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93화>
부아아앙-
여명이 밝아 오는 도로를 달리던 트럭이 멈추고, 운전석의 영희가 외쳤다.
“해운대 도착했다! 트럭 어디에 댈까? 배 어디로 오기로 했어?”
화물칸의 천문석은 바로 대답했다.
“여기가 최종 목적지야. 염동. 내가 밧줄 풀게 준비해라!”
“오면서 말한 대로 각성력 거의 없다. 네가 힘을 써야 한다.”
염동 대협은 대답하는 즉시 트럭 아래로 뛰어내렸다.
“뭐?”
영희는 깜짝 놀라 운전석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오리배 악어를 고정한 밧줄을 푸는 이세기!
화물칸 잠금쇠를 풀고 오리배 악어를 내릴 준비를 하는 염동 대협!
“야, 잠깐 잠깐만! 여기가 최종 목적지라고? 여기에 오리배 내려서, 어디로……?”
쏴아아아아-
질문과 동시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
문득 고개를 돌리자, 하얀 파도가 밀려오는 해운대 해변이 보이고 머릿속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파도가 밀려오는 해운대 해변!
트럭 짐칸에서 내려지는 오리배 악어!
고속보트가 달리듯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다를 질주하던 오리배 악어!
그렇다! 오리배 악어를 처음 만난 건 호남평야에서 쌀을 싣고 돌아오던 해변이었다!
이세기와 처음 만난 장면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깨달았다.
“미친! 너 그 오리배 바다에 띄우려는 거였어? 오리배 타고 바다를 건너려고?!”
갑작스레 터져 나온 경악한 외침에 밧줄을 풀던 천문석은 반문했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당연히 바다에 띄우려고 가져왔지. 바다에 띄울 거 아니면 해운대로 오자고 할 리 없잖아?”
“나는 당연히 페리선이나 화물선에 싣고 움직이는 줄……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영희는 운전석에서 뛰어내렸다.
“야, 멈춰! 바다 엄청 위험해! 너 그때 바다에서 무사했던 건 용용이가 한 번 쓸고 지나가서 그랬던 거야! 먼바다! 아니 해안에서 200미터만 벗어나도 해양 마수 쏟아진다! 대형 해양 마수한테 잘못 걸리면 경비정도 한 방이야! 야, 멈추라니까! 오리배로는 바다 못 건넌다니까! 너 어디 가려는데? 울산? 호남? 설마 일본?! 어디든 선단 구성하는데 끼어서 이동해야 해! 내가 화물선 소개해 줄 테니까 당장 멈추고……!”
쉴 새 없이 말을 쏟아 내는 현역 부산 전술 운전단 드라이버 영희!
천문석은 웃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의심하고 까칠하게 경고하고 미행까지 하던 녀석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정신없이 말을 쏟아 내고 있다.
그것도 불구덩이로 뛰어 들어가는 친구를 막으려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하지만 자신과 장철 헌터, 염동 대협이 오리배 악어를 타고 갈 곳은 배를 타고는 갈 수 없는 곳이었다.
2004년이 아닌 과거, 세기말 대한민국이니까!
천문석은 웃음을 삼키며 손을 흔들었다.
“야, 걱정할 거…….”
“골드바!”
“……뭐?”
“바다로 나갈 거면 골드바는 나한테 맡기고 가라! 혹시 난파할지도 모르잖아?! 내가 안전하게 보관해 줄…….”
“와, 이 현실적인 녀석!”
천문석이 헛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영희는 외쳤다.
“그것 봐 황당하지?! 바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골드바 생각해서라도 다시 한번 생각……!”
어차피 자신의 수중에 있는 골드바는 쪼개진 골드바 하나뿐이다. 골드바가 가득 담긴 더플백은 철수 신부님에게 있었다.
그리고 이곳 2004년은 완행열차가 잠시 들린 역일 뿐, 목적지가 아니었다.
천문석은 영희의 외침을 한 귀로 흘리며 밧줄을 풀었고, 곧 오리배를 고정한 밧줄을 완전히 풀렸다.
“염동!”
“준비됐다! 밀어라!”
천문석은 즉시 내력을 일으켜 오리배 악어를 밀었다.
그르르륵-
오리배 악어는 트럭 짐칸을 미끄러져 경사로를 타고 모래사장에 내려섰다.
촤아아아-
비산하는 모래와 들썩이는 거대 악어 오리배.
“잠깐 확인 좀 할게!”
천문석은 거대 악어를 밟고 뛰어올라 그 위에 고정된 오리배로 들어갔다.
단단히 묶어 둔 헌터용 배낭.
한호석 병장과의 승부로 딴 군용 배낭.
