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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97화 (1,09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97화>

세상은 3인칭 시점의 영화도 전지적 시점의 소설도 아니다.

1인칭 시점!

누구나 자신의 눈과 귀로 세상을 보고 듣고, 마음으로 느끼고 생각한다.

즉, 시야가 닿지 않는 곳을 볼 수도, 보지 못한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도 없다!

수백의 몬스터 무리에 쫓기는 이세영 선생님이 무사히 건물 옥상에 도착해 ‘귀인 1’, 자신을 만날 수 있었던 이유!

그 답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1인칭 시점의 이세영 선생님이 존재를 인식조차 하지 못한 ‘귀인 2’가 뒤를 쫓는 몬스터 무리를 저지한 거다!

그 숨겨진 ‘귀인 2’를 아득한 하늘의 인과는 오래전에 준비했고 자신은 이미 만났다.

신동대문에서 처음 만나 깃발을 꽂았고.

열사의 사막에서 거지꼴이 된 모습으로 재회해 기절시켰다!

해운대 난장판에서 스치듯 헤어졌다가.

남중국 푸젠성에서 또다시 만나 의뢰했다!

그리고 남일도와 2004년의 부산을 거쳐 지금 이곳, 세기말 대한민국 서울까지 같이 왔다!

문득 고개를 드는 순간 ‘귀인 2’의 모습이 보였다.

“방금 무슨 말이야? 빠져나온다고?”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는 팍 삭은 얼굴.

망해 버린 칠성파 보스!

염동 대협 마혁진이 바로 아득한 하늘의 인과가 준비한 이세영 선생님을 도울 ‘귀인 2’다!

천문석은 바로 말을 쏟아 냈다.

“염동! 저기 몬스터 무리 군인 추적하는 거 보이지?!”

“저 몬스터 무리 네가 처리해야 한다!”

“앞에서 달리는 군인은 눈치채지 못하게!”

“소리도 흔적도 없이 은밀하게 처리해야 한다!”

“몬스터 무리? 혼자서 은밀하게 뭐……?”

갑자기 쏟아진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하는 염동 대협 마혁진.

“밖에서 안 보이게 몸 숙이고 저곳을 봐!”

천문석은 손을 들어 난간 너머를 가리켰다.

“이쪽 도로 끝 멀리! 몬스터 무리 보이지! 그 앞에 군인이 중요 인물이다! 저 군인이 모르게! 절대 들키면 안 된다! 바로 움직여서 그 뒤를 쫓는 몬스터 무리를 저지해라! 급하다! 빨리 움직여!”

“몬스터 무리, 군인? 갑자기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마혁진은 성큼성큼 걸어와 난간 너머를 보는 순간 굳어 버렸다.

멀리 폐허가 된 도로를 달리는 군인.

그리고 그 뒤를 쫓는 검은 물결, 수백 마리의 늑대, 놀 무리, 오크!

“……!”

입을 떡 벌린 마혁진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저 몬스터 수백 마리를 나 혼자 처리하라고?”

“야! 중요한 걸 잊었잖아! 은밀하게! 절대 앞에 달리는 군인에게 걸리면 안 돼! 빨리 움직여! 너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 저 군인이 이 건물에 무사히 도착해야 해!”

“미친! 지금 마탄, 강화 전투복, 뭐 아무것도 없는데 저걸 처리하라고?! 네가 해 새꺄!”

“난 안 돼!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어! 빨리 움직여! 저 군인 몬스터에 따라잡히면 끝장이야!”

“이 새끼! 또 무슨 구라를 치려고……!”

“이번엔 구라 아니라 진짜야! 저 군인이 당하면 한국! 아니 세계가 끝장날 수도 있어!”

“하! 군인 한 명 몬스터에 당한다고 한국이 끝장난다고?! 말이 되는 구라를 쳐야……!”

염동 대협 마혁진의 얼굴에 짙게 드리워진 불신!

천문석은 직감했다.

자신의 말은 1도 먹히지 않고 있다!

당연했다.

그동안 수없이 구라를 쳤으니까!

어차피 한배를 탄 마당! 더는 숨길 것도 없다!

임팩트 있는 진실로 단숨에 현실을 일깨우고 움직이게 만든다!

우선은 임팩트!

천문석은 마혁진의 말을 끊고 외쳤다.

“저 군인이 검은 폭풍이다!”

“……뭐? 검은 폭풍?!”

경악한 마혁진은 반사적으로 난간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군인을 봤다.

“…….”

찰나의 순간 경악한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미친놈아 그냥 일반인이잖아! 이 새끼가 이젠 꼬맹이도 안 속을 구라를……!”

임팩트 다음에 필요한 건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이 담긴 진실!

천문석은 마혁진의 말을 끊고 다시 외쳤다.

“각성하기 전의 검은 폭풍이다! 여기 2000년 서울, 게이트 열린 세기말 대한민국 서울이다!”

“……!”

2000년 서울?

세기말 대한민국!

시간을 거슬렀다고?!

평소의 마혁진이라면 절대 믿지 않을 이야기다.

그러나 오리배 악어가 하늘에서 떨어지기 전에 있던 곳이 2004년 부산이다!

