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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98화 (1,09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98화>

“나에게 와라.”

외치는 순간 낚싯대에 입질이 오듯 부르르 떨리는 전율과 감이 왔다!

‘됐다! 움직인다!’

2020년에는 말라 버렸으나 세기말 대한민국에는 가득한 기의 흐름, 영맥(靈脈)이 움직이고 있다!

이 영맥을 각성력으로 변환시키면 된다!

최종 목적은 이세영 선생님의 노화 역전 각성!

그 전에 겸사겸사 마혁진의 말라 버린 각성력을 채워 주면 된다!

‘빨리빨리 내려와라!’

천문석은 정신없이 달리는 이세영 선생님을 힐끗거리며 마음으로 외쳤다.

이 순간 빗방울이 툭- 머리에 떨어지듯 심상 공간에 느껴지는 게 있었다!

‘영맥! 이제 시작이구나!’

천문석은 바로 일기일원공을 끌어올려 영맥을 각성력을 변화시킬 준비를 했다.

이 순간 심상 공간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거대한 흐름!

하지만 일기일원공으로 흐름을 제어하려는 순간 깨달았다.

일기일원공에 반응하지 않는다!

영맥이 아니다!

“……!”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 두근- 심장이 크게 뛰고 심상 공간에 쏟아진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태양의 인력이 이끌려 공전하는 행성처럼 천강흔 랜덤 박스 태양을 중심으로 원을 그려내는 흐름!

이 흐름에서 너무나 익숙한 느낌이 전해졌다!

무공, 육체, 오러, 마탄, 마력, 초능력!

6계통의 힘, 각성력!

하늘에 마음을 투영해 영맥의 흐름을 불러 각성력으로 변화시키려 했다.

그런데 영맥이 아닌 각성력이 쏟아져 내렸다.

그냥 각성력이 아닌 6계통의 힘이 모두 느껴지는 각성력이!

어둠을 밝히는 빛!

추위를 녹이는 열기!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빛, 열기, 운동.

겉모습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

에너지!

6계통의 각성력이 모두 느껴지는 이 힘은 계통 분화되기 전인 각성력의 근원이다!

“……!”

하늘을 향해 머리를 치켜드는 순간 영안이 번쩍 뜨였다.

보인다.

공기처럼 천지에 가득한 각성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이 흐름에 휩쓸려 민들레 홀씨처럼 흩날리는 각성력의 씨앗이!

이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게이트가 열리고 마수와 몬스터가 쏟아진 후 전 세계에 나타난 초인!

무공, 육체, 오러, 마탄, 마력, 초능력. 6계통의 각성자들!

각성자는 이세계와 연결된 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게이트 마력장 때문에 탄생한다고 알려졌다.

아니었다!

천지에 가득한 각성력의 흐름과 민들레 솜털처럼 흩날리는 각성력의 씨앗!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흐름과 씨앗이 각성자 탄생의 비밀이다!

씨앗이 땅에 떨어져 싹을 틔우고 자라나듯!

각성력의 씨앗이 존재의 본질에 닿는 순간 각성하게 된다!

그리고 빗방울이 떨어지듯 각성력의 씨앗이 심상에 닿을 때 다시 깨달았다.

각성력의 씨앗에 무언가 담겨 있다!

이 순간 전법륜인,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을 전하는 수인으로 각성력의 씨앗에 담긴 무언가가 흘러들어왔다.

‘사람을 지켜라.’

각성력의 씨앗에는 너무나 명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모든 의지(意志)는 주체가 있어야 존재한다.

각성력의 씨앗에 담긴 누군가의 의지. 이것이 말하는 것은 하나였다.

이 엄청난 각성력의 흐름과 씨앗은 자연히 발생한 게 아닌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흐름과 그 흐름에 휩쓸려 모든 곳에 흩날리는 씨앗!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세계 자체를 변화시키는 대주술을 아득히 뛰어넘는 이적이다!

대요마, 요괴선이라도 불가능하다!

마신과 영락한 신이라도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끝을 헤아릴 수 없이 거대한 각성력의 파도가 대기에 몰아치고!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각성력의 씨앗이 그 흐름에 휩싸여 흩날린다!

신위에 올랐다는 초월자들조차 불가능하다!

신위를 넘은 신위.

초월을 다시 초월한 존재!

삼생의 인과를 거슬러 삼천세계를 유랑한다는 허공도의 주인이나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황당하게도 심상 공간에 쏟아진 각성력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오래전 자전거 타기를 배운 사람이 다시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각성력의 흐름과 각성력의 씨앗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의문을 품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류세연과 특급 헌터와 했던 각성력 검사!

