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83화>
보석과 강철 황제의 강철, 타이탄!
‘차원 방벽을 뚫을 때 사라진 게 아니었다고?!’
마침내 알게 된 진실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지난 4년간의 삽질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기억을 잃은 채 폐허가 된 서울을 달리며 찾았고!
제정신을 차릴 때마다 마석을 정제하고, 앵커를 만들었다!
마경이 된 서울을 헤매며 자신이 만든 앵커를 설치한 김철수 발명가!
서울 곳곳에 앵커를 박고 수없이 신호를 보내도, 타이탄 강철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게이트 마력장, 라이프 스트림에 휩쓸렸거나, 차원의 틈으로 날아갔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
반응하지 않은 게 당연했다.
타이탄 강철은 이 시공간에 없었으니까!
천문석!
천강의 불꽃을 품은 천마이자 미래의 김철수와 같이 구르고 같이 알바하고 같이 회사를 차릴 천문석이 범인이었다.
타이탄 강철은 천문석이 가지고 미래로 튀었다!
“범인이 너였냐?!”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심상 공간이 사라지고 층계참에 쓰러진 두 사람이 보였다.
각성자와 천마!
천마의 이마에 닿은 손가락은 이미 떨어진 후!
찰나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그러나 질문하고 답을 들은 지금, 각성자와 천마의 모습이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
-확률 변수 고정 능력을 지닌 각성자!
천마와 인과가 얽힌 검은 폭풍 이세영 선생님!
-인과율의 심판자 천마!
자신의 과거, 미래, 현재와 모두 인과가 얽힌 천문석!
-과거 1999년 세기말 대한민국!
-현재 2004년 부산, 칠성파 빌딩!
-미래 2020년 게이트 전쟁에 승리한 한국!
천문석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자신에게 온갖 사고사고를 가져왔다!
황당함과 어이없음에 저절로 말이 튀어나왔다.
“생수병에 포션은 왜 넣어?!”
“아니, 넣을 거면 좀 좋은 걸 넣지!”
“하필 최하급 포션을 넣어서 사람을 골로 보내냐!”
“그리고 타이탄! 하늘에서 떨어진 로봇을 왜 주워 가는데!”
“야, 딱 봐도! 주인 있는 물건이잖아?! 도대체 그건 왜 주워 간 거야!!”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황당함에 헛웃음이 터졌다.
하, 하, 하하하-
‘천문석. 돌멩이! 너, 내가 기억했다! 내 최측근으로 써 주마!’
마도 황제가 김밥 공물을 받고 세계에 한 선언은 실현됐다.
미래의 김철수와 천문석은 극한 알바를 같이하고 김철수 사무실을 차려 같이 구르게 되니까!
자신이 천마와 알바하고 회사를 차리게 될 거라니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또 하나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을 해야 한다.
그릇이 깨지고 각성력이 바닥난 검은 폭풍 이세영!
천강의 태양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천마, 천문석!
과거, 미래, 현재로 복잡하게 이어지는 인과를 잇기 위해선.
이세영의 깨진 그릇을 붙이고 각성력을 채운 후, 천문석의 천강의 태양을 진정시켜야 했다.
이 치료를 위해 필요한 것들도 이미 준비됐다.
원 대륙의 영약, 센트라 잎, 빛이 꺼지지 않은 머릿돌!
차곡차곡 명운을 쌓았고 기억이 돌아온 자신까지!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천마와 각성자, 천문석과 이세영을 치료해야 했다!
바로 자신이!
사고는 천문석 녀석이 쳤는데, 수습은 자신이 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
검은 폭풍 이세영은 영약과 센트라 잎이면 된다.
그러나 천강의 태양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그동안 애써 쌓은 명운으로 천강에 접촉해야 한다!
그렇게 천강의 불꽃에 닿는 순간, 대마법을 펼쳐 알게 된 진실은 일순간에 날아가고, 제정신을 차리는 주기도 확 길어지게 되리라!
그러나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서울 수복 작전이 성공하려면 검은 폭풍 이세영이 필요하고.
검은 폭풍 이세영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천문석이 반드시 있어야 하니까!
