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57화>
“와, 이 녀석들 반응이 뭐 이리 빨라?”
천문석은 뻥 뚫린 창밖을 내려다보며 감탄했다.
부아아앙-
거친 엔진음과 함께 줄줄이 멈춰 선 승합차에서 조폭들이 쏟아지고.
우와아아-
함성과 함께 사방에서 각성자들이 몰려들었다.
조폭과 각성자들은 서로를 본체만체하며 폐허가 된 로비를 지나 비상계단을 타고 2, 3, 4층 빌딩 위로 달렸다.
그리고 빌딩 곳곳에서 격전이 벌어졌다.
바로 지금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모습처럼!
“밀고 들어가자!”
“한 번에 밀고 들어가면 뚫을 수 있다!”
“막아! 절대 통과시키면 안 된다!”
“와라! 박살을 내 주마!”
칠성파 조폭들은 책상과 의자로 넓은 통로에 장애물을 쌓고, 헌터용 방패와 무기를 들고 막아섰다.
각성자들이 이 장애물로 달려들었다. 지형은 좋지 않지만, 머릿수와 실력은 각성자들이 우세했다!
그러나 각성자들은 칠성파 조폭들이 막은 통로를 뚫지 못했다.
차이는 하나였다.
독기!
사람을 상대로 공격을 날릴 수 있는가, 이것이 결정적 차이를 만들었다!
“겁 없는 새끼들! 여기가 어디라고!”
부아아앙-
살벌한 기세가 실린 야구 방망이, 진압봉, 쇠 파이프가 날아오는 순간 각성자들은 움찔 놀라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깡-
쇠 파이프가 벽을 때리고 빈틈이 생겼는데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한두 대 맞으며 밀고 들어가 뒤엉키면 머릿수로 압도할 수 있는데도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어린 시절 조련된 코끼리가 다 자란 후에도 반항하지 못하듯. 무의식에 새겨진 멍에가 각성자들의 움직임을 제약하고 있었다.
폭발하던 기세가 죽고, 불길이 잦아들고 있다.
지금이 자신이 움직일 때다.
몸과 마음을 옥죄는 멍에를 치워야 한다!
천문석은 전력으로 달리며 외쳤다.
[염동 대협!]
[승자독식!]
움츠러든 각성자들과 조폭의 시선이 모였다.
굉천수를 때려 박기 최적의 타이밍!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꼼수가 아닌 압도적인 힘이다!
하아앗-
천문석은 기합을 터트리고 정면으로 돌진했다.
뒤엉킨 의자를 밟고 도약!
헌터용 방패에 내력이 실린 일격을 때려 박는다!
터어엉-
빈 깡통을 때리는 소리가 울리는 순간 비틀린 내력이 헌터용 방패를 통과해 그 뒤에선 칠성파 조폭을 때렸다.
커어억-
허리가 반으로 접힌 채 날아가는 칠성파 조폭!
뻥 뚫린 공간으로 밀고 들어가며 외쳤다!
[와라!]
부아앙-
외침이 터지는 동시에 머리로 날아오는 야구 방망이!
가볍게 상체를 기울여 방망이를 피하고 잽을 날렸다.
퍽, 퍼퍽-
얼굴에 꽂힌 잽에 왈칵 흘러나오는 코피.
“이런 미친 새끼가! 조져!”
쇠 파이프, 진압봉, 방패가 날아오는 순간 야구 방망이를 잡아당겼다.
“어, 어어?!”
방망이를 잡은 채 끌려와 동료들의 공격 동선이 막는 칠성파 조폭!
“빠져!”
“새끼야! 네가 가리잖아!”
“그 방망이 던져 버려!”
동료들이 다급히 외쳤으나 이미 늦었다.
빠악-
야구 방망이를 잡아당기느라 체중이 실린 발복에 로우킥이 들어갔다.
내리찍는 게 아닌 갈고리를 걸어 낚아채는 듯한 킥!
킥에 담긴 엄청난 힘에 균형이 무너진 조폭은 막대기처럼 공중으로 떠올랐다.
으아아아악-
천문석은 공중으로 떠오른 조폭을 낚아채 무기처럼 휘두르기 시작했다.
