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53화>
“그만해라.”
마혁진의 말에 칠성파 조직원들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아니, 웅덩이에 웅크린 학생에게 발길질하느라 목소리를 듣지도 못했다.
장난치듯 툭, 툭- 건드리는 순간 움찔 경련하는 모습에 웃음을 터져 나왔다.
“하- 새끼 겁먹기는!”
“뭐야? 얘 아직도 안 우네?”
“너희 영 삐리한데? 고삐리도 안 무서워하는데?”
“진짜야? 오빠들 안 무섭냐? 진짜로?”
……
머리와 몸에 닿는 손과 발, 웃음은 몸에 고통을 주기 위한 폭력이 아니다.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반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기를 꺾고 마음을 짓밟는 폭력이었다.
칠성파 조직원들은 어린 학생의 의지를 꺾고 용기를 더럽히고 있었다.
지극히 깡패다운 방법으로.
“대답 안 하지? 시발년이!”
싱글거리며 머리를 두들기던 칠성파 조폭이 버럭 고함을 지르며 손바닥을 내려찍었다.
“……!”
비명 한번 지르지 않던 학생은 돌연 터져 나온 고함에 깜짝 놀라 질끈 눈을 감았다.
이 순간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악-
장난치듯 발길질을 퍼붓던 칠성파 조폭들은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덜렁거리는 어깨로 비명을 지르는 동료의 손!
그 손은 한 남자에게 잡혀 있었다.
검게 탄 얼굴과 깡마른 몸을 가진 남자.
겉모습만 보면 던전 지게꾼이나 최하급 헌터다.
그러나 어깨가 빠진 녀석은 각성자다.
맨몸으로 나무조차 으스러트리는 육체 각성자!
그런 육체 각성자가 손을 잡힌 것만으로 비명만 지를 뿐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너, 여기가 어딘지 알고!”
반사적으로 외치는 순간 깡마른 남자의 시선이 칠성파 조폭들을 훑었다.
겁먹지도 흥분하지도 않은 담담한 두 눈.
‘상급 각성자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서는 순간 보였다.
“…….”
“…….”
어느새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는 수많은 헌터와 구경꾼들이!
보스의 섬뜩한 말이 머리를 스쳤다.
‘공포의 대상, 비난, 혐오의 대상이 되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웃음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
‘절대로!’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미친 새끼!”
“밟아!”
“뒤져라!”
20여 명의 칠성파 조폭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 * *
촤아-
흙탕물을 차올려 시야를 가리고 어깨로 밀고 들어갔다.
그러나 어깨가 닿는 순간 사람을 때리는 게 아닌 벽에 충돌한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아아악-
되돌아온 충격량에 절로 비명이 튀어나오는 순간 고통을 참고 몸을 붙잡고 늘어졌다.
“지금이다! 처리해!”
순간 옆과 등 뒤에서 주먹이 날아갔다.
갈비뼈 아래 횡격막을 올려 치고, 뒤통수를 내리찍었다.
각성자의 주먹은 흉기나 마찬가지!
‘잡았다!’
깡-
모두가 직감하는 순간 쉿 덩어리를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친!”
“육체 각성자?!”
“계속 공격해! 각성력이 마르면 먹힌다!”
쉴 새 없이 주먹이 떨어지고 발길질이 쏟아졌다.
쾅, 쾅, 콰아앙-
쇳소리가 울리고 내려치는 주먹과 발에 충격이 되돌아왔다.
그러나 칠성파 조폭들은 멈추지 않았다.
시작한 이상 반드시 끝장을, 피를 봐야 한다!
스르렁-
섬뜩한 예기가 쏟아지는 사시미 칼이 튀어나와 허벅지를 사선으로 베어 갔다.
꺄아아아-
구경꾼에서 비명이 터지는 순간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사시미 칼을 잡는 남자!
‘걸렸다! 씹창을 내주마!’
사시미 칼에 각성력을 담아 비트는 순간 손이 멈췄다.
