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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72화 (1,07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72화>

마혁진!

같은 이름이 입에서 튀어나온 순간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휘몰아쳤다.

‘칠성파 보스 마혁진을 서울 수복 작전에 참전시킨다!’

“아니, 잠깐! 이게 가능한 건가……?!”

염동 대협이 자신도 모르게 외칠 때.

천문석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충분히 가능하다! 한 가지 걸림돌만 해결되면!’

한 가지 걸림돌!

염동 대협과 마혁진의 깃발전에서 깡패 두목 마혁진이 이겼다고 외친 이유!

마혁진의 칠성파는 전국의 거점을 먹은 대형 조폭 길드와 함께 망한다는 역사적 사명을 가졌다!

서울 수복 작전이 성공하는 순간, 거점을 먹은 대형 조폭 길드들이 망하는 건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그냥 망해서는 안 된다!

칠성파를 중심으로 연합을 구성하고 완전히 폭망해야 한다!

즉, 지금 해야 할 질문은 이거다.

‘칠성파 보스 마혁진이 사라져도 칠성파가 대형 조폭 길드와 연합을 구성해 폭망한다는 역사적 사명을 다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바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가능하다!’

순간 머릿속에서 큰 그림이 그려졌다.

-칠성파 전부가 아닌, 보스 마혁진만 서울 수복 작전에 참전시킨다!

-눈앞에 기절해 널브러진 중간 보스 30여 명을 운명 공동체로 엮어 칠성파를 맡긴다!

-칠성파 중간 보스 30여 명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공포의 존재, 칠성파 보스 마혁진 때문에라도 하나로 뭉친다!

-서울 수복 작전 성공의 소식이 전해지고 극한으로 치솟는 위기감에 전국의 조폭 길드와 연합을 구성한다!

그리고 완전히 폭삭 망한다!

‘이건 먹힌다! 충분히 가능성 있다!’

계획대로만 진행되면 서울 수복 작전의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대형 조폭 길드까지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핵심 조건이 필요했다.

모든 계획이 그렇듯 이 계획의 핵심 조건은 ‘사람’이었다!

-한국 최강의 각성자 마혁진의 눈탱이를 칠 대담함!

-칠성파 중간 보스 30여 명을 틀어쥐고 움직일 잔머리!

-대국을 보는 눈과 대형 조폭 길드들을 조율할 정치력까지!

마혁진의 서울 수복 작전 참전에는 머리와 실행력을 동시에 갖춘 사람이 필요했다.

평소라도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은 23층에 갇힌 상황, 게다가 경찰이 23층에 도착할 때까지라는 시간제한도 있다.

원래라면 떠오른 순간 폐기될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 자신 앞에는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이 있었다!

시선이 천천히 움직였다.

-전생 천마를 상대로 낚시질을 한 대담함!

-불패의 논객인 자신을 거의 낚았던 잔머리!

-수많은 헌터를 만년필로 낚아 몇 년 동안 굴린 정치력!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사람이 바로 앞에 있었다!

뒤통수에 탄검을 맞고 기절한 최 팀장!

국정원 최 팀장!

미친 잔머리의 소유자인 국정원 최 팀장이라면 자신의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

즉, 칠성파 보스 마혁진을 서울 수복 작전에 참전시킬 수 있는 거다!

계획의 핵심 인물이 ‘최 팀장’으로 결정되는 순간 걸림돌은 사라졌다.

이제 계획에서 남은 퍼즐 조각은 하나였다.

“…….”

천문석은 고개를 돌려 복잡한 시선으로 칠성파 보스 마혁진을 응시하고 있는 마지막 퍼즐 조각을 봤다.

염동 대협.

2020년의 마혁진.

“어때? 젊은 마혁진이 서울 수복 작전에 참전해도 괜찮겠냐?”

“…….”

2020년의 마혁진, 염동 대협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과거를 바꾼다고 반드시 미래가 변하는 게 아니란 걸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2004년의 마혁진이 서울 수복 작전에서 다치거나 죽기라도 한다면, 2020년의 마혁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몰랐다.

평소라면 더 묻지도 않았을 거다.

그러나 결자해지의 깃발을 꽂았을 때 염동 대협의 마음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천문석은 다시 질문했다.

“생각해 봐. 서울 수복 작전에 참전하면 마혁진은 어떻게 될까?”

“개 같이 구르겠지…….”

“그렇지. 깡패 두목 마혁진은 개 같이 구르겠지! 그게 바로 진정한 결자해지 아니겠냐?!”

“……뭐?”

염동 대협은 문득 고개를 돌려 이세기를 봤다.

과거의 자신을 서울 수복 작전에 밀어 넣어 개고생을 시키라고 당당히 말하는 이세기.

하지만 이 황당한 제안이 어이없게도 솔깃했다.

염동 대협은 칠성파 보스, 2004년의 자신을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뭘 해야 하냐?”

천문석은 최 팀장의 포켓에 꽂힌 만년필을 뽑아 책상을 가리켰다.

“우선 저기 책상 위에 놓인 참전 서약서에 사인부터 해라. 염동 대협, 네 평소 필체로 말이지.”

