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95화>
콰카카카카쾅-
오리배 악어는 폭발하듯 치솟는 물기둥에 실려, 물로켓처럼 하늘로 쏘아졌다.
“미친! 이게 뭐야?! 용용이?!”
마혁진이 사색이 되는 순간.
천문석은 밧줄을 던졌다.
“떨어지면 끝장이다! 묶고 버텨!”
그리곤 외침과 동시에 퐁퐁이와 용용이를 낚아채 작업용 앞치마 안으로 밀어 넣고, 오리배 좌석 틈에 다리를 박아 넣었다.
히잇, 히이히히힛-
이 순간 피리 소리를 닮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용용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치솟는 물기둥 수면에서 얼굴을 쏙 내민 힌돌고래가 보였다!
한 뼘도 안 되는 동글동글 작은 얼굴!
두 눈 가득한 장난기와 말려 올라간 입꼬리!
2004년의 용용이다!
“……!”
바짝 긴장하는 순간 작업용 앞치마 목 부위에서 반투명한 퐁퐁이 얼굴리 튀어나왔다!
구읏, 구으으읏-!
퐁퐁이는 지느러미로 2004년의 용용이를 가리키며 울었다.
특급 헌터처럼 퐁퐁이의 울음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울음소리에 담긴 감정이 이해됐다.
엄마에게 일러바치는 아이 같은 감정!
“아니, 잠깐 이게 뭐야?!”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찰팍, 찰팍-
꼬리지느러미로 수면을 때리고 일어나 오리배 악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우는 2004년의 용용이!
휘잇, 히이이이힛-
용용이는 친구를 부르는 꼬맹이처럼 반가움, 즐거운 감정을 가득 담아 울었다!
“……!”
천문석은 이 모습을 보는 순간 벼락 치듯 깨달았다!
10만 톤급 항공모함을 반으로 뚝 부러트려 한라산에 던지고.
단지 질주하는 것만으로 마수와 몬스터의 해일을 갈아 버린다!
거대 괴수조차 젖은 종이 인형처럼 갈가리 찢어발기는 바다의 재앙이자, 그 이름 자체가 특급 재해 경보인 등급외 각성 동물!
용용이!
2004년의 용용이는 공격한 게 아니다!
퐁퐁이와 용용이!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각성 동물이 나타나자 놀자고 달려온 거다!
“미친! 그런 거였어? 그냥 놔두면 되는 거였다고?!”
“야!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그보다 저 작은 돌고래! 저 새끼 돌고래가 용용이라고?!”
용용이의 실제 모습에 경악하는 마혁진.
사실을 말해도 이미 늦었다!
2004년 용용이의 각성력이 담긴 초고압의 물기둥은 폭발했고!
오리배 악어는 그 초고압의 물기둥에 실려 로켓처럼 날아오르고 있었으니까!
아파트!
고층 빌딩!
우뚝 솟은 산을 지나!
까마득한 하늘을 향해 쏘아진 오리배 악어!
파아아아아-
엄청난 바람이 쏟아지고 급격한 기압 변화에 귀가 먹먹해질 때.
멍하니 용용이를 바라보던 마혁진은 정신을 차리고 오리배 좌석을 붙잡은 채 절규했다.
“……빌어먹을 불운! 믿는 게 아니었는데!”
천문석은 바로 외쳤다.
“염동! 조금만 버텨라!”
“……방법 있냐? 계획 있던 거야?!”
마혁진이 반색해서 묻는 순간.
천문석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을 말했다.
진실.
“아니, 그게 아니라. 이제 떨어질 거니까 버티라고.”
“…….”
짧은 침묵 후 피를 토하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야, 이 미친! 재앙의 화신 같은 새끼! 보자마자 튀었어야 했는데! 의뢰를 받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으아아악-”
마혁진이 절망에 빠져 절규할 때.
천문석은 기감을 뻗어 물기둥을 살폈다.
수백 미터를 치솟는 물기둥에 담긴 상상을 초월한 힘!
