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94화 (1,09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94화>

용용이와 용용이!

바다의 재앙 용용이가 둘이 됐다!

“용용이가 여기서…….”

자신도 모르게 외침이 터져 나오는 순간 한발 먼저 튀어나온 외침이 있었다.

“용용이가 여기서 왜 나와?!”

염동 대협 마혁진!

“이게 말이…….”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어떻게?!”

염동 대협 마혁진은 말을 가로채는 동시에 버럭 소리 질렀다.

“야, 너지! 네가 범인이지?! 용용이 너 때문에 나타난 거 맞지?!”

“말도 안 되는 소리! 바다의 재앙을 어떻게 불러…….”

반박하는 외침이 삽시간에 잦아들고,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손으로 움직였다.

빨간 버튼을 꾹- 누른 채 움켜쥔 회중시계!

“……!”

워커 실트의 회중시계 빨간 버튼을 연타한 후에 용용이가 튀어나왔다!

‘설마, 이것 때문인가?!’

그럴 리 없다! 용용이는 등급외 각성 동물! 회중시계 버튼을 연타했다고 용용이가 둘이 되는 건 말도 안 되……!

“어? 설마……!”

“너 지금! 뭔가 짚이는 게 있지?! 뭐야? 뭐야? 무슨 짓을 한 거야?!”

마혁진이 외치는 순간 번쩍 머리를 스치는 장면들!

남일도로 몰고 온 고속 요트 운전실 창문 아래!

햇살 속에서 쿨쿨 잠든 각성 동물 퐁퐁이와 용용이!

하늘 고래 퐁퐁이와 벨루가 용용이 모두 초고속으로 이동할 수 있다!

순간 저절로 질문이 떠올랐다.

퐁퐁이가 로켓 비행으로 고속 보트에서 남일도의 던전까지 이동한다면?!

길어야 2, 3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잠깐. 아무리 그래도 용용이와 퐁퐁이가 던전에 들어왔다는 건 비약 아닐까?!

애초에 부산에서 헤어진 퐁퐁이, 한반도 근해만 돌아다니던 용용이가 남중국 푸젠성에 나타났다!

용용이와 퐁퐁이는 예측 불허의 각성 둥물!

던전에서 빛의 기둥이 솟아오르자, 구경하려고 날아왔다가 휩쓸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녀석들 언제 휩쓸린 거야?!’

장철 헌터가 처음 들어가고, 오리배 악어에 받힌 자신과 마혁진이 그다음에 빨려 들어갔다!

분명 퐁퐁이와 용용이는 그다음에 던전으로 들어왔을…… 리가 없다!

순간 다시 한번 머리를 스치는 기억!

영희, 철수 신부님, 거리의 사람들까지.

2004년의 부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몇 번이나 이야기했다!

용용이가 갑자기 해안가를 질주해 마수와 몬스터가 깨끗하게 청소됐다고!

이 ‘결과’는 몇 번이나 들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일어난 ‘이유’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유’였다!

바다의 재앙 용용이가 동해, 남해, 서해를 질주하며 한반도 해안가의 마수와 몬스터를 모조리 쓸어버린 이유!

‘용용이는 왜 그랬을까?!’

콰아아아아앙-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가 서쪽 멀리 솟구친 용오름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그 이유가 바로 저기에 있었다!

용오름 사이로 미끄러지는 퐁퐁이와 용용이!

퐁퐁이와 용용이는 대한민국의 해안가를 달려 도망쳤고, 바다의 재앙 용용이는 그 뒤를 쫓아간 거다!

2004년의 용용이와 똑같이 생긴 2020년의 용용이를 쫓아서!

2004년의 칠성파 보스 마혁진과 2020년의 염동 대협 마혁진이 만난 것과 같다!

즉, 자신과 장철 헌터, 염동 대협이 2004년에 도착하기 전.

퐁퐁이와 용용이는 이미 동해, 남해, 서해를 달렸고.

그 뒤를 2004년의 용용이를 추적했다!

던전이 열리자마자 자신과 동료들이 들어왔다. 퐁퐁이와 용용이가 그다음에 들어왔다면 2004년에 먼저 도착할 리 없었다!