바이스에 잡힌 듯 미동도 하지 않는 사시미 칼!
흠칫 놀라 시선을 올리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맨손으로 칼을 잡은 상대의 무표정한 얼굴.
그 담담한 두 눈에는 한 점의 흥분도 담겨 있지 않았다!
“……!”
무언가 가슴속에서 덜컥 내려앉는 동시에 깨달았다.
깡, 깡, 까앙-
사방에서 쏟아지는 주먹과 발길질에 쇳소리가 울리는 육체!
육체 각성자가 아니다!
주먹과 발길질, 칼은 육체에 닿지도 못했다!
1cm!
육체에 닿기 직전 강철 갑옷을 입은 것처럼 모든 공격이 멈췄다!
보스와 같은 계통의 각성자다!
‘염동력자!’
이 모든 것을 깨닫기까지 걸린 시간은 찰나.
“조심! 이 새끼 염…….”
경고하는 순간 쏟아지는 공격을 맞고만 있던 남자의 깡마른 팔이 허공을 갈랐다.
아아아악-
반사적으로 피하려 했지만 보이지 않는 바위에 깔린 듯 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염동력장!’
“잠깐! 잠시만 대화……!”
다급히 외치는 순간 앙상한 주먹이 굳어 버린 가슴을 때렸다.
그 순간, 튀어나오려던 말이 끊기고 몸 안에서 폭탄이 터졌다.
두우우우웅-
거대한 종을 때리는 듯한 진동이 가슴에서 시작해 사지를 거쳐 머리로 모였다.
파르르르르-
발작이 일어난 듯 팔다리와 몸통이 경련하는 순간, 눈코입귀에서 주륵 피가 쏟아져 나오고 힘이 풀린 몸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형님!”
“이 새끼가!”
“칼로 그어 버려!”
칠성파 조폭들의 품에서 튀어나온 칼날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깡, 까아앙-
그러나 몸에 닿기 직전 강철판에 막힌 듯 칼날은 나아가지 않았다.
“미친! 뭐가 이렇게 단단해?!”
“팔다리! 피부를 노려!”
“각성력을 깎아 내야 먹힌다!”
으아아악-
악을 쓰며 각성력을 끌어올려 밀어붙이는 순간 단검이 부려지고 반격이 돌아왔다.
장난치듯 휘두른 주먹이 어깨, 머리, 가슴을 때렸다.
탁, 탁, 탁-
이 주먹에 맞는 순간 예외는 없었다.
두우우웅-
밖이 아닌 안에서 터져 나온 진동이 전신을 뒤흔들다 머리에 모이는 순간, 피를 토하며 픽픽 쓰러졌다.
“…….”
마혁진은 말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악을 지르며 각성력이 담긴 칼날을 박아 넣는 칠성파 조폭들.
그러나 그 누구도 자신의 주먹에 담긴 염동파를 견디지 못한다.
염동파!
몇 번만 몬스터와 싸우고 반발장을 겪으면 쉽게 막아 낼 수 있는 기술!
염동파는 하급 각성자조차 당하지 않는 기술이다.
그러나 칠성파 조폭들은 주먹에 닿는 순간 몸을 파르르 떨다 허수아비처럼 픽픽 쓰러졌다!
단 한 번도 마수와 몬스터와 제대로 싸워 보지 않았기에, 절대 영역인 몸 안에 들어온 염동파를 밀어내는 방법조차 몰랐다!
3, 5, 7, 9, 13, 16명!
16명의 칠성파 조직원들이 염동파에 쓰러지자 남은 조직원들은 다급히 몸을 돌려 도망쳤다.
“지원 불러!”
“보통 녀석이 아니다!”
“붙지 마라! 이 녀석 뭔가 이상해!”
“여기가 어딘지 알고! 멍청한 새끼, 곧 담가 주마!”
……
칠성파 조직원들은 정신없이 도망치며 악을 썼다.
겁먹은 개새끼처럼!
이 모습이 서울 수복 작전이 성공하고 전국의 거점을 먹은 헌터 업계의 거물들이 몰락한 이유였다.