그러나 느껴졌다!
2004년의 용용이는 2020년의 용용이보다 각성력의 질과 양, 모두 낮다!
이대로라면 곧 한계에 도달하고 물기둥은 중력에 의해 붕괴해 지상으로 쏟아진다!
물론, 2020년의 용용이보단 못해도 이 거대한 물기둥에 담긴 에너지는 엄청나다!
원래라면 오리배 악어와 함께 산산조각 나는 게 결말이다!
하지만 비장의 한 수가 작업용 앞치마에 있었다!
구읏, 구으읏-!
여전히 가슴지느러미를 파닥이며 분노하는 하늘 고래 퐁퐁이!
물기둥이 바다에 쏟아지는 타이밍!
파도와 물기둥이 뒤엉켜 엉망진창이 되는 순간, 퐁퐁이의 로켓 비행으로 탈출한다!
그리고 잠시 후 예상대로 하늘로 치솟던 물기둥이 멈추고 오리배 악어는 아득한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 * *
수백 미터를 치솟은 물기둥이 거대한 폭포로 변해 쏟아지는 순간, 천지가 무너지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쿠르르르르릉-
그리고 그 정점에 자리한 오리배 악어는 다리와 꼬리를 바둥거리며 바다 위로 떨어졌다!
고지대로 대피한 시민.
사이렌을 울리는 경비정.
해운대로 급히 달려온 경찰차.
확성기를 들고 멍하니 하늘을 보는 영희까지.
해운대 일대의 모두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광경에 넋을 놓고 오리배 악어를 바라봤다.
천문석은 외쳤다.
“마혁진, 준비해라! 바다에 충돌하기 직전에 빠져나간다!”
콰카카카카카카캉-
이 순간 폭음과 함께 다시 한번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쳤다!
추락하는 오리배 악어를 향해서!
“……!”
푸저우 시가지 외곽!
거대 악어를 탱탱볼처럼 튕기며 이동하던 물기둥!
용용이는 오리배 악어를 탱탱볼처럼 튕길 생각이다!
즉, 파도와 뒤엉키는 순간 로켓 비행으로 탈출한다는 계획은 시도도 하기 전에 실패했다!
[야, 이건 반칙이잖아!]
참을 수 없는 분노에 내력을 실어 외치는 순간, 세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휘잇, 히히힛-
꼬리지느러미로 수면 위를 빙글빙글 회전하며 약 올리듯 우는 용용이!
콰아아아아앙-
폭발하듯 치솟아 다시 한번 오리배 악어를 밀어 올리는 물기둥!
틱틱, 틱틱틱-
마침내 한 바퀴를 회전해 시작점으로 돌아온 워커 실트의 회중시계!
찰칵-
깊숙이 눌렸던 빨간 용두가 튀어 오르는 순간.
파스스슥-
회중시계에서 줄기줄기 뻗어 나온 빛이 사방에 몰아치는 각성력을 집어삼켰다!
“……!”
흠칫 놀라 회중시계를 보는 순간 뻗어 나온 빛이 마력 회로를 그려 냈다!
파파파파팟-
찰나의 순간 완성된 마력 회로는 오리배 악어를 완전히 감쌌다!
휘이히히힛-?!
깜짝 놀란 용용이가 수면을 미끄러져 다가오는 순간, 오리배 악어를 완전히 감싼 마력 회로가 폭발했다.
떠오르는 태양의 빛을 지우며 소용돌이치는 물기둥의 굉음을 압도하는 빛과 굉음이 터져 나왔다.
찰나의 순간이 지나 빛과 굉음이 사라졌을 때.
하늘에서 추락하던 오리배 악어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솟구치는 물기둥 속에서 고개를 갸웃하는 새하얀 벨루가, 용용이만 남아 있었다.
히이, 히이이잇-?!
용용이는 깜짝 놀라 물기둥 안과 하늘, 바다를 살폈지만, 그 어디에도 반짝반짝 빛나던 고래는 없었다!
