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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87화 (1,08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87화>

손바닥 위에 놓인 검은 동전에 새겨진 용.

뒷면이 나왔다!

“……!”

최 팀장은 믿을 수 없었다.

전투 상황에서는 쓸모없지만, 사소한 것에선 백발백중!

한호석 병장의 각성력이 빗나갔다!

“……무슨?”

“……어떻게?”

“이럴 리가!”

최 팀장, 김 대리, 한호석 병장이 경악하는 순간, 고개를 갸웃하며 툭 말을 던지는 이세기.

“뭐야? 너희 표정이 왜 그래? 반반 50% 확률이니까 당연히 틀릴 수 있잖아?”

“……!”

“……!”

“……!”

세 사람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눈앞의 이세기는 딱밤 한방으로 칠성파 보스 마혁진의 머리를 깨트리고, 한마디 외침으로 염동 대협을 꿇린 강자다!

‘낚시질한 게 걸리면 아작 난다!’

“너희 표정이 꼭…… 있을 수 없는 일을 본 사람 같은데? 뭐지?”

이세기의 눈에 의심이 담기는 순간.

최 팀장은 반사적으로 앞으로 나서 외쳤다.

“그럴 리가요! 당연히 틀릴 수도 있죠?! 연속으로 가겠습니다!”

“잠시만, 뭔가 이상!”

한호석 병장이 다급히 외쳤으나 옆구리를 찌르는 손과 친구의 속삭임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호랑이 등에 탔어.”

핑그르르, 탁탁탁탁탁-

연속으로 검은 동전이 튕기고 한호석 병장은 외쳤다.

“별용별별별……!”

그러나 동전 던지기가 이어질수록 최 팀장과 김 대리, 한호석 병장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어 갔다.

틀리고, 또 틀리고, 계속 틀린다!

조금 전과는 180도 반전된 상황!

동전의 앞뒤를 단 한 번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헌터들을 만나고 조사해 각성력의 6 계통을 만들어 낸 국정원 최 팀장은 깨달았다.

예지가 모두 빗나가고 있다!

아니, 이건 예지가 빗나가는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한호석 병장의 능력은 예지가 아니라 관측이었으니까!

핑그르, 탁-

공중에서 회전하는 동전을 낚아채 내미는 순간 결과는 이미 ‘확정’된 상태!

한호석 병장은 그저 ‘확정’된 결과를 ‘관측’해서 말할 뿐이다!

검은 폭풍의 예지와는 궤를 달리하는 능력!

그러나 예지가 아니기에 동전 앞뒤 맞추기 승부에는 오히려 더 적합하다.

미래를 예측하기에 빗나갈 수도 있는 예지와 달리, 현재 상황을 보는 것이기에 ‘관측’되는 순간 100% 적중하니까!

그런 각성력으로 ‘확정된 결과’를 ‘관측’해 앞뒷면을 말하는데도 단 한 차례도 적중하지 않고 있다!

‘뭐지? 왜지?! 이게 가능한 건가?!’

하지만 마음속으로 아무리 질문을 던져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핑그르르, 탁-

그리고 마지막 10번째 동전을 튕기고 낚아채 내밀었다.

“별!”

한호석 병장의 외침과 함께 펼쳐진 손에는 용이 새겨진 검은 동전이 있었다.

1/1024의 확률을 뚫고, 10번 모두 빗나갔다!

“…….”

“…….”

“…….”

최 팀장, 김 대리, 한호석 병장이 넋을 놓고 동전을 볼 때.

이세기는 검은 동전을 회수하고 최 팀장의 동전을 떨어뜨렸다.

“그럼 이제 내가 한 번만 맞추면 이기는 거 맞지?”

“……!”

이세기의 느긋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최 팀장은 번쩍 정신이 들고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이세기가 10번 전부 틀리면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1차 시도에서 이세기는 10번 전부 맞췄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자신의 손에 있는 이 동전은 마도구 만년필의 주인, 이계인이 만든 마법 아이템이니까!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다! 우선 무승부를 만들고 본다!’

