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77화 (1,07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77화>

-사기꾼 녀석들!!

분노한 외침이 터지는 순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지상을 봤다.

유턴하던 차량 행렬이 다시 방향을 돌렸다!

위요용-

사이렌 소리와 함께 멈춰 서는 SUV!

부아아아앙-

그 뒤를 따라 줄줄이 정지하는 트럭들!

빌딩 앞에 바글바글한 조폭 헌터들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검은 군복을 입은 작은 체구의 지휘관이 SUV에서 내려 번쩍 고개를 들었다.

지상과는 아득한 거리가 있는 23층 펜트하우스. 게다가 한밤중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지상과 23층에 자리한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

“……!”

선글라스를 썼음에도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

천문석은 한눈에 알아봤다.

‘이세영 선생님이다!’

이 순간 수화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호석! 이 선생, 최 팀장! 누가 됐던지 얼른 튀세요! 소장님 완전 빡쳤습니다!

뚝. 통화가 끊어지는 순간, 트럭에서 검은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쏟아지고.

수영장에서 환호성과 함께 김 대리와 유희연이 뛰어왔다.

“됐다! 우리가 해냈어!”

“됐어요! 특무대가 오고 있어요!”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한호석 병장이 사색이 된 얼굴로 외치고.

“…….”

최 팀장은 넋 나간 얼굴로 지상을 내려다볼 때.

말없이 지상을 바라보던 염동 대협이 몸을 돌려 물었다.

“혹시 이것도 전부 계획대로냐?”

‘그럴 리가? 상상도 못 했다!’

자신과 이세영 선생님이 처음 만나는 건 십 년이 훌쩍 지난 후 학교에서다!

여기서 자신과 만난 후에 학창 시절의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마수와 몬스터가 쏟아진 서울 사태!

류세연을 구하러 갔던 고등학교!

백곰 마수와의 결전과 서리 늑대와의 만남!

이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된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이세영 선생님이 23층에 오기 전에 통로를 뚫고 도망친다!

게다가 긍정적인 면도 있다!

이제 이 자리의 모두가 튈 필요는 없다.

이세영 선생님이라면 믿을 수 있다!

다른 동료들은 여기서 특무대를 기다리면 된다!

최 팀장과 한호석 병장이야 좀 쥐어박히겠지만, 김 대리와 학생인 유희연은 보호해 주실 거다!

즉, 자신과 염동 대협. 둘만 튀면 된다.

그리고 자신과 염동 둘이라면 로비를 거치지 않아도 빠져나갈 수많은 방법이 있다!

이세영 선생님이 특무대와 오지 않았다면 사용할 수 없던 방법!

천문석은 즉시 외쳤다.

“야, 계획 변경이다! 나랑 염동, 둘만 튄다! 너희들은 여기서 특무대 올 때까지 기다려라!”

“네?”

“그게 무슨?”

“이세기 선생님?!”

“저기 금고 방에 있으면 안전할 거야! 잊지 말고 벽에다가 금고 안에 사람 있다고 써 둬! 염동, 가자!”

천문석은 빠르게 말을 쏟아 내는 즉시 몸을 돌려 달렸다.

다다다다닥-

순간 번개같이 뒤로 따라붙는 최 팀장, 김 대리, 한호석 병장, 유희연!

“야, 왜 다 따라오는데?! 안전한 금고 방에서 특무대 기다리라니까! 그냥 한두 대 쥐어박히면 끝나!”

외치는 순간 바로 대답이 쏟아졌다.

“이세기 선생님! 저 이번에 걸리면 삼진, 아웃입니다! 그냥 안 넘어가요! 그리고 이 녀석 작전에 꼭 필요합니다! 그냥은 엄청난 피해! 어쩌면 작전이 실패할지도 몰라요!”

등에 업은 마혁진을 가리키는 최 팀장.

‘아니 검은 폭풍을 왜 이리 과소평가하는 거야?!’

“우리 대장님 용서가 없습니다! 한두 대 쥐어박히는 거로는 절대 안 끝나요!”

봇짐을 짊어진 한호석 병장.

“…….”

“…….”

아무 대답 없이 따라 달리는 김 대리와 유희연.

“너희 둘은 왜?!”

“최 팀장님은 제 파트너입니다! 생사고락을 같이해야 합니다!”

“언니! 사촌 언니가 비밀통로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로비가 아니더라도 빠져나갈 수 있어요! 제가 안내할게요!”