바다를 아무리 돌아다녀도 찾을 수 없었던, 처음으로 만난 친구가 사라졌다!
……-!!
작은 심장이 콩닥콩닥 빠르게 뛰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 번쩍 떠오르는 장소가 있었다!
친구를 처음 만난 곳!
사람은 조금 마수는 가득한 도시!
그 도시를 반으로 나누는 커다란 강에 갑자기 나타났다!
‘친구는 거기서 다시 나타날 거다!’
촤아아-
용용이는 수면 위로 튀어 오르며 사념파를 터트렸다!
보이지 않는 사념의 파문이 하늘과 바다로 퍼져 나갔다!
하늘에 먹구름이 밀려오고 바다에 파도가 치솟는 순간.
콰카카카카카캉-
엄청난 폭음과 함께 소용돌이치는 용오름을 줄줄이 솟아올랐다!
순간 해운대 앞바다에 태풍이 몰아치고, 소용돌이치는 용오름에서 바닷물로 이뤄진 거대 가오리, 날치, 고래, 오징어가 튀어나왔다!
용용이는 태풍과 용오름, 바닷물 생명체를 끌고 서쪽으로 질주했다.
목적지는 커다란 강이 반으로 가른 도시, 서울이었다.
서울 수복 작전을 목전에 둔 지금, 바다의 재앙이 친구를 찾아 서울로 출발했다.
휘힛, 휘히히힛-!
걸리는 것은 모조리 박살 낼 태풍과 용오름, 수백의 바닷물 생명체와 함께!
그리고 이 모습을 해운대에 모인 경비정과 경찰, 헌터들이 봤다.
바다의 재앙이라 불리는 항거 불능의 등급외 각성 동물, 용용이가 서쪽으로 움직인다!
배와 건물, 구조물에서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까지!
그 경로에 걸리는 건 그게 무엇이든 박살 난다!
용용이는 마수와 몬스터, 중국에서 넘어오는 밀수선에는 바다의 재앙이다!
그러나 바다의 재앙이 지나간 경로에는 최상급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의 마석과 부산물이 쏟아진다!
돈이 비처럼 쏟아지는 것이나 마찬가지!
바다의 재앙 용용이의 다른 이름이 바다의 로또였다!
“서해로 이동한다!”
“길드원 전원 긴급 소집한다!”
“전술 운전단 불러! 긴급 출동이다!”
“우리 길드가 가장 먼저 달린다! 거대 괴수는 우리 거다!”
……
헌터, 군인, 경찰에 일반인까지 모두가 용용이 로또가 이동하는 곳 서쪽으로 움직였다.
해운대에 몰린 사람은 순식간에 빠져나가고 텅텅 빈 모래사장에는 한 사람만 남았다.
한 손에 확성기를 들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부산 전술 운전단 드라이버 영희.
“…….”
영희는 어느새 잔잔해지고 햇살까지 내리쬐는 해운대 앞바다를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세기, 재수 없는 녀석…… 어떻게 오리배를 띄우자마자 용용이가 나오냐…….”
* * *
시야를 하얗게 물들이던 섬광이 사라지고, 번쩍 시야가 살아나는 순간.
파아아아아아-
엄청난 바람 소리와 아찔한 부유감이 느껴졌다.
전후좌우, 위아래!
어디를 바라봐도 자욱한 안개뿐 물기둥은 흔적도 없다!
물기둥에 받쳐 하늘로 치솟던 오리배 악어는, 짙은 안개 속에서 추락하고 있다!
‘장철 헌터, 염동 대협은?!’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리자 밧줄로 몸을 얽은 장철 헌터와 마혁진이 보였다.
“염동! 야, 마혁진. 정신 차려?!”
“……!”
악몽에서 깨어나듯 번쩍 눈을 뜨는 마혁진!
“용용이는? 설마 꿈이었던 거야?!”
장철 헌터는 여전히 정신줄을 놓은 상태!
후아아아앙-
순간 자욱한 안개가 사라지고 지상이 보였다!