“던지겠습니다!”

핑그르르, 탁-

허공으로 높이 튕겨 오른 동전을 낚아채는 순간, 깊은 한숨 소리가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또 한 사람 낚이는구나…….”

“염동 왔냐? 앞.”

염동 대협을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 이세기!

이세기의 시선이 손에서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

최 팀장은 동전을 움켜쥔 손에 정신을 집중하고 심상 공간에 동전의 모습을 그렸다.

‘뒤뒤뒤뒤뒤!’

‘숫자숫자숫자!’

손에 쥔 동전에서 전해지는 열기!

‘됐다! 반응했다!’

최 팀장은 손을 활짝 펼치며 외쳤다.

“아쉽게도 뒷면…….”

휘이이잉-

순간 일진광풍이 불어오고 활짝 펼친 손에 놓인 동전이 보였다.

그림, 앞면이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팀장님?!!”

“잠깐 방금 뭔가……!”

최 팀장, 김 대리, 한호석 병장이 귀신에 홀린 듯 눈을 비비고.

“사기꾼 녀석…… 하아…….”

염동 대협이 깊은 한숨을 내 쉴 때.

천문석은 씩 웃으며 하나도 안 놀란 표정으로 외쳤다.

“와, 깜짝 놀랐네! 앞이잖아? 그럼 내가 이긴 거지? 자 염동도 왔고, 얼른 정리하고 출발하자!”

최 팀장은 다급히 손을 저었다.

“잠깐, 잠깐만! 딱 한 번만 더……!”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마지막이니까. 후회가 남으면 안 되지.”

“감사합니다! 다른 동전이…… 앗 방금 그 검은 동전으로 해 보겠습니다!”

팅-

천문석은 말없이 흑전을 튕겼고.

최 팀장은 흑전을 낚아채자마자 하늘 높이 튕겨 올렸다.

핑그르르르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하늘 높이 솟구치는 흑전!

천문석은 회전하는 흑전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앞뒤앞뒤앞뒤…….

선명하게 두 눈에 박혀 드는 별과 용.

최 팀장, 용의주도한 사기꾼이 자신 앞에서 동전을 튕겨 올린 순간 승부는 이미 결정됐다.

핑그르르르-

눈앞에서 회전하는 동전의 앞뒤를 맞추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평범한 인간이 60hz의 주사율로 세상을 본다면 각성자는 144hz로 세상을 본다.

그렇다면 자신은?

허공으로 튕겨 오를 때, 지상으로 떨어질 때, 손으로 낚아채는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하는 순간 찰나의 순간을 수백 수천 개의 장면으로 볼 수 있다!

동전 앞뒤를 맞춘 게 아니다. 그냥 눈으로 보고 말했을 뿐이다.

당연히 백발백중!

전부 맞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 공중으로 던져진 흑전에는 그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한호석 병장이 한 10번의 ‘관찰’이 모조리 빗나간 것이 그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탁-

순간 떨어지는 흑전을 낚아채는 최 팀장!

낚아채는 순간 분명히 봤다.

‘별이다!’

하지만 전생 천마의 직감이 말하고 있다.

‘별’이 아니라고!

별이 아니라면 당연히 반대쪽 ‘용’이다!

그러나 전생 천마의 직감은 용도 아니라고 말한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모두 부정하는 전생 천마의 직감!

“……!”

그 직감으로 흑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흑전은 슈뢰딩거의 고양이다!

열어 보지 않은 상자고, 추첨하지 않은 복권이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 그 자체가 흑전이다!

‘어 잠깐 이거……?!’

이 순간 논리와 이성을 뛰어넘어 깨달았다.

천강흔 랜덤 박스!

흑전을 이용하면 태양이 된 천강흔 랜덤 박스를 통제할 수 있다!

‘어떻게?’

