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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19화 (1,02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19화>

철검장 비밀 거점을 먹을 순간이 왔다!

천문석은 재빨리 몸 상태부터 확인했다.

내력은 바닥, 체력도 바닥!

당장이라도 픽 쓰러져 잠들 정도로 심력마저 바닥이다!

철검장 비밀 거점을 지키는 녀석들이랑 싸울 컨디션이 아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지금 자신 옆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인전 전문가! 온갖 계통의 각성자들을 수도 없이 던전 광산에 처박은 든든한 동료가 있었으니까!

국가 헌병대의 미친 치와와, 김태희 대령!

“미친 치와와!”

외침과 동시에 뜨거운 시선을 보내자 이심전심! 어깨를 으쓱이는 김태희 대령.

건물로 걸어가며 파팟- 손을 움직이는 순간.

퀵 드로우!

어느새 손에 잡힌 리볼버와!

콰드드득-

주먹을 말아쥔 강철 건틀릿이 충돌했다!

카카카캉-

쇠 갈리는 소리와 함께 마력 불꽃이 쏟아지고 위압감이 치솟았다!

천문석은 직감했다.

비밀 거점에 누가 있든 김태희 대령 혼자서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화이팅! 미친 치와와!”

“누나만 믿어라! 새꺄! 하하하…….”

김태희 대령은 웃음을 터트리며 성큼성큼 걸어가다가 문득 멈춰 섰다.

“왜? 뭐 필요한 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빙글 몸을 돌리며 버럭 소리치는 김태희 대령!

“새꺄! 어디서 얼렁뚱땅 떠넘기려고!”

‘눈치 빠른 녀석!’

천문석은 잽싸게 손가락 세 개를 펴서 내밀었다.

“3개! 질문 3개로 늘려 준다!”

“…….”

김태희 대령은 말없이 눈앞의 헌터를 살폈다.

‘이 녀석을 믿을 수 있을까?’

생각과 동시에 머리를 스치는 기억!

마경에서 여기까지 바이크 수레로 몇 시간 동안 끌고 달렸다.

평범한 헌터라면 겉으로는 웃어도 분노를 감추고 뒤통수를 치려 했을 거다.

그러나 지금 이세기에게서 느껴지는 건 담백한 웃음뿐이다.

약속을 지킬 거란 확신이 드는 동시에 의문이 생겼다.

‘이세기, 이 새끼 진짜 정체가 뭐지?’

최후식, 가짜 최후식.

이세기, 원조 이세기.

의문을 품는 순간 떠오르는 이름들.

정황상 이 녀석이 말한 이름은 전부 가짜다.

딱 하나 진짜가 있다면 뒤를 쫓는 각성자들이 수없이 외친 영문 이니셜뿐이다.

[NTM_CHS]

두근-

순간 심장이 맥동하고 전투 예지 능력자의 직감이 움직였다.

이 이니셜에 무언가 커다란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직감이!

그래서 김태희 대령은 역으로 제안했다.

“질문 3개 오케이! 거기에 가벼운 질문 하나 추가?”

“딜! 물어봐!”

이세기는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고.

김태희 대령도 주저하지 않고 질문했다.

“NTM_CHS. 뜻이 뭐냐?”

“……!”

찰나의 순간 갈등으로 수십 번 변화하는 얼굴!

‘제대로 찔렀구나!’

내심 환호하는 순간 대답이 돌아왔다.

“CHS, 최후식.”

“NTM은?”

“…….”

긴 침묵 끝에 답이 돌아왔다.

“……NTM, 노탈모.”

NTM_CHS, 노탈모 최후식!

“설마!”

김태희 대령은 반사적으로 이세기의 머리를 봤다가 흠칫 놀라 외쳤다.

“가……! 미안! 내가 그것도 모르고!”

“그런 거 아냐! 사실은…….”

“당장 안에 정리할 게 넌 다 끝나고 들어와라!”

