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81화>
“…….”
파직, 파지직-
정전기처럼 전기가 튀어 오를 때마다 경련하는 두 사람.
천마와 각성자.
천마가 모든 것을 해결하기 직전, 우레 폭풍이 쏟아져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
몇 번이나 눈을 비벼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변하지 않았다.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번쩍 정신이 들었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다!’
잽싸게 마석을 꺼내 은신 상태에서 빠져나오는 즉시 심상을 담아 던지고는 달렸다.
탁-
그리고 심상이 담긴 마석이 닿는 순간, 일순 파직 거리던 전격이 마석에 빨려들고, 파르르 경련하던 몸이 멈췄다.
완전히 정신줄을 놓고 쓰러진 천마와 각성자!
김철수는 각성자부터 확인했다.
맥이 잡히고, 심장도 뛴다.
정신을 잃었지만,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금이 갔던 그릇과 말라 가던 각성력에 타격을 입었다.
‘괜찮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다! 천마를 깨워 고치고 채우게 하면 된다!’
김철수는 행복회로를 돌리며 바로 옆 천마를 확인했다.
“야, 괜찮냐?!”
다급히 손을 뻗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단어.
천강의 불꽃!
스치기만 해도 훅 간다!
잽싸게 주머니에서 꺼낸 마법봉으로 찔렀다.
“야, 괜찮냐?! 내 말 들려?!”
마법봉으로 쿡쿡 찌르고 귓가에서 크게 외쳐도 천마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딱밤을 날리기는 자세 그대로 정신줄을 놨다!
‘괜찮다! 외상은 없다! 바로 깨우면 된다!’
김철수는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주머니 아공간을 휘젓는 손에 걸리는 무언가!
그대로 뽑아내 손을 펼치자 지퍼백에 담긴 핑크색 가루가 나왔다!
리클레 수액 분말!
순도가 낮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동면 중인 곰조차도 한 방에 일어나는 게 리클레 수액 분말이니까!
“바로 깨워 줄게!”
지퍼백을 여는 순간, 기절한 천마에게서 진동이 전해졌다.
구으으으으응-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을 뒤흔드는 진동이!
“이건 또 뭐야?!”
반사적으로 마법봉을 눈을 감고 관조하는 순간 보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심상 공간.
이 심상 공간에 태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희노애락애오욕!
줄기줄기 뻗어 나오는 감정의 태풍 중심 무언가 이글거리며 요동치고 있다!
마치 태양처럼!
반사적으로 수인을 짚고 관(觀)하는 순간 깨달았다.
천마의 상징 천강이 불꽃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유를!
천강의 불꽃은 하나로 뭉쳐 태양이 되어 있었다!
이글이글 힘을 쏟아 내는 천강의 태양!
천강의 태양은 지금 당장이라도 깨질 듯 금이 간 채로 요동치고 있었다!
“……!”
순간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듯 정신이 아득해졌다!
각성자의 금 간 그릇을 고치고, 말라 가는 각성력을 채우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지금 천마의 심상 공간에 있는 천강의 태양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금이 간 채 요동치고 있다!
태양이 폭발하고 천강의 불꽃이 풀려나는 순간 모든 게 끝장이다!
천강의 불꽃은 신성을 얻어 신위에 닿은 존재조차 한 줌 잿더미로 만들어 강제 전생(轉生)시킨다!
정신줄을 놓은 천마!
확률 변수 고정 능력을 지닌 각성자!
잠시 기억을 되찾은 자신까지!
모두가 거대한 흐름 속으로 날아가 버린다!
그게 끝이 아니다.
천마, 각성자, 자신이 모두 사라지면 이 닫힌 세계의 인과를 이을 사람이 없다!
게이트에서 튀어나오는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 쏟아지는 마력장으로 생겨나는 균열과 던전은 아무것도 아니다!
진짜 문제는 게이트로 빠져나가는 차원압!
지구는 어째선지 차원압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바람이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불 듯.
차원압이 높은 지구에는 차원에 가하는 부하가 높은 존재들이 나타나지 못한다.
