검은 폭풍의 것은 검은 폭풍에게로.

이세영 선생님에게 받은 리볼버는 수백 발의 덤과 함께 원래 주인에게 돌아갔다.

천문석은 처음 리볼버를 받을 때 이세영 선생님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리고 6번째 방아쇠를 당길 때, 빈총이어도 절대 사람에게 겨누면 안 됩니다!”

“5연발 리볼버라며? 6번째 방아쇠라고?”

고개를 갸웃하는 이세영 선생님.

5연발 리볼버의 6번째 방아쇠!

자신도 듣기만 했을 뿐 리볼버를 사용한 게 한 손으로 꼽아도 손가락이 남았기에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모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자신에게 리볼버를 건네줄 때 이세영 선생님의 진지한 표정에서 무언가 느껴졌으니까.

“기억만 해 두세요. 곧 아시게 될 겁니다.”

천문석은 무언가 있는 듯한 의미심장한 표정과 목소리로 마무리했다.

이세영 선생님은 이미 능숙하게 소총을 다뤘다.

바로 다음 단계 노화 역전 각성으로 나아간다!

“아시겠죠? 그럼 다른 선물이 있으니 눈 좀…….”

툭-

이 순간 파우치를 내밀며 단호히 고개를 젓는 이세영 선생님.

“호석아, 나는 이거 필요 없어. 곧 동료들이 데리러 올 거거든. 그러니까 이 총이랑 탄환은 네가 가지고 있어.”

이세영 선생님은 난간 너머 버스와 차량 행렬이 사라진 도로를 가리키며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

“지금 총이랑 탄환은 정말 귀하니까. 함부로 보이면 안 돼. 알았지?”

“…….”

웃고 있는 이세영 선생님을 보는 순간 그 생각과 마음이 바로 읽혔다.

이세영 선생님과 몇 번이나 만났다.

-세기말 대한민국. 각성 전.

-게이트 전쟁이 한창인 부산, 각성 후.

-게이트 전쟁이 끝난 후 학교, 힘을 잃었을 때.

-카지노 나이트의 난장판이 끝난 제주도 해변, 다시 힘을 찾았을 때.

각성 전과 후, 힘을 잃었을 때와 다시 찾았을 때.

겉모습과 가진 힘은 매번 달라졌지만, 그 안에 담긴 본질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홀로 수백의 몬스터 무리를 유인해 폐허를 달리고.

각성력을 넘어 생명력마저 깎아내 낙동강 전선을 지키고.

가르치는 학생이 알바 하는 음식점을 찾아와 같이 설거지하고.

제자를 구하겠다고 균열이 열린 학교로 주저하지 않고 달려간다.

어린 얼굴과 나이 든 얼굴.

평범한 역사 선생님과 천외천의 각성자 검은 폭풍.

가진 힘이 달라져도, 불리는 이름이 변해도 본질은 그대로였다.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며 리볼버와 마탄을 내미는 모습에서 느껴졌다.

이세영 선생님의 안에는 선의와 믿음, 긍정이 가득했다.

천문석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은 언제나 이런 분이셨지…….’

이런 이세영 선생님이기에 할 수 있었다.

그릇이 깨지고 각성력이 마르도록 낙동강 전선을 지키고, 5개 게이트가 중첩된 서울 마경에 길을 뚫어 서울 수복 작전을 성공시킨다.

이런 이세영 선생님이기에 믿고 건넬 수 있었다.

시대를 뛰어넘는 오파츠.

검은 폭풍의 리볼버와 수백 발의 재금 공업 정품 마탄으로 수많은 사람을 구할 거란 걸 알기에.

그렇기에 천문석은 이세영 선생님의 손에 파우치를 꼭 쥐여 주며 말했다.

“이건 저한테 필요 없습니다. 저 각성했습니다. 이제 각성자죠.”

“……각성자?”

“뽀미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뽀미! 앗! 호석이 너 뽀미처럼 초능력을 쓸 수 있게 된 거야?!”

“초능력은 아닌데 비슷합니다.”

천문석은 옥상에 굴러다니는 콘크리트 조각을 주어 장갑 낀 손으로 비볐다.

파스스슥-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쏟아지는 콘크리트 조각.

“……!”

이세영 선생님의 눈이 경악으로 커질 때.

천문석은 씩 웃으며 설득을 시작했다.

“보셨죠? 전 각성자라 총기는 필요 없습니다. 이 리볼버와 탄환은 선생님께 정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받아 주세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탄환 엄청 귀한데…….”

“정말 괜찮습니다! 얼른 받으세요!”

파우치를 강제로 손에 쥐여 주는 순간 느껴지는 촉감.

이세영 선생님은 맨손이었다!

한국에서는 헌터가 되는 순간 강압적일 정도로 몸과 머리에 새기는 게 두 가지 있었다.

-사선 확인!

-안전 장갑 착용!

한국 헌터가 맨손이라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그 맨손! 헌터업 안전교육 안 받으셨어요?!”

“헌터업 안전교육?”

의아한 듯 고개를 가로젓는 이세영 선생님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지금은 게이트가 열린 초기.

헌터 체계가 잡히기는커녕, 각성력의 계통 분류도 이뤄지기 전이다!

당연히 헌터업 안전교육은 없고, 사선 확인을 외치고 안전 장갑을 끼도록 수없이 반복해서 강조하지도 않는다!

사선 확인은 이미 말했으니, 다음은 안전 장갑이다!

원래라면 나비효과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차피 계획은 전부 엉망진창 뒤엉킨 상태!

인제 와서는 나비효과를 말하는 게 우스울 지경이다!

천문석은 공구 벨트에서 안전 장갑을 꺼내 내밀었다.

“이거 얼른 끼세요! 헌터의 필수품! 안전 장갑입니다! 철심, 강화 플라스틱을 박은 한 켤레 만 원짜리 안전 장갑이 손가락의 안전을 지켜 줍니다! 항상! 언제나! 끼고 다니세요!”

“안전 장갑, 어디서 들어 본 거 같은데…….”

고개를 갸웃하며 안전 장갑을 끼는 이세영 선생님.

이제 전할 것은 모두 전했다.

다음에 할 일은 노화 역전 각성이다.

하지만 뜬금없이 딱밤을 날릴 수는 없다!

광고판 뒤에서 나오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소총을 휘두르던 모습!

멀리서 볼 때는 느껴지지 않던 게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 보고 대화하니 느껴졌다.

이세영 선생님의 체력과 반사 신경, 운동 능력은 이미 일반인 이상이다.

각성 직전이다!

그런 이세영 선생님의 손에 재금 공업 정품 마탄과 리볼버가 들어갔다!

게다가 눈앞의 이분은 학창 시절 담임이셨던 자신의 은사님이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진행한다!’

결심과 동시에 생각했다.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마에 딱밤을 날리지?!’

“그런데 호석이 넌 무슨 능력을 각성한 거야?”

‘이거다!’

호기심 어린 질문을 듣는 순간 파파팟- 딱밤을 날리는 계획이 세워졌다.

‘이건 먹힌다!’

감이 오는 순간 바로 입을 열었다.

“사실 전 호석이가 아닙니다!”

“뭐 그럼 설마…….”

언제나처럼 엉뚱한 이름이 튀어나오기 전에 잽싸게 말을 끊고, 이세영 선생님을 낚기 위한 떡밥을 던졌다.

“귀인! 전 사실 100살이 넘은 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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