던전 진입과 나타난 시간순서가 반대다!

* * *

“……!”

가설이 와르르 무너지고 모든게 복잡하게 뒤엉키는 순간 외침이 들렸다.

“으앗! 저거 왜 여기로 오는 거야?!”

반사적으로 고개를 드는 순간 보였다.

콰아아아아앙-

서쪽 멀리 솟구친 용오름이 이동하고 있다!

해운대를 향해서!

그리고 해운대와 용오름을 잇는 선! 그 선에 오리배 악어가 걸렸다!

“야! 어떻게 된 거야?! 용용이가 왜 이곳으로 오는데?!”

“아직 확실하지 않다! 옆으로 샐 수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위이이이이이잉-

[실제 상황입니다! 해변의 모든 시민분은 즉각 대피해 주십시오. 특급 재해 경보! 용용이가 해운대에 접근 중입니다. 다시 한번 알려 드립니다. 해변의 모든 시민분은 고지대로 대피해 주십시오. 특급 재해 경보! 용용이가 해운대에 접근 중입니다!]

경비정이 경고 방송과 함께 가속해 이탈하고. 해운대 모래사장에서 확성기에 담긴 외침이 들려왔다.

[야, 당장 나와! 용용이 접근 중이야! 빨리 해변으로 도망쳐!!]

부산 전술 운전단 영희!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렇다! 지금은 의문을 풀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용용이는 바다의 재앙 그 자체!

사람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길막했다고 10만 톤급 항공 모함을 반으로 부러뜨린 게 용용이다!

오리배 악어?

스치기만 해도 흔적도 없이 산산조각 난다!

“야, 페달 돌려! 우선 튀고 보자!”

“젠장! 이럴 거 같더라니!”

기잉, 기잉, 기이이잉-

천문석과 마혁진은 의자에 앉아 미친 듯이 오리배 페달을 돌렸다.

그러나 오리배는 느릿느릿 속도가 붙지 않았다!

“이거 왜 안 나가?!”

“더 빨리! 더 세게! 돌려!”

으아아아-

아아아악-

악을 쓰며 페달을 돌릴 때 문득 깨달았다.

“앗! 오리배 바닥에 악어! 염동력으로 던져! 매달린 악어 때문에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아차! 그렇지!”

으아아아악-

염동 대협 마혁진이 염동력장을 펼치고!

기잉기잉, 기잉-

천문석은 미친 듯이 오리배 페달을 돌렸다!

그러나 여전히 느릿느릿, 천천히 움직이는 오리배 악어!

“염동! 각성력 쏟아부어! 아낄 때가 아냐! 이대로면 충돌한다!”

“각성력이 모자라! 어제 난장판에서 바닥까지 긁어 썼다고 말했잖아!!”

아차! 그렇다! 염동 녀석의 각성력이 모자라 오리배 악어를 띄우기 위해 자신이 밀기까지 했다!

‘시바, 시바! 어떻게 하지?!’

순간 느껴지는 섬뜩한 직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동시에 폭음과 함께 하늘로 치솟는 용오름!

콰아아아아앙-

이제 소용돌이치는 용오름은 다섯 개가 됐고, 이 다섯 개의 용오름은 직선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해운대 해변, 오리배 악어를 향해서!

“이세기! 네가 말한 강자가 용용이냐! 이것도 전부 네 계획이야? 용용이, 네가 부른 거지? 그러면 뭐가 계획 있지?! 맞지?! 그렇지?!”

염동 대협 마혁진이 행복회로를 돌렸다.

“아까도 말했잖아! 용용이를 내가 어떻게 불……!”

이 순간 번쩍 뇌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자신에게 바다의 재앙 용용이를 부를 방법은 없다.

하지만 특급 헌터 친구 퐁퐁이를 부를 방법은 있다.

특급 헌터에게 받은 소리 나지 않는 나무토막 피리!

그리고 퐁퐁이에게는 단숨에 해변으로 빠져나갈 방법이 있다!

로켓 비행!

천문석은 잡낭을 열었고 바로 찾았다.

피리로는 보이지 않는 나무토막!