허신과 마신, 악신, 고대신, 용종과 마족!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들은 아무것도 아닌 진정한 초월적 존재들!
게이트 안정화 장치는 일종의 마개다.
지구에 가득한 차원압이 이세계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 마개!
게이트 안정화 장치를 만든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군가 이 모든 게 시작된 게이트, 가장 많은 차원압이 빠져나가는 광하문 게이트에 안정화 장치를 설치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그러나 광화문 게이트는 5개의 게이트가 중첩해서 열린 서울 대마경의 중심에 있다.
기억이 깜빡깜빡하는 자신은 안 된다.
광화문 게이트네 안정화 장치를 설치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확률 변수 고정 능력을 지닌 각성자!
그러나 지금 이 각성자는 그릇에 금이 가고 각성력이 마른 상태다!
이 각성자가 각성하기 위해서는 천마가 과거로 돌아가 각성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할 천마는 당장이라도 천강의 태양이 터지기 직전이다!
즉, 지금 해야 할 일은 두 가지였다.
1. 각성자의 금이 간 그릇을 고치고 각성력을 채워 준다.
2. 천마의 당장이라도 터질듯한 천강의 태양을 진정시킨다.
이 모든 것을 자신이 해야 했다!
* * *
“시바시바! 뭐가 이따위야!”
김철수는 분노를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해야 할 일이 늘어난 상황!
천마가 자신 대신 각성자를 치료한다고 좋아한 게 무색하게도 한순간에 모든 게 반전됐다!
각성자의 치료뿐 아니라, 천마의 심상에서 터지려는 천강의 태양까지 진정시켜야 했다!
스치기만 해도 강제 전생 당할 천강의 태양을!
절로 분통이 터졌지만, 이 모든 건 우레 폭풍의 마법 회로로 일어난 일이다!
천마와 각성자가 아닌 자신이 불러온 재앙이다!
그리고 그 재앙에 천마와 각성자가 휘말렸다!
어떻게든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
“시바시바!”
김철수는 주머니를 뒤집었다.
마석, 가루, 장난감 반지와 팔찌, 종이 모자, 막대기…….
기억이 돌아올 때마다 만들어 둔 온갖 잡동사니로 위장한 마도구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마도구를 보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턱없이 부족하다!
게이트 안정화 장치를 만드는데 지난 4년 동안 준비한 마력과 마도구 대부분을 사용했다!
지금 남은 재료와 명운으로는 각성자는 치료해도 천강의 태양을 진정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첫 번째 머릿돌과 강철만 있었으면! 아니, 그냥 마탑의 머릿돌만 있어도 비벼 볼 여지가 있었는데……!”
탄식하는 순간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천마와 각성자, 그리고 자신!
우연히 이 셋이 한자리에 모일 리 없다!
하늘의 인과, 세계의 나무의 복원력!
무엇이 됐든 이 셋이 모이게 만든 힘이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해결 방법도 같이 준비했을 거다!
김철수는 재빨리 각성자의 옷을 살폈다.
리볼버와 마탄, 그리고 포션!
기적의 외상 치료제 포션이라면 도움이 된다!
포션을 챙기는 즉시 천마를 확인했다.
장갑을 3겹으로 끼고 조심조심 작업용 앞치마와 공구 벨트, 주머니를 확인했다.
나오는 건 동전 몇 개와 못, 망치 같은 공구뿐!
마치 집을 고치다가 급하게 나온 듯한 모습!
“……!”
아찔한 현기증이 몰려오는 순간 천마의 몸 아래에 눌려 있는 납작한 벨트 가방이 보였다.
아아앗-
즉시 엎어진 천마를 뒤집고 벨트 가방을 열었다.
와르르 쏟아지는 물건들!
김철수는 쏟아진 물건을 재빨리 확인했다.
반창고, 붕대, 지혈제, 동전, 소화제, 나무토막, 실과 바늘, 라이터, 최하급 포션…… 온갖 잡동사니가 뒤섞여 있다.
“젠장젠장! 꽝, 쾅, 쾅……!”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보였다.
랩으로 칭칭 감긴 나무 곽!