고소한 냄새가 나는 보자기에 싸인 밀폐 용기.
그리고 좌석에 앉은 채로 고정한 기절한 장철 헌터까지.
사람과 물건 모두 다 제자리에 있다.
천문석은 모래사장으로 뛰어내리며 외쳤다.
“됐어! 다 있다! 염동. 바로 띄우자! 아까 말한 거 기억하지? 내가 뒤에서 밀게!”
“알았다! 역장으로 레일 만들 테니까! 신호하면 밀어라!”
촤아아아-
그 순간, 비산하는 모래 위에 역장으로 이뤄진 레일이 깔렸다.
칠성파 빌딩 난장판에서 각성력이 훅 깎여 쓰게 된 고육지책.
“밀어라!”
으아아악-
천문석이 거대 악어를 잡고 힘을 쓰는 순간.
그르르륵-
오리배 악어는 역장의 레일 위를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영희가 옆으로 따라붙어 외쳤다.
“야, 위험하다니까! 그만해! 아니! 어차피 바다로 나가지도 못해! 저기 경비정 있잖아?!”
영희가 가리킨 해운대 앞바다에는 불을 환하게 밝힌 경비정이 있었다.
“아니 다른 걸 다 떠나서 어떤 미친놈이 오리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괜찮아. 괜찮아. 해안에서 멀리 안 떨어질 거야. 걱정할 거 없어!”
어차피 경비정 근처에는 가지도 않는다.
바다 위에 오리배 악어를 띄우고, 확인하는 즉시 버튼을 누르고 떠날 테니까!
“괜찮아. 괜찮아…….”
천문석은 영희의 외침에 적당히 대답하며 오리배 악어를 밀고 기감을 주위로 퍼트렸다.
지금 중요한 건 가지도 않을 바다에 있을 해양 마수와 몬스터가 아니라, ‘확인’이다!
확인!
이세영 선생님을 치료하고, 천강흔 랜덤 박스를 진화시킨, 해가 뜨기 전에 해운대 앞바다에 나가라는 메모를 보낸 사람의 정체를 확인하는 것!
그 강자는 분명 주위에서 자신을 살피고 있을 거다!
‘어디에 숨어 있는 거냐?!’
천문석은 사방으로 기감을 뻗으며 은밀히 훑었다.
여명이 밝아 오는 바다에는 불을 환히 밝힌 경비정뿐이고, 음영이 드리워진 해운대 백사장 위에는 평범한 사람들뿐!
기감에 걸리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휘이이잉-
이 순간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문득 느껴지는 게 있었다.
해변에 앉은 수많은 사람!
‘아무리 남쪽 부산이어도 이 날씨에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 해운대 모래사장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을 리 없다!
“……!”
반사적으로 기감을 뻗고 오감을 강화하는 순간, 느껴지고 보이고 들려왔다!
“……자기야 너무 춥다.”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건네고 어깨에 올린 손을 끌어당겨 바짝 몸을 붙이는 남녀!
‘아니, 잠깐 이게 뭐야?!’
잽싸게 시선을 돌리며 해변을 훑자 하나둘셋, 일곱, 열, 열셋, 열아홉……!
비슷한 연인들만 줄줄이 튀어나왔다!
기세를 숨기고 기척을 죽인 사람. 아니, 아예 혼자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해운대 모래사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커플이었다!
‘설마, 메모를 보내 놓고 안 나타난 건가?!’
문득 생각이 떠오른 순간 바로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메모를 보낸 강자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밟고 있을 때는 멀쩡하던 층계참에서 이세영 선생님이 계단을 올라 밟는 순간 뇌전이 쏟아졌다.
생각지도 못한 진실에 충격을 받고, 천강흔 랜덤 박스는 열리기 직전! 마음과 몸 모두 방심한 상태에서 쏟아진 뇌전에 일순간에 정신줄을 놓고 기절했다.
자신과 이세영 선생님. 전생 천마와 검은 폭풍이 아무런 낌새도 느끼지 못하고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찰나의 순간에 기절한 것이다!
직접 그 뇌전에 지져졌기에 알 수 있었다.
그 뇌전은 자신이 겪었던 주술, 마법과는 차원이 달랐다!
찰나의 순간 의식이 훅 날아가고 아무런 후유증 없이 아니, 그 이상의 상태로 깨어났다.
이세영 선생님의 금이 간 그릇과 말라 가던 각성력이 채워지고.
열리기 직전인 천강흔 랜덤 박스는 천강흔 태양, 발전기로 진화했다.
평범한 대요마, 요괴선을 아득히 넘어서는 강자다.
게다가 자신에게 남긴 메모에 적어 둔 이름!
천마, 천문석.
