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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90화 (1,09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90화>

‘골드바다!’

‘골드바다!!’

‘골드바다!!’

……

염동 대협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종처럼 울려 퍼지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때 터져 나온 한호석 병장의 외침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골드바! 이게 다 골드바라고요?!”

“……!”

바닥에 나뒹구는 직육면체 덩어리만 셋!

더플백을 집어 던질 때 느꼈던 묵직한 무게!

손을 뻗어 잡는 순간 감이 왔다.

1kg의 무게와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

진짜 금이다!

1kg 골드바다!

순간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적염성의 난장판.

불타는 배에서 챙긴 가짜 5관 금괴!

그렇다! 이미 한번 가짜 금괴에 속은 적이 있다!

천문석은 삽을 낚아채 골드바를 내리찍었다.

쩡-

프레스로 찍은 듯 반으로 쪼개진 골드바!

“갑자기 왜?!”

“야! 뭐 하는 거야?!”

한호석 병장과 염동 대협의 깜짝 놀란 외침이 터졌지만.

천문석은 신경도 쓰지 않고 쪼개진 골드바 단면을 살폈다.

“……!”

반으로 쪼개진 내부도 금색!

‘진짜구나! 아니지 정확히 살펴야 한다!’

5관 금괴에 낚였던 천문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내력을 일으켜 오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칼끝처럼 예리해진 감으로 1kg 골드바를 살핀다!

눈으로 보고!

두들겨 귀로 듣고!

내력이 실린 손톱으로 꾹꾹 누르고!

코로 냄새 맡고, 혀로 싹싹- 핥았다!

“골드바는 왜 핥는데?!”

염동 대협의 황당해하는 외침은 들리지도 않았다!

매끄러운 금색 표면!

안으로 스며드는 소리와 진동!

손톱 흔적이 남는 무른 금속!

손을 타고 올라오는 묵직한 온기!

코끝을 스치는 부의 향기와 혀를 저릿하게 하는 맛!

그리고 가슴속 공허가 채워지는 이 느낌까지!

천문석은 결론을 냈다.

이건 진짜다!

“진짜 골드바잖아?! 잠깐, 지금 금 시세가…….”

“1kg 골드바가 3억 원쯤 합니다!”

희희낙락 외치는 한호석 병장!

“1kg 골드바가 3억이라고?!”

2020년에 비해 거의 4배 가깝게 오른 가격이다!

즉, 지금 자신의 손에 들린 1kg 골드바는 2020년의 4kg 골드바나 마찬가지였다!

“……!”

충격으로 정신이 아득해질 때.

염동 대협 마혁진은 피식 웃었다.

“내가 아까 말했잖아? 전쟁 중인 대한민국에서 몇 배로 가치가 폭등한 물건이라고.”

순간 정신이 번쩍 들고, 몇 시간 전 대화가 떠올랐다.

칠성파 빌딩 23층, 펜트하우스!

통조림이 산처럼 쌓인 금고 방에서의 대화!

“펜트하우스 금고 방! 야! 거기서 골드바보다 통조림이 더 귀하다며?! 그래서 통조림 쌓아 뒀다고 했잖아?!”

염동 대협 마혁진은 피식 웃으며 골드바를 집어 들어 한호석 병장에게 내밀었다.

“한 병장. 이 골드바랑 저기 트럭에 실린 통조림 몇 개랑 바꿀래?”

“예엣? 골드바랑 통조림이요?! 당연히 전부 드려야죠!!”

한호석 병장은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외쳤다.

“잠깐! 지금 이거?!”

천문석이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말을 잇지 못할 때.

염동 대협은 어깨를 으쓱하며 한호석 병장에게 골드바를 휙 던졌다.

“통조림은 됐고 수고비다.”

“앗! 감사합니다! 대협! 정말 감사합니다! 염동 대협님! 이 골드바면 대학원 박사 과정을 다시 밟을 수 있습니다! 하하하-.”

“…….”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볼 때.

염동 대협의 어이없어 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통조림이 골드바보다 가치 있다고? 어떤 정신 나간 녀석이 그런 말을 해? 야,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당연히 골드바가 더 가치 있지! 안 그러냐 한 병장?”

“네? 어떤 사기꾼이 그런 구라를!”