재빨리 나무 곽을 여는 순간 튀어나온 금박을 입힌 단환!
“원 대륙 단환!”
게다가 그냥 단환이 아니다!
단환에서 흘러나오는 향을 맡는 순간 한 줄기 청량한 기운에 머리가 맑아진다!
“영약!”
타 대륙의 최상급 포션에 버금가는 원 대륙의 보물, 영약이다!
“됐어! 이 영약이면 말라 버린 각성력을 채울 수 있다!”
그리고 영약이 담긴 나무곽을 챙기는 순간 바닥에서 툭 떨어지는 랩으로 칭칭 감긴…….
“나뭇잎? 웬 나뭇잎을…… 어, 잠깐 이 나뭇잎?!”
바로 랩을 풀고 나뭇잎 조각을 입에 올렸다.
순간 눈이 번쩍 뜨이고 혀가 떨어질 듯한 쓴맛이 밀려왔다.
센트라!
상처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지닌 포션과 달리, 쇼크가 오지 않는 약초!
더럽게 쓰다는 게 문제지만 상관없다!
이 센트라가 필요한 사람은 기절한 상태였으니까!
원 대륙의 영약과 센트라면 각성자의 금이 간 그릇을 고치고 각성력도 채울 수 있다!
예상대로 천마가 가진 물건에 지금 상황을 해결할 물건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천강의 태양을 해결할 물건도 있을 수 있다!
김철수는 쌓여 있는 잡동사니를 헤집었다.
이 순간 자동 줄자가 눈에 밟혔다.
“이 줄자, 왜 이렇게 눈에 익지?”
고개를 갸웃하며 줄자를 드르륵- 뽑아내자 탄성 있는 검은 금속이 죽 뽑혀 나왔다.
“……!”
겉모습은 그냥 평범한 줄자다.
그러나 이 줄자의 검은 금속은 최초의 타이탄의 마도 엔진을 만들 때 사용한 별철(星鐵)이다!
별철은 자신이 하늘을 향해 기원했을 때 떨어진 별똥별에서 나온 금속이다!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김철수는 줄자에 마력을 흘려 넣었다.
부우우우웅-
벌이 날갯짓하듯 진동하는 줄자!
파스스스슥-
진동하는 줄자에서 물결치듯 마력이 퍼져 나오고 형상이 흐릿해진다!
너무나 눈에 익은 모습!
‘설마, 설마!’
김철수는 줄자를 허공에 뿌렸다!
윙윙, 윙윙위이잉-
연필을 빠르게 흔드는 것처럼 수십 수백 개의 잔상을 만들어 내는 줄자!
이 모습을 보는 순간 입안에서만 맴돌던 말이 튀어나왔다.
“무한맹타!”
워커 실트!
별철로 이뤄진 별똥별에서 튀어나온 노움!
워커 실트의 백곰권 무한맹타!
이 검은 줄자는 워커 실트가 무한맹타를 펼칠 때 사용하던 현철 줄자다!
정신을 잃은 천마가 워커 실트의 현철 줄자를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야, 너 어떻게 이걸 가지고 있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손을 뻗을 때 무언가 발에 걸렸다.
알 수 없는 직감에 시선을 내리자 큐브가 보였다.
한 면이 3x3, 9개로 나뉜 정육면체.
빙글빙글 돌려 같은 색을 맞추는 장난감 큐브.
그러나 이 큐브 표면에는 색이 칠해져 있지 않고 뚝뚝 끊긴 선과 도형이 새겨져 있었다.
“……!”
큐브를 보는 순간 떠오른 이름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럴 리가 없다!
그게 여기 나타날 리 없다!
환상, 그냥 겉만 비슷한 가품?
김철수는 홀린 듯이 손을 뻗었다.
그리고 툭- 큐브에 손이 닿는 순간 깨달았다!
환상도 가품도 아니다!
자신이 제트를 가공해 만든 진짜 큐브다!
타대륙 행성 주위를 휘감은 마력장 지대.
그 마력장 지대의 무한한 마력을 지상을 끌어내기 위해 세운 마탑.
이 큐브는 그 마탑의 머릿돌, 통제 장치다!
