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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79화 (1,08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79화>

“……!!”

김철수는 경악으로 얼어붙었다.

무자비한 천의의 집행자 천마가 질문에 대답했다?!

‘설마 천마가 아닌 건가?!’

반사적으로 양손을 살피자 느껴졌다.

물결치듯 허공으로 퍼져 나오는 파동!

극도로 억제한 상태라 보이지 않지만, 지극과 천원을 잇는 하늘의 불꽃, 천강이 맞다!

천강은 천마의 상징!

천마가 확실했다!

“……!”

각성자는 천마를 알아보고 귀인이라고 불렀고, 천마는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귀인요? 제가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김철수가 마음속으로 외치는 순간.

각성자는 계단 위로 한걸음 오르며 외쳤다.

“귀인님! 저 기억 안 나세요?! 앗! 마스크! 마스크 써서! 잠시만!”

마스크와 선글라스가 사라지자 나타난 반가운 감정이 가득 담긴 얼굴이 나타났다.

천문석은 한눈에 알아봤다.

너무나 익숙한 얼굴!

노화 역전 각성한 이세영 선생님……!

‘어 잠깐! 뭔가 이상한데?!’

이세영 선생님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위화감!

천문석은 위화감의 정체를 바로 깨달았다.

‘각성력이 너무 낮다!’

지금은 검은 폭풍의 전성기, 서울 수복 작전 직전이다!

그러나 느껴지는 각성력은 16년 후, 제주도에서 다시 각성했을 때보다 현저히 낮았다!

‘설마 비슷한 다른 사람인가?!’

바로 고개가 저어졌다.

학창 시절, 서울 사태, 나이트!

이세영 선생님의 나이 든 모습과 젊은 모습 모두 생생하게 기억한다.

‘분명 같은 사람이다!’

천문석이 확신하는 순간, 그 기색을 느낀 이세영 선생님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알아보셨군요! 귀인님!”

천문석은 흠칫 놀라 한걸음 물러서며 다급히 외쳤다.

“사람 잘못 보신 것…….”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외침이 쏟아졌다.

“앗! 얼굴! 그렇지! 얼굴이 변해서 못 알아보시는군요!”

“귀인님 처음 만났을 때는 이 얼굴이 아니라 나이 든! 40대 얼굴이었어요!”

“기억 안 나세요?!”

“2000년 게이트 열리고 서울 난장판이 됐을 때, 몬스터가 포위한 서초동 건물 옥상!”

“놀 무리와 변이한 늑대가 건물로 쏟아져 들어올 때!”

“건물 옥상 대형 광고판 뒤에서 나오셨잖아요?!”

……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오르며 말을 쏟아 내는 이세영 선생님.

말이 이어질수록 얼굴과 목소리에는 확신이 더해졌다.

이세영 선생님은 자신을 귀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천문석은 생각지도 상황에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다.

귀인? 자신이 이세영 선생님과 만났었다고?!

2000년 게이트가 열려 난장판이 된 서울! 그것도 서초구에서?!

‘그럴 리 없다!’

공방 도시 지하에서 사고로 떨어진 세기말 대한민국!

광화문에서 시작해 북한산, 동대문, 중랑천, 한강을 지나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왔다.

한강을 건너 남쪽 서초구에 내려간 사실 자체가 없었다.

자신과 이세영 선생님과 만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가능한 대답은 하나뿐이다!

이세영 선생님의 별명, 꽝손!

수류탄 잘 던지는 찬호처럼 또 헛다리를 짚은 거다!

자신을 2000년에 만난 귀인이라는 사람과 착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선생님, 이런 순간까지 헛다리…… 엇!’

내심 탄식하는 순간 번쩍 정신이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외침에 홀려 있는 사이, 이세영 선생님은 어느새 계단 중간까지 올라왔다!

‘꼬맹이는 보이지 않는 상황! 더 늦기 전에 계단을 끊는다!’

허공에 뜬 양손을 움직일 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앗! 그렇지! ‘광고 문의’라고 쓰여 있는 대형 광고판 기억 안 나세요?! 그 광고판 뒤에서 나오면서 저한테 말씀하셨잖아요?!”

탄성을 무시하고 계단을 무너트리려는 순간, 누군가를 흉내 낸 듯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세영 선생님? 선생님이 왜 여기에?! 앗, 아앗!!”

“……!”

“기억나시죠?! 그때 어떻게 제가 선생님인 거 알아보신 거예요? 소총 들고 방탄 헬멧까지 쓰고 있었는데…….”

뒷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흉내 내는 목소리만으로 알 수 있었다.

‘저 말투! 내가 이세영 선생님을 만났으면, 무조건 저렇게 외쳤을 거다!’