비밀통로!

“비밀통로, 어디에 있는데?!”

“8층 비품 창고 안에 있어요! 비상계단 타고 8층 복도로 나가면…….”

엘리베이터는 박살 난 지금 유일한 통로는 비상계단뿐!

자신과 이세영 선생님 모두 비상계단을 사용해야 한다!

이세영 선생님이 도착하기 전에 8층 비밀통로로 빠져나가면 깔끔하게 끝난다!

자신은 23층에서 8층으로 뚫고 내려가고!

이세영 선생님은 지상에서 8층까지 밀고 올라온다!

2배 이상 차이 나는 거리!

상식적으로는 이세영 선생님이 더 빠르다.

하지만 이세영 선생님에겐 특무대를 지휘해 조폭 헌터들을 뚫는다는 페널티가 있었다!

인원이 많으면 움직임이 굼떠지는 법!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다!

천문석은 찰나의 순간 결정하고 외쳤다.

“내가 선두! 염동, 네가 후열이다! 얘들 데리고 적당한 거리 두고 따라붙어!”

“네? 염동 대협께서 앞장서는 게……!”

김 대리가 말하는 순간.

염동 대협은 고개를 저었다.

“쟤 강하다. 내 주위로 바짝 붙어라!”

천문석은 바닥에 떨어진 조각상을 낚아채 달리고. 그 뒤로 염동 대협을 중심으로 모인 모두가 따라붙었다.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거실을 가로질러 23층의 유일한 입구 강화 철문 앞에 도착하는 순간 느껴졌다!

쾅쾅, 콰아아앙-

강화 철문이 종처럼 진동하고 바스러진 시멘트 가루가 문틀에서 쏟아진다.

복도에 가득한 조폭 헌터들이 각성력을 담아 문을 내력 찍고 있다!

“완전히 막혔습니다!”

“폭죽 남았는데 가져올까요?!”

지금 필요한 건 속도!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을 사용한다!

“모두 벽에 붙어서 귀 막고 눈 감아라!”

“야, 너?!”

“이세기 선생님!?”

“……!”

“설마?!”

“아까 모두 겪었지? 섬광탄 터트리고 강제로 뚫고 나간다!”

“잠깐!”

“잠시만! 선생님!”

“앗, 아앗!”

……

동료들이 다급히 눈을 감고 양손으로 귀를 가리며 좌우 벽에 찰싹 달라붙는 순간.

천문석은 진동하는 강화 철문에 내력을 끌어올린 손을 뻗었다!

철컥, 철컥, 철컥-

순식간에 잠금장치가 풀리고 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

천문석은 내력을 담아 외쳤다.

[전방 섬광!]

이 타이밍 문틈으로 조각상을 던지고 미끄러지듯 바닥으로 몸을 던졌다!

콰앙-

허공으로 날아간 조각상이 해머에 산산조각 나는 순간 바닥을 한 바퀴 굴러 펄쩍 뛰어올랐다!

쾅, 쾅, 쿠웅-

한발 늦게 천문석이 구르던 바닥을 내리찍는 해머와 방패!

“쥐새끼가 나왔다!”

“문! 열린 문부터 확보해!”

“방패! 공간을 죽여라!”

외침이 터진 순간 방패 벽을 앞세워 일제 돌진하는 조폭 헌터들!

하지만 복도에 가득한 모든 헌터의 시선이 모인 순간 번쩍 들린 양손이 충돌했다.

콰아아앙-

직선으로 쭉 뻗은 복도가 굉천수의 새하얀 섬광으로 물들고, 거대한 굉음이 파도치듯 퍼져 나갔다!

“내 눈!”

“섬광탄!”

“으어억-.”

섬광과 굉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 헌터용 헬멧은 순간적으로 빛을 차단하고 굉음을 상쇄했다.

그러나 예상 이상으로 많은 헌터들이 헌터용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

1/3 이상의 조폭 헌터들이 순간적으로 무력화됐다!

그리고 굉천수와 가장 가까운 곳!

방패를 앞세워 돌진하던 헌터들이 굉음에 균형감각을 잃고 와르르 무너지면서 공간이 생겼다!

‘기회다! 단숨에 밀고 나간다!’

쾅-

진각을 밟는 순간, 발목과 무릎 관절이 부드럽게 휘어지고 근육이 수축하고 내력이 압축된다!