* * *

끄어억-!

전신을 쥐어짜는 극통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 내 눈이!”

다급히 외치는 순간 딱, 딱-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정신 차려? 얘 완전히 맛이 갔는데?!”

거칠게 갈라진 목소리! 염동 대협이다!

“염동 대협? 무슨 일이……?!”

이 순간 머리를 스치는 장면이 있었다.

괴성을 지르며 도망칠 때, 뒤통수로 날아와 꽂힌 이세기의 탄검(彈劍)!

‘탄검을 맞고 기절했구나!’

깨달음의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

“야, 눈 떠! 눈을 감으니까 아무것도 안 보이지!”

“이세기 준장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번쩍 눈이 떠졌다!

어이없어 하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

이세기 준장과 염동 대협!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전부 오해십니다! 설마, 제가 이세기 준장님께 사기를…….”

“다시 준장이냐?”

“이세기 선생님! 선생님께 제가 사기를 칠 리가……!”

“됐고 참전 서약서 줘 봐.”

최 팀장은 반색해서 재빨리 말을 바꿨다.

“이세기 선생님! 전 믿고 있었습니다! 이세기 선생님이라면 대의를 위해서 작전에 참가……!”

“나 아니다.”

“네? 아니라고요? 아니 이세기 선생님, 이러시면 곤란하죠! 달라고 하셨으면 당연히 사인하셔야죠!”

어느새 고개를 치켜들고 당당히 외치는 최 팀장.

“와, 진짜 너는 포기를 모르는구나. 나 말고 다른 녀석 넘길게. 걔나 데려가.”

“네? 다른 사람이라면……?!”

“쟤.”

이세기의 눈짓을 따라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보이는 사람.

검게 탄 얼굴과 깡마른 몸.

던전 지게꾼 같은 모습으로 칠성파 보스 마혁진을 쥐어팬 염동력자!

“염동 대협님! 전 믿고 있었습니다! 염동 대협께서 대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의에 따라 참전…….”

“아니, 걔 말고 그 옆.”

“네? 또 옆이요?”

시선을 옆으로 돌렸지만, 염동 대협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

순간 맥이 탁 풀리고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아니, 선생님. 이러시면 곤란하죠!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치시면 저도 특무대 한호석 병장한테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호석 병장 상관 엄청 무서운 사람입니다! 여기 나타나면 우리 전부 망하는……!”

최 팀장은 순식간에 태세를 전환해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

천문석은 잽싸게 말을 끊었다.

“야, 바닥! 염동 대협 옆, 바닥을 보라고!”

“바닥이요?”

염동 대협 옆 바닥에는 정신줄을 놓은 칠성파 보스 마혁진만 널브러져 있었다.

“칠성파 보스, 마혁진? 쟤는 왜?”

“마혁진이 내가 말한 사람이다!”

천문석은 마혁진을 번쩍 들어 의자에 앉히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마혁진, 서울 수복 작전에 보내 줄게. 참전 서약서 줘 봐.”

“…….”

기절한 채 의자 위에 축 늘어진 마혁진.

마도구 만년필을 까딱이는 이세기.

이 모습을 보는 순간 이세기가 뭘 하려는 지 알 수 있었다.

기절한 마혁진의 손에 만년필을 고정하고 대신 사인 하거나, 마혁진이 서명한 문서를 찾아 만년필을 굴려 서명을 옮기려는 거다!

최 팀장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무슨 생각이신지는 알겠는데, 그 만년필로 직접 사인한 게 아니면 못 옮깁니다. 흉내 내서 사인 해 봤자 초능력 각성자가 필적 검증하면 100% 걸려요. 어떻게든 직접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 마혁진 이 녀석, 눈치가 미친 수준이라 몇 번이나 시도했는데 전부 실패했습니다.”

“실패? 이거 말하는 거냐?”

천문석은 씩 웃으며 참전 서약서를 내밀었다.

“아니, 흉내 내서 사인하는 거로는 안 된다고……!”

반사적으로 말하던 최 팀장의 말이 멈췄다.

무궁화와 봉황이 새겨진 참전 서약서에 적힌 서명.

마혁진!

“……!”

한국 최강의 각성자 마혁진을 낚기 위해 엄청난 조사를 했다! 당연히 마혁진의 사인도 몇 번이나 확인했다.

참전 서약서의 사인을 보는 순간 감이 왔다!

“진짜잖아?! 정말 마혁진 서명이잖아?!”

“당연히 진짜지! 마혁진이 직접 한 거다. 초능력 각성자가 필적 검증해도 100% 일치로 나올 거다!”

“기절한 마혁진이 어떻게 사인을…… 앗! 설마. 깨워서 사인하게 하고 다시 기절시키신 건가요?! 그럴 리가? 마혁진 녀석은 협박, 고문이 통하는 놈이 아닌데? 어떻게……?!”

최 팀장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횡설수설 말을 쏟아 냈다.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답을 봤다.

사인을 받기 위해 협박, 고문은 할 필요도 없었다.

아무 대가 없이 사인 해 줄 마혁진(2020), 염동 대협이 있었으니까!

