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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42화 (1,04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42화>

촤아아아아-

오리배가 수면으로 솟아오르고 눈코입에서 짠물이 쏟아져 나왔다.

쿨럭, 쿨럭-

바닷물을 토해 내는 순간 바로 옆에 널브러진 장철 헌터가 보였다.

“장철 헌터님!”

천문석은 잽싸게 장철 헌터의 맥을 짚었다.

힘차게 뛰는 맥!

“정신 차리세요! 장철 헌터님!”

그러나 완전히 탈진한 장철 헌터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뒷좌석에서 신음이 들려왔다.

“으으윽- 머리가……!”

마혁진!

“야, 너 괜찮아? 나 누군지 알아보겠어?!”

곧 마혁진의 눈에 초점이 맞았다.

“너 언제 온 거야! 으윽- 머리는 왜 이렇게 아파?! 어, 바다?! 언제 바다까지 내려왔어?!”

뒤통수에 손을 올린 채 경악한 얼굴로 주위 바다를 돌아보는 마혁진.

마혁진은 지금 남일도 주위 바다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수십 번 도탄 해 마혁진의 뒤통수에 박힌 돌멩이, 자신의 탄지신공 때문이다.

불의의 일격에 맞은 순간 던전에 떨어지며, 기억이 같이 날아간 거다.

지금 마혁진은 ‘자신’의 한 한경석 찾기 의뢰를 수행하다, ‘자신’이 던진 돌멩이를 맞아 뒤통수가 깨지고, ‘자신’과 얽혀 던전에 떨어진 상황이다!

천문석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마혁진 놀라지 말고 들어 우리 사실은…….”

순간 뒤통수를 만지던 마혁진의 고개가 갸웃 흔들렸다.

“어, 이거 뭐야? 바닷물에 젖은 건가? 뒤통수가 왜 이렇게 축축…….”

뒤통수를 만지던 손을 앞으로 움직이는 순간, 흥건한 붉은 액체가 보였다.

“시바! 이거 뭐야?! 피잖아?! 내 머리! 으으윽- 어떤 새끼가 내 뒤통수를 친 거야!”

분노한 외침을 쏟아 내는 마혁진.

진실을 말할 타이밍을 놓친 천문석.

크아아아아-

이때 멀리서 마수의 포효 소리가 울려 퍼지고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모래사장 너머 낙엽에 물든 산!

포효 소리는 이 산에서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 잠깐? 여기 뭔가 좀 이상한데?!”

마혁진이 이상을 깨닫는 순간.

천문석은 버럭 소리 질렀다.

“야! 우선 육지로 올라가자! 오리배 페달 돌려! 난 배 위에서 확인할게!”

“어, 알았어!”

으아아악-

마혁진이 반사적으로 오리배 페달을 돌릴 때.

천문석은 잽싸게 오리배 지붕으로 올라가 포효가 울려 퍼진 산을 확인했다!

낙엽 진 산과 서늘한 바람과 태양!

계절은 가을!

지형을 봐서는 서울은 아니다!

장철 헌터가 원했던 최초의 게이트가 열린 세기말 서울이 아닌, 엉뚱한 장소에 떨어졌다!

‘여긴 또 어디야?!’

눈앞이 깜깜해지는 순간 워커 실트의 외침이 떠올랐다.

‘급행이 아니라 완행이다! 뒤엉킨 나뭇가지를 몇 번 가로질러 이동할 거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이 장치! 이 파란 버튼 눌러!’

워커 실트가 던져 준 장치!

반사적으로 손을 펼치자 파란색, 빨간색 버튼이 달린 시계가 보였다.

틱틱, 틱틱틱-

초침이 움직이는 회중시계!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이 파란 버튼을 누르라고 했다!

목적지는 세기말 서울!

그렇다면 지금 가장 먼저 할 일은 이곳이 ‘언제’인지, 그리고 ‘어디’인지 확인하는 거다!

그리고 확인할 방법이 바로 앞에 있었다.

산에서 빠르게 가까워지는 마수와 몬스터의 포효!

포효에 담긴 깊은 빡침과 분노.

마수와 몬스터가 사냥감을 추적하고 있다.

그리고 저렇게 빡치게 만들 사냥감은 하나뿐이다.

사람!

그리고 곧 예상 그대로의 소리가 들려왔다!