이미 2020년에서 2004년으로 한번 시간을 거슬렀다!

2004년에서 2000년 세기말 대한민국으로 시간을 거스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진짜 검은 폭풍이라고……?”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가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검은 폭풍의 뒤를 무섭게 따라붙은 수백의 몬스터!

만약 여기서 검은 폭풍이 저 몬스터에 당하면?

서울 수복 작전은 실패한다!

아니, 2004년 서울 수복 작전까지 버틸 수도 없다!

정부의 정보 통제로 2004년의 국민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2020년 게이트 전쟁에 승리한 한국 사람 모두는 알고 있었다.

한반도 전체에 열린 게이트와 던전, 균열에서 쏟아진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가 낙동강 전선으로 끝없이 밀려왔다!

이 거대한 몬스터의 해일을 막아 낸 사람이 바로 역대 최고의 전투 예지 능력자, 검은 폭풍이다!

2004년까지 낙동강 전선을 유지하고, 서울 수복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단 한 사람, 검은 폭풍뿐이다!

이세기의 말이 맞다!

검은 폭풍이 당하면 낙동강 전선이 붕괴하고 그 뒤 안전지대에 피난 온 수천만 국민이 몬스터의 위협에 노출된다.

강릉, 대전 같은 거점과 섬, 제주도에 피난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한 줌!

낙동강 전선이 무너지면 한국은 끝장이다!

모든 걸 깨닫는 순간 마혁진은 외쳤다.

“미친! 너 뭐 하는 거야?! 이럴 때가 아니잖아! 당장 구해야지?! 빨리 따라와!”

“난 안 돼. 여기서 다른 일을 해야 한다!”

“미친놈아! 검은 폭풍을 구하는 것보다 급한 일이 어디 있는데?! 한국이 끝장난다고!”

“설명하려면 길고. 하여튼 난 안 되니까. 빨리 움직여! 잊지 마라! 절대 걸리면 안 된다! 은밀하게 움직여! 몬스터 발목만 잡아! 검은 폭풍이 이 건물에 무사히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

단호히 말을 끊는 이세기.

이 모습을 보는 순간 마혁진은 깨달았다.

이세기 녀석은 입만 열면 구라를 치지만, 몬스터 앞에서 도망칠 비겁자는 아니다!

지금은 진짜로 자신만 움직일 때다!

“알았다!”

마혁진은 빙글 몸을 돌려 달려가다가 멈칫했다.

각성력!

2004년의 마혁진과의 격전으로 모든 각성력이 말랐다!

게다가 헌터용 전투복, 무기, 방어구 하나 없는 상태!

“야, 왜 또? 빨리 움직여! 거리 좁혀지잖아!”

이세기가 외치는 순간.

마혁진은 재빨리 진실을 말했다.

“각성력 말랐어! 이대로는 몬스터 유인하는 것도 힘들다! 총화기, 섬광탄, 신호탄! 뭐 아무거나 없냐?!”

‘아차!’

마혁진은 염동력과 순간 이동의 다중 각성자!

게다가 열사의 사막에서 얼굴이 팍 삭을 정도로 구르며 단련됐다!

중하급 몬스터 수백 마리를 처리하는 건 찰나면 가능하다!

아니 처리할 필요도 없다.

그냥 이세영 선생님이 도망칠 수 있게 은밀하게 염동포탄만 몇 발 발사해도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에너지원, 각성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염동 대협과 칠성파 보스가 격전을 치르고 칠성파 빌딩을 빠져나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각성력이 회복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

마혁진의 각성력은 여전히 바닥!

이세영 선생님을 쫓는 몬스터 무리는 수백!

게다가 절대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조건까지 걸렸다!

천하의 마혁진도 불가능하다!

천문석이 깨닫는 순간.

마혁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야, 정신 차려! 너, 총 없어?! 섬광탄도 없어?! 아무거나 유인할 거 없냐?! 이대로는 몸을 드러내지 않고 유인하는 건 힘들어! 아니면 그냥 얼굴을 가리고 나서서 유인하면…….”

이세영 선생님은 마혁진을 만나지 않은 건 과거의 사실이다.

지금 여기서 마혁진이 이세영 선생님 앞에 몸을 드러내면 과거가 변한다.

무슨 나비효과가 일어날지 모른다!

“그건 안 돼! 잠시만 생각 좀……!”

천문석은 단호히 고개를 젓고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지금 자신이 가진 총기는 검은 폭풍의 리볼버와 마탄뿐!

이건 인과를 잇기 위해 이세영 선생님에게 전해야 할 물건이다!

섬광탄도 당연히 챙기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굉천수가 있었으니까!

강철봉이 있지만, 이걸 사용하려면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아니, 애초에 무게가 변하는 강철봉은 자신이 아니면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한다!

‘섬광탄이라도 좀 챙겨 놓는 건데!’

자신도 모르게 탄식하는 순간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대환단!

칠성파 빌딩에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났을 때 발견한 대환단 조각!

누군가 대환단으로 이세영 선생님의 말라 버린 각성력을 채웠다!

누가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했는지는 알고 있다.