천문석은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수많은 사건·사고를 쳤다.
그러나 이 사건·사고가 원인이 되어 인류는 게이트 전쟁에 승리한다!
천문석이 없으면 이 모든 인과의 고리가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이세영, 김철수, 한국, 지구를 위해서 천문석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그 결과, 자신은 마침내 깨달은 모든 진실을 까맣게 잊은 채 예정된 미래를 살아야 한다.
극한 알바 전선에 뛰어들고, 보석과 강철을 찾기 위해서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구르게 된다.
“어떻게 이렇게 재수가 없냐……? 하-.”
자신도 모르게 탄식하는 순간 불현듯 드는 생각이 있었다.
‘잠깐! 이렇게 재수 없는 게 가능한 건가?!’
“설마?!”
알 수 없는 직감이 번쩍 뇌리를 스치는 순간,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잡낭 안을 훑었다.
쓱, 쓰스슥-
담긴 물건을 모조리 쏟아 내 텅 빈 잡낭!
손에 걸리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김철수는 포기하지 않고 구석구석 샅샅이 훑었다.
스스슥, 툭-
이때 구석에서 무언가 느껴졌다!
금속 질감!
반사적으로 손을 빼내고 빛을 던져 넣자, 손에 걸린 물체가 보였다.
재봉선에 박혀 있는 동전!
앞면도 뒷면도 보이지 않지만, 그 색만으로도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검은 동전, 신에게서 운명을 사는 동전 흑전이다!
천문석은 흑전을 가지고 있었다!
* * *
“흑전까지 얽혀 있다고?!”
순간 번쩍 정신이 들었다.
흑전의 불운은 그냥 오지 않는다!
신에게서 운명을 사는 화폐, 흑전!
흑전은 그 이름 그대로 사려는, 기원하는 ‘운명’의 무게에 따라 그 대가, 찾아오는 불운의 정도가 정해진다!
천문석이 겪은 불운의 무게를 천칭에 올려 계산하면…….
과거, 현재, 미래 시공간을 넘나들며 겪은 온갖 사건·사고와 개고생!
상상을 초월한다!
“너, 도대체 뭘 기원한 거야!”
자신도 모르게 외칠 때 문득 눈에 보이는 게 있었다!
가방에서 쏟아진 잡동사니 사이에 껴 있는 핫팩과 칼로리바!
무심코 넘겼던 핫팩과 칼로리바가 보이는 순간, 전신에 전율이 흐르고 경악으로 입이 떡 벌어졌다.
“……!”
영약, 센트라 잎, 현철 줄자, 머릿돌을 봤을 때 이상의 충격이 밀려왔다.
이 핫팩과 칼로리바는 자신의 기억에 남아 있는 물건이다!
4년 전 세기말 대한민국!
기억을 잃고 돌과 철을 찾아 폐허가 된 서울을 무작정 달리던 그때!
달이 빛나던 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이상한 꼬맹이를 만났다.
그 이상한 꼬맹이는 자신에게 핫팩과 칼로리바, 담요를 강제로 줬다!
꼭 필요할 거라고!
지금 자신이 보는 핫팩과 칼로리바는 그때 받은 핫팩과 칼로리바와 같은 상표를 가진 같은 물건이었다!
비슷한 게 아닌 ‘같은’ 핫팩, ‘같은’ 칼로리바다!
이 순간 김철수는 깨달았다.
천마, 천문석.
각성자, 이세영.
자신, 김철수.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인과로 얽혀 있어서, 하늘의 인과가 천마와 각성자를 자신 앞에 데려왔다고 생각했다.
깨진 그릇과 말라 버린 각성력.
터지기 직전인 천강의 태양.
이것을 치료하고 인과를 잇기 위해서!
하지만 자신과 천문석, 이세영 셋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 아득한 인과에는 한 사람, 아니. 두 사람이 더 있었다!
자신에게 핫팩과 칼로리바, 담요를 건네주고 잊어버린 이름을 찾아 헤매던 꼬맹이!
자신이 핫팩과 칼로리바, 담요를 건네줬던 자동차에 숨어 아빠와 고모를 기다리던 아이!