거대한 강으로 둘로 나뉜 건물, 빌딩, 아파트가 끝없이 펼쳐진 도시!
오리배 악어는 이 도시를 향해 추락하고 있었다!
이대로 지상에 충돌하면 오리배 악어와 함께 산산조각 난다!
당장 로켓 비행으로 빠져나간다!
“퐁퐁이!”
다급히 불렀지만, 퐁퐁이도 정신줄을 놓은 상태!
“야, 염동! 정신 차려! 우리 추락 중이다! 이대로 떨어지면…….”
“뭐, 추락?!”
깜짝 놀라 오리배 밖으로 고개를 내민 마혁진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야! 봤지! 이대로 떨어지면 아작 난다! 염동역장 펼쳐서 저기 강으로 움직이자!”
“미친미친미친! 방금까지 바다였잖아?! 여기는 또 뭐야? 왜 하늘에서 도시로 떨어지는 건데?!”
당연히 천문석 자신이 누른 회중시계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은 이유가 중요한 게 아냐! 당장 역장 펼쳐! 이대로 떨어지면 끝장이다!”
으아아악-
마혁진은 악을 쓰며 염동력장을 일으켰다.
후아아아앙-
그러나 추락하는 오리배 악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틀렸어! 지금 각성력으로는 불가능해!”
“순간이동으로 빠져나가면……?!”
“각성력 떨어졌다니까! 우리는 망했어! 완전히 망했다고! 빌어먹을! 젠장! 으아아-!”
마혁진의 염동력장, 순간이동은 글렀다!
천문석은 잽싸게 작업용 앞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 마지막 희망을 꺼내 들고 흔들었다!
“퐁퐁이! 정신 차려! 너밖에 없다!!”
그러나 반투명한 퐁퐁이는 완전히 탈진해 입을 헤 벌린 채 축 늘어진 상황!
퐁퐁이의 로켓 비행도 텄다!
위기의 순간 머리가 파파팟- 불꽃을 튀기며 돌아가고, 주위의 모든 정보가 쏟아져 들어올 때 문득 보이는 게 있었다!
“……!”
오리배 아래 단단히 고정된 악어!
허공에서 추락하는 악어는 꼬리와 다리를 휘젓고 있었다.
마치 헤엄치듯이!
“이세기! 악어다! 악어한테 명령해 봐!”
같은 모습을 본 마혁진이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명령했다.
“미궁 악어 7호! 날개! 낙하산! 순간이동! 뭐든 해 봐! 추락 중이다! 이대로면 우리 전부 박살 나는 거야! 추락 대비용 안전 물품 있으면 아무거나 해 봐!”
메에에에에에-
순간 염소 울음소리와 함께 거대 악어의 전신에서 폭발하듯 거품이 솟구쳤다!
거품은 순식간에 경화돼 말캉말캉한 탄성체로 변했다!
치이이이익-
탄성 거품이 미궁 악어 7호와 오리배를 통째로 덮었을 때 지상까지 남은 거리는 100여 미터!
오리배 악어 아래에는 시가지 한가운데 자리한 건물 옥상이 있었다!
“충돌한다!”
외치는 순간 탄성 거품에 둘러싸인 오리배 악어는 건물 옥상에 추락했다.
‘지금이다!’
천문석은 끌어올린 내력을 터트려 오리배를 휘감았다!
이 순간 추락의 충격파와 밀려왔다!
빵빵, 빠빠빵-
바람이 가득 찬 풍선이 터지듯 탄성 거품이 연쇄적으로 폭발하고!
콰아아아아앙-
오리배를 휘감은 내력을 뚫은 충격파가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커어억-
염동 대협 마혁진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기절.
이미 기절한 장철 헌터는 튀어 나갈 듯 요동쳤다.
그렇게 영원 같은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진동이 멈추는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마혁진과 장철 헌터부터 확인했다.
호흡, 맥박 모두 정상!
특별한 외상과 내상도 없다!
