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61화>
23층 펜트하우스.
“…….”
칠성파 보스 마혁진은 아직 섬광의 잔상이 남아 있는 눈으로 주위를 돌아봤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 염동력자.
유리 벽에 찰싹 붙은 국정원 직원.
멀리 강화 철문 뒤에서 고개를 드는 학생.
그리고 하우스 비닐 위 곳곳에 널브러진 또식이, 멸치, 손톱, 칼날, 쌍검…… 중간 보스 30여 명!
순식간에 30명의 훌쩍 넘는 칠성파 중간보스들이 전부 널브러져 있었다!
널브러진 자세는 모두 다르지만, 이들 모두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정신줄을 놓고 완전히 기절했다는 것!
‘이게 무슨 일이야?!’
자신도 모르게 묻는 순간 방금 일어난 일들이 파파팟-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염동력자가 오체투지하고 한 남자가 손을 번쩍 들고 달려오는 순간, 엄청난 섬광과 굉음이 터졌다.
일순간에 날아가는 청각과 시각!
마혁진은 반사적으로 순간이동으로 이탈하고 염동력장을 최대 출력으로 펼쳤다.
당구공, 의자, 책상, 협탑! 온갖 물건이 역장에 잡혀 방벽이 됐다.
이 순간 시야를 하얗게 물들이는 섬광 속에서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끄아악-.”
“꺄아아악-.”
성동격서! 부하들의 비명으로 자신을 낚고 있다!
단숨에 염동력자의 계략을 파악했다!
‘와라! 접근하는 순간 박살 내 주마!’
그렇게 염동력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접근하는 순간 염동포탄을 쏟아부을 준비를 했다.
그러나 섬광이 완전히 사라지고 시각과 청각이 회복될 때까지 공격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괴성이 들려왔다!
“얍삽한 새끼! 으아아악!”
“야, 그냥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마혁진은 번쩍 정신을 차리고 괴성이 들려오는 곳을 봤다!
바닥에 널브러진 중간 보스들 사이 악을 쓰는 육체 각성자와 그 등에 찰싹 달라붙어 십자조르기를 넣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끄어억- 이 새끼! 뒤진…….”
우드득-
순간 조르기를 막고 있던 팔이 뚝- 부러지고 경동맥이 눌렸다!
버둥거리며 버티던 육체 각성자, 중간보스는 전원 코드를 뽑은 것처럼 픽 기절했다!
마혁진은 한눈에 알아봤다.
공구 벨트를 차고, 작업용 앞치마를 걸친 모습.
염동력자가 나타난 직후 손을 번쩍 들고 달려온 녀석이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드러난 눈과 피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20대 초반!
각성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몸!
믿을 수 없게도 이 녀석은 각성력도 없이 육체 각성자에게 조르기를 넣어 기절시켰다.
그것도 육체 각성자 한 명이 아니라 사방에 널려 있는 30여 명의 중간보스 전부를!
섬광이 터지고 사라지는 그 몇 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에 제압했다!
염동력자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나 진짜 강적을 그 뒤를 따라온 저 청년이었다!
게다가 저 청년은 혼자가 아니다!
청년이 나타난 순간 바닥에 오체투지 한 염동력자까지 있다!
만약 청년과 염동력자 둘이 동시에 공격해 2 대 1로 싸운다면?!
‘……!’
처음 염동력을 각성한 후 적수가 없던 한국 최강의 각성자 마혁진.
그러나 패배를 직감하는 순간, 칠성파 보스 마혁진의 눈동자가 요동치고 머릿속에서 폭풍이 몰아쳤다.
‘뭐지? 이 새끼들 정체가 뭐야?!’
‘설마 특무대가 움직인 건가? 그럴 리가! 군부에 뿌린 약이 얼만데!’
게다가 특무대는 전원 각성자다!
그러나 청년에게선 각성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내가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각성자? 반박귀진?!’
오래전 읽은 무협지 속 단어까지 튀어나올 때 청년은 손을 탁탁 털며 일어났다.
‘시작한다!’
바짝 긴장해 염동력장을 끌어올리고 순간이동을 위한 공간 감각을 뻗을 때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겨우 다 정리했네! 자, 이제 마음껏 싸워라!”
생각과는 전혀 다른 말, 마혁진은 자신도 모르게 얼빠진 목소리로 반문했다.
“……뭐?”
