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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28화 (1,02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28화>

현대정보컨설팅 그룹의 세 사람.

임제원 실장과 에코, 아리엘 무겐다흐는 남일도 서쪽 산속 암반 지대에 있었다.

“……광둥, 저장 반응은 어떤데?”

임제원 실장은 서울 사무실과 연락해서 바이럴 상황을 점검했고.

아리엘과 에코는 마력압을 확인하고 있었다.

“난 확인 안 되는데? 넌 어때? 검출되냐?”

아리엘의 말에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젓는 에코.

“저도 마찬가집니다. 차원 준위가 너무 높아서 마력압으로는 ‘시드’ 확인이 안 되네요.”

“이거 꼭 확인해야 해? 이 섬에. 아니, 이 세계에 ‘시드’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잖아? 설마 그런 우연이 일어날까?”

“그건 그렇죠.”

에코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엘 님의 말이 맞았다.

시드는 세계의 나무에서 튀어나온 새순.

가능성을 향해 자라나는 새로운 나뭇가지다.

당연히 이런 시드를 찾는 건 천외천의 강자들이다.

홀연히 사라진 상(上)을 찾아 세계의 나무 위를 걷는 허공도의 샤.

승천한 보석과 강철의 황제를 만나기 위해 천공탑을 오르는 제국군 군단장.

샤와 군단장은 인과와 운명조차 비트는 천외천의 강자!

그런 강자들조차 찾지 못한 시드가 바이럴 마케팅을 위해 대충 찍은 이 섬에 있을 가능성은 극도로 낮았다.

그래서 에코는 반문했다.

“그럼 그냥 뚫을까요?”

아리엘은 즉답하지 않고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혹시 이 섬에 시드가 있으면 난리 나겠지?”

“그렇죠. 난장판이 되겠죠.”

“…….”

“…….”

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동시에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하아-

하아-

그리고 고개를 젓는 에코와 아리엘.

“…….”

임제원 실장은 어느새 통화를 끝내고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지금 장난하는 건가?’

에코와 아리엘. 두 마력 각성자는 심각한 표정과 진지한 말과 달리, 한 손에 바람개비를 들고 암반 위를 한쪽 발로 깡충깡충 뛰며 대화하고 있었다!

마력 각성자가 아닌 놀이터 꼬맹이 같은 모습!

“지금 그게 뭐 하시는 건가요?”

임제원 실장이 황당함에 묻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동시에 대답하는 에코와 아리엘.

“마력압 확인!”

“마력압 확인!”

“…….”

임제원 실장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군에서 수많은 마력 각성자들과 같이 작전을 뛰었지만,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이다!

바람개비를 손에 들고 깡총깡총 뛰는 게 무슨 마력 확인이란 말인가?!

냄새가 났다!

강렬한 사짜 냄새가 났다!

하지만 임제원 실장은 당장이라도 터져 나오려는 외침을 안으로 삼켰다.

장웨이 사령관의 비서에게 연락을 받고 방송국에 자료를 넘긴 지 몇 시간.

남일도에 무림 던전이 나타났다는 사실이 뉴스 속보로 보도됐다!

바이럴 마케팅으로 조심스레 낚던 유력자들에 더해!

푸젠성 주위의 저장, 장시, 광둥성 그리고 남중국 전체가 움직였다!

뉴스 속보를 보고 한탕을 노리는 각성자들이 모조리 남일도로 몰려오고 있다!

최대한 빨리 이곳, 남일도에 가짜 무림 던전을 만들지 않으면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지금 가짜 무림 던전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나사가 몇 개는 빠진 듯한 마력 각성자, 에코와 아리엘뿐이었다!

“이거 볼수록 신기하네. 차원압이 왜 이리 높지? 이게 가능한 거야?”

“제가 전에 말한 대로 분명 분기점 때문이라니까요!”

“야! 허신이 겹쳐도 이 정도 차원압은 안 나와!”

“그렇긴 하죠. 분기점에 가면 뭐가 겹쳤는지 알아낼 수 있을 텐데. 어디서 엉망이 됐는지 감도 안 오니…….”

……

두 마력 각성자는 여전히 암반 위를 깡총거리며 이해할 수 없는 대화를 이어 가고 있는 중!

“잠시만!”

임제원 실장은 재빨리 끼어들어 지금 가장 중요한 질문을 했다.

“‘시드’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가짜 무림 던전을 뚫지 못하는 겁니까?!”

아리엘과 에코는 즉시 대답했다.