다음으로 할 건 해운대 앞바다에서 하늘로 이동한 ‘이유’의 확인이다.
워커 실트의 회중시계!
갑자기 초침이 돌고 마력 회로가 튀어나왔던 회중시계는 처음 모습으로 돌아갔다!
마치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는 것처럼!
“워커. 설명을 제대로 했어야지…….”
절로 탄식이 흘러나왔지만 이미 지난 일!
이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언제’인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오리배 악어 주위는 철제 구조물과 판자로 만들어진 벽으로 사면이 막힌 상태.
천문석은 철제 구조물을 잡고 그 꼭대기로 기어올랐다.
태양이 뜬 한낮!
그러나 체온을 날려 버리는 칼날 바람이 불어오고, 철제 구조물에선 냉기가 솟구쳤다.
한겨울이다!
그리고 주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깨진 보도블록과 죽죽 줄이 가고 뒤집힌 아스팔트에는 박살 난 자동차와 멀쩡한 자동차가 뒤엉켰고.
그 주위에는 벽이 무너져 골조가 드러난 건물과 멀쩡한 건물이 섞인 시가지가 길게 이어졌다!
멀쩡한 건물에 붙어 있는 한글 간판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기시감에 말이 튀어나왔다.
“세기말 대한민국?!”
그러나 부산 던전 7층, 공방 도시에서 날아갔던 세기말 대한민국과는 차이가 있다!
그때보다 건물과 도로, 도시의 상태가 좋지 않다!
게이트가 열리고 쏟아진 마수와 몬스터가 시가지를 갈아엎은 지 2, 3달은 지난 것처럼!
‘확실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빠르게 주위를 훑는 시선에 문득 걸리는 게 있었다.
망가진 차와 아스팔트 잔해, 부러진 가로수가 뒤엉킨 도로 한가운데 뻥 뚫린 길이 이어졌다!
누군가 차로 이동하기 위해 길을 뚫은 것처럼!
좌우 폭을 생각하면 대형 버스 크기!
천문석은 뻥 뚫린 도로를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타아아앙-
이때 대기를 찢는 총성이 울렸다.
‘뒤다!’
반사적으로 구조물에서 뛰어내려 한달음에 옥상을 가로지른 뒤, 뒤쪽 난간에 다가가자 들리고 보였다!
쿠아아아아앙-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엔진 굉음!
그르르르르륵-
전면에 철판을 용접하고 난장판이 된 도로를 뚫는 버스와 그 뒤를 미친 듯이 따라붙는 트럭과 자동차!
수십 대의 차량 행렬이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탕, 탕, 타아앙-
이때 다시 총성이 울렸다.
‘멀어지는 차량 행렬 반대쪽이다!’
본능적으로 움직인 시선에 보였다!
방탄 헬멧을 쓰고 야상을 입은 군인이 오리배 악어가 추락한 건물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 군인 뒤에는 꼬리, 아니 검은 물결이 붙어 있었다.
두두두두둗-
아스팔트를 죽죽 갈아엎고 버려진 차를 박살 내는 놀, 오크, 늑대……!
수백에 달하는 몬스터 무리!
각성자도 헌터도 아니다! 일반인 아니 일반인보다 못하다!
다리를 절뚝이는 군인이 혼자서 수백의 몬스터를 차량 행렬 반대쪽으로 유인하고 있었다!
“미친!”
곧바로 내력을 끌어올리며 난간을 뛰어넘으려 할 때, 멀어지는 버스에서 절규하는 듯한 외침이 들려왔다.
“큰이모! 안 돼…….”
귀에 익은 목소리!
반사적으로 움직인 시선에 버스 창문에 용접한 철판 사이로 내민 얼굴이 보였다.
확 어려진 얼굴!
그러나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몇 시간 전에도 봤던 얼굴이니까!
“유희연?!”
몬스터를 유인하는 군인이 유희연의 큰이모라고?!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내력을 담아 군인을 보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외침이 들려왔다.
“……세영 이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