부아아아앙-

트럭 한 대가 마수를 꼬리로 달고 질주하고 있었다.

“야, 마혁진! 더 빨리! 엔진 소리 들리지? 트럭! 저 트럭이랑 만나야 한다!”

으악, 으아악-

마혁진은 악을 쓰며 외쳤다.

“야! 이 오리배 뭔가 좀 이상해! 뭔가 매달린 거 같아! 다리에 걸리는 부하는 엄청난데! 배가 제대로 안 나가!”

“뭔 헛소리야! 오리배에 매달리긴 뭐가…….”

‘매달렸다!!’

바닷물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이 오리배 아래에는 프레임이 뒤틀린 거대 악어가 붙어 있다!

지금 마혁진은 오리배 페달을 돌리는 게 아니라 거대한 악어가 붙어 있는 ‘오리배 + 거대 악어’ 페달을 돌리고 있는 거다!

당연히 속도가 붙을 리 없었다.

“으악, 으아악-.”

마혁진은 진실은 모른 채 뒤통수가 깨진 채로 악을 쓰며 오리배 페달을 돌리고 있었다.

자신의 지시에 따라서!

‘시바, 시바시바! 이거 뭐라고 해명하지!’

지금은 어딘지도 모르는 던전에 떨어진 위기 상황!

이런 상황에서 리더십에 손상을 입으면 끝장이다!

천문석은 눈을 꾹 감고 외쳤다.

“야, 마혁진! 뭔 삽질이야! 염동력장으로 움직이면 되잖아!”

“아차! 그렇지! 바로 움직일게!”

쿠르르릉-

바닷물이 소용돌이치고 바람이 움직이며, 오리배는 점점 가속하기 시작했다.

“으윽- 머리! 분명 뭔가 일어났는데…… 기억이…….”

“…….”

촤아아아-

오리배는 마혁진의 신음과 함께 모래사장으로 질주했다.

* * *

부아아아앙-

임도를 튀어나와 해안도로를 달리는 트럭 운전석.

선글라스를 낀 젊은 여성이 버럭 소리 질렀다.

“사기꾼 신부 할배 같으니라고! 뭐?! 마수 절대 안 나오니까 나만 믿으라고? 그러니까 반만 싣자고 했잖아요! 마수에 몬스터에 이 지랄이 났는데!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예요! 전부 구라 맞죠?!”

여성의 분노에 조수석에서 앉은 노신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구라였다!”

“……네?”

노신부의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얼빠진 목소리로 반문하는 순간 이어지는 대답.

“어쩔 수 없었다! 정부 지원이 반의반 토막 났어! 저 쌀이 보육원 생명줄이다! 배급으로는 이번 겨울 못 버텨!”

이 순간 운전대를 잡은 여성, 부산 전술 운전단의 드라이버는 진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자란 보육원의 노신부를 만나 듣게 된 특급 정보!

마경으로 변한 호남평야 구석, 미처 수확하지 못한 벼가 있었다.

이 벼를 콤바인으로 수확해 잽싸게 트럭에 싣고 튀는 게 원래 계획이었다.

처음 목표는 40kg 포대 10개를 채우는 것!

그런데 노신부는 미친 듯이 콤바인을 몰아, 50개가 훌쩍 넘는 포대를 실었다!

간만의 초대박에 희희낙락 출발할 때는 좋았으나 곧 뒤로 마수와 몬스터가 따라붙었다!

한계를 넘어 짐을 실은 트럭은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했고, 점점 거리가 좁혀지더니 결국 이 지경이 됐다!

파르르 요동치는 숲에서 날아오는 살벌한 살기!

“와, 와! 여기가 우리 꼴까닥 하면 끝장인 건 마찬가지잖아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각성자 고용하자니까!”

“제대로 된 각성자는 전부 낙동강, 던전, 서울에 올라갔지! 아직 남은 각성자는 전부 제정신 아냐! 아니 실력자일수록 또라이다! 트럭만 가져가고 우리 쓱싹했을 거다!”

“으아! 엄마는 왜 나를 이 보육원에다가 버려서는!”

쫘아악-

노신부의 억센 손바닥의 드라이버의 등짝을 때렸다!

으악-

드라이버의 비명이 터지는 순간, 이어진 분노한 외침!