순간 머릿속에서 폭풍이 몰아쳤다.

헛다리를 짚은 게 아니라고?!

자신과 이세영 선생님이 2000년에 진짜로 만났다고?!

아니 아직 모른다!

이세영 선생님은 1년 동안 가르친 학생이 방금 말한 이름도 깜빡하시는 분이다!

더 정확한 증거를 확인…….

이때 깨달음의 탄성이 튀어나왔다.

“그렇지 총! 리볼버가 있었지!”

홀스터에서 리볼버를 꺼내 내미는 이세영 선생님.

“이 리볼버 기억나시죠? 제 소총 탄약이 떨어진 걸 알아채시고 이 리볼버를 주셨잖아요! 몬스터가 픽픽 쓰러지는 신기한 탄환 수백 발이랑 같이요!”

“……!.”

천문석은 리볼버를 홀린 듯이 바라봤다.

-리볼버에 못으로 새겨진 이름, 이세영.

검은 폭풍의 5연발 리볼버가 맞다!

-몬스터가 픽픽 쓰러지는 신기한 탄환.

당연히 재금 공업 정품 마탄이다!

‘4년 전 세기말 대한민국에서 자신이 검은 폭풍의 리볼버와 정품 마탄을 이세영 선생님에게 드렸다고?!’

역사와 다른 사실에 자신도 모르게 입이 열렸다.

“말도 안 되는! 분명 검은 폭풍의 5연발 리볼버는 재금 공업에서 준……!”

“네? 제 리볼버를 재금 공업에서 줬다고요? 항상 귀인께 받았다고 말했는데…… 재금 공업이면…… 앗! 마탄! 마탄 개발한 그 재금 공업? 귀인님 재금 공업 관계자셨군요! 어쩐지 저한테 주신 그 탄환, 마탄이랑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랐어요! 이 리볼버도 재금 공업에서 만든 물건이군요! 어쩐지!”

이세영 선생님이 헛다리를 짚는 순간.

천문석의 머릿속에는 벼락이 떨어졌다.

-검은 폭풍의 상징인 리볼버!

-더럽게 비싼 재금 공업 정품 마탄!

이걸 자신이 줬다는 건 원래라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에겐 이 모든 게 말이 되는 가능성이 있었다!

서울대성당!

숙소에 놓아둔 헌터용 배낭!

그 헌터용 배낭 안에는 이세영 선생님에게 받은 5연발 리볼버와 광화문에서 중국 헌터들을 털고 얻은 재금 공업 정품 마탄이 들어 있었다!

“제가 그 리볼버랑 마탄을 드렸다고요?”

다시 확인하는 순간,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세영 선생님.

“네! 지금이랑 똑같은 마스크에 작업용 앞치마를 두르고…… 앗! 그 공구 벨트! 그 공구 벨트도 차고 계셨어요! 와, 귀인께선 그 작업용 앞치마랑 공구 벨트를 정말 좋아하시나 보네요!”

그럴 리가! 작업용 앞치마와 공구 벨트 모두 오늘 저녁 서울 대성당을 수리하며 처음 착용했다!

당연히 2000년에 이 모습으로 나타나는 건 불가능…….

‘설마?!’

문득 고개를 들고 질문하려는 순간, 한발 먼저 환한 미소와 함께 대답이 돌아왔다.

“귀인님, 하나도 변하지 않으셨네요. 꼭 4년 전에 저랑 만나고 바로 여기에 나타나신 것 같아요!”

“……!”

이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2000년 서초구 빌딩 옥상에서 만난 후.

2004년 칠성파 빌딩에서 다시 만났다고 말하는 이세영 선생님.

이 말은 진실이었다.

이세영 선생님의 시선, 입장에서는!

그러나 이 사건을 자신의 시선, 입장에서 보면 순서가 바뀐다.

2020년 남일도 던전으로 들어와.

2004년 부산 칠성파 빌딩 계단에 있다.

그리고 2000년 지금 모습 그대로 서초구 빌딩 옥상에서 이세영 선생님을 만나 리볼버와 마탄을 주게 된다.

‘줬다’가 아니라 ‘주게 된다’이다!

과거형이 아닌 미래형이다!

지금 이세영 선생님은 자신이 아직 하지 않은 ‘미래’의 일을 말하고 있었다!

* * *

천문석이 진실을 깨닫는 순간.

은신한 채 이 모든 것을 보고 있던 김철수도 깨달았다.

각성자와 천마는 서로를 알아보고 대화했다.

그러나 이 대화는 무언가 핀트가 어긋나 겉돌았다.

대화를 겉돌게 만드는 ‘무언가’는 시간이다!

각성자는 천마와 만났던 ‘과거’를 말하지만.