무공, 육체, 오러, 마탄, 마력, 초능력!

6계통의 각성력이 완벽한 정육각형을 그렸으나 모두 임계점을 넘지 못했다.

임계점을 넘지 못했기에 6계통의 각성력 중 하나도 발현할 수 없었다!

물이 아무리 뜨거워도 100도에 도달하지 않으면 끓지 않는 것과 같다!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은 각성력!

그러나 치우치지 않고 완벽한 육각형을 그렸기에, 심상 공간에 쏟아진 각성력의 흐름과 씨앗을 움직일 수 있었다.

나 자신은 각성력을 발현하지 못한다.

그러나 타인의 각성력을 채우고 강제 각성시키는 건 가능하다.

그 타인이 누구인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염동 대협 마혁진.

검은 폭풍 이세영 선생님.

마치 누군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한 것처럼 모든 것이 하나로 맞물렸다!

그리고 누가 이 모든 것을 준비했을지도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와, 언제부터 큰 그림을 그렸던 겁니까?”

천문석은 하늘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감탄했다.

이 또한 아득한 하늘의 인과였다.

이세영 선생님을 검은 폭풍, 천외천의 전투 예지 능력자로 각성시키고!

겸사겸사 마혁진의 바닥난 각성력을 채우기 위해 하늘이 준비한 인과!

이제 행하기만 하면 된다!

‘어떤 식으로 채울까?’

고민할 것도 없다.

이미 방법은 생각해 뒀으니까!

거기에 약간의 연출만 더하면 된다!

천문석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하늘에 뜻을 전했다.

“울어라!”

흐린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들어 푸른 전광이 꿈틀거리고.

천지를 떨어 울리는 우렛소리가 북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우르르르르릉-

천문석이 처음 하늘에 뜻을 고하고 우렛소리가 울려 퍼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찰나!

“……!”

이 모든 것을 바로 앞에서 본 마혁진은 돌처럼 굳어 있었다.

이세기가 부르자 하늘이 대답한다!

이게 사람이 가능한 건가?

이 녀석 도대체 정체가 뭐야?!

마혁진이 경악하는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염동! 각성력 채워 줄게! 이리 와라!]

마치 초월적 존재가 말하듯 귀가 아닌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

이세기!

하늘을 부른 이세기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

마혁진은 격동으로 몸을 부르르 떨며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이세기 앞에 도착하는 순간 번쩍 천둥 벼락과 거대한 울림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콰아아앙-

따아아악-

* * *

크아아아아-

오크의 포효가 터지는 순간.

콰이아아앙-

번쩍 섬광과 함께 천둥 벼락이 터졌다.

깨앵, 깨애앵-

선두에서 달리던 늑대와 놀 수십이 나자빠져 질주하던 몬스터 무리와 뒤엉켰다!

‘기회다!’

이세영은 미친 듯이 달려 거리를 벌리며,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들고 우렛소리가 울리는 하늘을 향해 외쳤다.

“이렇게 운이 좋다니! 더 크게 울려라! 하하하-”

이 순간 바람결에 얼핏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따아아악-

바짝 마른 장작을 내려찍는 통렬한 타격음!

끄아아아악-

머리에 도끼가 박히는 듯한 처절한 비명!

“……!”

흠칫 놀라 주위를 돌아보는 순간 소리는 사라지고 변한 것은 없었다.

버려진 자동차와 부러진 가로수!

곳곳에 흩어진 콘크리트 잔해와 박살 난 건물들!

천둥 벼락에 놀라 와르르 뒤엉켰던 몬스터 무리도 다시 가속하고 있다!

넓게 퍼져 몰이하듯 달려오는 늑대.

버려진 자동차를 밟고 도약하는 놀.

살기 어린 포효와 함께 돌진하는 오크.

미친 듯이 달렸지만, 몬스터와의 거리는 겨우 40여 미터 남짓!

반면 목표로 삼은 건물은 아직도 100미터가 훌쩍 넘는 거리에 있었다!

‘이제 곧 따라잡히고 갈가리 찢겨 죽는다!’

미래를 직감하는 순간 어깨에 걸린 소총으로 시선이 움직였다.

이 소총을 건네주고 사격 연습까지 시켜 준 군인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선생님. 마지막 한 발의 탄환은 자신을 위해 꼭 남겨 놓으셔야 합니다.’

“아, 그게 그런 말이었구나.”

이세영은 웃었다.

유희연과 유희명 조카들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서울을 빠져나가던 버스에서 내려 서울로 돌아갔다.

이미 서울은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라 불리는 괴물이 쏟아져 나와 난장판이 된 상황.

군인, 배달부, 공익요원, 화물차 운전기사…….