악, 으악, 꺼억-
머리와 머리, 팔과 몸통이 충돌하고 손에 쥔 야구 방망이가 허공을 가른다!
칠성파 조폭은 시끄럽고, 무게 중심도 맞지 않고, 튼튼하지도 않은 무기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장점이 하나 있었다.
“미친!”
“빠져나와!”
“야, 이 또라이 새끼야!”
“방망이! 방망이 놓으라고!”
“몸이 안 움직여! 꺼어억-!”
날아오는 쇠 파이프, 진압봉, 주먹의 궤적이 알아서 피한다는 것!
천문석과 칠성파 조폭!
이번에도 차이는 하나였다.
독기!
동료를 향해 무기를 휘두를 수 있는가? 이것이 결정적 차이를 만들었다!
미친놈은 더 미친놈 앞에 정상인이 되는 법!
사람을 무기처럼 휘두르는 천문석에게 주도권을 잃은 채 끌려다니는 순간 승패는 갈렸다.
칠성파 조폭들이 자신도 모르게 볼링핀처럼 뭉친 순간.
“받아라!”
천문석은 잡고 있던 조폭에게 내력을 밀어 넣어, 휙 집어 던졌다!
“잡아!”
“안 돼! 잡으면 안 돼!”
촉이 좋은 녀석이 다급히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한 녀석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날아오는 동료를 잡는 순간.
“……!”
엄청난 무게에 숨이 컥 막히고, 전기에 감전된 듯 찌릿한 기운이 몸을 타고 흘렀다.
컥, 큭, 억-!
하나로 뭉친 칠성파 조폭들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휘청였다.
이 순간 천문석은 결정타를 때렸다.
쾅-
진각을 밟고 도약하는 동시에 일기일원공을 둘로 나눈다!
척력과 인력!
왼손의 일기공에 담기는 척력!
오른손의 일원공에 담기는 인력!
빙글-
왼손과 오른손이 하나의 원을 그리는 순간.
콰드드드득-
밀어내는 척력과 끌어당기는 인력이 합쳐져 힘의 와류를 만들어 냈다.
이 와류에 닿는 순간, 균형을 잃고 휘청이던 조폭들은 와르르 무너져 뒤엉켰다.
이 순간 천문석은 외쳤다.
“염동 대협!”
“승자독식!”
“염동 대협!”
“승자독식!”
순식간에 진행된 전투에 멍하니 바라보던 각성자들이 반사적으로 따라 외치는 순간, 거대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밟아라!]
자신도 모르게 칠성파 조폭을 밟는 순간 쏟아지는 비명!
“악- 미친 새끼!”
“치워라! 뒤진다!”
“전신을 다져 주마!”
흠칫 놀라 발을 떼는 순간 혼백을 뒤흔드는 외침이 다시 터졌다.
[염동 대협!]
[승자독식!]
[짓밟아라!]
……
각성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어색한 발길질을 날리며 외쳤다.
“짓밟아라!”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고, 집단에는 광기가 있다.
모두가 웃으면 웃게 되고, 모두가 화내면 분노가 끓어오르는 법!
어색함은 처음 몇 번뿐이었다.
어느새 부산 각성자들은 정신없이 발길질을 날리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염동 대협!”
“승자독식!”
“짓밟아라!”
……
눈에서 타오르던 불꽃이 살아나고 내지르는 발에 힘이 실리고 망설임이 사라졌다.
퍽퍽, 퍼퍼퍽-
뒤엉켜 쓰러진 칠성파 조폭들은 순식간에 무력화되고, 광기 어린 외침이 통로를 타고 사무실로 계단으로 번져 갔다!
“염동 대협!”
“승자독식!”
“짓밟아라!”
……
하나로 합쳐진 외침이 바닥과 천장, 강화 유리창을 떨어 울리고 가슴을 진탕 시켰다!
이 순간 몸과 마음에 새겨진 멍에가 훅- 사라졌다.
안전한 부산에서 사람과 싸운 칠성파 조폭.
위험한 마경에서 마수와 몬스터와 싸운 각성자들.