“엄마가 버린 거 아니라니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맡기고 간 거야!”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해?! 지금 우리 뒤지게 생겼다고! 할배! 아니 신부님! 지금이라도 뒤에 실은 쌀, 밖으로 던져요! 반만 던지면 튈 수 있어요!”

“안 돼! 절대 안 돼! 저 쌀이 이번 겨울날 식량이다! 반으로는 이번 겨울 못 버텨!”

이런 고집불통 할배 같으니라고!

“여기서 뒤지면 반도 못 건진……!”

크아아아아아-

순간 터져 나온 마수의 포효가 드라이버의 목소리를 끊어 버렸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자 숲에서 줄줄이 튀어나오는 마수와 몬스터가 보였다!

타다다닷-

몸길이 2미터가 넘어가는 거대 늑대들!

파스스슷

무리 지어 달리는 고블린과 오크 무리!

쿵, 쿵쿵-

5미터에 달하는 육중한 체구의 트롤!

트럭을 쫓을 수 있는 건 거대 늑대밖에 없다!

하지만 거대 늑대에게 따라잡혀 공격을 받는 순간 고블린, 오크, 트롤에게 삼켜진다!

이젠 진짜 방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어! 할배! 짐칸에 쌀 포대 집어 던져! 이대로면 잡혀!”

“아니! 방법 있다! 해안! 저기 모래사장으로 움직여!”

“할배, 제정신이야! 해양 마수 나오면 끝장이야!”

“용용이가 3일 전에 쓸고 지나갔어! 쟤들 해안가에는 접근하지 못할 거다!”

정체불명의 마수 용용이!

용용이에 대해 알려진 건 둘이다!

누가 지었는지 모를 용용이란 이름과, 주위에 있는 마수와 몬스터를 모조리 박살 내며 바다를 이동한다는 것!

어차피 이대로 달리면 뒤를 잡혀 끝장이다!

그럴 바엔 신부 할배의 확신에 건다!

“알았어!”

부아아아앙-

해안도로를 향하던 트럭은 방향을 돌려 바로 모래사장으로 들어갔다.

신부의 말대로 모래사장에 마수는 없었다.

대신 생각지도 못한 게 바다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

“…….”

노신부와 드라이버는 멍하니 바다를 봤다.

촤아아아아-

고속보트가 달리듯,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해변으로 질주하는…….

“오리배? 내 눈이 맛이 갔나? 웬 오리배가 보이는 것…….”

“할배도 저 오리배 보여?!”

깜짝 놀라 외치는 순간, 빠르게 가까워지는 오리배에서 폭탄이 터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입니다! 여기로 달려오세요!]

누군가 오리배 지붕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각성자?!”

“각성자!!”

반색해서 외치는 동시에 오리배를 향해 트럭을 몰았다.

트럭과 오리배가 20여 미터 거리까지 가까워졌을 때.

촤아아아아-

오리배가 해변 위로 단숨에 미끄러져 올라왔다!

그리고 오리배 아래에 붙은 거대한 악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악어?! 남해에서 악어가 왜 나와!”

“뛰어! 야, 당장 뛰어내려서 달려와!”

드라이버와 노신부가 외치는 순간

우오오오오-

등 뒤에서 섬뜩한 하울링이 터져 나왔다.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본 드라이버와 노신부는 얼어붙었다.

파파파파팟-

거세게 치솟는 모래 폭풍!

타타타타타탓-

거대 늑대 무리가 장애물 하나 없이 탁 트인 모래사장을 미친 듯이 질주했다!

‘끝장이다!’

‘끝장이다!’

노신부와 드라이버는 동시에 차 문을 열며 외쳤다.

“내가 미끼……!”

“내가 미끼……!”

이때 폭탄이 터지는 듯한 외침이 터졌다.

[……출동!]

오리배 지붕의 각성자!

반색해서 고개를 돌리자 오리배 안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이 있었다.

팡, 파앙, 파아앙-

모래사장을 밟는 매 순간 폭발적으로 가속!

“빌어먹을 의뢰! 으아악.”

괴성을 지르며 트럭 옆을 순식간에 지나치는 남자!

드라이버와 노신부는 자신도 모르게 남자를 따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 봤다.

파아아앙-

수십 미터를 날아올라 포물선을 그리며 거대 늑대 무리 한가운데 떨어지는 남자를!

