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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15화 (1,01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15화>

탓탓, 탓탓탓-

퐁퐁, 퐁퐁퐁퐁-

마경에 울려 퍼지는 경쾌한 소리.

천문석과 퐁퐁이는 빠르게 마경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천문석은 문득 옆을 보는 순간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늘에서 추락하고 소용돌이에서 빡세게 구른 작은 하늘 고래 퐁퐁이.

퐁퐁이는 자신과 비슷한 크기인 용용이를 등에 업은 채, 파닷, 파닷- 열심히 지느러미를 휘저으며 날아가고 있었다!

단 한 번도 힘들다는 내색 없이!

퐁퐁이를 계속 보고 있으니 어느새 미소가 지어지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 녀석 근성 있는데?’

내심 감탄하는 순간 퐁퐁이를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게이트 너머, 이세계 배송 경주.

아득히 오래전 일인 것 같지만 사실 1년도 지나지 않은 일이었다.

질주하는 트럭을 따라 하늘을 유영하던 거대한 산과 같은 하늘 고래.

그리고 고산 마을 앞에서의 격전 중에 돌연 튀어나와서 게이트를 향해 퐁, 퐁- 열심히 날아가던 어린 하늘 고래.

어린 하늘 고래를 방패에 찰싹 붙여 게이트 안으로 던졌을 때,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틀렸다.

이상 던전 안, 계단 산에서 다시 만나.

특급 헌터의 동물 친구가 되더니.

게이트 너머 한국에 같이 오고.

생각지도 못한 남중국 마경에서 만나.

이렇게 같이 숲속을 달리고 있었다.

‘하늘의 인연이란 이 얼마나 놀라운가!’

새삼 감탄하는 순간 가슴에 끓어오르던 울화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긍정적 마인드가 채워졌다.

대환단을 날렸지만 괜찮다.

중요한 원칙을 지켰으니까.

그리고 혹시 아는가?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 대환단을 선물로 줄지.

피식 헛웃음이 새어 나오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말이 툭 튀어나왔다.

“하긴 그러네. 얍삽한 주호 녀석을 다시 만나면 대환단을 우려…… 어?!”

천문석은 벼락 치듯 깨달았다.

얍삽한 주호!

전 철검장주 단혈철검 주호가 있었다!

조카에게 뒤통수를 맞고 빼앗긴 철검장을 되찾기 위해 무림에서 구르고 있을 ‘주호’가!

순간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기고 파파팟- 생각이 전개됐다.

주호는 대환단 수십 개를 훔치는 데 성공한 도둑놈이다!

비록 훔친 대환단은 모조리 비밀 연무장과 함께 호수에 잠겼지만.

쟁쟁한 신투(神偸), 무림의 내로라하는 도둑놈들이 하나같이 실패한 대환단을 훔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은 그대로였다!

원래 처음이 힘든 법이지 두 번째, 세 번째는 쉬운 법!

주호에게는 대환단을 훔치는 데 성공한 노하우가 있었고, 자신은 그런 주호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무림 던전, 철검장!

즉, 무림 던전 철검장에 가면 주호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주호를 다시 만나기만 하면 대환단을 우려낼 방법은 무궁무진했다!

철검장을 되찾는 걸 도와주거나, 적당한 무공과 교환해도 된다.

아니면 주호가 피로 수결한 100만 냥짜리 지급 문서를 내밀어도 된다!

문제는 무림 던전 입구가 사라졌다는 것!

하지만 이 문제는 이미 해결되고 있었다.

장민 대표님이 ‘신 무림 던전’ 입구를 뚫고 있었으니까!

즉, 오늘 날린 대환단을 아쉬워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무림 던전에 들어가면 얍삽한 주호 녀석한테서 다시 대환단을 우려낼 수 있었으니까!

유일한 리스크는 대환단의 최종 수요자 천검!

혹시 천검이 오늘 얻은 대환단 하나에 만족한다면?!

그럴 리가 없다! 권력자는 원래 만족을 모르는 법이니까!

남중국의 절대 권력자 천검이 갑자기 모든 걸 버리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면, 대환단의 가치는 여전하다!

아니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도 상관없다.

희소성이 떨어지면 물량!