정체불명의 강자는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은 자신의 비밀을 알고, 그 정보를 이용해 어떻게 자신을 움직여야 하는지도 알았다.
단순한 강자가 아닌 머리를 쓰는 상대!
수많은 강자와 싸우며 깨달았다.
단순히 힘이 센 녀석들보다 머리를 쓸 줄 아는 녀석이 몇 배나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사실을!
행동만 보면 자신과 이세영 선생님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절대 방심해선 안 됐다.
호의를 가장해 다가오는 건 음흉한 마선(魔仙)의 주특기니까!
그럼에도 천문석은 메모에 적힌 대로 해운대에 와서 해가 뜨기 전에 오리배 악어를 바다에 띄우기 위해 밀고 있었다.
‘바로 지금이 메모를 남긴 강자의 정체를 확인할 기회였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자신이 그 강자였다면 지금 이 순간, 해변에 숨어 살피고 있을 테니까!
‘어디에 있냐? 얼른 나와라!’
천문석은 기감으로 해운대 해변을 샅샅이 훑으며 오리배 악어를 밀었다.
그르르르륵-
오리배 악어는 모래사장에 놓인 염동력장의 레일 위를 굴러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차와아아아-
파도가 밀려오는 해안이 가까워지자 파도 소리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저거 뭐야? 오리배?”
“아래에는 악어가 달렸잖아?!”
“모래 위를 어떻게 구르는 거야?”
“앗! 각성자! 앞에 염동력자다!”
……
염동력자란 말에 호기심 어린 시선이 모이고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경을 시작했다.
“가까이 붙지 마세요! 앞에! 막지 말고 나아갈 공간 열어 주세요!”
영희가 모여드는 사람들을 밀어내고 오리배 악어가 나아갈 공간을 틔웠다.
20, 15, 10미터!
바다가 가까워지고 주위에 구경꾼이 늘어날수록 감각과 기감은 더욱더 예리해졌다.
‘이제 곧 바다다! 분명 무언가 반응을 보일 거다!’
천문석은 활시위를 당기듯 내력을 끌어올려 언제든 반응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착착 순조롭게 진행됐다.
촤아아아아-
오리배 악어는 염동 레일을 미끄러져 파도에 닿았고.
“됐다! 넌 오리배 위로 올라가라! 바다 위에 띄우는 건 내가 할게!”
염동 대협이 염동력으로 오리배 악어를 바다로 밀어냈고.
“야, 이거 받아! 구명조끼랑 신호탄이다!”
부산 전술 운전단 영희는 어디선가 구해 온 구명조끼와 신호탄을 오리배에 던졌다.
“고맙다!”
천문석은 구명조끼와 신호탄을 낚아채는 순간에도 경계를 풀지 않았다.
분명 무언가 반응이 있을 거다.
자신을 해운대로 부른 정체불명의 강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리 없었다!
천문석은 예리한 눈으로 해변을 훑는 동시에 기감으로 시야의 사각을 훑었다.
촤아아아아-
오리배 악어가 밀려오는 파도를 뚫고 마침내 바다 위에 떴을 때도!
“됐다! 나도 올라갈게!”
염동 대협이 역장의 발판을 밟고 뛰어 오리배 위에 섰을 때도!
“야, 멀리 나가면 진짜 안 돼!”
영희가 손을 흔들고 구경꾼들의 환호성이 터질 때도!
우와아아아-
천문석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파도가 세서 이대로면 다시 밀려간다! 바다로 조금 더 이동할게!”
그리고 염동 대협의 외침과 함께 오리배 악어는 해안을 벗어나 바다로 천천히 나아갔다.
촤아, 촤아아아-
해변에서 20여 미터에 오리배 악어가 멈추는 순간 염동 대협은 말했다.
“야. 너 뭐 해? 다음 목적지로 가는 방법 있다며?”
트럭을 타고 오며 모두 이야기했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강자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은 상황.
어느새 하늘은 점점 환해지고 모래사장 위 실루엣만 보이던 형체가 뚜렷하게 보였다.
[해가 뜨기 전에 해운대 앞바다에서 기다려라.]
정체불명의 강자가 메모에 남긴 대로 해운대 앞바다에 도착했고 이제 곧 해가 뜬다!
그 순간 무언가 일어나리라!
상대는 힘과 머리를 겸비하고 정체까지 숨긴 강자!
천문석은 그 무언가를 마냥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해가 뜰 때가 마지노선이다.
그 순간 염동 대협 마혁진이 말한 대로 다음 목적지로 떠나간다!
천문석은 품에서 꺼낸 손을 내밀었다.
워커 실트의 회중시계!