마수와 몬스터는 각성자를 벼리는 모루이자 망치였다.
각성자들이 생명을 걸고 마수와 몬스터를 잡으며 성장하는 동안.
칠성파와 거물들은 거점을 먹고 돈과 세력, 폭력과 공포로 왕과 같은 권력을 휘두르며 쭉정이로 변해 갔다.
이태성과 1세대 헌터들이 생명을 걸고 서울 수복 작전을 성공시켜 새로운 미래를 여는 동안.
거물들은 창고에 처박힌 쥐새끼처럼 엄청난 물자와 권력에 홀려 모든 것을 썩어들어 가게 했다.
그 결과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낙동강 전선에서 시민들이, 던전과 균열에서 헌터들이 갈려 나가는데.
칠성파 조직원들은 어린 학생의 의지를 꺾겠다고 발길질을 하고 협박을 했다.
바로 자신이 이런 칠성파의 보스였다.
이 순간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게 보이고, 이해되지 않던 게 이해됐다.
깃발을 꽂고 패배했던 이태성이 내뱉었던 말에 담긴 뜻을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깡패 새끼.’
그 말에 담긴 경멸을 이해하는 순간, 눈앞에 솟은 빌딩과 등을 보이고 도망치는 칠성파 조직원들 이 모든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마혁진은 앙상하게 마른 손을 들었다.
빠아앙-
폭음과 함께 은빛 물체가 쏘아졌다.
깡, 깡, 까아앙-
정신없이 도망치던 칠성파 조직원들의 머리, 등, 다리에서 쇳소리가 터져 나오고 바닥을 굴렀다.
은빛 물체는 포물선을 그리며 돌아와 마혁진의 몸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지구 주위를 도는 달처럼 원을 그리는 물체.
“캔맥주?”
“지금 저거……!”
“설마……!”
“……염동력자다!”
……
넋을 놓고 구경하던 헌터들의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각성력 중 최강으로 꼽히는 초능력, 그중에서도 염동력자가 나타났다!
한국 최강의 각성자, 부산의 황제 칠성파 보스 마혁진의 빌딩 앞에!
“……!”
“……!”
경악한 시선이 쏟아지고, 침묵이 내려앉는 순간.
마혁진은 웅덩이에 엎드린 채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학생에게 말했다.
“한 시간이면 끝난다. 그때 들어와라.”
널브러진 조폭들을 지나쳐 부산의 황제, 칠성파 보스가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입구를 통과하는 순간 빙글빙글 원을 그리던 캔맥주가 발사됐다.
빠아아아앙-
쇳소리, 비명과 괴성, 악을 쓰는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졌다.
깡, 깡, 까아앙-
활과 석궁을 겨누고 투석을 준비하던 조직원들의 머리가 캔맥주에 맞아 깨지는 순간.
“죽어랏!”
각성력이 담긴 단검이 날아오고.
“뒤져라! 으악-.”
전력을 다해 내려친 슬레지 해머가 머리로 떨어지고.
“지금이다!”
각성력이 담긴 검과 둔기, 쇠 파이프가 전신으로 쏟아졌다.
장갑차조차 박살 낼 공격이 밀려오는 순간.
마혁진은 몸 주위에 압축된 염동력장을 비틀었다.
그러자 거대한 힘의 격류가 공간을 뒤틀었다.
단검이 튕겨 나가고 슬레지 해머가 미끄러져 대리석 바닥을 깨트릴 때.
콰드드드득-
공격을 쏟아붓던 칠성파 조폭들의 팔다리가 비틀렸다.
튕겨 나간 단검이 몸에 박히고, 무기가 서로의 몸을 때리는 동시에 비틀린 팔다리가 수수깡처럼 부러져 나갔다.
이걸로 끝이었다.
팔다리가 꺾인 칠성파 조폭들은 단숨에 무력화돼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끄어어억-
으아, 으아악-
동료들의 처절한 비명에 어느새 로비에 모인 조폭들은 주춤주춤 물러서기 시작했다.