“아니, 바보도 아니고 그런 구라에 누가 넘어간다고! 하하하-.”

“이건 금이에요! 금! 6.25 전쟁으로 피난 갈 때도 금반지랑 목걸이부터 챙겼다잖아요!”

“지금이 부산 던전이 생기기 전인 게이트 전쟁 초창기도 아니고! 당연히 골드바가 통조림보다 가치 있죠!”

한호석 병장은 손안의 골드바를 홀린 듯이 바라보며 말을 쏟아 냈다.

그 말도 안 되는 구라에 넘어간 바보가 여기 있었다.

바로 자신!

왜 믿었을까?

금고 방에 통조림이 산처럼 쌓여 있었으니까!

한호석 병장과 유희연이 신나게 통조림을 챙겼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야, 염동 새꺄! 네가 말했잖아! 통조림이 더 귀한 거라며?!”

염동 대협!

2004년을 직접 겪은 사람이 약을 팔았으니까!

염동 대협의 입꼬리가 비틀리고 검게 탄 얼굴에 웃음이 생겨났다.

“돈이 멀쩡하게 사용되는데. 누가 통조림으로 물물교환을 하냐? 당연히 돈을 가지고 다니지. 그리고 금고 방에서 말했잖아?”

“뭐? 무슨 말?!”

피식 웃으며 입을 여는 염동 대협.

“골드바 같은 건 처음부터 ‘여기’ 없었다.”

“야, 그게 구라…… 어?”

문득 무언가 머리를 스치는 순간.

“너, 설마?”

염동 대협은 미소를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펜트하우스 금고에는 처음부터 골드바 같은 건 없었지.”

“……!!”

“금고가 아니라 여기에 있었으니까!”

“금고가 아니라 여기에 있었으니까!”

동시에 말이 터져 나오자 씩 웃으며 결정타를 때려 박는 염동 대협 마혁진.

“그리고 너 설마 깡패 두목 말을 믿었냐?”

“와, 이 천하의 사기꾼 녀석……!”

“천하의 사기꾼이면 이 골드바는 나 혼자 독식…….”

“내가 그런 협박에 굴복할 줄……!”

이 순간 믿을 수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2개 더 있다.”

“……지금 그 말은?”

“맞아. 여기에 묻어 둔 가방 2개 더 있다.”

“……!”

“……!”

자신도 모르게 빙글 고개가 돌아가고 수많은 사각형이 그려진 공터가 보였다.

“여기에! 골드바가 가득 담긴 가방이 2개나 더 있다고요?!”

경악한 한호석 병장의 외침이 터지는 순간.

파파팟-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고 생각이 몰아쳤다.

흑전!

정체불명의 마물과 얽히며 한호석 병장의 각성력이 맛이 가고 자신의 촉에도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문제가 생긴 관찰 능력과 촉을 역으로 이용해 더플백을 찾았다.

그리고 마지노선으로 잡은 새벽 5시까지는 아직 한 시간의 시간이 남았다!

‘가능하다!’

확신하는 순간 질문이 들려왔다.

“어때?”

생각할 것도 없다!

빙글 몸을 돌리는 순간 말이 튀어나왔다.

“염동! 난 항상 염동 대협, 널 믿고 있었다!”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한호석 병장이 잽싸게 따라 외쳤다.

“염동 대협을 처음 본 순간부터 형님으로 모시고 싶었습니다! 존경합니다!”

“그랬냐?”

염동 대협 마혁진이 거만하게 고개를 까닥이는 순간 골드바가 날아왔다.

천문석과 한호석 병장은 골드바를 낚아채는 동시에 환호성을 터트렸다.

“가자! 한호석 병장!”

“네! 이세기 선생님!”

두 사람은 공터를 샅샅이 수색하고 삽질하고 찾아냈다!

그리고 새벽 5시!

부아아앙-

트럭은 서울 대성당으로 출발했다.

더플백 2개와 서류 가방 하나.

싱글벙글 웃고 있는 두 사람과 보스의 위엄을 되찾은 한 사람을 태우고.

“야, 염동. 골드바 한 개는 좀 아쉬운데?”

운전대를 잡은 천문석의 외침에 화물칸에서 돌아오는 시크한 대답.

“하는 거 봐서.”