스스로에게 묻고 방법이 떠오르는 순간.

최 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세기 선생님?”

흑전을 움켜쥔 손을 내민 채 떨리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최 팀장.

우선은 이 승부를 마무리 짓는 게 우선이다.

전법륜인 수인을 짚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을 전했다.

‘별! 안 나오면 꾹꾹 접어서 버리고 간다!’

이 순간 무언가가 뭉텅이로 사라지고.

천문석은 말했다.

“별.”

그리고 활짝 펼친 최 팀장의 손에 놓인 흑전에는 별이 새겨져 있었다.

* * *

“…….”

“…….”

“…….”

입을 떡 벌린 채 멍하니 검은 동전을 바라보는 세 사람.

최 팀장, 김 대리, 한호석 병장.

“그럼 이건 이제 내 거지?”

승리자 천문석은 씩 웃으며 흑전과 방한용품이 담긴 배낭을 들고, 만 원권 지폐 다발을 챙겼다.

“통조림 좀 가져간다.”

“네? 넷!”

얼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한호석 병장.

“…….”

“…….”

최 팀장과 김 대리는 이런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수많은 조폭과 헌터, 각성자, 거물들을 낚았던 방법이 모조리 막혔으니까!

천문석은 스팸, 참치 통조림이 담긴 배낭을 짊어지며 말했다.

“야! 정신 차려! 염동 왔잖아! 애들 챙겨야지!”

흠칫 놀라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세 사람.

천문석은 염동 대협을 봤다.

“밖에 상황 어때? 심각하냐?”

“특무대가 눈이 돌아갔다. 눈에 보이는 각성자들 전부 강제 징병하고 있어. 칠성파 빌딩뿐만 아니라 골목에 쫙 퍼졌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외침을 듣고 이미 짐작한 상황이다.

“빠져나갈 루트는?”

“트럭 구했다. 10분 후 이 건물 앞으로 올 거다. 그 트럭 타고 빠져나가면 된다.”

천문석은 반색했다.

“뭐야, 트럭은 어떻게 구한 거야?”

“서울 대성당 영희 만났다.”

“영희? 영희 수녀님?!”

“영희 수녀님 말고, 트럭 운전기사 영희.”

순간 머리를 스치는 장면.

철수 신부님과 함께 도망치던 트럭 운전기사!

“부산 전술 운전단? 그 영희가 여기는 왜! 아!”

묻는 순간 어떻게 된 상황인지 감이 왔다.

운전기사 영희는 처음부터 자신과 마혁진을 경계해서, 마탄이 장전된 총을 보이며 딴생각을 하지 말라고 경고까지 했었다!

“설마, 걔 우리 쫓아왔던 거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염동 대협.

“난장판에 휩쓸려서 구르고 있더라. 네 불운에 엮인 다른 사람처럼 말이지. 하아-“

“야, 뭐야? 그 한숨은?! 영희가 꼭 나 때문에 굴렀다는 것 같은데?!”

“……당연히 너 때문이지 저걸 보고도 아니란 말이 나오냐?”

빙글 고개를 돌리는 염동 대협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자 보였다.

유희연과 유희명 자매.

국정원 김 대리와 최 팀장.

특무대 한호석 병장.

세 집단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김철수 꼬맹이.

-칠성파 보스 마혁진.

-검은 폭풍 이세영 선생님.

하나같이 정신줄을 놓은 사람을 챙기고 있다는 것!

‘설마 전부 나 때문인 거야?!’

마음으로 묻는 순간, 전생 천마의 촉이 움직이고 염동 대협의 대답이 들려왔다.

“네가 없었으면 쟤들이 저렇게 됐겠냐?”

평소라면 즉각 반박했을 거다.

그러나 이번에는 차마 반박할 수 없었다.

전생 천마의 촉도 그렇다고 말하고 있었으니까!

“야, 빨리 내려가자! 급해!”

그래서 한달음에 이세영 선생님에게 달려가며 외쳤다.

