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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16화 (1,01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16화>

푸저우시로 이어지는 마경에 뚫린 도로.

이 도로 한가운데 수레 달린 오프로드 바이크가 나타났다!

천문석은 깜짝 놀라 외쳤다.

“뭐야? 너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

순간 더 깜짝 놀란 대답이 돌아왔다.

“고래! 옆에 그 고래! 그 작은 고래 뭐야! 지금 하늘을 날잖아?!”

구으, 구으으응-

마치 대답하듯 빙글빙글 회전하며 물방울을 쏟아 내는 퐁퐁이!

톡, 톡, 토토톡-

빛나는 물방울이 온몸에 쏟아져 터지는 순간.

“……어, 어어?!”

바이크 수레를 타고 나타난 각성자.

김태희 대령은 입을 떡 벌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

구으, 구으응-?

퐁퐁이는 가슴지느러미로 입을 벌린 김태희 대령을 가리키며 울었다.

순간 퐁퐁이의 울음소리가 저절로 번역돼 귓가에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이 사람 좀 이상한데?’

“쟤 아는 사람이야. 미친 치와와 김태희 대령. 얘는 퐁퐁이라고 하늘 고래, 일종의 각성 동물이야. 놀랄 거 없어.”

천문석이 소개하는 즉시 척- 지느러미로 경례하고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퐁퐁이.

“…….”

김태희 대령은 황당한 얼굴로 이 모습을 바라보다가 정신없이 말을 쏟아 냈다.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각성 동물? 하늘 고래?! 지구에 이렇게 작은 고래가 어디…… 아니, 그 전에 다른 고래를 업고 하늘을 나는 고래가 어디 있어?! 쟤 지금 퐁, 퐁 거리면서 하늘을 날아다니잖아?! 하늘을 나는 고래가 각성 동물일 리가 없잖아!”

“……!”

생각해 보니 김태희 대령의 말이 맞았다!

각성 동물은 지구의 동물이 각성했을 때 붙이는 이름이다.

국민대 고양이 뽀미.

제주도 거대 거북이.

서해 벨루가 용용이.

한국의 각성 동물 모두 지구의 동물이 각성했다!

반면에 하늘 고래 퐁퐁이는?!

갓 태어난 새끼 고래도 몇 미터 크기인데 퐁퐁이는 그 반의반도 안 된다.

아니, 애초에 퐁퐁이는 영체와 실체를 오가고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하늘을 나는 고래라니 들어 본 적도 없었고, 어떻게 하늘을 나는지 그 원리도 몰랐다!

이런 퐁퐁이에 대해 모두 설명하려면 해 뜰 때까지 설명해도 모자랐다.

그래서 천문석은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야! 지구에 하늘 고래가 없다는 증거 있냐? 네가 지구에 있는 고래 다 본 거 아니잖아? 지구에 하늘 고래가 없다는 거 편견이야! 여기 이렇게 잘생기고! 늠름한 하늘 고래 퐁퐁이가 있잖아!”

그냥 우기기!

“와, 어이없는 녀석! 그런 억지가! 앗!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김태희 대령은 황당함에 외치다가 문득 고개를 흔들었다.

“됐고. 우선 어깨에 업은 칼잡이랑 그 각성 동물부터 수레에 태워! 곧 방어부대 군인들 부산물 회수하러 올 거야! 얼른 튀자!”

그렇다! 몬스터 웨이브는 격류에 아작 난 상황! 마석과 부산물을 회수하기 위해 헌터, 군인, 각성자에 시민까지 모두가 달려올 거다!

곧 푸저우 시가지는 무주공산이 된다.

잽싸게 비밀 거점으로 튈 타이밍이다!

“퐁퐁이! 여기 타면 돼!”

말이 끝나자마자 수레에 쏙 들어가는 퐁퐁이.

천문석은 바로 어깨에 둘러멘 파티마를 수레에 태웠다.

수레 안에는 눈에 익은 헌터용 배낭과 캐리어가 있었다.

“너 우리 짐까지 찾아온 거야?!”

씩 웃으며 고개만 까닥이는 김태희 대령.

생각지도 못한 변수와 연이은 불운에 모든 게 난장판이 되고 대환단까지 날렸다.

그러나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처럼 자신에게도 행운이 남아 있었다.

훌륭한 동료!

국가 헌병대의 미친 치와와 김태희 대령!

악연(惡緣)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선연(善緣)이 된 이 모습을 보라!

처음 봤을 때부터 그 비범한 모습에 몇 번이고 감탄했었다!

“치와와……!”

깊은 감동에 외치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씩 웃으며 말했다.

“뭐야 너 감동했냐?”

“당연하지! 넌 최고의 동료다!”

“새끼 감동하기는…… 앗! 야! 저 바위 뒤, 뭐야?!”

다급히 외치는 김태희 대령!

김태희 대령은 전투 예지 능력자!

전투 예지 능력자의 감은 절대적이다!

타타타탓-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김태희 대령이 가리킨 바위로 달려가며 기감을 뻗었다.