얍삽한 주호 녀석한테서 대환단을 더 많이 우려내면 되니까!

카캬카카카카캌-

순간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고 탄성이 새어 나왔다.

“와! 뭐야? 이게 이렇게 연결된다고?! 카캬캌-.”

천문석이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퐁퐁이의 뿔피리 소리를 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구읔, 구으읔읔-

“오! 퐁퐁이! 너 웃음소리 멋진데? 아주 훌륭해!”

대환단을 날렸지만, 새롭게 대환단을 구할 가능성이 생겼다.

불확실한 가능성뿐이지만.

천문석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닥치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카캬카카카카캌-

구읔, 구으으읔읔-

천문석과 퐁퐁이는 경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신나게 마경을 달렸다.

* * *

천문석과 퐁퐁이가 경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마경을 달리고 있을 때.

소용돌이치는 호수 가장자리에 생겨난 자연의 제방, 뒤엉킨 나무에 콕 박힌 악어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부르르르르르르-

천문석의 강철봉에 두들겨 맞아 암석 갑각이 바스러지고, 긴 주둥이가 꺾여 침묵한 미궁 악어 7호가 다시 진동했다.

그리고 꺾인 주둥이 안에서 악을 쓰는 외침이 쏟아져 나왔다.

“됐다! 문 열었다! 입구 올린다!”

“젠장 기어가 맛이 갔어!”

“주둥이 프레임이 꺾이면서 같이 아작 났어!”

“힘으로 강제로 열어야 한다!”

“셋! 셋에 밀어 올린다! 하나, 둘.”

“셋! 할 수 있다! 으악-.”

“빌어먹을! 으아악-.”

“셋! 우리는 할 수 있다! 으악-.”

“젠장 젠장! 으아악-.”

……

한참을 악을 쓰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미궁 악어 7호의 꺾인 주둥이가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기기기기끼끼끽-

30cm 남짓! 기어 나올 정도로 틈이 벌어지자 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먼저 나가라!”

그러자 한 사람이 파파팟- 번개같이 기어 나와 주둥이를 잡고 외쳤다.

“으아악- 빨리 나오세요!”

“할 수 있다!”

순간 괴성을 지르며 꼬맹이가 틈으로 굴러 나왔다.

끼기기기기긱-

이 순간 들려오는 뒤틀리는 소리!

꼬맹이는 번개같이 공구 벨트에서 스패너를 꺼내 벌어진 악어 주둥이에 박았다.

콰드드드드드-

입을 벌린 채로 고정된 미궁 악어 7호!

“구릉 위로! 여기는 위험하다!”

정신없이 구릉을 기어올라 정상에 닿는 순간, 픽픽 바닥에 널브러졌다.

“흐어, 흐억-.”

“헉, 허어억-.”

간신히 악어에서 빠져나와 구릉에 널브러진 채로 숨을 몰아쉬는 두 사람.

워커 실트와 케인 이사였다.

“빌어먹을! 방금 그 미친놈만 아니었으면!”

워커 실트는 구릉 위에 널브러진 채로 분통을 터트렸다.

바다의 재앙 용용이에게 붙잡혀 장난감 공처럼 미친 듯이 튕겨진 미궁 악어 7호!

안전벨트와 손잡이를 잡고 간신히 버티던 어느 순간, 엄청난 섬광이 터지고 아찔한 부유감이 전해졌다!

곧 섬광은 사라졌고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에 보이는 광경으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정신을 잃은 용용이와 파닷거리는 하늘 고래!

갑자기 통제가 사라져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는 물!

미궁 악어 7호, 용용이, 하늘 고래 모두가 소용돌이치는 물에 삼켜진 채 추락하고 있었다!

미궁 악어 7호는 태풍 속 나뭇잎처럼 굴렀고.

용용이는 완전히 정신줄을 놓은 채로 물속에서 회전했고.

하늘 고래는 반투명한 영체 상태로 물과 7호의 조종석을 넘나들었다.

구으, 구으읔-!

구으읔, 구으읔-!!

와이어, 메로나, 섬광탄, 초콜릿, 매직펜, 슬리퍼…….

영체 상태가 된 하늘 고래는 조종석에서 굴러다니는 온갖 잡동사니를 삼켰다!