“아니라니까! NTM_CHS! 내 아이디가 아니라……!”

천문석은 다급히 진실을 알리려 했지만, 김태희 대령은 이미 번개같이 건물로 들어간 후였다.

그리고 곧 익숙한 총성이 들려왔다.

빠앙, 빵빵빵-

태성 빌딩에서 한번 겪었던 슬라임 마탄 총성!

비명, 외침, 다른 총성은 없었다.

슬라임 마탄 특유의 빵빵거리는 소리만 한참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3층 창문에서 불쑥 얼굴을 내민 김태희 대령이 손을 흔들었다.

“야! 끝났다! 거기 아래 창고 문 열리는 거 보이지? 그쪽으로 들어와! 화물 엘리베이터 내려보냈으니까! 바이크, 수레째로 올라오면 된다!”

“알았어!”

천문석은 잽싸게 바이크 수레를 끌고 창고 안으로 들어가 화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 * *

철검장 비밀 거점. 벽 하나 없이 탁 트인 3층에는 끈끈이에 붙은 곤충처럼, 슬라임 마탄에 찰싹 달라붙은 철검장 조직원들이 있었다.

“으읍브브브!”

“이비빕비빕!”

“으브으브븡!”

슬라임 탄의 특수 점액에 팔과 다리가 얽히고 입까지 가려져 완전히 제압된 상태.

피도 중상자도 없었다.

김태희 대령은 대인전 전문가답게 깔끔하게 모두를 제압했다!

“훌륭하다!”

“뭐 이 정도야. 난 설비 확인할게. 심문은 네가 알아서 해라.”

시크하게 어깨를 으쓱하고 줄줄이 늘어선 설비로 걸어가는 김태희 대령.

천문석은 제압된 조직원들에게 다가가 자세히 살폈다.

버둥거리는 몸짓과 다급한 표정.

막힌 입으로 쉴 새 없이 지르는 외침.

곧 한 조직원이 눈에 띄었다.

바로 옆에 붙은 녀석들이 움직임을 조심하는 조직원!

‘이 녀석이 이 비밀 거점의 책임자다!’

감이 오는 순간 바로 입을 가린 슬라임을 뜯어냈다.

찌이이익-

“야, 이 씹! 우리가 누군지…….”

“어, 알아. 너희 상해에서 온 철검장 맞지?”

말을 끊고 대답하는 순간 눈이 동그래지는 철검장 책임자.

곧 분노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설마 칠성파? 칠성파가 배신한 거냐?!”

철검장 책임자는 바로 정곡을 찔렀다.

당연한 짐작이었다.

비밀 거점의 위치를 아는 건 철검장과 칠성파뿐. 철검장이 당했으니 용의자는 칠성파다.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천문석은 생각지도 못하게 정곡이 찔린 사람처럼 움찔했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확신 어린 외침이 돌아왔다.

“역시 칠성파가 배신했구나! 장주님이 돌아오시면 너희 모두 끝장이다!”

“철검장주! 초절정 무공을 지녔다는 철검장주?! 그분이 돌아오신다고? 그럴 리가?! 분명 푸저우에 없다는 걸 확인했는데!”

경악한 얼굴로 외치는 순간.

철검장 책임자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멍청한 녀석! 장주님은 밤에 이미 도착하셨다! 지금 푸젠성 권력의 핵심 장웨이 사령관을 만나러 가셨다! 이걸 당장 풀지 않으면…….”

“장웨이 사령관! 푸젠성 군벌 수장? 새꺄 구라는! 일개 조폭 두목이 만나고 싶다고 군벌 수장이 만나 줄 리가 없잖아?! 하, 시바 괜히 걱정했네.”

천문석이 피식 웃으며 긁는 즉시 철검장 책임자는 말을 쏟아 냈다.

“일개 조폭 두목?! 우리 철검장은 상해의 핵심 이권을 모두 차지했다! 항만, 물류, 유통…….”