“아무것도 없는……?!”

“그 뒤 나무! 나뭇가지를 타고 움직인다! 빨리 따라붙……!”

쿵-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위를 밟고 도약!

나무줄기를 잡고 연속으로 몸을 날리며 외쳤다.

“야, 어디야? 느껴지는 게 없는……! 엇!”

‘마력의 잔향?!’

기감에 마력이 걸리는 동시에

김태희 대령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나무 위!’

“나무 위!”

나뭇가지를 잡은 채로 빙글 몸을 돌려 가지에 올라서, 거미줄처럼 뒤엉킨 나뭇가지 사이를 파파팟- 번개같이 기어올랐다.

곧 마력의 잔향이 느껴지는 나무 구멍이 나왔다!

이 안에 무언가 있다!

자신의 기감조차 속이고 이동한 무언가가!

천문석은 남은 내력을 모조리 끌어올려 돌돌돌 실을 감듯 나선으로 비틀어 압축했다.

전사경(纏絲勁)!

툭-

전사경이 담긴 손이 나무를 때리는 순간.

두우우우웅-

나무 전체가 요동치고 구멍 속 모든 것이 폭발하듯 튀어나왔다.

낙엽, 흙, 도토리, 이끼!

그리고 짙은 마력의 잔향이 느껴지는 무언가!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무언가를 낚아챘다.

평범한 나무토막!

그러나 이 평범한 나무토막 안에서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진한 마력의 잔향이 느껴졌다!

콰드드득-

힘을 주는 즉시 나무토막은 쩍 반으로 쪼개지고, 나무토막 안에서는 눈에 익은 길쭉한 빈 유리병 십여 개가 나왔다.

“액화 정제 마석 앰플?!”

짙은 마력 잔향의 정체는 최상급 액화 정제 마석이 담겼던 앰플 병 십여 개였다!

“이게 왜 여기 있어?!”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한 앰플 안에 담긴 게 보였다.

돌돌 말린 종이!

바로 종이를 꺼내 펼치자 한글로 쓴 짧은 문장이 보였다.

[이세기 또라이 새꺄! 이번에는 네가 달릴 차례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종이를 가득 채운 ㅋㅋㅋ.

누가 이걸 썼는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미친 치와와!!’

머릿속에서 깨달음의 섬광이 터지는 순간 들려왔다.

부아아아아앙-

거친 바이크 엔진음!

구으, 구으읏읏-!

다급한 퐁퐁이 울음소리!

카카카카카카카캌-!

주인공에게 한 방 먹인 빌런의 통쾌한 웃음!

“……!”

다급히 몸을 돌리자 바이크 수레가 출발하는 모습이 나뭇잎 사이로 얼핏 보였다!

즉시 나무를 미끄러져 숲을 달리며 외쳤다.

“치와와! 기다려! 아직 안 탔어!”

부아아아앙-

대답 없이 더 커지는 엔진음!

으아악-

천문석은 엔진음을 따라 수풀 속을 달리며 다시 외쳤다!

“야! 미친 치와와! 멈춰! 퐁퐁이! 그 녀석 막아!”

촤아악-

이 순간 수풀이 끝나고 탁 트인 시야에 보였다.

부아아앙-

불을 환하게 밝히고 달리는 바이크 수레!

구읏, 구으으읏-!

당황으로 커진 두 눈과 한껏 벌어진 입.

수레에 꽁꽁 묶인 채로 지느러미를 파닥이는 퐁퐁이!

[[email protected]ㅁ@~]

“……!”

휘어진 눈과 비틀린 입꼬리.

빙글 몸을 돌려 양손을 쓱 내미는 김태희 대령!

[ㅗ^-^ㅗ]

“…….”

긴 설명은 필요 없었다.

김태희 대령의 치켜든 중지를 보는 순간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나무 구멍에서 튀어나온 빈 앰플 병!

김태희 대령은 텅 빈 최상급 액화 정제 마석 병으로 자신을 낚았다!

‘어째서? 내가 뭘 잘못했다고?!’

순간 어제 정오 서호 공원에서 민장강 지류까지 달리고 도망치고 굴렀던 장면들이 끝없이 뇌리를 스쳤다!

미끼로 놔둔 텅 빈 최상급 액화 정제 마석 병 십여 개는 상징이었다!

최상급 액화 정제 마석을 십여 개나 사용할 정도로 개같이 굴렀음을 의미하는 상징!

김태희 대령의 가슴에 쌓이고 쌓인 울분이 마침내 터져 이 사달을 낸 것이다!

퐁퐁이, 용용이, 파티마에 헌터용 배낭과 캐리어까지!

모든 게 실린 바이크 수레를 타고 질주하며 양손 중지를 치켜든 김태희 대령이라는 사달을!

그 결과 지금까지와는 반대 상황이 됐다.

앞장서 달리는 김태희 대령.

미친 듯이 그 뒤를 따라 달리는 자신.