“최선을 다해서 모시겠습니다!”

천문석과 한호석 병장, 염동 대협 마혁진.

모두는 만족한 채 서울 대성당으로 향했다.

***

부아아앙-

트럭이 서울 대성당 정문을 통과하는 순간, 한달음에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내 트럭!”

트럭 주인, 부산 전술 운전단 드라이버 영희였다.

천문석은 트럭을 세우고 차 열쇠를 던졌다.

“별일 없지? 우리 곧 떠날 거거든. 저기 오리배 악어 싣고 출발 준비 좀 해 줘라.”

“뭐? 야, 내 트럭을 왜 네 맘대로 쓰는 건데!”

영희가 발끈해서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빙글 고개를 돌렸다.

“염동…….”

척하면 척.

즉시 날아오는 휙 날아오는 직사각형 블록.

탁-

천문석은 낚아채는 즉시 내밀었다.

“이거 트럭 빌리는 값.”

“나 부산 전술 운전단 드라이버야! 내 하루 일당이 얼만 줄…….”

발끈한 외침은 순식간에 잦아들고, 입이 떡 벌어지고 눈이 확 커졌다.

“……!?!”

불쑥 내민 손에는 어둠 속에서도 반짝반짝 노랗게 빛나는…….

“골드바?!”

천문석은 씩 웃으며 탄성을 터트렸다.

“와, 부산 전술 운전단 일당 엄청 세구나! 이걸로도 모자라?”

“그 골드바! 진짜! 정말로 진짜 골드바야?! 너 혹시 사기 치는 거면?!”

말없이 휙 날아오는 골드바!

영희는 반사적으로 낚아채는 순간 바로 깨달았다.

“진짜잖아! 미친 왜 진짜 골드바가 나오는 건데?!”

마탄이 세상에 나오고, 해상 운송이 살아나며 낙동강 전선을 밀어붙이는 데 성공했다!

게이트 전쟁이 한고비를 넘긴 지금 금값은 폭등 중!

금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주도 부동산에 이은 두 번째 안전 자산이다!

“그거면 됐냐? 혹시 모자라면 다른 운전기사 찾아…….”

즉시 90도로 허리가 꺾이고 공손한 말이 튀어나왔다.

“충분합니다! 고객님! 바로 출발 준비하겠습니다!”

한달음에 트럭 운전석에 뛰어가는 영희.

“조용히 떠날 거다. 알지?”

서울 대성당 건물을 눈짓하자 바로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까칠하고 의심 많은 운전기사 영희의 마음마저 사르륵 녹인 골드바!

역시 금이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의 진정한 힘이었다!

이때 트럭에서 내린 염동 대협과 한호석 병장이 걸어왔다.

“서울대성당? 두 분 여기 계세요?”

건물을 본 한호석 병장의 목소리.

“어 사정이 있어서 잠시 머물고 있어. 영희! 아까 기절한 군인분 어디에 계시냐?”

“너 동료 있는 1층 의무실! 거기서 전부 기다리고 있어!”

“가자.”

천문석은 앞장서 의무실로 걸으며 생각했다.

‘이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고 떠날 때다.’

* * *

모두가 잠든 조용한 건물 안.

천문석과 염동 대협, 한호석 병장은 조용히 복도를 지나 1층 의무실로 들어갔다.

소리 없이 문이 열리자 동료들이 보였다.

의무실 침대에 줄줄이 누워 있는 장철 헌터, 이세영 선생님, 김철수 꼬맹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 있는 유희연, 유희명 자매.

“오셨군요!”

“괜찮으세요? 옷에 흙이랑 낙엽이……!”

반색해서 일어섰다가 깜짝 놀라는 자매.

“산에 볼일이 있었거든. 별거 아냐.”

천문석은 고개를 까닥이고 성큼 걸어가 기절한 셋을 확인했다.

호흡과 맥박은 정상!

기감으로 전해지는 몸 상태도 좋다!

늦어도 점심 전에는 모두 깨어나리라.

바로 떠나도 문제없다!

“어때?”

염동 대협의 물음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떠나도 되겠다. 난 위에서 짐 챙겨 올게. 넌?”

“시간 얼마나 있지?”

“밖의 영희가 준비 끝내면 바로 출발할 거니까…… 한 2, 30분쯤?”