“이게 다음 목적지로 가는 방법이다. 염동. 준비해라. 해가 뜨는 순간 해운대 해변에 엄청난 강자가 나타날 거다.”
“……엄청난 강자? 야, 너 또 무슨 구라를 치려고……!”
반사적으로 외치던 염동 대협은 흠칫 놀랐다.
이세기의 웃음기 하나 없는 바짝 긴장한 얼굴!
온갖 재앙을 불러오고 난장판 속에서 구르면서도 단 한 번도 긴장한 적 없는 이세기!
그런 이세기가 터질 듯한 기세를 갈무리한 채, 바짝 긴장한 얼굴로 해변을 노려보고 있다!
‘이건 진짜다!’
염동 대협 마혁진이 반사적으로 염동력장을 퍼트릴 때.
천문석은 회중시계의 빨간 버튼에 손을 올린 채 모든 감각을 해운대 백사장에 집중했다!
빛바랜 회백색 바다와 물 빠진 푸른 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해가 뜬다!”
그리고 마침내 해가 뜨는 순간.
찰칵-
천문석은 주저하지 않고 회중시계 빨간 버튼을 누르는 동시에 외쳤다.
“준비해라!”
콰르르르릉-
염동 대협이 일으킨 역장의 파문에 대기가 일렁이고 바다가 요동쳤다.
“……!”
“……!”
천문석과 염동 대협 마혁진은 모든 집중력을 모아 해변을 주시했다.
그러나 해가 완전히 뜰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체불명의 강자가 나타나지도.
오리배 악어가 2004년 부산을 떠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지도 않았다.
찰칵, 찰칵, 찰칵-
오리배 운전석에는 회중시계 빨간 버튼을 누르는 소리만이 계속 울려 퍼졌다.
“…….”
“…….”
침묵을 깨뜨리고 염동 대협 마혁진이 입을 열었다.
“엄청난 강자 나온다며?”
“…….”
찰칵-
“2004년 떠나서 다음 목적지로 간다며?”
“…….”
찰칵, 찰칵-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회중시계 찰칵- 거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
이세기와 수없이 엮인 염동 대협 마혁진은 직감했다.
“……혹시 우리 망한 거냐?”
염동 대협 마혁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순간.
찰칵찰칵찰칵-
회중시계 버튼을 연속으로 누르며 확신 어린 얼굴로 대답하는 이세기!
“이게 이럴 리가 없는데? 걱정 마! 당연히 2020년으로 돌아갈 다른 방법, 플랜B 있다!”
이세기와 수없이 엮인 염동 대협 마혁진은 다시 한번 직감했다.
‘설마, 아니겠지? 아무리 이 새끼가 또라이여도 그건 아니겠지……?!’
마혁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2020년으로 돌아가는 다른 방법. 혹시 16년 존버하는 거냐?”
“……!”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찰나의 순간 얼굴을 스친 경악과 뜬금없이 터진 웃음소리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하하, 하하하-
이세기 놈은 할 말이 없을 때 웃음부터 터트리는 녀석이니까!
“16년 존버?! 야, 이 미친! 개 또라이……!”
마혁진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담아 외치는 순간 엄청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아앙-
서쪽!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대한 물기둥이 보였다!
바다에서 하늘로 치솟는 소용돌이치는 물기둥, 용오름!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는 순간 알아보는 용오름이 나타났다!
천문석과 마혁진은 동시에 외쳤다.
“용용이!”
“용용이!”
“용용이가 왜 여기에 나와?!”
천문석은 외침과 동시에 내력을 담아 용오름을 봤다. 그리고 굳어 버렸다.
콰르르르릉-
신화적인 거인이 세상을 받치는 막대기를 휘젓듯 요동치는 바다!
요동치는 바다에서 치솟은 용오름 사이!
생각지도 못한 그러나 너무나 익숙한 광경이 보였다!
포그르르르르-
흩날리는 오색의 물방울!
구으읏, 구으으읏-
다급함이 느껴지는 울음소리!
반투명한 몸으로 미친 듯이 수면 위를 미끄러지는 작은 하늘 고래와 그 등에 업힌 하얀 벨루가!
퐁퐁이와 용용이다!
영체화한 퐁퐁이와 용용이가 도망치고 있다!
‘잠깐 용용이가 도망친다고? 그럼 저 용오름은……?!’
콰아아아앙-
이 순간 폭음과 함께 용오름이 치솟고 그 안에 자리한 형체가 얼핏 보였다!
새하얀 몸체!
파닥거리는 지느러미!
피리 소리를 닮은 울음소리!
히이이이힛-
용용이!
용오름을 휘감은 용용이가 퐁퐁이와 용용이의 뒤를 쫓고 있다!
그렇다!
바다의 재앙 용용이가 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