“됐고. 그보다 참전 서약서 꺼내 봐. 당연히 다른 서류도 있겠지? 그것도 전부 꺼내고.”

“네…… 이미 사인했는데 왜……? 아!”

반문하는 순간 눈을 스치는 깨달음의 빛!

꾼은 꾼을 알아보는 법!

상상만 하고 실행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계획이 떠올랐다!

최 팀장은 기대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이세기 선생님, 설마……?”

천문석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전 서약서에 사인했다고 깡패 두목을 어떻게 믿냐? 혹시 배 째라고 나오면 진짜로 배를 째 줘야지! 마혁진이 부산에 가진 부동산이 그렇게 많다며?”

“와, 와! 선생님 같은 분은 처음입니다! 훌륭하십니다! 존경합니다! 이세기 선생님!”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최 팀장은 희열에 들뜬 얼굴로 즉시 외쳤다.

“김 대리!”

“넷! 팀장님!”

마치 문 뒤에서 기다린 것처럼 즉시 얼굴을 내미는 국정원 김 대리!

“물이랑, 수건! 서류 가방! 당장 필요하다!”

김 대리는 한달음에 달려왔고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촤아아-

마혁진의 피투성이 손이 깨끗해지고, 이윽고 붉은 인주를 꼼꼼히 묻혀 지장을 찍기 시작했다.

꾹꾹, 꾹꾹꾹-

참전 서약서에는 커다란 손도장을!

부동산과 은행의 현금, 창고에 챙겨 둔 물자를 넘기는 서류 수십 장에 지장을 찍고 꼼꼼하게 각인까지 찍었다!

“이 정도면 절대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배를 째는 순간, 재산이 반은 날아갈 겁니다!”

최 팀장은 수십 장의 서류를 뿌듯한 얼굴로 바라봤다.

“재산 반? 그걸로는 부족한 거 아냐?”

“흐흐흐-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 정도 서류면 그분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분?”

“보안 사항이라 밝힐 수 없지만, 마혁진 정도는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는 분이 계십니다.”

‘마혁진을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는 사람?!’

천문석이 뇌리를 스치는 촉에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최 팀장은 벌떡 일어난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외쳤다.

“이세기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작전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겁니다! 인명 피해를 확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뭔 소리야? 마혁진이 ‘자기 스스로’ 지장을 찍었는데 왜 나한테 감사해?”

“……!”

“……!”

천문석과 최 팀장의 의미심장한 시선이 스치고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카캬캌-

하하핰-

“앗! 그렇죠! 당연히 마혁진이 ‘스스로’ 지장을 찍었죠!”

“그렇지! 마혁진 이 새끼! 깡패 두목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협객이었어! 서울 수복 작전에 참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산까지 헌납하다니! 와! 불타는 우국충정의 마음이 있었다니까!”

카캬카캌캌-

하하하하핰-

천문석과 최 팀장이 어느새 비슷해진 웃음을 터트릴 때.

염동 대협 마혁진은 두 사람과 칠성파 보스 마혁진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

이로써 부산의 황제이자 2004년 최강의 각성자 마혁진의 서울 수복 작전 참전이 결정됐다!

그리고 외침이 터져 나왔다.

“깡패 두목이 건물주로 떵떵거린다고?! 절대 안 되지! 마혁진 서울에서 열심히 굴러라! 마침내 정의는 이뤄졌다! 카캬캌-.”

천문석.

“이세기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정의가 이뤄지고! 서울 수복 작전 성공 가능성이 확 올라갔습니다! 하하하-.”

국정원 최 팀장.

“와, 칠성파 보스를 진짜 회유할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인명 피해가 확 줄 겁니다!”

국정원 김 대리.

“결자해지…….”

염동 대협.

“금고 열었습니다!”

“이세기 님! 염동 대협님 얼른 오세요!”

한호석 병장과 유희연 학생.

“…….”

“…….”

정신줄을 놓고 널브러진 30여 명의 칠성파 중간 보스들까지.

단 한 명, 칠성파 보스 마혁진을 제외한 모두가 행복해졌다.

천문석은 가슴이 뿌듯했다.

정말 오랜만에 120% 깔끔하게 사건이 마무리됐다!

이제 칠성파 금고를 털어 한몫 단단히 챙긴 후, 23층에 도착한 경찰과 함께 빌딩을 빠져나가면 이번 난장판도 끝난다!

“자, 그럼 모두 한몫 챙기러 가자! 염동 대협, 너는 알지? 최 팀장! 따라와라! 꼭 해 줄 말이 있다!”

천문석은 외침과 동시에 누구보다 빨리 금고가 열린 방으로 달렸다.

퀘스트는 끝났고 보상을 획득할 때다!

“마혁진 고맙다! 카캬카카캌-!”

천문석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

모두는 순식간에 금고가 열린 방으로 사라졌고 거실에는 염동 대협 혼자 남겨졌다.

염동 대협은 책상 위에 수북하게 쌓인 서류를 보며 깊게 한숨 쉬었다.

“하아- 결자해지…….”

그리고 펜을 들어 서류에 찍힌 지장 위에 사인을 시작했다.

“……결자해지? 왜…… 낚인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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