슬쩍 긁자마자 정보를 줄줄이 쏟아 내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녀석의 직위가 높은지 다른 놈들은 전전긍긍할 뿐 제지하지 못하고 있다!

천문석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풉, 풉- 웃음을 터트려 철검장 책임자를 계속 자극했다.

“무공을 익힌 핵심 조직원만 천 명! 자잘한 조직원을 합하면 만 명이 넘는다!”

“게다가 이번 푸저우행에 동원한 정예 무사들은 전원 장주님께서 전수하신 절세의 무공을 배웠다!”

“……상해 삼합회 성채 빌딩! 50층이 넘는 그 빌딩도 우리가 먹었다! 거기에 더해…….”

……

동전을 넣으면 노래가 튀어나오는 주크박스처럼.

자극할 때마다 정보를 쏟아 내는 철검장 책임자.

천문석은 쏟아지는 정보를 머릿속에서 빠르게 정리해 재구성했다.

그러나 한 단어를 듣는 순간 머릿속에 폭풍이 몰아쳤다.

‘성채 빌딩!’

지금 이게 무슨 말이야?

철검장이 등장한 지 1년도 안 됐다며?!

그런데 상해의 이권을 전부 차지하고! 그냥 건물도 아니라 50층이 넘는 ‘성채 빌딩’ 주인이 됐다고?!

‘아니, 인생 밸런스가 왜 이 모양이야?!’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외치는 순간 건물주 꿈이 무너진 순간들이 머리를 스쳤다.

-마혁진의 염동포탄에 아작 난 신동대문 광장 2층집!

-가짜로 밝혀진 5관 금괴 6개 30관, 112.5kg!

-몇 시간 전 갑자기 튀어나온 천검이 날름해 간 대환단까지!

언제나 바르고 정직하게 사는 자신은 하드코어 불지옥 난이도로 인생을 살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건·사고에 성채 빌딩은커녕 그냥 건물주도 언제 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대형 폭력 단체 두목, 나쁜 놈이 1년도 안 돼서 성채 빌딩 주인이 됐다고?!

이건 말이 안 됐다!

하늘에 정의가 살아 있다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 순간 질투, 시기, 배 아픔 같은 사사로운 분노가 아닌 공분(公憤)이 치솟았다!

파파파팟-

순간 머릿속 정보가 파파파팟- 엄청난 속도로 재구성됐다.

철검장주가 푸젠 군벌 수장 왕웨이 사령관의 저택을 찾아간 건 어젯밤!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건 끗발에서 밀려 면담 대기 중이라는 이야기다!

철검장주가 자칭 초절정의 실력자란 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끗발에서 밀렸다는 것!

녀석을 건드려도 뒤탈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늘에 정의가 없고, 인생 밸런스가 개판이라면 자신이 바로 세우면 된다!

지금 자신의 몸 상태는 개판이지만, 상관없다!

너무나 든든한 동료가 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하나!

동글동글 귀여운 하늘 고래 퐁퐁이까지 있었으니까!

그 전에 확인할 게 있다.

천문석은 번쩍 고개를 들어 김태희 대령에게 외쳤다.

“야, 치와와 여기 설비 상태 어때?”

“간이침대, 화장실, 욕조, 냉장고에 음식도 가득하고. CCTV, 동작 감지기, 위성 안테나, 전파 교란기, 추적 방지 장치…… 창문에 도주용 완강기에 부두에는 탈출용 보트까지! 이 멍청한 녀석들이 퍼질러 자고 있지 않았으면 쉽게 제압 못 했겠는데? 이 녀석들 간첩인가? 무슨 깡패놈들이 비밀 거점을 이렇게 만들어?!”

예상 이상으로 완벽하게 준비된 철검장 비밀 거점!

마혁진이 경석이 흔적을 추적해 위치를 특정할 때까지 사용하기 딱이다!

어차피 악당 녀석들 거리낄 것은 없다!

