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36화>
“체력. 헉- 시바…… 사막. 못 먹고 사막에서 도망만. 체력이! 흐어-.”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가쁜 숨을 몰아쉬는 거지꼴의 각성자.
‘이 녀석은 또 뭐야?!’
아리엘은 황당한 얼굴로 갑자기 나타난 각성자를 봤다. 이때 다급한 외침이 멀리서 들려왔다.
“보스!…… 올라가겠습니다.”
“아니! 이 녀석은 내가 상대한다! 타깃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주위 봉쇄해라!”
‘타깃? 현상금 사냥꾼?!’
흠칫 놀란 아리엘은 바로 외쳤다.
“타깃이라고? 야, 너 사람 잘못 본 거 아냐? 너 처음 보는데?!”
“제대로 봤다! 이 결계! 마력 각성자! 너잖아! 네가 난장판 만들어서! 타깃 도망치면 끝장이야!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각성자!
눈을 보는 순간 바로 감이 왔다.
‘이 녀석, 진심이다!’
그러나 여기서 가만히 있으면 시드가 연결되고 대참사가 터진다.
“그래 알았어. 가만있을…….”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두 손을 머리 위로 움직이는 순간, 번개같이 귀걸이를 집어 던졌다.
빠아아아앙-
단숨에 빛 덩어리가 된 귀걸이에서 쏟아지는 광탄(光彈)!
무수한 광탄이 단숨에 공간을 뛰어넘어 염동력자에게 빨려 들어갔다!
으아아악-
순간 각성자는 괴성과 함께 난간을 내려찍었다.
힘의 파동이 공간에 퍼져 나가고, 와르르-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가 공중에 떠오른다!
염동력장!
팟, 파파파팟-
광탄이 잔해에 막혀 불꽃처럼 터져 나간다!
딱-
아리엘은 손가락을 튕기는 동시에 앵커를 던졌다!
기이이잉-
광탄이 자성에 끌리는 철 가루처럼 앵커를 타고 구부러져 사선으로 쏟아졌다!
양손을 하나로 모으며 외치는 염동력자.
“터져라!”
콰아아앙-
포탄처럼 쏘아진 잔해가 난간을 박살 내고, 와르르 무너진 잔해가 공중으로 떠올라 회전한다!
콰르르르릉-
잔해가 염동력장의 폭풍이 되어 몰아치고!
빠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탄환이 되어 쏘아졌다!
염동포탄!
아리엘은 반사적으로 실드를 펼치고, 압축 공기를 폭발시켰다.
파아아앙-
결계와 압축 공기 폭발에 물리력이 깎인 염동포탄은 실드와 충돌해 타이어에 던진 돌멩이처럼 튕겨 나갔다!
그러나 이건 시작이었다.
빵빵, 빠아아앙-
쉴 새 없이 날아오는 염동포탄이 압축 공기를 뚫고 실드에 충돌해 튕기고!
파슥, 파스스슥-
비 오듯 쏟아지는 광탄이 소용돌이치는 잔해에 충돌해 불꽃이 되어 사그라진다!
마혁진과 아리엘!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쏟아붓는 염동포탄과 광탄으로 옥상은 순식간에 전장으로 변했다.
아리엘은 한 손으로 수인을 짚고 한 손으로 정제 마석을 연신 깨트렸다.
파스스스-
초고농도의 액화 마석이 퍼져 나가는 찰나의 순간 마력 구성을 복구한다!
압축 공기가 터지고, 실드가 복구되고, 광탄을 뿜어내는 빛 덩어리가 날아갔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전격, 그리스, 현기증 마법을 뿌렸다!
그러나 상대는 베테랑 염동력자!
후우우우웅-
태양 주위를 도는 소행성처럼 몸 주위를 회전하는 잔해!
잔해에 실린 염동력이 마법에 담긴 마력 구성을 흐트러트린다!
상대의 염동포탄은 압축 공기와 실드를 뚫지 못하고!
자신의 마법은 염동력장의 태풍을 뚫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엄청난 격전이나, 서로 방패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것이나 마찬가지!
결정적 한 방 없이 원거리 공격을 쏟아붓는 소모전 상황이다!
먼저 발을 빼는 사람이 당한다!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 버틸 수도 없다.