이 모습에 오래전 기억이 겹쳐졌다.
피에 젖은 깃발 아래.
핏덩어리를 왈칵 토해 내며 부러진 발로 전력 질주, 부러진 팔로 방패를 때려 박던 애송이!
비교할 수도 없었다!
팔다리 좀 부러졌다고 비명을 지르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엉거주춤 도망치는 꼴이라니!
뱃속 깊은 곳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른 무언가가 가슴을 태우고 머리를 하얗게 물들였다.
“제대로 싸워라.”
깡, 깡, 까가가깡-
마혁진이 로비를 가로지르는 순간 은빛 궤적을 그리는 캔맥주가 겁먹은 개새끼처럼 엉거주춤 물러나는 칠성파 조직원들의 뒤통수, 등, 무릎을 때렸다.
“악, 아악-.”
“뒤! 뒤에 막아!”
다급한 외침과 비명이 이어지길 잠시, 어느새 수십 명의 칠성파 조직원들은 엘리베이터 앞까지 밀려나 미친 듯이 버튼을 누르며 외쳤다.
“빨리! 빨리 좀 와라!”
“오래 버티지 못해!”
“빨리 눌러!”
……
마혁진은 손을 뻗었다.
콰드드득-
그러자 3개의 엘리베이터 문이 찢어지듯 열리고 강철 와이어가 엿가락처럼 늘어났다.
끼이이이이익-
상상도 못 한 광경에 모두의 입이 떡 벌어지는 순간.
강철 와이어가 줄줄이 끊기고 엘리베이터가 추락했다.
칠성파 조직원들이 다급히 몸을 던지는 동시에 거대한 굉음과 함께 박살 난 잔해가 쏟아져 나왔다.
박살 난 엘리베이터 잔해는 자석에 끌리는 쇳가루처럼 허공으로 떠올라 회전하기 시작했다.
위잉, 위이이잉-
마혁진은 위성을 거느린 태양처럼 박살 난 잔해를 몸에 두르고 빌딩에 남은 유일한 출구를 봤다.
로비 너머 굳게 닫힌 비상계단 앞.
칠성파 조직원들은 대 마수용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방패와 석궁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
“……!”
칠성파 조직원들이 침을 꿀꺽 삼키는 순간.
마혁진의 몸 주위를 회전하는 잔해가 가속했다.
콰카카카카캉-
가속하는 잔해는 곧 엄청난 기세로 공기를 찢어발겼다.
칠성파 조직원들이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못 막는다!’
모두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떠오른 순간 회전하던 잔해가 쏘아졌다!
콰카카카카카-
잔해는 로비의 대리석 바닥을 긁으며 날아와 바리케이드와 방패를 때리고 비상문에 박혔다.
콰아아아앙-
폭음이 터지고 자욱한 먼지가 확 일어났다.
염동포탄!
대 몬스터용 바리케이드와 헌터용 방패, 강화 철문은 염동포탄을 버텨 냈다.
그러나 마수와 몬스터 앞에서 방패를 든 적 없는 칠성파 조직원들은 염동포탄에 실린 물리력에 사방으로 나뒹굴었다.
이 순간 염동포탄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쾅, 쾅, 콰아앙-
방패를 세우긴커녕 감히 고개를 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바리케이드 뒤에 바짝 엎드렸다.
곧 강화 강철로 만들어진 비상문이 통째로 넘어가고 비명 같은 외침이 쏟아졌다.
“우선 뒤로 빠진다!”
“뒤로! 계단에서 막는다!”
“비상계단에 방패 벽을 세운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압도적인 화력에 칠성파 조직원들은 정신없이 비상계단으로 도망쳤다.
마혁진은 서두르지 않았다.
위잉, 위이이잉-
온갖 잡동사니를 위성처럼 몸에 두르고 로비를 지나 비상계단을 올랐다.
이 빌딩의 주인이자 조폭들의 두목, 깡패 새끼 마혁진이 있는 최상층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