이 꼬맹이와 아이가 인과의 중심이었다!
검은 폭풍의 리볼버!
빛을 잃지 않은 머릿돌!
영약, 센트라 잎, 포션!
시공간을 넘나드는 천마!
게이트 전쟁을 끝낼 검은 폭풍!
힘과 기억을 잃은 보석과 강철의 황제!
그리고 잡낭 안에 박혀 있는 검은 동전까지!
그 모든 것은 이 흔한 핫팩과 칼로리바를 전하기 위해 준비됐다!
‘이 핫팩과 칼로리바는 어디에서 왔는가?’
그 답이 지금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역류하는 강물이자 하늘로 솟는 비, 인과율의 집행자, 천마!
천마는 잊어버린 이름을 찾는 꼬맹이를 만나 핫팩과 칼로리바, 담요를 건네게 된다!
-시공간을 거슬러 오르는 천마.
-잊어버린 이름을 찾는 꼬맹이.
-기억을 잃고 폐허를 달리는 김철수.
-자동차에 숨어 아빠와 고모를 기다리는 아이.
천마가 꼬맹이에게.
꼬맹이에게서 김철수에게로.
그리고 김철수가 다시 아이에게 전하게 될 핫팩과 담요, 칼로리바!
천마, 꼬맹이, 김철수, 아이로 이어지는 인과의 고리!
인과의 고리를 깨닫는 순간, 세계의 나무를 관통하는 거대한 흐름이 느껴졌다!
이 거대한 흐름을 느끼는 순간.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던 미래가 선명해지고, 오랜 의문이 답을 마침내 깨달았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만난 꼬맹이!
천마에게 핫팩과 칼로리바와 담요를 받아, 자신에게 건넨 꼬맹이.
너무 오랜 시간 잠들어서 잊어버린 이름을 찾는다는 꼬맹이가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하늘에는 선악이 없고, 세계의 나무는 단지 자라날 뿐이다.
그러나 세계에는 웃음이 가득하고, 존재의 본질은 거대한 흐름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니.
그리워하는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다시 만난다.
어째서 그러한가?
답은 간단했다.
그것이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을 태워 세계의 나무를 키워 낸 그분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행복하기를.’
하하하하허-
김철수는 진심으로 웃었다. 아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영약, 센트라 잎, 빛을 잃지 않은 머릿돌이 자신의 손에 들어온 이유!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행동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를 진정으로 깨달았으니까!
이 모든 것은 더 큰 인과를 위한 시작일뿐이었다.
김철수는 하늘을 바라봤다.
시멘트 계단과 벽으로 막혀 있지만, 밤하늘에 뿌려진 수많은 별빛이 그려 내는 아득한 천의(天意)가 느껴졌다.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흐름이 느껴지고, 아득하여 짐작조차 되지 않던 천의가 선명하게 보였다.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았다.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자라나는 세계의 나뭇가지가 뒤엉켜 닫힌 세계.
이 세계에서 천마, 각성자와 자신이 만난 건 우연이 아닌 너무나 당연한 필연이다!
-갑자기 돌아온 기억!
-완성된 게이트 안정화 장치!
-강릉에서 내려오는 김철수 발명가!
-돌연 한반도 해안가를 달려 마수와 몬스터를 정리한 용용이!
-자신을 칠성파 빌딩으로 데려온 유희연, 유희명 자매!
-심상 공간에서 천강의 태양이 이글거리는 천마, 천문석!
-그릇에 금이 가고 각성력이 말라 가는 검은 폭풍, 이세영!
……
이 모든 것은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지금 자신이 알게 되는 것도 예정되어 있었다!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를 향해 끝없이 이어진 도미노가 차례로 쓰러져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제 자신의 차례였다!
천마와 각성자가 아닌.
천문석과 검은 폭풍 이세영을 위해.
이름을 찾는 아이와 아빠와 고모를 기다리는 꼬맹이를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
원인과 결과,, 인과의 고리를 연결할 도미노를 놓을 때다!
김철수는 와득 움켜 줘 으깬 센트라 잎을 천문석과 이세영의 입에 물리고.
한 손에는 영약을, 다른 한 손에는 머릿돌을 잡고 심상을 일으켰다.