옥상 아래 건물에는 괴물 같은 강체술사가 시드를 발아시키고 있었으니까!
‘이대로면 시드가 연결된다!’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고 가슴속에서 울분이 치솟았다.
‘야! 타깃! 놀라게 하면 안 된다며! 이 개판은 뭔데?!’
당장이라도 분통을 터트리고 싶었지만, 입을 여는 순간 실드가 끊기고, 실드가 끊기면 당한다!
빠아아아아, 빵빵빵-
기계처럼 쉴 새 없이 염동포탄을 쏟아붓는 초능력 각성자에게!
조금만 시간만 있다면 큰 거 한 방을 때려 박을 수 있는데 그 조금의 시간이 없다.
마법사에게 시간과 거리는 절대적!
기습 공격에 제대로 물려, 거리를 준 순간 불리한 싸움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제 믿을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아리엘은 실드 마법을 복구하며 메시지 마법을 보냈다.
[에코! 긴급상황이다!]
[여기 강적이 나타났다!]
[이대로면 시드 연결된다!!]
[에코! 야! 너 뭐 하는 거야?!]
[대형 사고 터지게 생겼다고!!]
[거기! 빨리 끝내고 당장 달려와!!]
그러나 아무리 메시지 마법을 보내도 에코에게서는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
서쪽 암반 지대에서 시드를 닫던 에코는 아리엘보다 먼저 싸우고, 먼저 당했으니까.
* * *
암반 위에 반듯하게 누운 채 파르르 경련하는 로브를 입은 남자.
수풀 속에 납작 엎드린 케인 이사는 영화 속 마법사 로브를 입은 남자를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생각했다.
‘저 마력 각성자 괜찮은 건가?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아니,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케인 이사는 잡념을 날려 버렸다.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저 남자의 모습이 잠시 후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었다!
케인 이사는 숨소리조차 죽인 채 목적지로 시선을 돌렸다.
남일도 서쪽, 숲으로 둘러싸인 암반 지대!
이 암반 지대 한가운데에 하늘로 솟은 빛의 기둥과 던전 입구가 있었다!
벌떡 일어나 달리면 1분도 걸리지 않을 거리!
그러나 케인 이사는 단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이때 발소리가 땅에서 전해지고 숲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저기다! 빛의 기둥!”
“암반 지대 중앙! 던전 입구가 보인다!”
“무림 던전! 던전이 열렸다! 모두 달려라!”
……
두두두두둗-
앞뒤 가리지 않고 숲에서 튀어나와 암반 지대를 가로질러, 던전 입구로 달려가는 각성자들!
그러나 던전 입구에 가까워지는 순간!
윽-, 컥-, 꺅-, 꽥-
외마디 비명과 함께 픽픽- 모조리 쓰러져 나갔다!
“……!”
케인 이사는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믿기지 않는 광경을 만들어 낸 이들을 다시금 확인했다.
한 손은 던전에 박은 채 한 손으로 검을 허공에 뻗은 무공 각성자!
흐릿한 형체로 연속공간 도약하며 칼날 같은 섬광을 뿌리는 헌터!
무공 각성자와 헌터!
이들이 접근하는 각성자를 공격한 게 아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전투 범위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각성자들이 허수아비처럼 픽픽- 쓰러지고 있었다!
자신이 도착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경련하는 마력 각성자,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진 각성자들이 처음이 아니다!
무공 각성자와 헌터 주위 암반 지대는 쓰러진 각성자들로 바위가 보이지 않을 지경!
두 사람은 엄청난 강자!
랭커! 한 자릿수 랭커가 분명했다!
완전 무장하고 싸워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강자! 랭커 두 사람이 던전 입구에서 격전을 펼치고 있었다!
반면 자신은 아무 장비도 없이 맨몸! 이 맨몸으로 무시무시한 랭커가 격전을 펼치는 던전 입구에 접근해야 한다!
남중국에 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사건·사고가 쉴 새 없이 터지고 있다!
‘시바시바! 어떻게 가는 곳마다 이 지랄이야?!’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솟는 순간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냥 여기서 개길까?!’
순간 손에 쥔 통신기가 보이고 머릿속에서 흉포한 포효가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앙- 맹호출격!’
공구 벨트를 찬 채 백곰처럼 울부짖는 무자비한 꼬맹이!