콰드드드드득-

용수철을 내리누르듯 수축하고 압축되는 근육과 내력에 실리는 힘!

천근 거력이 하체에 실리는 순간.

깃털같이 가벼운 양손을 펼쳐 일기공과 일원공에 심상을 투영한다.

척력과 인력! 그리고 와류!

밀어내고 끌어당겨, 비튼다!

손에서 시작된 와류가 아래로 흐르고.

발에서 시작된 거력이 위로 솟구친다.

와류와 거력이 영육과 혼백의 사이!

심상에서 합쳐지는 순간 마음에 담을 무리는 하나!

‘뚫는다!’

와류와 거력이 쾅 충돌하는 순간.

엄청난 힘이 전신에 휘몰아쳤다!

‘아니 이게 뭐야?!’

머리끝에서 등골을 타고 전율이 달리고!

찰나의 순간 폭발하는 내공이 전신을 휘감는다!

천지가 손아귀에 잡히는 전능감!

일기일원공의 내력이 아니다!

반사적으로 영혼육백을 관조하려는 순간 힘의 근원이 느껴졌다.

불처럼 뜨거운 동시에 얼음처럼 차갑다!

그 누구도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오직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선연한 기운.

천강흔(天罡痕)!

흔(痕), 흉터, 흔적, 자국!

그 의미 그대로, 곳곳에 흉터처럼 금이 간 천강흔이 그 안에 담긴 엄청난 힘을 쏟아 내고 있었다!

‘아니, 이게 왜 열리려고 해?!’

천강흔 랜덤 박스는 찢어져 열리기 직전이었다!

* * *

‘건들지도 않았는데! 아니, 생각도 안 했는데 왜 이렇게 된 거야?! 시바시바!’

가속된 사고 속 천문석은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나 아무리 분통을 터트려도 달라지는 건 없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부터 한다!

이 상태로 밀고 나가면 포위를 뚫는 게 아니라, 헌터들을 찢어발기게 된다!

폭발하는 내력을 1할 이하로 줄이고 내력을 실어 외쳤다.

[야! 피해! 정면으로 붙으면 안 돼!]

내력을 실어 외치는 순간.

콰아앙-

굉음과 함께 전신이 포탄이 되어 쏘아졌다!

그 무엇도 돌진하는 천문석을 막지 못했다!

쾅, 쾅, 콰아앙-

폴리카보네이트 방패가 쪼개지고, 바닥에 고정한 간이 장벽이 박살 났다!

깡, 깡, 까아앙-

찔러 오는 검과 창, 내려찍는 칼이 와류에 닿는 순간, 고속으로 회전하는 팽이에 닿은 듯 튕겨 나갔다!

까아앙-

각성력을 담아 내려찍은 해머가 튕겨 나가는 순간 헬멧을 쓴 헌터들의 외침이 쏟아졌다.

“달라붙어! 붙잡고 늘어져!”

“각성력을 깎아 내야 공격이 먹힌다!”

“미친 육체 각성자?! 힘이 엄청나다!”

“야, 그물! 그물 던져!”

“안 돼! 아군이 같이 당한다!”

“그냥 그물 던져! 이대로면 뚫린다!”

……

촤아아아-

그러나 허공에 뿌려진 강철 그물은 와류에 휩쓸린 순간 갈가리 찢겨나라고!

“어깨 붙여! 공간 죽이고 힘으로 버텨라!”

으아아악-

악을 쓰며 어깨를 붙이고 방패벽을 세웠지만, 육체에 닿기도 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위용!

볼링공이 핀을 날려 버리듯 복도에 가득한 헌터들이 사방으로 나뒹굴고 중앙에 길을 뻥 뚫렸다.

“……!”

“……!”

“……!”

섬광이 사라지고 문밖으로 뛰어나온 모두는 입을 떡 벌린 채 이 모습을 봤다.

3, 7, 11, 17, 27미터!

조폭 헌터들이 가득했던 복도에 쭉쭉 공간이 뚫리고 있다!

한 사람이 다리와 협로를 막고 버티는 건 흔한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 눈앞의 광경은 정반대였다!

이세기 혼자서 작업용 앞치마에 맨손으로 복도를 가득 채운, 완전 무장한 헌터들을 파죽지세로 뚫고 있었다!

이세기에 강하다는 건 염동 대협이 오체투지 하는 순간 모두 짐작했다.

그러나 그 전투를 직접 보는 순간, 강하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압도적인 무언가가 느껴졌다!