“뚫는 건 문제가 아닌데…….”

“시드가 있으면 가짜 던전이 아니게 되죠.”

“네? 지금 뭐라고. 그러니까 가짜 던전이 아니면……?”

“가짜가 아니라 진짜 던전! 무림 던전으로 뚫린다고.”

아리엘이 대답하는 즉시 에코가 끼어들었다.

“아니죠. 시드는 가능성이니까. 꼭 무림 던전이 뚫린다는 보장은 없죠. 전혀 엉뚱한 곳. 천공탑으로 통로가 뚫릴 수도 있습니다.”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천공탑은 차원 좌표 고정 안 돼! 간절히 바라는 시공간, 무림으로 뚫릴 가능성이 훨씬 높지! 여기 모인 우리 셋 다 가짜 ‘무림’ 던전 뚫고 있잖아?! 당연히 의식과 무의식에 새겨진 ‘무림’ 던전으로 뚫리지!”

“아니! 우길 걸 우기셔야지! 간절히 바란다고 이뤄질 리 없잖아요?! 그거 다 구라예요! 우리 스승님도 맨날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댔는데! 개뿔! 그런 거 다 미신입니다! 운명을 사는 화폐! 빛이 살아 있는 마탑! 활성화된 머릿돌! 마도왕급 구현력 없이 의지만으로는 안 뚫려요!”

“아니거든! 간절히 바라면 진짜 온 세계가 도와주거든?!”

“와, 우기는 거 봐! 한 20년 동안 단 하루도 멈추지 않고 바라고 또 바랬으면 모를까! 그냥 무의식에 새기는 거로는 안 된다니까요!”

에코가 버럭 소리치는 순간.

아리엘은 정색하고 말을 쏟아 냈다.

“야! 내가 바로 아리엘 무겐다흐야!”

“무겐다흐 가문을 다시 일으킨 아리엘 무겐다흐!”

“마탑 27개를 먹어 승리 직전에 도달한 무기 제작자!”

“돌철 폐하 이후 처음으로 승천의 길을 걸어 하늘에 닿을 마도……!”

에코는 아리엘의 말을 자르고 툭 던지듯이 말했다.

“……간절히 바랐으면 파산을 하면 안 됐죠? 마탑 27개? 파산해서 모조리 추심당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뭐? 새끼야! 파산은 누가 파산해! 채권 추심당하기 전에 튀었어! 내가! 어! 그분만 다시 만나면, 적염성주한테 맡겨 둔 머릿돌 꺼내서 마탑 되살릴 계획 다 세워 뒀어! 내 사전에 파산은 절대 없다!”

“네, 네에. 그러시겠죠.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있죠. 케페니안 차원 용병한테 물리기 전…… 꺽, 끄억-.”

으아아악-

아리엘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괴성과 함께 달려들어 에코의 머리에 헤드락을 걸고 쥐어박았다.

“뭐? 차원 용병한테 물려?! 그게 할 말이냐?! 너부터 좀 처맞자! 내가 차원 용병 고용했다가 파산한 거 전부 다 너 때문이잖아! 새꺄!”

“아니. 방금은 파산 아니라며…… 끄억- 뼈, 뼈! 뼈 맞았어요!”

“참아! 새꺄! 내가 네놈 시키 때문에 구른 거 생각하면 한참 모자라!”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다가 갑자기 헤드락을 걸고 쥐어박는 아리엘!

전신을 쥐어박히는 에코!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눈 몇 번 움직일 찰나!

마력 측정도 꼬맹이처럼 하더니, 이제는 싸우는 것도 꼬맹이처럼 싸우고 있었다!

헌터 업계의 귀족. 마력 각성자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

아리엘과 에코 두 사람은 정신없이 쥐어박고 쥐어박히고 있었다.

“……하필이면! 하-.”

임제원 실장은 탄식하며 싸움을 바라보다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아차! 이렇게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문득 주위로 시선을 돌리자 보였다.

남일도 유일의 항구에 하나둘 접안 하는 배들!

그리고 그 뒤 탁 트인 바다를 가로지르는 크고 작은 배들!

남일도로 다가오는 배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저 배 안에 누가 있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남일도 무림 던전 긴급 속보를 보고 찾아온 각성자들!

남일도는 커다란 섬이다!

하지만 작정하고 마력 각성자들이 뒤지기 시작하면 곧 진실을 알게 된다!

남일도에 무림 던전이 없다는 진실을!