W. S. 인더스트리의 오너이자 빌어먹을 보스, 워커 실트!
이번 임무는 워커 실트 오너의 명령!
개기다가 걸리는 순간, 개박살이 난다!
어떻게든 오너의 명령을 완수해야 한다!
‘빛의 기둥의 10미터 범위 안에 들어가라!’
싸울 필요는 없다!
10미터! 저 무시무시한 강자들의 근처로 몰래 접근해, 신호가 오는 순간 번개같이 달려가면 된다!
케인 이사는 납작 엎드린 채 기회를 잡을 준비를 시작했다.
각성력을 갈무리하고, 호흡조차 아낀 채, 오감을 열어 바람, 진동, 소리에 집중한다!
깡깡까가가가강-
섬뜩한 강철 부딪치는 끊어질 듯 계속 이어지던 어느 순간, 드디어 기다리던 신호가 왔다!
두드드드득-
각성자들이 숲을 달려오는 진동!
“빛의 기둥! 저기다! 무림 던전이 열렸다!”
숲에서 튀어나온 각성자들은 환호성과 함께 던전 입구로 달려갔다.
‘지금이다!’
사사삭-
케인 이사는 온 신경을 열어 둔 채 바닥을 천천히 기었다!
곧 예상 그대로의 신호가 왔다!
꺽-, 큭-, 엌-, 꺅-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픽픽 쓰러지는 각성자들!
“……!”
즉시 정지하고 온 신경을 빛의 기둥에 쏟았다!
‘걸렸나?!’
한참을 기다렸으나 아무 반응도 없다!
이동한 거리는 불과 2미터!
하지만 걸리지 않고 이동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됐다! 먹히고 있다!’
케인 이사는 다음 기회를 기다렸다.
기회는 점점 빠르게 자주 찾아왔다!
빛의 기둥을 향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각성자들은 점점 많아졌다!
“무림 던전! 대환단이다!”
환호성을 지르며 달릴 때 사삭- 바닥을 기어가고!
꺽-, 윽-, 컥, 꺅-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나뒹구는 순간 즉시 멈춘다!
사삭, 사사삭-
느리게! 더욱 느리게!
케인 이사 숨소리조차 죽이고 혼신의 힘을 다해 천천히 기었다.
암반 위를!
쪼개진 암반 틈을!
자라난 수풀 사이를!
그리고 사방에 널브러진 각성자들 사이를 기고 또 기어가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빌어먹을 특수 임무! 젠장 할 남중국! 시바 오너! 이번 일만 끝나면 바로 비행기 타고 튄다!!’
***-
케인 이사가 분노를 씹으며 암반 지대를 기어가고 있을 때.
섬 반대쪽 고지대의 상황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빠아아아앙, 쾅쾅-
결계로 덮힌 옥상에서는 아리엘과 마혁진의 원거리 난타전이 이어졌고!
“계속 기다립니까? 장철 헌터님 몸에 걸리는 부하가 엄청납니다!”
“기다려! 암살검이 처리했을 때 쏟아부어야 한다!”
“버틸 만하다! 기회는 한 번뿐이다!”
건물 안에서는 연구원들의 다급한 외침과 장철의 억눌린 외침이 터져 나왔고!
“이곳은 사유지입니다!”
“펜스에서 떨어지세요! 무단 침입 중입니다!”
“방금 던전이 열렸는데 사유지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증명서 있냐?! 서류 가져와!!”
건물 앞 펜스에선 무림 던전을 찾아온 각성자들과 완전 무장한 경비 병력이 대치 중이었다!
누군가 슬쩍 밀기만 해도 와르르 모든 것이 무너져 난장판으로 변할 일촉즉발의 상황!
기이이이잉, 쿵-
오리배를 짊어진 거대한 악어가 절벽을 기어올라 머리를 내밀었다!
“드디어 도착했구나! 7호 대기해라!”
잽싸게 오리배 밖으로 나와 절벽에 매달린 악어를 타고 올라 수풀로 몸을 날리는 워커 실트!
파파파팟-
워커 실트는 잽싸게 수풀 속을 달려 건물 앞으로 이동 주위를 확인했다.
빛의 기둥이 솟은 건물!
건물 주위를 둘러싼 강철 펜스!
펜스에서 대치 중인 각성자와 무장 병력!
‘제대로 찾았다!’