수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 동생 가족을 구하고 곳곳에 고립된 사람들을 모아 여기 서초구까지 왔다.

그리고 마지막 장애물 몬스터 무리를 유인하고 차량 행렬을 남쪽으로 탈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진인사대천명.

자신은 최선을 다했고 하늘은 최고의 결과로 대답했다.

후회는 없으니 자신이 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발버둥 치다가 떠나면 된다.

으아아악-

이세영은 악을 쓰며 목표로 삼은 건물을 향해 가속했다.

도로 주위에 멀쩡한 건물이 있지만, 그곳으로 피할 수는 없다.

셔터가 내려지고 자동차와 가로수, 콘크리트 잔해로 입구를 막고 판자와 철판으로 창문을 막은 건물들!

가까이서 보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수십, 아니 수백 수천일 수도 있다.

이 건물들에 숨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이 건물에 들어가는 순간 뒤를 쫓는 수백의 몬스터 무리도 건물로 쏟아진다.

그 와중에 숨어 있는 사람들의 흔적을 발견한다면?

자신에게 주의가 끌린 몬스터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사냥을 시작하리라!

그렇기에 자신이 갈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뿐이다!

텅 빈 대형 광고판이 보이는, 아무도 없는 버려진 건물!

그렇기에 이세영은 몬스터의 주의가 흩어지지 않게 더 크게 소리치며 달렸다.

“으아악- 얼른 따라와라!”

이 순간 얼핏 3층 창문에 비친 그림자가 보였다.

벽에서 살짝 얼굴을 내민 채 자신을 보는 아이!

그 얼굴에 실린 공포 어린 표정이 망설임을 거쳐 결심으로 변하는 순간 반사적으로 외쳤다.

“괜찮아! 나 다른 계획 있어! 나오면 안 돼!”

몬스터는 야생 동물이 아니다!

인간 이상의 교활한 지능을 가지고 있다!

이세영은 아이가 있는 창문이 아닌 뒤를 따라오는 몬스터를 향해 외치고, 사방에 널린 돌멩이를 집어 던졌다.

휙, 휙, 휘이잉-

아무 위력도 없는 돌멩이가 날아오자 질주하는 늑대와 놀의 눈에 흉포한 살기가 담겼다.

으아아악-

이세영은 빙글 몸을 돌려 악을 쓰며 달렸고.

우오오오오-

살기가 끓어오른 늑대와 놀은 하울링을 하며 가속했다!

‘의도한 대로 모든 주의가 자신에게 쏠렸다!’

이세영은 미친 듯이 달리며 용기를 낸 아이에게 마음으로 말했다.

‘고마워.’

사람은 본래 악하다고 세상에는 선한 사람보다 악한 사람이 더 많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았다.

세상에는 선한 사람, 남을 돕는 사람이 비교할 수 없이 많았다.

망설임이라는 껍질에 그 선한 마음과 용기가 감춰 있을 뿐.

누구나 작은 계기만 있다면 망설임의 껍질을 깨고 나와 행동한다.

처음 학생들과 난장판이 된 서울을 탈출할 때. 다시 돌아와 두 동생 가족을 구해 탈출하는 몇 달의 여정 동안 수없이 겪었고 만났다.

밤하늘을 바라보면 거대한 어둠에 별이 삼켜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반대였다.

별빛은 어둠을 밝히고 새벽이 되는 순간 떠오른 태양이 세상을 환하게 밝힌다.

해야 할 일은 용기 내 껍질을 깨고 나올 때까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기다려 주는 것뿐이다.

‘그럼 안녕.’

힐끗 아이 그림자가 있던 창문에 작별 인사를 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쿵-

자동차 지붕을 밟고 도약하는 놀!

포물선을 그리는 놀의 궤적이 창문 바로 앞을 지난다!

벽에서 얼굴을 내민 아이는 자신을 바라보느라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

이대로면 놀이 아이를 인식한다!

“……!”

이세영은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바닥을 구르는 순간 180도 반전!

어깨에 멘 소총을 풀어 겨눴다.

평생 교사였기에 총은 잡아 본 적도 없다.

소총을 처음 잡은 것은 서울로 돌아올 때 경기도로 저지선을 물리는 군인들을 만났을 때다.

하지만 소총과 탄약을 받고 처음 사격 연습을 하는 순간.

이세영은 자신이 사격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후, 하-

한 번의 심호흡에 육체의 떨림이 사라지고 흔들리던 사선이 쭉 뻗어 나갔다.

이 순간 눈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손으로 느껴졌다!

‘걸렸다!’

이세영은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아앙-

소총에 남은 마지막 한 발의 탄환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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