센트라 잎의 힘으로 영육에 남은 상처를 치료하고!
영약에 담긴 영기를 뽑아내 각성력을 채우고, 명운으로 천강의 태양을 다스린다!
영약에 담긴 영기의 밀도가 생각보다 낮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4년 동안 쌓은 명운은 먼지처럼 흩어지고, 지금 이 순간의 깨달음은 물거품처럼 사라지리라.
하지만 상관없다.
행동은 존재의 본질에 새겨지고 본질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으니까.
김철수는 주저하지 않고 대마법을 펼쳤다.
찰나의 순간, 금 간 그릇이 붙고 각성력이 채워졌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이글거리던 천강의 태양이 사그라졌다.
영약의 영기와 명운이, 찰나의 순간에 얻은 깨달음이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김철수는 주위를 돌아보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자신을 대신해 안정화 장치를 생산하고 재금 공업을 운영할 사람.
“김철수 발명가. 게이트 안정화 장치를 부탁한다.”
-자신이 실패했던 서울 수복 작전을 성공시킬 각성자.
“검은 폭풍 이세영. 서울 수복 작전을 부탁한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인과를 잇는 모든 사건·사고의 중심 천마.
“천문석. 하아- 넌 진짜…… 야, 힘을 내. 잠시, 아니. 앞으로 한참 동안 개고생을 하겠지만, 언젠가 꼭 좋은 날이 올 거다! 하아-.”
인사는 끝났다.
이제 이 모든 난장판의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펜이랑 종이가…….”
김철수는 남은 영약과 바닥에 쏟아진 온갖 물건을 잡낭에 집어넣으며 펜과 종이를 찾았다.
금세 종이를 발견한 뒤, 펜을 찾을 때 문득 보이는 게 있었다.
천문석의 작업용 앞치마 포켓에 꽂혀 있는 눈에 익은 만년필!
“이거 혹시?!”
만년필을 포켓에서 뽑는 순간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하아- 넌 진짜 온갖 사건·사고를 모조리 불러들이는구나…….”
정제 마석이 아닌, 그냥 마석이 박혀 있는 만년필.
이 만년필은 타 대륙에 불시착한 워커 실트와 계약할 때 그 녀석이 꺼낸 만년필이었다.
마석에 담긴 사념을 이용해, 서명을 자유자재로 옮기는 ‘사기 계약용 만년필’이다!
“미래에서 워커 실트도 만났던 거냐?”
김철수는 어이없어 하며 만년필을 뽑아 천문석이 해야 할 일을 종이에 적었다.
[해가 뜨기 전에 해운대 앞바다에서 기다려라.]
“이 녀석이 과연 적어 놓은 대로 할까?”
바로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천문석은 돌다리를 두들겨보고는 그냥 개울 위를 달려갈 녀석이다.
해운대 앞바다에 나가는 게 아닌, 멀리 숨어서 무슨 일이 일어나나 살필 거다!
그렇다고 김철수란 이름을 쓸 수도 없다.
“어떡할까?”
고심하는 순간 번쩍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지!”
김철수는 씩 웃으며 문장 끝에 짧은 몇 글자를 더해 만년필과 함께 천문석의 포켓에 넣고, 물건을 모두 담은 잡낭을 허리 벨트에 고정했다.
그리고 양손을 뻗는 순간 천문석과 이세영이 공중에 둥둥 떠올랐다.
김철수는 공중에 뜬 천문석과 이세영을 데리고 계단을 올랐다.
명운과 기억이 흩어지고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곧 정신줄을 놓고 쓰러져 이 모든 것을 까맣게 잊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목적지에 도착하고 자신이 할 일은 끝난다.
목적지는 2층만 올라가면 나오는 8층 비품 창고 안이고, 그곳의 비밀 문밖에는 천문석의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김철수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마음에 씩 웃으며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7층에 도착했을 때 8층 창고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꼬맹이! 야, 너 어디에 있어?!”
정신없이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발소리와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엉망이 된 교복을 입고 있을 친구, 유희연.
“……기다리고 있으라니까.”
김철수는 피식 웃으며 정신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