감이 오는 순간 개조 스마트폰을 꺼내 건물을 스캔했다.
옥상, 벽, 기둥, 창문을 훑는 순간 스마트폰 화면에 쏟아져 나오는 숫자, 마력장 변화!
온갖 난장판에서 개같이 구른 경험과 수많은 보안 구역, 비밀 공장, 마탑, 군수 공장을 뚫었던 촉이 합쳐졌다!
파파파파팟-
워커 실트의 머리가 고속 연산을 시작했고,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던전 시드가 열린 장소는 건물 안이다!
하지만 지금 급한 건 건물 안이 아니라 옥상, 빛의 기둥이다!
매 순간 충돌해 바스러지는 마력 파동!
누군가 옥상에 결계를 치고 싸우고 있다!
그 전투의 여파에 빛의 기둥의 맛이 가면 끝장이다!
우선 급한 옥상부터 해결하고 시드를 먹는다!
그러기 위해선 입구를 막은 각성자와 경비 병력의 시선을 돌려야 한다!
우선 확인할 건 바람 방향!
휘이이이잉-
침을 바른 손가락으로 바람 방향을 확인하는 즉시 개조 스마트폰에 명령을 입력했다!
‘가라 7호!’
절벽에 매달린 미궁 악어 7호는 단숨에 절벽을 기어 올라와 대치 중인 펜스로 움직였다.
쿵, 쿵-
땅을 울리는 진동에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저건 또 뭐야?!”
“물놀이용 오리배?”
“밑에 뒤틀린 저 악어는 뭐야? 로봇?”
갑자기 나타난 오리배를 짊어진 입과 전신이 꺾인 거대한 악어!
각성자들과 경비 병력들은 황당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쿵쿵, 쿵쿵쿵-
그러나 미궁 악어 7호가 펜스를 향해 돌진을 시작하자.
대치하던 각성자들과 경비 병력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펜스로 돌진한다!”
“저 오리 악어가 펜스를 뚫으면 따라 들어가자!”
반색해서 길을 틔우는 각성자들!
“당장 멈추세요!”
“펜스에 접근하면 발포합니다!”
다급히 외치며 마탄 소총을 겨누는 경비 병력!
모두의 시선이 돌진하는 미궁 악어 7호에 모이고 마탄이 쏟아지기 직전!
‘지금이다! 7호, 네 진가를 보여 줄 때다!’
워커 실트는 잽싸게 고글을 내리고 마스크를 쓰는 동시에 개조 스마트폰을 눌렀다.
메에에에에-
순간 거대한 염소 울음이 울려 퍼지고 미궁 악어 7호가 멈춰 섰다!
깜짝 놀란 시선이 모여드는 순간.
핑핑, 핑핑핑핑-
암석 갑각에 구멍이 뚫리고 캔 음료 형태의 물체 수십 개가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어……?”
“어, 어?!”
“저거 뭐야?!”
……
생각지도 상황에 물체를 따라 시선을 움직일 때.
콰카카카카쾅-
거대한 섬광이 연속으로 터지고 엄청난 가루가 쏟아졌다!
손을 뚫고 눈으로 파고드는 강렬한 섬광!
호흡을 타고 들어와 기도를 태우는 가루!
시야가 하얗게 물들고!
속이 뒤집히는 작열통이 몰아쳤다!
“내 눈! 으아악-!”
“최루탄?! 끄웨에엑-.”
“아니다! 이거 이세계! 꺼억, 꺽-
“피해! 호흡하면 컥, 커어억-!”
섬광탄을 맨눈으로 버티고, CS 최루가스조차 호흡하는 게 각성자들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미궁 악어 7호에서 쏟아진 섬광과 흩뿌려지는 가루를 버티지 못했다!
펜스에서 대치 중이던 각성자들과 경비 병력들은 순식간에 무력화돼 데굴데굴 고통스럽게 바닥을 굴렀다!
당연한 결과였다!
저 섬광탄은 절친 이세기의 기술을 역설계해 만든 일종의 마법!
저 가루는 초월자조차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는 리클레 가루를 연금비법으로 만든, 정제한 최루탄이니까!
워커 실트는 도착 60초 만에 건물 앞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펜스 너머 건물을 향해 달렸다!
‘시드는 내가 먹는다! 카카카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