나무토막 피리를 꺼내 부는 동시에 내력을 실어 외쳤다.

[퐁퐁이! 나다! 특급 헌터 친구! 기억하지?!]

외침이 끝나는 순간 시선이 마주쳤다.

포그르르르-

용오름 사이를 미끄러지는 반투명한 퐁퐁이의 두 눈에 떠오른 의아한 눈빛!

‘의아한 눈빛?’

시간순서가 반대다! 그렇다면 저 퐁퐁이는 자신이 아는 특급 헌터 친구 퐁퐁이가 아닐수도 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

퐁퐁이의 의아한 눈에 피어나는 반가움!

구으, 구으으응-!

거센 바람을 뚫고 전해지는 환희 어린 울음소리!

포그르르르르-

물방울이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순간, 항공 모함을 이륙하는 전투기처럼 바다를 미끄러져 하늘로 날아오르는 퐁퐁이!

로켓 비행!

포아아아앙-

퐁퐁이는 직선으로 허공을 날아, 오리배 악어를 향해 날아왔다!

어떻게 먹힌 건지 모르지만, 어쨌든 먹혔다!

“염동! 준비해라! 악어 버리고 해변으로 이동한다!”

“알았어!”

이 순간 쿠르르릉- 진동과 함께 오리배 악어가 가속했다.

“갑자기 왜?!”

깜짝 놀라 오리배 밖으로 몸을 내밀자 보였다.

오리배 주위에서 솟구치는 물거품!

거대 악어의 다리와 꼬리가 움직이고, 바닷물이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밀려나고 있다!

“뭐야?! 갑자기 왜 움직이는…… 악어! 야, 악어가 헤엄치고 있어! 저 악어 살아 있는 거였어?!”

마혁진의 경악할 때.

천문석은 깨달았다.

포아아아앙-

로켓 비행으로 날아오는 퐁퐁이!

쏴아아아아아-

갑자기 해변으로 가속하는 오리배 악어!

둘 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지만 상관없다!

텔레비전의 원리를 몰라도 사용에는 문제없듯!

지금 중요한 건 바다의 재앙을 피해 육지로 튀는 거니까!

“계획대로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구라를 치고, 오리배 밖으로 몸을 내밀어 내력을 실어 외쳤다.

[계획 변경이다! 퐁퐁이, 오리배 안으로 들어와!]

알겠다는 듯 빙글 회전해 가속하는 퐁퐁이!

포아아아앙-

퐁퐁이는 빠르게 거리를 줄였고.

쏴아아아아아-

오리배 악어도 해변을 향해 점점 가속했다.

“됐어! 이대로면 빠져나갈 수 있다!”

해운대 해변이 50여 미터 앞으로 다가오는 순간.

포아아아앙-

퐁퐁이는 포수의 미트를 벗어나는 폭투처럼 오리배를 스쳐 지나갔다!

반투명한 퐁퐁이의 눈이 놀람으로 커질 때.

“괜찮다! 내가 받을게!”

천문석은 손을 뻗으며 흡(吸)자결의 내력을 쏟아부었다!

휘이이이잉-

흡자결의 내력에 오리배 안으로 빨려 들어와.

데굴데굴데굴-

오리배 바닥에서 야구공처럼 구르는 반투명한 영체!

30cm 남짓 손에 쏙 들어오는 어린 하늘 고래와 흰돌고래 벨루가!

가까이서 보니 확신할 수 있었다.

고속 보트 대시보드에 쿨쿨 잠든 퐁퐁이와 용용이 모습 그대로다!

“야, 어떻게 된 거야? 너희가 왜 여기에 있어? 아니, 언제 들어온 거야?!”

용용이는 정신줄을 놓고 퐁퐁이는 구르느라 대답하지 못하는 상태!

이때 마혁진이 외쳤다.

“해변 이제 곧이야! 다음 계획 뭐야?!”

“악어가 멈추면 바로 뛰어내려서 달린…….”

쿠르르르릉-

순간 바닥을 타고 진동이 전해지고!

쏴아아아아-

오리배 악어가 물살을 가르는 속도가 확 죽었다!

“……!”

“……!”