“선생님은 내가 챙길게! 넌 그 봇짐 매고 내려와라!”

천문석은 잽싸게 이세영 선생님을 업고, 앞장서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선생님? 우리 소장님 말하는 건가……?”

한호석 병장은 고개를 갸웃하며 초대형 봇짐을 짊어졌고.

“언니. 선생님이래! 혹시?!”

“아직 몰라. 우선 확인부터 해야 해.”

유희연과 유희명은 김철수 꼬맹이를 안은 채 잰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

“…….”

그리고 여전히 멍한 얼굴의 최 팀장과 김 대리가 칠성파 마혁진을 부축해 그 뒤를 따랐다.

모두가 내려가 텅 빈 옥상.

염동 대협 마혁진은 문득 고개를 돌려 23층 칠성파 빌딩을 올려다봤다.

불이 환하게 밝혀진 칠성파 빌딩에서는 여전히 함성과 비명, 고함과 외침이 뒤엉켜 들려왔다.

분노한 특무대는 칠성파 조직원과 헌터들을 가리지 않고 눈에 보이는 각성자는 모조리 강제 징병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오늘 밤 이런 난장판은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의 기억에는 없는 난장판이 일어난 이유는 한 가지뿐이다.

이세기.

이세기가 불러온 재앙이 칠성파 빌딩을 덮치고 칠성파 보스 2004년의 마혁진까지 옮겨붙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칠성파 조직원, 중간 보스뿐만 아니라 칠성파의 영향력이 미치는 헌터들에, 특무대까지 말려들었다.

그리고 황당하게도 다른 각성자와는 차원이 다른 강자, 검은 폭풍까지 정신줄을 놓고 기절했다!

“이 녀석 정체가 뭐야?!”

이세기 녀석을 알면 알수록 의문은 커지기만 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잠시 후 이세기는 땀을 뻘뻘 흘리며 개고생을 하게 될 거란 것!

신동대문에서 처음 만난 후, 수없이 당한 이세기에게 복수할 순간이 마침내 찾아왔다!

흐흐흐흐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문득 보이는 게 있었다.

물탱크에 걸려 있는 깨진 거울.

거울에 비치는 얼굴은 정말로 즐겁다는 듯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

칠성파 보스, 2004년의 마혁진은 곧 서울 수복 작전에 참전하게 된다.

2004년의 마혁진이 죽는다면, 2020년의 자신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리라.

스스로를 사지에 밀어 넣은 것과 마찬가지지만, 얼굴은 웃고 있고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홀가분했다.

과거의 선택을 바꿀 기회가 찾아왔고 자신은 결정했다.

지금의 선택으로 무엇이 변할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깡패 두목 마혁진이 980만 원을 건넬 일은 영원히 없어졌다는 것.

“…….”

염동 대협 마혁진은 이세기가 달려간 계단을 말없이 바라봤다.

“……고.”

그리고

한참의 침묵 끝에 말이 나오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염동! 빨리 내려와! 걸렸다! 우리 당장 튀어야 해!”

“뭐? 아니, 내려간 지 몇 분이나 됐다고……?!”

한달음에 옥상을 가로질러 난간으로 뛰어오르자 보였다.

부아아앙-

골목을 질주하는 트럭!

콰아아아아아-

거대한 함성과 함께 밀려오는 각성자!

“잡아라! 모조리 처넣는다! 하하하-.”

광기 어린 웃음을 터트리며 추격하는 특무대!

트럭, 각성자, 특무대!

모두가 해일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건물 입구를 향해서!

“야, 왜 하필 여기로 오는 거야?! 옆 골목! 저기 옆 골목으로 가라고!”

건물 입구에는 분통을 터트리며 조폭 헌터를 쥐어박는 재앙의 화신이 보였다.

이세기!

염동 대협 마혁진은 역장을 휘감고 뛰어내리며 외쳤다.

“너 때문이잖아! 새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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