각성자들의 망설임과 주저함이 사라지고, 독기와 광기가 두 눈에 맺히는 순간 승패는 결정됐다.
콰앙, 콰아앙-
책상과 의자를 엮어 만든 장애물이 순식간에 박살 나고.
아악, 으아악-
방패를 들고 무기를 휘두르는 칠성파 조폭들은 단숨에 머릿수에 삼켜져 짓밟혔다.
약한 자는 살아남지 못하는 세기말 대한민국에서 불과 4년이 지났을 뿐이다.
기세가 살아나고, 불길이 활활 타오르자 머릿수가 많은 각성자들은 칠성파 조폭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역시 잘 싸우네! 카캬카캌-!”
천문석은 잽싸게 몸을 돌려 비상계단을 오르며 각성자들의 광기와 폭력성을 끌어냈다.
“짓밟아라!”
저항하는 칠성파 조폭을 쥐어패고 짓밟아 기세를 끌어 올리고!
“여기다! 이 벽 뒤에 비밀 창고가 있다!”
칠성파가 숨겨 둔 창고를 찾아내 약탈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게 했다!
“염동 대협!”
“승자독식!”
“짓밟아라!”
……
수백 명의 각성자들이 지르는 광기 어린 외침이 빌딩을 뒤흔들었다.
곧 천문석이 끼어들지 않아도 모든 것이 저절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칠성파 조폭들을 쥐어패고!
벽을 두들겨 비밀 창고를 찾고!
뻥 뚫린 강화 유리창에 로프를 걸고 식량과 비품을 약탈했다!
각성자들은 먹잇감을 발견한 개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칠성파 빌딩을 털어먹기 시작했다!
‘이제 3단계로 넘어갈 때다!’
염동 대협 마혁진 vs 깡패 두목 마혁진.
돌발 퀘스트, 칠성파 난장판을 마무리 지을 때다!
타다다닷-
천문석은 비상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7, 8, 9, 10, 11, 12, 13층!
13층을 넘어가자 각성자들이 내지르는 함성과 괴성은 사라지고, 계단에 널브러진 칠성파 조직원들의 신음만 들려왔다.
아악, 으아악-
“시바! 미친 염동력자 새끼!”
“야! 안쪽 놈들! 웅크리지 말고 나와서 도와줘!”
“이 새낀 또 뭐야?!”
“어디를 올라가는 거야?!”
“멈춰! 거기 너 누구냐?!”
……
천문석은 대답 없이 계단을 달리며 탄성을 터트렸다.
“와, 여기도 처리했어?!”
층을 오르던 속도가 줄었던 염동 대협 마혁진. 13층 정도에서 만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염동 대협 마혁진은 13층을 지나 14, 15층을 지나는데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건 굳게 잠겨 있는 강화 철문과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쇠 파이프, 진압봉, 방패 같은 무기들. 팔다리가 덜렁이고 머리가 깨진 칠성파 조직원들뿐이었다!
염동 대협 마혁진은 예상을 넘어선 속도로 최상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계단과 이어진 문이 굳게 잠겼고 계단에 쓰러진 칠성파 조직원들의 수가 확 줄어들었으니까!
“하, 이것 봐라?”
보는 순간 돌아가는 상황이 바로 감이 왔다.
2004년의 칠성파 보스 마혁진 짓이다.
깡패 두목 마혁진은 침입자가 자신이 있는 최상층으로 올라오도록 일부러 길을 열어 줬다.
자신이 직접 상대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해할 수 없던 염동 대협 마혁진의 생각도 짐작이 갔다.
팔다리가 덜렁이고, 머리가 깨진 칠성파 조직원들!
그러나 치명상을 입거나 죽은 조직원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염동 대협 마혁진은 진짜 대협처럼 손속에 사정을 뒀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특급 헌터가 고등어를 좋아하는 되는 게 더 빠를 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일어났다!
염동 대협 마혁진이 무엇을 하려는지 어렴풋이 짐작 갔다.
전생 천마 마도 18문의 절대자의 마음에 새겨진 화두이자, 현생 알바로 온갖 알바에서 인간군상을 겪으며 수없이 했던 질문.