워커 실트의 현철 줄자를 가진 천마가 마탑의 머릿돌까지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중요한 건 이유가 아니라 머릿돌이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최초의 머릿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관없다!
이 머릿돌을 손에 쥔 건 자신이었으니까!
머릿돌의 힘이면 전능 옥좌를 지구에 띄울 수 있다!
전능 옥좌의 힘이면 서울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게이트에 안정화 장치를 설치하고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게이트를 통제하는 순간, 인류는 게이트 전쟁의 승기를 잡을 수 있다!
문제는 하나!
워커 실트는 자신의 메시지를 받자마자 전능 옥좌를 떨어뜨렸을 게 분명하다!
전능 옥좌가 추락했으면 모든 마탑이 빛을 잃었을 테고 당연히 머릿돌도 꺼졌을 터!
‘지금 해야 할 일은?’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머릿속에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떠올랐다.
1. 꺼져 버린 머릿돌을 다시 밝힌다.
2. 머릿돌의 힘으로 천강의 태양을 안정화한다.
3. 영약과 센트라로 각성자의 그릇과 각성력을 채운다.
4. 추적용 앵커를 붙이고 은신. 천마와 각성자를 깨운다.
5. 깨어난 천마와 각성자는 운명의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6. 앵커로 천마와 각성자를 추적하는 동시에 안전화 장치를 뿌리고 전능 옥좌를 띄운다.
7. 천마에게서 얻은 정보로 워커 실트를 찾는다!
워커 실트를 찾는다면, 곳곳에 구멍이 뚫린 기억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다!
이 모든 계획의 시작은 머릿돌을 활성화하는 것!
바로 움직인다!
김철수는 마력을 끌어내 손에 쥔 큐브에 담았다.
순간 큐브가 제멋대로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게 왜 움직여?!”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큐브 표면에 새겨진 선과 도형이 맞춰지고 황금빛으로 빛났다.
머릿돌의 적층 마력 회로가 활성화됐다!
‘빛을 잃은 머릿돌이 저절로 다시 밝혀졌다고?!’
불가능하다!
한 번 빛이 꺼진 머릿돌에 다시 불을 밝히는 건 7명 이상의 마도왕이 모이거나, 마도 엔진에 과부하, 마탑……!
“설마 누군가 새로운 마탑을 건설한 건가? 이 머릿돌은 새로운 마탑의 머릿돌?!”
확인하는 건 간단하다!
김철수는 머릿돌의 위아래 모서리를 잡고 인증 파문을 일으키며 비틀었다.
드르르륵-
그러자 병뚜껑을 따듯 정육면체 큐브가 회전해 펼쳐졌다.
머릿돌의 내부.
자신이 새겨넣은 글자가 보였다.
ㅁㅁㅁ(ㅁㅁㅁ).
완전한 기억을 찾지 못해 두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읽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이름!
모든 머릿돌과 최초의 마도 엔진을 만들 때.
그리고 마법과 대륙어를 세계의 나무에 새겨 넣을 때 사용한 이름.
보석과 강철의 황제.
돌철 황제의 본명이 새겨져 있었다!
이 머릿돌은 자신이 만든 머릿돌이 맞았다!
“그런데 왜 빛을 잃지 않았지?! 설마 워커 실트가 전능 옥좌를 떨어뜨리는 데 실패한 건가?!”
그럴 리가 없다!
워커 실트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불시착 후 노움 일족의 배로 돌아가는 데 실패하자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일족의 배를 타 대륙으로 부른 게 워커 실트다!
워커 실트는 세계의 나무를 가로질러 자라는 천공의 탑을 올라서서라도 해낼 녀석이다!
“그럼 이 머릿돌은 뭐지?!”
풀리지 않는 의문에 외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돌아갔다.
원 대륙의 영약.
타 대륙의 센트라.
빛을 잃지 않은 머릿돌.
워커 실트의 현철 줄자까지.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던 사람!
천마!
모든 의문의 답을 가진 천마가 눈앞에 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손에는 빛이 꺼지지 않은 머릿돌이 있다.
천마의 무의식에 직접 물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