“어떻게 뚫고 있는 거야?”

“육체, 오러? 무슨 각성을 했길래.”

모두는 멍하니 돌진하는 이세기를 바라봤다.

양손이 허공에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순간.

깡깡, 까아앙-

각성력이 담긴 육중한 해머와 칼, 섬뜩한 예기가 담긴 검과 창이 부러져 튕겨 나간다!

쿵쿵, 쿠우우웅-

이어서 양발이 거대한 바위를 내리찍듯 복도를 울리는 순간.

방패 벽이 무너지고, 단단히 고정한 대 마수용 장벽이 박살 난다!

육체, 오러, 무공, 마력, 마탄, 초능력!

각성력의 6 계통과 궤를 달리하는 기술의 압도적인 위력!

‘도대체 정체가 뭐야?!’

최 팀장이 마음속으로 외치는 순간.

한호석 병장이 어이없어 하는 얼굴로 말했다.

“지금까지 뭔 삽질을…… 그냥 처음부터 뚫었으면 됐는데…….”

“…….”

“…….”

“…….”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때.

염동 대협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미친. 더 강해졌잖아…… 이해하려고 하지 마라. 이세기, 쟤는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된다.”

최 팀장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염동 대협! 이세기의 동료가 있었다!’

“염동 대협님 이세기 님, 어떤 각성자십니까? 초능력, 마력, 오러?!”

최 팀장의 묻는 순간 폭탄이 터진 듯한 외침이 들려왔다.

[야! 빨리! 따라붙어!]

“바짝 붙어라! 바로 따라붙는다!”

방패, 박살 난 장벽, 널브러진 무기들! 온갖 잡동사니가 역장에 잡혀 공중에 떠올랐다.

염동 대협은 역장의 방패를 두르고 달리기 시작했다.

쾅, 쾅, 콰아앙-

천문석이 전차처럼 복도를 가득 채운 조폭 헌터들을 뚫을 때, 그 뒤로 염동력장의 방패에 둘러싸인 동료들이 따라붙었다.

이 순간 검은 폭풍 이세영과 특무대도 칠성파 빌딩으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검은 폭풍 이세영은 천문석의 예상과 다르게 움직였다.

“너희들이 알아서 애들 해산시켜! 찬석이, 너는 애들 지휘하고! 위는 나 혼자 간다!”

“네? 혼자 가시면 위험합니다! 제가 같이……!”

“넌 여기를 지휘해야지! 그냥 가겠다는 애들은 다 보내 줘라! 강제 징병하지 마라!”

이세영은 외침과 동시에 빌딩 앞과 로비에 가득한 조폭 헌터들을 무시하고, 비상계단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천문석과 동료들은 23층에서 8층으로!

이세영은 입구에서 23층을 향해 움직이는 이 순간.

천문석과 이세영은 모두 존재조차 모르던 두 사람이 움직이고 있었다.

비밀통로가 있는 8층 비품 창고!

동생이 친구가 오기를 기다리던 두 사람은 23층에서 터진 신호용 폭죽을 보고 움직이고 있었다.

유희명과 꼬맹이 김철수.

두 사람은 비품 창고를 나와 텅 빈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12층까지만 확인하는 거다!”

“꼬맹이가 누나한테! 위험하니까 따라오지 말고 밖에서 기다리라니까. 하아- 내가 먼저 갈 테니까 거리 두고 따라와. 혹시 비명 들리면 바로 통로로 도망가고.”

주먹을 들어 쥐어박는 시늉을 하더니 빠르게 계단을 뛰어오르는 유희명.

“괜히 소보루빵은 먹어서는…….”

그리고 피식 웃으며 유희명을 뒤따라 계단을 오르는 김철수는 지금 계단 위에서 내려오는 게 누군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천문석.

신성을 얻어 신위에 닿은 존재조차 강제 전생시키는 천강(天罡)의 불꽃이 이글거리는 전생 천마!

그리고 계단 아래에서 올라오는 사람이 누군지도 알 수 없었다.

이세영.

게이트 안정화 장치로 서울 수복 작전을 성공시키고 게이트 전쟁을 승리로 끝낼 각성자.

천문석, 김철수, 이세영.

아득한 인과로 이어진 세 사람이 마침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였다.

칠성파 빌딩 비상계단!

세 사람은 같은 레일 위를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서로를 향해 달렸다.

마치 누군가 정해 놓은 것처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