우선 씻고 먹고 자고 일어나 철검장주가 돌아오면 녀석에게 인생의 쓴맛을 보여 주는 거다!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퍼질러 자다가 기습으로 잡혔다는 생각에 불손한 눈빛을 보내는 철검장 조직원들의 기를 죽이는 것!

카캬카카캌-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려 끝없이 말을 쏟아 내는 철검장 책임자의 말을 끊었다.

“그러니까 너희 장주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란 거지?!”

“그렇다!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천문석은 다시 말을 끊고 외쳤다.

“하! 초절정? 우리 쪽에는 불패의 바람검이 있다!”

외침과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 바로 보였다.

화물용 엘리베이터에 싣고 올라온 수레에 기절하듯 누워 있는 주화입마에 든 파티마.

그리고 ‘하, 저 새끼 또 약을 파네?’라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김태희 대령.

믿고 있던 파티마는 주화입마 상태다!

천문석은 잽싸게 김태희 대령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야, 쟤들 겁 좀 줘라. 그냥 놔두면 사고 칠 거 같다.”

“하, 새꺄! 넌 진짜……!”

김태희 대령은 제압된 칠성파 조직원들에게 다가가며 장총신 리볼버를 뽑았다.

그리고 리볼버 실린더를 열어 마탄을 모두 꺼내고 한발의 마탄을 장전해 실린더를 회전시켰다.

기리리리릭-

한 발의 마탄을 장전한 채로 실린더가 회전하는 5연발 리볼버.

다음에 일어날 일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야 그건 너무 식상한…….”

“러시안룰렛? 멍청한 새끼 그 정도로 쫄 리가……!”

천문석과 철검장 각성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태희 대령의 장총신 리볼버가 제압된 철검장 조직원 위로 움직이고 방아쇠가 당겨졌다.

틱, 틱, 틱, 틱-

4번 연속으로!

“……!”

“……!”

“……!”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모두가 얼어붙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다시 실린더를 돌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기리리리릭-

틱, 틱, 틱, 틱-

또다시 4번 연속으로!

“…….”

“…….”

“…….”

얼어붙은 철검장 조직원들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5연발 리볼버에 들어간 1발의 마탄.

4연속으로 당긴 방아쇠.

마탄이 발사될 확률.

1/5, 1/4, 1/3, 1/2.

1/5, 1/4, 1/3, 1/2.

……

“…….”

“…….”

“…….”

너무나 현실감 없는 광경에 멍하니 바라볼 때.

씩- 웃으며 장총신 리볼버를 까딱이는 미친놈.

“이번에는 5연속으로 간다!”

기리리리리릭-

틱, 틱, 틱, 틱-

총구가 겨눠지고 4번 방아쇠를 당기고 5번째 방아쇠가 당겨지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미친놈아! 그만해!”

5연발 리볼버로 5번 연속 방아쇠를 당기는 미친 러시안룰렛을 하는 미친놈.

그 미친놈의 동료가 다급히 몸을 던져 장총신 리볼버를 밀어냈다.

타아앙-

순간 총성이 터지고 주황색 마력광이 직선으로 천장을 때렸다.

마탄(魔彈)!

순간 과부하가 걸려 멍해진 머리가 제대로 돌아갔다!

‘진짜다!’

‘진짜 마탄이다!’

‘진짜 미친놈이다!’

“으아아악-.”

“으브브븝!”

“으룹브븝!”

“이베리립!”

얼어붙었던 철검장 조직원들은 재생 버튼을 누른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김태희 대령은 리볼버 총구에 훅- 바람을 불며 어깨를 으쓱했다.

“야, 봤냐?”

“…….”

천문석은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철검장 조직원들은 완벽하게 겁을 먹었고 비밀 거점 확보는 성공했다.

당연한 일이다.

5연발 리볼버를 5번 연속으로 당기는 러시안룰렛이라니!

미친 치와와는 미친 듯이 짖어서 붙은 별명이 아니었다.

진짜로 미친놈이어서 미친 치와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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