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66화>
뒤엉킨 역장의 폭풍이 염동 대협과 마혁진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이대로는 양패구상한다!
모두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모였다.
“이세기 님……!”
“당장 멈추게……!”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탄식이 터져 나왔다.
“와, 마혁진 저 얍삽한 새끼!”
“……!”
알 수 없는 직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보였다.
역장의 폭풍 속에서 웃고 있는 칠성파 보스 마혁진.
마혁진의 몸이 수면에 비치는 그림자처럼 흐릿하게 흔들렸다.
“설마……!”
“저건?!”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마혁진은 꺼지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나타났다!
핏-
허공에!
피핏-
끌려오는 당구대 위에!
피피핏-
뒤엉킨 염동력장의 범위 밖에!
칠성파 보스 마혁진은 순식간에 뒤엉킨 역장에서 탈출했고, 뒤엉켜 몰아치는 역장 안에는 염동 대협만이 홀로 남겨졌다!
“순간이동!”
“다중 각성자?!”
“당장 빠져나오세요……!”
경악한 외침이 연이어 터져 나오는 순간.
쐐애애애액-
공기를 찢어발기는 초음속의 탄환이 쏘아졌다.
역장의 폭풍에 발목이 잡힌 염동 대협을 향해서!
콰아아아앙-
염동포탄에 역장에 붙잡힌 책상과 의자, 조각상이 박살 나 쏟아진다.
미친 듯이 몰아치는 중첩된 역장의 폭풍 속!
염동 대협은 초음속의 포탄과 잡동사니의 잔해에 발이 묶였다!
포기하지 않고 전진하지만, 소용없다!
다시 거리를 벌리고 염동포탄을 쏟아부으면 되니까!
처음부터 염동 대협에게 승리할 방법은 없었다.
부산의 황제, 칠성파 보스 마혁진은 염동력과 순간이동의 다중 각성자였다.
아니, 이제는 승패가 문제가 아니다!
염동 대협의 각성력이 마르는 순간 역장의 폭풍에 찢겨나가고, 염동포탄에 박살 날 테니까!
“승패는 이미 결정됐습니다!”
“그만 멈추세요!”
“어? 뭔가 눈치 보는 거 같은…….”
“끝났어! 당장 멈춰! 멈추라고!”
최 팀장과 김 대리, 한호석, 유희연이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염동포탄은 멈추지 않았다.
쐐애애액, 콰앙, 콰지지직-
염동포탄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박살 난 잡동사니가 산탄이 되어 공간을 휩쓸었다.
옷과 팔다리, 몸통을 긁고 지나가는 잡동사니들!
염동 대협은 멈추지 않았다.
쏟아지는 잡동사니를 버티며 뒤엉킨 역장의 폭풍 속을 전진했다.
칠성파 보스 마혁진을 향해서!
“…….”
“…….”
“…….”
모두가 말을 잊는 순간 유희연은 악을 쓰며 마혁진에게 달렸다.
“멈춰! 승부 끝났어!”
그러나 몇 발자국 떼기도 전에 팔이 잡혀 멈춰 섰다.
“당장 놔……!”
염동 대협의 동료, 이세기!
“당장 멈춰야 해요! 마혁진을 막아서……!”
하지만 여상한 목소리가 말을 끊었다.
“깃발 꽂았다.”
“네?”
“이세기 님?”
“지금 무슨 말을?”
“깃발? 아! 처음에 말했던?!”
유희연, 최 팀장, 김 대리, 한호석의 의아한 시선이 쏟아질 때.
천문석은 고개를 돌려 염동포탄이 쏟아지는 방향을 봤다.
쐐애애액-
염동 대협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염동포탄을 쏟아붓는 칠성파 보스 마혁진.
마혁진의 모든 신경은 염동 대협에서 집중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천문석은 느낄 수 있었다.
마혁진의 온 정신은 염동 대협이 아니라 자신에게 집중돼 있었다.
처음부터!
마혁진은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자신의 이목이 최 팀장에게 쏠리는 순간. 염동력장을 충돌시키고 순간이동 빠져나와 염동포탄을 쏟아부었다.
이때 하얗게 질린 넷의 외침이 쏟아졌다.
“지금 도와야 해요! 칠성파 보스! 한국 최강의 각성자라고요!”
“같이 움직이면 막을 수 있습니다. 김 대리! 특무대!”
“네! 팀장님! 호석아, 준비하자!”
“왜 자꾸 나를……!”
천문석은 손을 들어 이들을 제지했다.
그리고 피식 웃으며 칠성파 보스 마혁진이 간절히 원하는 말을 외쳤다.
“깃발 꽂았다! 승패가 결정될 때까지 그 누구도 끼어들지 못한다!”
* * *
쐐애애액, 쾅쾅쾅-
마혁진은 초음속의 탄환을 쏟아부으면서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역장의 폭풍에 갇혀 염동포탄을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자칭 염동 대협이 아니라 이세기에게!
진짜 적은 이세기다!
순식간에 오감을 날려 버린 섬광!