“저기 쟤 납작 엎드린 염동 대협이랑 정정당당하게 싸우라고. 어? 이거 뭐야? 비닐까지 깔아 놨잖아! 피 터지게 싸워도 깔끔하게 치울 수 있겠네! 하, 깡패 새끼가 준비성 철저한데! 아, 기절한 얘들 거치적거리지? 얘들은 내가 치워 줄게! 그럼 얼른 싸워. 화이팅!”
휘이, 휘이익-
어느새 휘파람까지 불며 기절한 중간 보스를 끌어 가구가 쌓인 곳에 차곡차곡 기대 놓는 청년.
“너 지금 무슨 짓을……?”
자신도 모르게 묻는 순간 거실 바닥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악-
바닥에 납작 엎드린 염동력자!
‘진짜 시작한다!’
마혁진이 반사적으로 염동력장을 끌어올릴 때 염동 대협은 폭풍 같은 기세를 담아 돌진했다.
자신이 아니라 기절한 중간 보스를 끌고 있는 청년에게로!
“야, 이 미친 새끼! 이 또라이 새끼! 정신 나간 새끼!”
“야, 뭐야? 아직 눈 안 보여?! 야, 나야 나! 고용주! 깡패 두목은 반대쪽 벽에 있어!”
타다다다닥-
깜짝 놀란 청년은 탁자, 의자, 협탁을 뛰어넘어 도망쳤고.
파앙, 파아아앙-
염동 대협은 캔맥주를 포탄처럼 발사하며 그 뒤를 쫓았다.
“너 맞아! 눈뽕! 씹새야! 그 빌어먹을 눈뽕! 시도 때도 없이 터트리는 그 섬광! 새꺄! 당장 너부터 손봐 준다! 으아악!”
“야, 사정 있었어! 피치 못할 사정 있었다니까! 저기 깡패 두목 마혁진은 멀쩡하잖아? 쟤랑 일대일로 싸우면 되잖아!”
“씹새야! 분위기! 어, 분위기!!”
“뭔 얼어 죽을 분위기! 얼른 가서 대충 쥐어박고 끝내!”
날렵하게 도망가는 청년.
분통을 터트리며 뒤를 쫓는 염동 대협.
“…….”
칠성파 보스 마혁진은 자신이 보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뭐지, 이 미친놈들은? 한국 최강의 각성자인 자신 앞에서 뭘 하는 거지?’
“설마, 내가 꿈을 꾸는 건가?”
초현실적인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꿈이 아니라는 증거가 사방에서 나타났다.
“잠깐! 잠깐만 두 분 멈추세요! 국가가 두 분을 부르고 있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조건으로 스카우트하겠습니다! 계약금으로 큰 거 2장에 엄청난 예우와 자부심을……!”
“팀장님! 이럴 때 아니에요! 얼른 튀어야죠!”
“김 대리! 참전 서약서 챙겨! 저 두 분, 작전에 꼭 필요한 인재다!”
-청년과 염동력자를 쫓는 국정원 최 팀장과 김 대리.
“염동 대협님! 저예요! 아까 건물 입구에서 도와주셨던 학생! 급해요! 빨리 이리 오세요! 칠성파 조직원들 몰려와요! 당장 탈출해야 해요!”
-강화 철문 뒤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얼굴을 내민 교복 입은 학생.
“커억- 미친놈들! 신호용 폭죽에 화약을 얼마나 처넣은 거야?! 미친! 신호 보내다가 뒤질 뻔했잖아?!”
-유리 벽 너머 수영장에서 기어 나오는 안경 쓴 남자.
“…….”
애써 조성한 공포 분위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상한 놈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 이상한 놈들은 칠성파 보스인 자신에게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모두의 시선과 정신은 펜트하우스를 달리는 청년과 염동력자에게 집중됐다.
“3장! 큰 거 3장에 훈장도 드리겠습니다! 훈장 있으면 버스, 지하철 요금도 공짜입니다!”
“팀장님! 낚시질할 때가 아니라니까요! 얼른 튀어야…… 어, 저 녀석…… 너 호석이지?! 특무대 한호석! 네가 왜 여기에……?”
“아, 아앗! 사람 잘못 보셨어요! 절대 서울대 한호석 아닙니다!”
“맞구나! 서울대 박사 과정 한호석! 야! 너 어떻게 여기 있어?! 설마, 미행한 거야?! 혹시 특무대 작전!”