하지만 여기에 신경 쓸 틈은 없었다!

영체 상태인 하늘 고래가 7호의 조종석 안에 나타난다는 것은 마력 엔진이 꺼지고 보호 마력 회로가 맛이 갔다는 의미!

이 상태로 지상에 충돌하면 끝장이었으니까!

“와, 이 미친! 이 개같은 불운!”

워커 실트는 잽싸게 엔진실로 이동, 간신히 마력 엔진의 동력을 되살려 마력 회로로 활성화하는 데 성공했다!

파스스스슥-

보호 마력 회로가 활성화되는 순간!

쿠아아아앙-

미궁 악어 7호는 소용돌이치는 물에 휩싸인 채로 분지에 떨어졌다!

추락의 충격으로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와 마력 엔진이 맛이 갔지만, 보호 마력 회로와 주위를 감싼 물의 장벽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

마침내 바다의 재앙 용용이의 손에서 벗어난 것이다.

하지만 기절한 용용이의 통제력은 사라졌지만, 물에 담긴 각성력은 그대로였다!

분지에 쏟아진 물의 장벽은 엄청난 소용돌이를 만들어 냈고, 여기에 미궁 악어 7호가 휩쓸렸다!

워커 실트와 케인 이사는 수동으로 미궁 악어 7호의 사지와 꼬리를 움직여, 간신히 부러진 나무에 매달렸다.

그리고 사력을 다한 악전고투 끝에 나무와 바위, 잡동사니가 뒤엉킨 강변에 도달했다.

“됐다! 해냈다!”

“으아, 으아악!”

환호성과 함께 깜빡 정신줄을 놨다가 누군가의 외침에 번쩍 정신을 차렸다.

“……깔렸어? 나무 사이에 끼었냐?!”

워커 실트와 케인 이사는 깨달았다.

미궁 악어 7호 바깥에 누군가 나타났다!

마력 엔진, 카메라, 스피커!

모두가 맛이 가서 신호할 방법이 없다!

수동으로 사지를 움직여 신호하려 했지만, 소용돌이를 빠져나오면 맛이 간 상황!

그래서 두 사람은 미친 듯이 조정석 사방을 두들기며 외쳤다.

“야! 밖에 들리냐?!”

“안에 사람 있어요!”

“악어 입! 주둥이가 입구야!”

“사람 살려 주세요!!”

“입구 기어는 살아 있다! 수동으로 돌릴 테니까! 밖에서 고정해 줘!”

기기기기긱-

그리고 미친 듯이 수동 기어를 돌려 입구 악어 주둥이를 여는 순간 무자비한 공격이 시작됐다!

쾅쾅, 쾅쾅콰아아앙-

거대한 공성추를 내려찍는 듯한 엄청난 공격!

암석 갑각이 바스러지고 프레임이 뒤틀리더니 출입구 주둥이까지 꺾였다!

당장이라도 미궁 악어 7호가 박살 날 상황!

눈물을 머금고 숨소리조차 죽일 수밖에 없었다!

“방금 그 미친놈은 도대체 누구야?! 시바! 사람이 탔는데 막무가내로 공격을 퍼부어?!”

절로 터져 나오는 분통에 회상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워커 실트는 문득 고개를 돌려 구릉 아래 자연의 제방에 콕 박혀 있는 미궁 악어 7호를 봤다.

완전히 바스러진 암석 갑각.

움푹움푹 패인 금속 섬유 가죽.

이리저리 뒤틀린 강화 강철 다리.

그리고 120도로 꺾인 출입구 주둥이까지!

미궁 악어 7호는 개박살이 났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엄청난 급류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콰카카카카카캉-

아름드리 거목과 커다란 바위, 온갖 잡동사니가 스티로폼 조각처럼 소용돌이치는 호수!

용용이의 통제력은 사라졌지만, 물에 담긴 각성력은 거대한 분쇄기가 되어 모든 것을 으스러뜨리고 있었다!

나무와 바위가 뒤엉킨 자연의 제방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 전에 미궁 악어 7호를 빼내야 했다.

“하, 시바. 뭐가 이렇게 재수가…….”

자신도 모르게 탄식하는 순간 느껴지는 시선이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불손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케인 이사가 보였다.

“…….”