어떻게 가능했는지 감도 오지 않는 망치!
절대로 이세기가 가까이 붙도록 거리를 줘서는 안 된다!
이세기가 움직이는 동시에 순간이동으로 거리를 벌리고 염동포탄을 쏟아붓는다!
그러나 경계하는 것도 염동 대협이 쓰러질 때까지만이다.
이세기만 홀로 남는다면 압도할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숨겨 왔던 순간이동 능력이면 농락하듯 싸워 이길 수 있다!
‘기다려라! 곧 아작을 내 주마!’
내심 이를 갈 때 외침이 들려왔다.
“승패는 이미 결정됐습니다!”
“그만 멈추세요!”
“어? 뭔가 눈치 보는 거 같은…….”
“끝났어! 당장 멈춰! 멈추라고!”
……
주제도 모르고 당장이라도 달려올 듯 외치는 녀석들!
평소라면 박살을 내 줬겠지만, 지금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이세기가 염동 대협과 협공을 하면 막을 방법이 없었으니까!
‘운이 좋구나!’
내심 웃는 순간 이세기의 외침이 들려왔다.
“깃발 꽂았다! 승패가 결정될 때까지 그 누구도 끼어들지 못한다!”
멍청한 녀석!
자칭 염동 대협 놈부터 손봐 주고 바로 아작 내 주마!
휘이이이잉-
당구공이 몸 주위를 회전해 가속!
빠아앙, 쐐애애액-
공기를 찢어발기며 쏘아졌다!
역장의 폭풍에 갇힌 자칭 염동 대협에게!
* * *
쾅, 쾅, 콰아아앙-
쉴 새 없이 폭음이 터지고 잔해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전투는 일방적으로 전개됐다.
마혁진은 염동포탄을 폭풍처럼 쏟아부었고.
염동 대협은 일방적으로 얻어맞으면 간신히 역장의 폭풍을 뚫고 전진했다.
그러나 염동 대협의 전진은 무의미했다.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가볍게 뒤로 몇 걸음 걷는 것만으로도 간신히 좁힌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
“…….”
“…….”
모두의 안색이 파리하게 변했다.
같은 염동력 각성자의 전투라 비등한 승부가 벌어지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염동 대협은 칠성파 보스 마혁진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순간이동 능력 때문에!
이제 곧 승패가 갈린다. 그리고 누가 승리할지는 뻔했다.
칠성파 보스, 마혁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
‘나이스 타이밍! 카캬캌-.’
천문석은 내심 웃음을 터트렸다.
타이밍 좋게 마혁진이 염동포탄을 쏟아부어 모두의 이목을 끌어 줬다!
김 대리, 한호석, 유희연 모두 넋을 놓고 전투를 보고 있고!
국정원 최 팀장!
자신의 의표를 찔렀던 최 팀장마저 안절부절, 어느새 징병 대상이란 외침은 까맣게 잊었다!
당연했다!
지금은 징병이 문제가 아니다!
염동 대협이 아작 나는 순간 칠성파 보스 마혁진의 염동포탄이 누구를 노릴지 뻔했으니까!
눈뽕을 터트려 중간보스 30여 명을 침묵시키고, 백곰권으로 마혁진의 뒤통수를 깨트린 사람.
이세기, 바로 자신이 다음 타깃이다!
그리고 이세기는 최 팀장이 반드시 회유해야 하는 대상이다!
회유 대상이 한국 최강의 각성자의 타깃이 되게 생겼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직전!
최 팀장이 지금 안절부절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대로 일이 진행될 리는 없었다.
칠성파 보스 마혁진이 한국 최강의 각성자가 된 건 지금이 2004년, 게이트가 열리고 4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 소설, 만화.
온갖 매체에서 다뤄져 친숙한 염동력!
당연히 염동력자가 되면 포텐이 빠르게 터지고 전투력이 급격히 올라간다!
육체, 무공, 오러, 초능력, 마탄, 마력!
2004년인 지금 각성력의 주요 여섯 계통 중 초능력은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었다.
그러나 각성력에 관한 연구가 이뤄지고, 마수와 몬스터의 천연 마력 기관을 역설계한 스킬과 마법이 하나둘 나타나면서 각성력의 우열은 사라졌다.
각성력은 무공과 공통점이 많았다.
천검 이세기는 정파 100대 문파에 간신히 들어가는 창천문의 무공으로 천하십절이자 무림맹주가 됐다.
전생 천마는 무림인은 배우지도 않는 마종권으로 마도 18문의 마인과 9파의 장로들을 쥐어패고 다녔다.
익힌 무공의 종류로 무인의 우열이 결정되지 않듯, 각성력의 종류로 각성자의 우열이 갈리지도 않는다.
어떤 무공을 익혔는지, 어떤 각성을 했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강함, 우열, 승패를 결정하는 건 무공과 각성력이 아닌 사람이다.
지금 보는 것처럼!
콰카카카카캉-
염동 대협은 마침내 뒤엉킨 역장의 폭풍을 뚫고 튀어나왔다!