“아니라니까요! 따라오지 마세요!”
“빨리! 빨리 나오세요! 언제 조폭들 밀려올지 몰라요!”
……
마혁진은 생경한 감각을 느꼈다.
강가에 놓인 돌멩이처럼 누구도 자신을 신경 쓰지 않았다.
언제나 중심에 있던 자신이 주변으로 밀려났다!
부산의 황제, 최강의 각성자, 칠성파 보스! 천하의 마혁진이 무시당하고 있다!
이때 두 사람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이 모든 난장판을 만든 두 사람!
자칭 염동 대협과 중간 보스들을 아작 낸 청년이 자신에게 달려왔다!
순간 황당하게도 가슴속에서 안도감이 치솟았다!
무시당한 게 아니다!
이제 격전이 시작된다!
마혁진은 각성력을 끌어올리고 재빨리 마음의 준비를 했다!
2 대 1의 쉽지 않은 싸움!
그러나 서울을 탈출하고 부산을 먹을 때까지 불리한 싸움은 수없이 했다!
‘나는 반드시 이긴다!’
염동력장을 사방으로 뻗는 순간 달려오는 두 사람의 외침이 들렸다.
“야, 그만 쫓아와! 마혁진! 깡패 두목 저기 멀쩡하게 있잖아! 쟤랑 싸워!”
“너부터 손봐 준다! 한두 번도 아니고! 시바! 더는 못 참는다! 이 새꺄 멈춰! 당장 멈춰!”
청년과 염동 대협은 서로를 향해 외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은 여기 없는 사람인 것처럼…….
“……!”
이 순간 머릿속 이성의 끈이 뚝 끊어졌다.
마혁진은 염동력장을 폭발시켰다.
쿠르르르르릉-
당구공, 탁자, 의자, 테이블 온갖 잡동사니가 허공으로 떠오르는 순간.
마혁진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담아 외쳤다.
“씹쌔들! 아작을 내 주마!”
위이이잉-
염동력장에 잡힌 잡동사니들이 가속해 폭풍처럼 쏟아지기 직전!
정신없이 외치며 도망치던 청년이 고개를 돌렸다.
청년의 담담한 눈과 시선이 마주치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빠아아앙-
마혁진은 반사적으로 당구공을 발사했다.
찰나의 순간 청년의 손이 공구 벨트를 스치고 천둥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백곰권! 앞발 후려치기!”
크아아아아앙-
거대한 백곰 포효가 울려 퍼지는 동시에 수많은 전투 경험이 상대를 분석했다!
백곰권! 무공 각성자!
앞발 후려치기! 근접전 전문가!
그렇다면 순간이동, 염동포탄으로 농락하듯 싸울 수 있다!
마혁진은 청년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외쳤다.
“와라! 제대로 붙자!”
청년이 바닥을 굴러 당구공을 피하고.
두 번째 염동포탄을 발사하려는 순간.
염동력자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야, 뒤! 뒤통수!”
“하! 그런 얕은수에 내가 당!”
쾅-
순간 뒤통수에서 전해지는 엄청난 충격!
“컼-!”
외마디 비명과 함께 시야가 흐릿해질 때 얼핏 보이는 게 있었다.
깡-
피 묻은 망치가 바닥에 떨어졌다!
‘설마……?!’
아득해지는 정신줄을 붙잡고 간신히 고개를 들자 보였다.
“와, 이게 진짜 먹히네! 백곰권! 좋아! 아주 맘에 들어! 이제부터 백곰권은 내 무공이다! 카캬카카캌-.”
비열한 웃음을 터트리는 청년.
걸려 있던 망치가 사라진 공구 벨트.
미친 듯이 분통을 터트리며 달려오는 염동 대협.
“야, 이 미친 새끼야! 무슨 짓을 한 거야! 저 새끼는 내 몫이었다고!”
“……!”
모든 것을 깨닫는 순간 뒤통수가 따뜻해지고 치솟는 울분에 시야와 정신이 까맣게 물들어갔다.
“이런 씹 쌔……!”
부산의 황제, 칠성파 보스, 한국 최강의 각성자.
마혁진은 치솟는 울분을 토해 내는 순간 픽- 쓰러져 기절했다.
* * *
“뭐야? 쟤 왜 쓰러져?!”