평소라면 즉각 응징했겠지만, 이번에는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이 개고생의 시작은 미궁 악어 7호의 위장용 암석 갑각 사이에 잠든 용용이를 전격 마법으로 지진 자신이었으니까.

워커 실트는 잽싸게 하려던 말을 바꿨다.

“……야! 그래도 우리 재수 좋지 않냐?”

“……??”

케인 이사는 멍하니 오너를 봤다.

‘재수가 좋다고……?’

‘그 개고생을 하고는 재수가 좋다고?’

‘뭐지? 미친 건가? 완전히 돌아 버린 거야?!’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자 벌떡 일어나 마경을 가리키는 오너.

“케인! 저기를 봐라! 그럼 우리가 재수가 좋다는 걸 알 거다!”

문득 고개를 돌리자 구릉 아래 멀리 보였다.

반으로 잘린 거대한 물의 장벽에서 쏟아진 물이 격류가 되어 휘몰아치는 암반 지대!

엄청난 수의 마수와 몬스터들이 격류에 휩쓸려 박살 나고.

그 격류 한가운데 하중도에는 수천의 각성자들이 갇혀 있었다.

“…….”

케인 이사는 하중도에 갇힌 각성자들과 오너, 자신을 번갈아 봤다.

아무리 봐도 저 각성자들이 자신들보다 상태가 좋은 것 같았다.

“지금 우리 재수가 좋다고요?”

“당연하지!”

워커 실트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숨 한번 쉬지 않고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야, 생각해 봐! 몬스터 웨이브는 격류에 휩쓸려 박살 났고! 푸저우시 각성자들은 하중도에 갇혔잖아! 아, 저기서 달려오는 다른 각성자 놈들도 전부 하중도로 향하는 거 보이지?!”

“그게 왜……?”

“푸저우시 각성자들이 전부 하중도로 모이고 있잖아! 왜? 저기 격류에 아작 난 마수와 몬스터에서 마석과 부산물을 뽑아내야 하니까! 즉, 지금 푸저우시에는 남은 각성자 놈들이 거의 없을 거란 말이지!”

“……설마?!”

케인 이사의 눈에 깨달음의 빛이 스치는 순간.

워커 실트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확신을 담아 외쳤다.

“맞다! 더 이상 위장은 필요 없다! 우리는 바로 푸저우시로 들어가면 된다! 뜨거운 욕조, 맛있는 음식, 편안한 잠자리가 우리를 기다린다!”

“……!”

그렇다!

드디어 이 난장판이 끝났다!

마침내 씻고 먹고 잘 수 있다!

우드드드드득-

케인 이사는 뻣뻣하게 굳은 몸을 일으키며 외쳤다!

“으어- 오너! 바로 가죠!”

“그래! 자 그럼 바로 끌어올리고 출발하자!”

“네? 끌어올려요? 그게 무슨……?”

“저거 뽑아서 숨겨 둬야지.”

“……!”

불길한 예감에 휙 고개를 돌리자 뒤엉킨 나무 사이에 콕 처박힌 거대한 악어가 보였다.

미궁 악어 7호.

“…….”

그리고 잠시 후.

악을 쓰는 소리가 마경에 울려 퍼졌다.

“으아악- 시바! 시바악! 빌어먹을 특수 임무!”

으아악-

케인 이사가 악을 쓰며 밧줄을 잡아당길 때.

이야아압-

워커 실트는 미궁 악어 7호가 박힌 나뭇가지를 내리누르며 말을 쏟아 냈다.

“케인 힘을 내라!”

“구릉 위로 끌어올리기만 하면 된다!”

“구릉 아래로 미끄러트려 엔진에 시동 걸고 숨긴 다음! 바로 푸저우시로 출발한다!”

“외쳐라! 케인! 할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으아아악-.”

케인 이사는 로롤로 의장이 거지꼴로 도망친 이유를 절절히 깨달았다.

오너를 보좌하는 특수 임무라는 말에 만사를 제쳐 두고 달려온 며칠 전 자신을 두들겨 패고 싶었다!

“으아악- 빌어먹을 할 수 있다! 젠장 젠장! 할 수 있다아아앜-.”

워커 실트와 케인 이사의 처절한 외침이 고요한 마경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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