‘사람은 변할 수 있는가?’
그 질문의 답을 곧 볼 수 있었다.
“하, 이 새끼!”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릴 때 거친 욕설과 함께 쇠 파이프가 날아왔다.
“야, 이 새끼가! 어딜 올라가!”
천문석은 보지도 않고 손을 뻗었다.
그리고 자석에 달라붙는 쇳덩이처럼 쇠 파이프가 손에 잡히는 순간 휙 집어 던졌다.
깡깡, 깡깡깡-
쇠 파이프는 계단 벽과 난간을 맞고 튕겨 처음 던진 조폭의 머리를 때렸다.
아아악-
“이 새끼 죽인다!”
적반하장으로 악을 쓰는 조폭.
확실히 염동 대협 마혁진이 달라지긴 달라졌다.
이런 깡패 놈들의 팔다리만 아작 내고 위로 올라갔으니까!
아악, 으아악-
천문석은 널브러진 깡패 놈들을 꾹꾹 밟고 달리며 천장 구석을 향해 물었다.
“깡패 두목 마혁진. 넌 어떻게 할 생각이냐?”
* * *
[깡패 두목 마혁진. 넌 어떻게 할 생각이냐?]
텔레비전 스피커에서 음성이 흘러나오는 순간 사방에서 외침이 울려 퍼졌다.
“미친 새끼가 감히!”
“보스!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제가 당장 저 새끼를 박살 내겠습니다!”
성난 외침이 쏟아지고, 살벌한 살기와 폭발할 듯한 각성력이 끓어 올랐다.
이 순간 소파 상석에 앉은 남자가 피식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만.”
찰나의 순간 침묵이 내려앉고 살기와 각성력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남자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소파에 앉은 두 사람을 봤다.
“두 분 국정원 요원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국정원 최 팀장은 벽에 붙은 대형 텔레비전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폐허로 변한 1층 로비.
격전이 벌어진 각층의 사무실.
식량과 비품이 약탈당하는 창고.
칠성파 조직원이 널브러진 비상계단.
……
빌딩 곳곳을 비추는 CCTV 영상 수십 개가 텔레비전 화면에 재생됐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칠성파 빌딩은 실시간으로 박살 나고 약탈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파 상석에 앉은 남자, 약탈당하는 빌딩의 주인은 웃으며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빌딜의 주인.
한국 최강의 각성자.
부산의 황제, 칠성파 보스 마혁진!
‘마혁진이 뒤통수를 맞았는데도 웃고 있다고?!’
“……!”
처음 게이트가 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각성자들을 만나 본 촉이 미친 듯이 경고를 보냈다!
‘마혁진은 지금 개 빡친 상태다!’
힐끗- 마혁진을 살핀 순간 촉은 확신으로 변했다.
마혁진의 얼굴은 웃었지만, 그 눈은 섬뜩한 살기를 머금은 채 수십 개의 화면 중 하나에 고정돼 있었다.
마혁진을 깡패 두목이라고 부른 청년이 아니라.
검게 타고 깡마른, 빌딩 앞에서 우연히 본 남자에게!
`
각성자는커녕 지게꾼도 힘들어 보이는 이 남자가 이 모든 난장판의 범인이다!
칠성파 빌딩 로비를 폐허로 만들고 수백 명의 칠성파 조직원들을 아작 내며 23층으로 올라오는 각성자!
초능력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염동력장을 사용하는 염동력자다!
염동력장을 사용하는 두 각성자가 서울 수복 작전에 참가하면 작전 성공률은 미친 듯이 치솟는다!
그러나 지금 상황으로는 서울 수복 작전에 염동력자 둘이 참가하기는커녕 사생결단을 내게 생겼다!
‘하필이면 작전 직전에 이 지랄이야! 시바! 싸우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시바, 시바! 어떻게 중재하지?!’
마음속으로 절규하며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릴 때 다시 한번 목소리가 들여왔다.
“최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 선생님! 제가 보기에는 뭔가 사정이……!”
최 팀장이 반사적으로 입을 여는 순간.
마혁진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말을 끊었다.
“제가 저 새끼를 찢어 죽여도 정당방위 맞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