마혁진이 쓰러지는 순간.
천문석은 깜짝 놀라 한달음에 달려갔다.
“야, 괜찮아?! 너 왜 그래?! 설마 백곰권 한 방 맞았다고 훅 간 건 아니지?!”
확인하는 순간 깨달았다!
워커 실트의 백곰권을 흉내 내 초식 명과 포효로 상대를 기만하고, 번개같이 망치를 던졌다!
마혁진은 백곰권의 외형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염동력장을 펼쳐 스스로 시야를 가리기까지 했다!
여기에 염동 대협이 뒤를 조심하라고 외친 게 역으로 낚은 게 됐다!
결국, 깡패 두목 마혁진은 시야의 사각에서 날아오는 망치를 눈치채지 못했고!
염동력장에 잡힌 잡동사니와 충돌해 궤적이 변한 망치가 마혁진의 뒤통수를 때렸다!
여기까지는 계획대로였다.
예상치 못한 것은 마혁진의 뒤통수를 때린 망치 부위였다!
못을 박는 동그란 머리 부분이 아니라.
못을 뽑는 뾰족한 노루발 부분이 때렸다!
깡패 두목 마혁진은 노루발에 머리통이 깨져 피를 줄줄 흘리며 기절한 것이다!
“와, 이 멍청한 새끼! 뒤통수를 조심했어야지!”
천문석은 잽싸게 작업용 앞치마 아래, 잡낭에서 지혈제를 꺼내 뒤통수에 뿌리고 붕대를 칭칭 감았다!
“휴- 그래도 다른 상처는 없어 다행이네! 아- 이래서 워커 실트가 돌멩이, 쇠 구슬을 던졌구나!”
천문석이 안도의 한숨과 함께 백곰권의 깨달음을 얻는 순간.
염동 대협이 한달음에 달려와 절절한 분노를 토해 냈다.
“야, 이 미친! 뭐 하는 거야! 얘는 내가! 어 내가 풀어야 할 내 업보였다!”
아차! 깡패 두목 마혁진은 염동 대협 마혁진이 풀어낼 인과였다!
“괜찮아. 괜찮아! 얘 경상, 아니 부상도 아냐 금방 깨어나!”
잽싸게 기절한 마혁진의 몸에 손을 올리고 기감을 뻗었다.
바로 감이 왔다!
천문석은 번쩍 고개를 들어 염동 대협 마혁진을 봤다.
“걱정할 거 없다! 잠시 기절했을 뿐이다!
“하아- 바로 깨워라. 결자해지하겠다.”
염동 대협 마혁진이 깊은 한숨을 내쉴 때.
천문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걸려.”
“뭐?”
“정신 차리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얼마나 걸리는데?”
앞으로 내민 손가락 한 개.
“10분?”
“1시진.”
“1시진이면…… 2시간이잖아! 뭐? 금방 깨어나?! 이 사기꾼 놈이……!”
염동 대협 마혁진이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외쳤다.
“상정 범위 안이야! 긍정적으로 생각해! 여기 펜트하우스잖아? 편하게 2시간 쉬다가 얘 깨어나면 결자해지하고 튀면……!”
우와아아아아-
이 순간 터져 나온 함성이 천문석의 외침을 끊었다.
“보스! 저희가 왔습니다!”
“골판지 파가 제일 먼저 달려왔습니다!”
“기다려! 한 번에 밀고 들어간다!”
……
강화 철문 밖, 쭉 뻗은 긴 복도 너머 비상계단에서 조폭들이 쏟아져 나왔다!
“저거…….”
염동 대협 마혁진의 시선이 닿는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외쳤다.
“괜찮아! 이것도 상정 범위 안이다! 저 현관문 강화 철문이다! 문 잠그고 내가 나가서 눈뽕 몇 번 터트리면 2시간은 금방 지나……!”
위용, 위요요용-
돌연 울려 퍼진 사이렌 소리가 천문석의 외침을 끊었다.
유리창 밖.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시가지를 달려오는 차량 행렬이 보였다.
한밤의 도로를 달리는 차량 행렬의 정체를 23층 빌딩에서 알아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차량 행렬 선두에서 달리는 차가 뭔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사이렌을 울리는 적색과 청색 경광등이 점멸하는 자동차.
경찰차.
염동 대협 마혁진은 창밖을 가리켰다.
“……저 경찰차도 상정 범위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