“알았다.”

염동 대협은 고개를 끄덕이고 더플백과 서류 가방을 테이블에 올렸다.

이 모습에 바로 방으로 올라가려던 천문석은 멈칫했다.

“안 가냐?”

“그 서류 가방에 뭐 들었는지는 봐야지.”

염동 대협은 피식 웃으며 골드바 세 개를 꺼내 유희연에게 내밀었다.

“받아라.”

“네? 골드바?! 이걸 왜 저한테?!”

흠칫 놀란 얼굴로 한걸음 물러서는 유희연.

“야, 골드바 주면 학생이 환전되겠냐?!”

천문석의 말에 한호석 병장이 바로 끼어들었다.

“환전되는데요?”

“골드바가 환전이 된다고? 학생이?!”

“당연히 되죠. 국제 시장에 환전상, 원자재 매입상이 많잖아요? 부산 던전에서 원자재 나르는 지게꾼들이 모이잖아요?”

순간 오래전 수업 시간에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부산 던전!

소금에서 금속, 식량, 원유까지, 온갖 원자재가 쏟아지는 층층이 이어진 초대형 던전!

낙동강 전선까지 밀리고 해상 물류마저 끊긴 대한민국의 생명줄!

6.25 전쟁 당시 구호품으로 시장이 생겨났듯 부산 던전에서 쏟아지는 원자재로도 시장이 생겨났다.

국제 시장.

당연히 이 시장에는 원자재 매입상이 있고, 그중에는 금 같은 귀금속을 취급하는 상인도 있었다!

염동 대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른 곳 가지 말고 국제 시장에 맹호 총포상이라고 있다. 거기로 가라.”

“너랑 친분 있는 사람이냐?”

“아니. 대신 나한테 총 꺼내면서 꺼지라고 하는 사람이 주인이다.”

“네?”

“그게 무슨 말……?!”

유희연과 한호석 병장이 놀랄 때.

천문석은 바로 감이 왔다.

부산의 황제, 칠성파 보스 마혁진에게 꺼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주인이면, 어린 학생의 골드바를 탐내 눈탱이를 치지는 않으리라!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유희연에게 말했다.

“야, 얼른 받아! 꼭 맹호 총포상으로 가서 환전하고.”

“그래도…….”

유희연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3억 원짜리 골드바 3개!

거의 10억에 달하는 골드바에 망설이는 건 당연했다.

아버지가 도박 빚으로 차용증까지 썼었다면 더욱더.

천문석은 골드바를 낚아채 유희연의 손에 쥐여 주고 웃으며 말했다.

“여기 군인이랑, 저 꼬맹이 정신 차릴 때까지 보살펴 준 대가로 하자.”

“그건 당연한 건데. 이렇게 큰 걸 주시면…….”

“됐어. 넣어 둬, 넣어 둬.”

천문석은 유희연의 어깨를 두들기고 염동 대협을 봤다.

“……왜?”

“염동. 난 뭐 없냐?”

염동 대협 마혁진은 너무나 아깝다는 듯이 골드바 한 개를 건넸다.

“야! 한 개는 아니잖아! 내가 삽질을 얼마나 했는데! 아까 허리에서! 우드득! 뼈 부러지는 소리 난 거 들었잖아?!”

한 개를 더 건네며 말했다.

“자, 네 개 됐지?”

“3개잖아! 아까 한 개! 지금 2개! 다해서 3개! 왜 4개째야!”

“아까 삽으로 쪼갠 거 챙겼잖아?”

“……봤냐?”

“그렇게 대놓고 챙겼는데 못 봤겠냐?”

“아니 그럼 왜 아무 말도……?”

피식 웃으며 툭 던지듯이 말하는 염동 대협.

“골드바 핥는 거 보고 충격받아서 깜빡했다.”

“뭐?! 야, 누가 골드바를 핥았다고! 말도 안 되는 중상모략……!”

‘……아니다! 혹시 몰라 혀로 핥고 냄새 맡고 손톱으로 꾹꾹 누르기까지 했다!’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리자 자신을 바라보는 세 사람이 보였다.

한호석 병장.

유희연과 유희명 자매.

기괴한 생명체를 바라보는 듯한 황당한 얼굴로 바라보는 세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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