염동력자의 방패이자 무기, 염동력장은 이미 통제를 벗어난 후.
맨몸으로 반만 남은 책상을 방패처럼 들고 직선으로 돌진한다!
쐐애애애액, 쾅쾅, 콰아앙-
초음속의 탄환이 쏟아져 책상을 으스러트리고 팔다리, 몸통에 꽂혔다!
각성력이 훅훅- 까이고 쏟아진 물리력에 전신이 요동친다!
그러나 염동 대협은 작은 신음조차 지르지 않고 쏘아진 화살처럼 돌진했다.
염동포탄을 쏟아붓는 칠성파 보스 마혁진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이 순간 칠성파 보스 마혁진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떠오르고.
손에 땀을 쥐고 이 모습을 바라보던 모두의 입에선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피하세요!”
“거리 못 줄입니다!”
“순간이동!”
“지금이라도 도와야 합니다!”
……
칠성파 보스까지의 거리는 10미터 남짓!
마혁진의 전신이 수면에 비치는 것처럼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순간이동!
콰지직-
이 순간 염동 대협은 끌어모은 각성력을 터트려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흐릿해지는 칠성파 보스 마혁진.
몸을 탄환처럼 날린 염동 대협.
수많은 각성자를 만난 최 팀장과 김 대리.
수백 번의 격전을 치른 특무대 한호석 병장.
엄청난 각성력 포텐을 지닌 유희연.
모두는 직감했다.
늦었다!
염동 대협이 닿기 전에 마혁진은 순간이동으로 빠져나가고, 일방적인 공격이 다시 쏟아진다!
‘칠성파 보스 마혁진의 승리다!’
이 순간 천둥 치는 듯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야, 적당히 패라!]
이세기!
동료의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에 터져 나온 생뚱맞은 외침.
“…….”
“……!”
“……!”
황당함이 담긴 시선이 모일 때.
칠성파 보스 마혁진은 외쳤다.
“미친 새끼! 다음은 너다!”
피피핏-
그리고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흐릿해진 몸이 공간을 뛰어넘어 나타났다.
염동 대협 바로 앞에!
“……!”
경악한 마혁진은 반사적으로 다시 한번 순간이동 능력을 펼쳤다.
이 순간 염동 대협의 손이 허공을 휘젓고 염동력이 공간을 뒤흔들었다.
우르르르릉-
그리고 우렛소리가 터지는 순간, 흐릿해지던 몸이 공간의 틈에서 강제로 튕겨 나왔다!
“……!”
순간이동 실패의 반향은 엄청난 현기증이 되어 돌아왔다.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가고 공간 감각과 염동력, 순간이동이 줄줄이 무너졌다.
콰드드득-
그때, 억센 손길이 옷깃을 틀어쥐고 베일 듯이 섬뜩한 광채가 날아왔다!
염동 대협의 두 눈!
“잠, 잠깐……!”
이 순간 허공에 풀려난 염동력이 폭발했다.
콰카카카카쾅-
거대한 폭음이 터지고 자욱한 먼지가 훅 올라와 염동 대협과 마혁진을 집어삼켰다.
* * *
천문석은 자욱한 먼지를 바라보며 웃었다.
칠성파 보스 마혁진과 염동 대협 마혁진은 같은 사람이다.
당연히 칠성파 보스의 순간이동 능력을 염동 대협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염동 대협 마혁진은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승패는 바뀌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칠성파 보스 마혁진이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한 순간 승패가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마혁진은 신동대문 광장, 초거대 사슴벌레 등 위에서 자신과 싸울 때는 순간이동 능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열사의 사막에서 구르고 돌아온 후에는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한 적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순간이동 능력은 양날의 검!
공간의 틈을 뛰어넘는 찰나의 순간 각성력이 사라지고 무방비 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찰나이기에 어지간한 상대는 그 틈을 노리지 못한다.
하지만 이건 역으로 말하면 어지간한 상대가 아닌, 진정한 강자는 충분히 그 틈을 노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극에 달한 강자는 예지 능력자나 마찬가지!
일 합의 공방만으로 이어질 수십 합의 공방을 예측하고 허점이 나타나는 순간, 반드시 그 허점을 찌른다!
허점이 찔려 순간이동이 실패하면 공간 감각이 무너진다.
그리고 공간 감각이 무너지면 그에 기반한 염동력, 순간이동 능력이 줄줄이 날아간다!
찰나의 순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허점을 정확히 찌르는 건 2004년의 마혁진, 신동대문의 마혁진에게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열사의 사막에서 수많은 강적과 싸우며, 미친 듯이 도망치고, 개같이 구른 염동 대협 마혁진은 가능했다!
그 결과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쾅쾅, 콰아앙-
시야를 가리는 자욱한 먼지 속에서 터져 나오는 굉음.
염동 대협은 칠성파 보스 마혁진, 과거의 자신을 향해 일방적인 공격을 쏟아붓고 있었다.
승패는 갈렸다.
염동 대협, 2020년의 마혁진의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