더 많은 각성자들과 유력자들이 모여들기 전에 잽싸게 가짜 무림 던전을 만들고 튀어야 한다!

문제는 ‘시드’라는 것 때문에 가짜 무림 던전을 뚫다가 진짜 던전이 뚫릴지도 모른다는 것!

‘아니, 잠깐 진짜 던전이 뚫려도 괜찮은 거 아닌가?!’

문득 든 생각에 다시 한번 시선을 돌리자 숲과 산으로 이뤄진 섬과 그 주위에 펼쳐진 거대한 바다가 보였다.

그렇다!

이곳 남일도는 고립된 섬이다!

게다가 원래 사방에 마수와 몬스터가 널린 사냥터다!

바닷물에 물 좀 붓는다고 민물이 되지 않듯, 사냥터에 던전이 생겨도 크게 변할 것은 없다!

하지만 바로 던전을 뚫기에는 에코와 아리엘. 특이한 마력 각성자 두 사람이 쏟아 낸 말들이 너무나 의미심장했다!

대부분 알아듣지 못했지만, 뉘앙스는 분명히 전해졌다.

‘시드’란 게 이 섬에 있다면 초대형 사고가 터진다!

결국, 지금 선택지는 둘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가짜 무림 던전을 뚫는다.

-가짜 무림 던전 없이 바이럴 마케팅만으로 어떻게든 낚아 본다.

답을 알 수 없는 문제이고 모든 것을 변화시킬 선택이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선택할 필요는 없었다.

이런 객관식 선택에서 마치 미래를 보듯 미친 찍기 실력을 보여 주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유희명 대표!

임제원 실장은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번개같이 전화를 걸었다!

띠리-

송신음이 한번 울렸을 때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어, 나 차 탔어. 무슨 일…….

“선배! 남일도에 가짜 무림 던전 뚫고 있는데, ‘시드’라는 게 있으면 난장판이 된다고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뚫어요? 말아요?”

임제원 실장은 앞뒤를 자르고 직설적으로 물었고 스마트폰 너머 유희명 대표도 바로 대답했다.

-뭔 말인지 알겠다! 잠깐만 기다려! 이모! 1, 2번 빨리 골라봐!

-자꾸 묻지 말고 네가 알아서…… 너 뭐 하는 거야?! 아앗- 내 꿀벌 인형 머리! 멈춰! 안 돼! 그거 없으면 나 학교 못 간다고!

-빨리 대답해 이모! 늦으면 꿀벌 더듬이 뽑는다!

“…….”

스마트폰 너머에서 꼬맹이들이 티격태격 싸우는 듯한 외침이 잠시 이어지다가 곧 대답이 돌아왔다.

-찍기의 신! 우리 이모가 찍었다! 진행한다! 던전 열어! 단! 바로 열지 말고, 서울 사무실에서 준비가 필요하니까. 현지 시각 15:00에 여는 거로 하자.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지금 시간은 14시 00분.

1시간 후에 가짜 무림 던전을 연다!

임제원 실장은 여전히 헤드락을 걸고 꿀밤을 날리는 에코와 아리엘에게 외쳤다.

“결정됐습니다. 15시 정각! 1시간 후에 열어야 합니다!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악, 으아악-.”

“가능해!”

쥐어박히고 쥐어박으며 대답하는 두 사람.

“…….”

전혀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을 임시직원으로 고용한 건 찍기의 신 유희명 대표고, 지금은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다!

두 사람을 믿고 끝까지 달려야 한다!

“그럼 바로 준비 시작해 주세요! 전 항구에서 배를 확보하고 탈출로 준비하겠습니다! 15시 정각에 ‘던전’ 여는 즉시 항구로 오셔야 합니다!”

몸을 돌리던 임제원 실장은 말을 덧붙였다.

“가능하면 화려하게. 사방에서 모여드는 각성자들이 모두 볼 수 있게 크고 화려하게 부탁드립니다!”

아리엘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려한 건 내 특기지! 섬과 바다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도 보일 정도로 화려하게 열 테니까 기대해!”

“그럼 부탁드립니다. 15시 정각입니다!”

임제원 실장은 다시 한번 강조하고 몸을 돌려 항구를 향해 달렸다.

군 시절 수많은 작전을 뛰며 얻은 교훈.

계획 실행 전 탈출 경로부터 확보해야 한다.

사방에서 배와 각성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가짜 무림 던전이 뚫리는 순간 상상 이상의 난장판이 펼쳐질 거다!

그 순간 무사히 섬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배 확보가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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