평소라면 어렵지 않게 따라잡았겠지만, 연이은 난장판에 내력이 말라붙은 지금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어떻게든 앞서 달리는 김태희 대령을 설득해야 했다!

“치와와! 내가 전부 설명해 줄게! 오늘 네가 구른 거! 내가 의도한 게 아니다! 이건 전부 하늘님이…….”

“새끼야! 사람을 강에다가 던져 놓고는 뭐?! 의도한 게 아니라고! 그럼 누가 나를 강에다 처박았는데?! 네가! 어, 네가! 네 손으로! 직접 던졌잖아! 이 새꺄! 어디서 구라를 쳐!!”

김태희 대령은 완전히 미친 치와와 상태!

지금 상태로는 설득이 먹히지 않는다.

천문석은 바로 설득에서 위협으로 방법을 바꿨다.

“야, 네가 수레에 묶은 각성 동물! 무시무시한 녀석이야! 당장 멈춰! 걔 분노하면 끝장이야! 걔가 아까 물의 장벽 일으킨 녀석……!”

“……설마! 바다의 재앙?!!”

“그래…….”

“이세기 이 새꺄! 내가 또 속을 거 같냐?! 이 하늘 나는 고래! 밧줄에 묶인 각성 동물이 바다의 재앙! 등급외 각성 동물 용용이라고?!”

“아니, 걔가 아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선을 내리는 김태희 대령.

순간 오물오물 작은 입으로 열심히 밧줄을 씹던 퐁퐁이와 김태희 대령의 시선이 마주쳤다!

“…….”

[@ㅁ@]

퐁퐁이의 동글동글한 얼굴이 이모티콘처럼 변하는 순간.

김태희 대령의 손이 퐁퐁이에게 뻗어 갔다!

너무나 익숙한 자세.

엄지로 중지를 누르는 딱밤 자세로!

“야, 잠깐 멈……!”

다급히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김태희 대령의 손가락에서 발사된 딱밤이 밧줄을 오물거리던 퐁퐁이의 동글동글한 머리를 때렸다!

따아악-

구읏, 구으읏-!

즉각 무력화돼 가슴지느러미로 머리를 부여잡는 퐁퐁이!

“하! 얘가? 이 녀석이 바다의 재앙이라고?!”

김태희 대령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퐁퐁이를 가리켰다.

눈물이 글썽글썽한 어린 하늘 고래 퐁퐁이를!

“아니 걔가 아니라…….”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외치다가 흠칫 놀라 멈췄다.

바다의 재앙은 따로 있다!

기절한 채로 수레 안에 널브러진 새하얀 벨루가가 진짜 바다의 재앙 용용이다!

김태희 대령이 용용이한테도 딱밤을 날리면?!

딱밤을 맞고 깨어나 분노하면 바로 물의 장벽 시즌2다!

지금은 논쟁, 진실 공방이 아닌 마음을 움직여야 할 때다!

천문석은 접근 방법을 위협에서 진심으로 바꿨다.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

온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사과한다!

“미안하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절절한 마음을 담은 외침과 동시에 깊게 고개를 숙이는 순간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좋아. 그 사과 받아들일게.”

“대인대덕! 그야말로 군자의 풍모! 국가 헌병대 최고 미녀……!”

반사적으로 아부를 쏟아 내자 점점 커지는 엔진음!

부아아아아앙-

그리고 바이크 수레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대령님?!”

다급히 외치는 순간 비틀리는 입꼬리와 툭 튀어나온 대답.

“사과는 받았는데. 여기에는 태워 줄 자리가 없네? 너 좀 뛰어야겠는데?! 카카캌-.”

“……!”

천문석은 번쩍 머리를 스치는 깨달음에 반사적으로 외쳤다.

“야! 우리 이러지 말자! 우리 모두 어른이잖아?! 이런 건 어른스럽지 못해! 이러면 안 돼!”

“돼! 돼! 돼! 뛰어랏! 전력을 다해서 쫓아와랏!”

카카카카카카캌-!

바이크 수레는 비열한 웃음소리를 꼬리처럼 매달고 질주했고.

“야! 멈춰! 같이 가!”

천문석은 전력을 다해 그 꼬리를 쫓아 달려야 했다.

푸저우 시가지를 향해서.

그러나 입과 표정은 다급했지만, 천문석의 내심은 웃고 있었다.

김태희 대령은 자신을 걱정해 마경까지 바이크 수레를 가지고 찾아왔다.

그런 김태희 대령이 진심으로 푸저우 시가지까지 달릴 리 없었다.

몇 분 정도 달리다가 속도를 줄여 태워 주리라.

지금 자신이 할 일은 김태희 대령의 분노가 풀리도록 더 다급하고 더 절절하게 외치는 것이다!

“배! 배 땅겨! 뒤질 거 같아! 치와와!!”

이렇게 길었던 월요일이 끝나고 어느새 천천히 여명이 밝아 오고 있었다.

천검과 남중국 군벌 수장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 하루 전, 화요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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