대환단의 약력에서 영기를 뽑아내 각성력으로 변화시켜 채웠다!

잡낭을 열어 훑자 툭 튀어나온 나무 곽!

나무곽을 열자 1/20!

5% 남짓 남은 대환단 조각이 나왔다!

“거리 계속 좁혀지고 있어! 하, 시바! 옆에 멀쩡한 건물이 많은데! 왜 여기로 달려오는 거야?! 야, 당장 움직여야 해! 없으면 말해! 그냥 갈 테니…….”

초조하게 외치는 마혁진.

손톱 크기로 남은 대환단 조각.

마혁진과 대환단 조각을 번갈아 보는 순간 질문이 튀어나왔다.

“가능할까?”

“뭐, 가능? 지금 뭘 재고 있는 거야?! 무조건 구해야지! 검은 폭풍 없으면 한국은 끝장이다!”

그야말로 우문현답!

마혁진의 말이 맞다!

이건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다!

마혁진의 각성력을 채우고 몬스터 무리를 떼어 내는 건 시작일 뿐!

정신없이 달려오는 이세영 선생님을 검은 폭풍으로 노화 역전 각성시키려면 무조건 성공시켜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룰 방법은 이미 계획이 서 있다.

스무 토막 난 대환단 한 조각만 남아 있지만 상관없다!

이 대환단 조각은 마중물일 뿐이니까!

대환단 조각을 마중물로!

태양이 뜬 심상 공간을 순환하는 혼원지기를 에너지 삼아!

마혁진의 각성력을 채우고!

이세기 선생님을 노화 역전 각성시킨다!

천문석은 대환단 조각에 내력을 담는 동시에 외쳤다.

“각성력 채워 줄게! 마음을 열어라!”

“……마음을 열어? 각성력을 채워?! 지금 장난할 때가……!”

마혁진이 다급히 외치는 순간.

벌떡 일어나 성큼 걷는 이세기.

“……!”

마혁진은 흠칫 놀라 물러섰다.

무언가 변했다!

“너 지금 뭘……!”

깜짝 놀라 묻는 것과 동시에 하늘을 가리키는 이세기의 손!

자신도 모르게 손을 따라 움직인 시선이 하늘에 닿는 순간.

쾅-!

벼락이 정수리에 떨어진 듯한 전율이 전신을 흘렀다!

“……!”

마혁진은 하늘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하늘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시선이 닿는 사람.

어느새 원을 그리며 옥상 위를 걷고 있는 이세기였다!

* * *

천문석은 마음을 열고 원을 그리며 걸었다.

정수리로 쏟아진 천맥의 흐름!

발을 타고 올라온 지맥의 흐름!

천맥(天)과 지맥(地)의 흐름이 몸(人)에서 만나는 순간 빙글 꼬리를 물고 원을 그린다.

천지인이 그려내는 태극!

찰나의 순간 하늘과 땅, 몸을 하나로 잇는 물길이 생겨나고!

물길을 타고 쏟아져 천기와 용맥이 심상 공간을 울렸다!

삼천세계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처럼 인지가 끝없이 펼쳐지는 순간!

흐린 하늘 너머 존재하나 보이지 않는 별들이 그려내는 아득한 천의가 비처럼 쏟아진다!

천문석은 다시금 깨달았다.

초절정의 벽을 넘지 못하게 막던 장애가 사라졌다!

천마 신공이 담긴 천강흔 랜덤 박스!

초절정의 벽을 넘는 순간 열릴 예정인 천강흔 랜덤 박스는 누군가 단단히 봉인해 태양으로 변했다!

지금 상태라면 초절정의 벽을 넘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그건 나중 일!

지금은 마혁진의 각성력을 채우고, 이세영 선생님을 강제 각성시키는 게 우선이다!

천문석은 엄지로 중지를 눌러 수인을 짚었다.

본래 목적보다 존재의 본질을 강타하는 더럽게 아픈 딱밤을 때릴 때 더 많이 사용한 수인!

전법륜인의 수인!

그러나 전법륜인의 수인은 말 그대로 전법륜인(轉法輪印)!

말(言)로는 전할 수 없는 뜻(法)을 전하기 위해 만든 수인이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이라면 전법륜인의 극의를 펼칠 수 있다.

사람, 동물, 식물을 넘어 하늘(天)이라는 개념에 뜻(義)을 전한다!

전생 천마가 깨달은 극의!

하늘에 마음을 두고 세계에 묻는다!

‘하늘의 뜻은 어디에 있는가?’

하늘은 무정하여 마음도 선악도 없다!

그러나 그 무정한 하늘을 잇는 아득한 천의에는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이 담겨 있으니.

‘그 아득한 마음은 어디에서 왔는가?’

천의에 담긴 마음이 올 것은 단 한 곳뿐!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서 왔다!

‘그렇기에 하늘에 고하는 마음, 뜻이 곧 천의다!’

대환단의 약력에서 뽑아낸 영기를 마중물 삼아.

천맥과 지맥을 하나로 잇는 흐름, 심상 공간에서 순환하는 혼원지기를 동력으로.

전법륜인의 극의를 펼친다!

천문석은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으로 불렀다.

“나에게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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