천마에게는 각성자와 만난 ‘과거’의 기억이 없다!

김철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바로 알아챘다.

게이트 안정화 장치의 힘으로 세계를 관조하며 확인했다.

루프(loop)!

원을 그리며 뒤엉킨 세계의 나무가 시간 오류를 일으켰다!

그 핵심은 미래에서 과거로 전해진 리볼버다!

이 리볼버는 어디서 처음 만들어진 것인가?!

원래라면 시간 오류 수정자가 이 오류를 수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시간 오류 수정자는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마치 어딘가에 갇혀 있는 것처럼!

이건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

키워드는 5연발 리볼버, 재금 공업!

세월의 흔적, 누군가 새겨 넣은 이름 같은 건 고려할 필요 없다!

세계의 나무가 그려내는 역사에는 복원력이 있다.

리볼버를 만들기만 하면 스스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 인과를 완성할 거다!

김철수 눈앞에서 오가는 대화에 귀를 열고 리볼버의 모습을 눈에 새겨 넣었다.

우레 폭풍의 마도왕, 레이의 마법 회로는 까맣게 잊은 채!

천문석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계단을 끊어야 한다는 사실은 잊은 채, 이세영 선생님의 이야기를 홀린 듯이 들었다.

천문석과 김철수 두 사람이 검은 폭풍 이세영의 이야기에 빠져들 때. 칠성파 빌딩의 다른 모두는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꾸물거리지 말고 얼른 뛰어내려!”

징병을 피해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조폭 헌터들.

“뛰지 마세요! 사다리 오고 있습니다!”

조폭 헌터들을 향해 외치는 특무대 박찬석.

“여기는 텄다! 특무대가 왔다! 튀어!”

“아니! 강제 징병 안 한다니까요! 인적 사항만 확인하고 해산……!”

“속지 마! 내가 아는 형님! 사인 잘못했다가 참전하게 됐다!”

“아니,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을……!”

박찬석의 어이없어 하는 외침을 끊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쏟아졌다.

“같이 사냥 같던 헌터!”

“내 친구 아는 동생!”

“어제 신세 진 길드장님!!”

“부산 해병대전우회 중앙길드도 당했다!”

“뭐?! 해병대 길드, 자원한 거 아니었어?!”

“누가 눈탱이 맞았다고 밝히겠냐?”

“지금 부산에 특무대에 당한 헌터들이 하나둘이 아냐! 백! 아니, 천 단위가 넘는다!”

……

끝없이 이어지는 증언에 특무대를 임시 지휘하던 박찬석은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대체 어떤 놈이 약을 판 거야?!’

칠성파 빌딩은 점점 더 난장판이 되고 있었다.

이때 최 팀장과 김 대리, 유희연과 유희명 자매, 한호석 병장에 염동 대협까지.

일행 전원은 8층 방화문을 지나 비밀통로로 칠성파 빌딩에서 빠져나왔다.

“이세기 선생님을 도우러 가야 하는 게……?”

최 팀장의 말에 염동 대협 마혁진은 고개를 저었다.

“됐다. 그 녀석은 전쟁터 한복판에 떨어져도 멀쩡히 돌아올 녀석이다. 우리는 여기서 기다린다.”

이때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철수! 김철수!”

“없어. 철수가 없어요?”

사색이 된 자매가 다급히 외쳤다.

“김철수? 아! 아까 말했던 그 아이!”

“네! 뭔 일이 생기면 여기서 만나기로 했는데!”

“길이 엇갈린 거 같아요! 데려올게요!”

“아니. 내가 갈게 언니!”

달려가는 순간, 사방에 널린 잡동사니가 날아가 비밀 문을 막았다.

“염동 대협님?!”

“아직 근처에 있을 거예요!”

“우리는 여기서 기다린다.”

염동 대협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칠성파 빌딩 안은 특무대와 조폭 헌터들이 뒤엉킨 난장판이 됐다.

지금 빌딩으로 돌아가면 이 난장판에 휩쓸려 엉망진창이 된다.

지금은 이세기를 믿고 기다릴 때다.

이세기는 모든 것을 난장판으로 만들지만, 그 난장판에선 아무리 굴러도 죽거나 크게 다치는 사람은 없었다.

“걱정 마라. 이세기 그 녀석은 어떻게든 그 꼬맹이를 무사히 데리고 나올 거다.”

염동 대협 마혁진은 확신을 담아 말하며, 뒷말을 삼켰다.

‘개같이 구르겠지만 말이야…… 하아-“

그러나 염동 대협의 예상과 달리 천문석은 구르고 있지 않았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황당한 얼굴로 반문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리볼버랑 마탄을 건네준 다음에…… 딱밤을 때렸다고요? 제가요?! 이세영 선생님 이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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