번쩍 고개를 드는 순간 시선이 얽히고 마혁진은 말했다.

“방금 악어! 네가 한 거 맞지?!”

그렇다! ‘악어가 멈추면!’이라고 말하는 순간 물살을 가르는 속도가 확 죽었다!

천문석은 바로 외쳤다.

“악어가 가속하면!”

쿠르르르릉-

그 순간, 진동과 함께 오리배 악어가 물살을 가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지금 너 말로 악어를 조종한 거냐?!”

“……!”

마혁진이 경악하는 순간 던전에 들어오기 직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천장을 뚫고 떨어진 오리배 악어에 충돌해 던전으로 빨려 들어갈 때.

띠디디딛딛디디딛디딛디딛-

워커 실트는 입으로 기계음을 외치고 말했다.

‘미궁 악어 7호! 이제 네 명령도 들을 거다! 여기는 걱정 마!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메에에에에에에-

오리배 악어 입에서 대답하듯 들여온 염소 울음소리!

이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워커 실트는 자신에게 오리배를 짊어진 악어, 미궁 악어 7호의 통제권을 넘겨줬다!

그리고 미궁 악어 7호의 통제 방법은 말로 명령하는 거다!

천문석은 바로 외쳤다.

“미궁 악어 7호 가속해라!”

쿠르르르-

대답하는 듯한 진동과 함께!

촤아, 촤아아아-

미궁 악어 7호는 다시 한번 가속했다!

“이세기! 너 이 새끼! 구라가 아니구나! 진짜로 계획이 있었구나! 으아악-”

“당연하지! 난 언제나 철저한 계획 아래에서 움직인다!”

하하하하하-

카캬카카캌-

천문석과 마혁진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구읏, 구으으읏-

이때 다급한 울음소리가 끼어들었다.

“응?”

문득 시선을 내리자 다리에 달라붙어 정신없이 가슴지느러미를 파닥이는 퐁퐁이가 보였다.

“정신 차렸구나! 걱정 마! 이제 곧 해변이다! 가속하고 있어! 우리 안전하다!”

천문석은 퐁퐁이를 번쩍 들어 멀어지는 용오름을 보여 줬다.

“용오름 멀어지는 거 보이…….”

천문석은 멍하니 주위를 돌아봤다.

“……용오름 어디 갔어?!”

“뭔 소리야? 용오름 서쪽에…… 없잖아! 용오름 어디 간 거야?!”

마혁진이 경악한 외침을 터트리고.

구읏, 구으으읏-!

퐁퐁이가 다급한 울음과 함께 가슴지느러미를 휘저을 때.

찰칵-

손에 쥔 회중시계에서 소리가 들려오고.

틱틱, 틱틱틱틱-

아무리 눌러도 반응하지 않던 회중시계 초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천문석은 알 수 없는 직감에 문득 시선을 내렸다.

반투명한 흰돌고래, 입을 헤 벌린 채 기절한 용용이는 점멸하고 있었다.

마치 미사일을 탐지한 레이더가 경고하듯이!

이 모습을 보는 순간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고 전율이 등골을 타고 달렸다!

“……!”

구읏, 구으읏-

다급히 울며 파닥이는 퐁퐁이!

번쩍번쩍번쩍-

경고하듯 점멸하는 용용이!

틱틱, 틱틱틱틱-

갑자기 돌아가는 회중시계 초침!

“용오름이 갑자기 어디 간 거야?!”

그리고 염동 대협 마혁진의 외침이 들려오는 순간, 흩어진 퍼즐 조각이 하나로 맞물리고 입이 열렸다.

“질문이 잘못됐다.”

“질문? 갑자기 뭔 소리야?!”

“용오름이 아니라 용용이를 봤어야 했어.”

“뜬금없이 무슨 말이야?! 알아듣게 설명……!”

천문석은 오리배 바닥을 가리키며 외쳤다.

“아무거나 붙잡아!”

콰아아아아아앙-

이 순간 사라진 다섯 개의 용오름을 모두 합친 것보다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쳤다.

해변을 향해 질주하는 오리배 악어 바로 아래.

바닷속을 고속으로 이동한 2004년의 용용이가 있는 곳에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