콰아아아앙-

폭탄이 터진 것처럼 모래가 폭발하고 십여 마리의 거대 늑대 무리 전체가 하늘로 튕겨 올랐다.

콰르르르릉-

새하얀 모래와 뒤엉켜 허공에서 회전하는 거대 늑대 무리!

깨앵, 깨애앵-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잠시.

콰지지지지직-

거대한 천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이지 않는 거인의 손에 잡힌 것처럼, 허공에 떠오른 거대 늑대 무리는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겨 핏덩어리가 됐다.

하얀 모래가 단숨에 붉게 물들고, 붉은 모래 폭풍이 되어 몰아쳤다!

콰르르르르릉-

거대 늑대 뒤를 따라 줄줄이 달려오던 마수와 몬스터, 그 무엇도 버티지 못했다.

붉은 모래 폭풍에 삼켜지는 순간 찢어지고 부러지고 으스러졌다!

바스러진 피와 으깨진 살점과 내장의 폭우가 쏟아져 하얀 모래사장을 붉게 물들였다!

크아아아아-

순간 대기를 흔드는 포효가 터져 나오고!

쿠쿵, 쿵쿵쿵-

육중한 거체가 도로를 지나 모래사장으로 질주했다!

트롤이 생나무를 몽둥이처럼 끌고 돌진하고 있다!

“위험……!”

“피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붉은 모래 폭풍이 트롤을 덮쳤다.

콰아아아앙-

폭음과 괴성이 뒤엉켜 터지고!

촤아, 촤아아-

모래사장 곳곳이 폭발하듯 솟구쳤다!

베테랑 각성 헌터 수십 명이 힘을 합쳐야 겨우 잡을 수 있는 트롤과 홀로 싸우고 있다!

상상도 하지 못한 엄청난 위용!

부산 전술 운전단으로 수많은 각성자들과 수없이 물자를 날랐던 드라이버.

보육원에 필요한 물자를 구하기 위해 온갖 던전, 별의별 각성자를 만났던 노신부.

두 사람 모두 처음 보는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

“…….”

상상도 하지 못한 광경에 멍하니 바라볼 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선생님! 여기요!”

오리배 지붕에서 뛰어내려 모래사장을 달려오는 청년!

트롤을 압도하는 엄청난 각성자의 동료다!

노신부는 잽싸게 트럭 문을 열고 외쳤다.

“감사……!”

타타타타탓-

전력 질주로 달려온 청년은 절박한 얼굴로 외쳤다.

“안녕하세요! 제가 지금 급해서 그런데! 지금 몇 년도 인가요?! 아, 그리고 여기가 어디죠?!”

“…….”

“…….”

드라이버와 노신부는 서로를 봤다.

‘각성자는 제정신이 아닐수록 강하다고요?’

‘그렇지! 내가 겪은 바로는 그래!’

눈빛으로 대화하는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청년을 보며 생각했다.

‘강자다!’

‘강자다!’

이 순간 거대한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크아아아아아아-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피를 뿌리며 허공으로 날아오는 덩어리가 보였다.

촤아아아아-

모래사장에 처박힌 건 트롤의 거대한 팔이었다.

그리고 맨몸으로 트롤의 팔을 찢어 버린 각성자가 미친 듯이 달려와 청년의 멱살을 잡았다.

“야, 이 씹! 생각났다! 악어! 저 오리배! 매달렸잖아! 내 뒤통수! 돌멩이! 씹새! 너지! 그 돌멩이!! 너 맞지! 이 사기꾼 새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외침을 쏟아 내며 분노하는 각성자!

이 모습을 보는 순간 드라이버와 노신부는 다시 서로를 봤다.

“……!”

“……!”

두 사람은 동시에 생각했다.

‘엄청난 강자다!!’

‘엄청난 강자다!!’

잠시 후 트럭은 오리배를 등에 짊어진 거대 악어를 매달고 해안도로를 달렸고.

쌀 포대 수십 개가 실린 트럭 짐칸에는 세 사람이 타고 있었다.

겸연쩍은 표정의 천문석.

뒤통수에 천을 대고 노려보는 마혁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장철 헌터.

천문석은 겸연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야, 그래도 긍정적인……!”

마혁진의 짧고 단호한 외침이 말을 끊었다.

“아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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