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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11화 (1,01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11화>

[나 + 파티마 >>> 괴수 레이드 팀]

머릿속에서 계산이 끝나는 순간 지상에 내려서는 파티마!

무심한 시선이 주위를 훑는 순간.

파아아아아앙-

검기가 실린 바람, 칼날 폭풍이 휘몰아쳤다.

파슥, 파스슥-

반발장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가고!

핏, 핏피피피핏-

마수와 몬스터의 붉고 푸른 피가 폭발하듯 치솟아 소용돌이친다!

몬스터의 사지가 후두둑 떨어지고 강대한 마수의 뼈와 근육이 잘려 나간다!

살상 공간!

파티마의 주위로 피와 죽음이 소용돌이치는 살상 공간이 생겨났다!

“……!”

“……!”

“……!”

다급히 몸을 피한 각성자들의 경악한 시선이 쏟아졌다.

천문석도 놀라기는 마찬가지!

‘뭐야? 저 녀석 원래 저렇게 강했나?!’

파티마의 바람검은 다수를 상대하기에 좋은 기술! 그러나 지금 같은 위력은 없었다.

바람에 실린 검기가 몇 배나 강해졌다!

순간 머릿속 계산이 수정됐다.

[나 + 파티마 >>>>>>> 괴수 레이드 팀]

자신과 파티마의 시너지라면 괴수 레이드 팀을 압도할 수 있다!

천강흔 랜덤 박스를 열지 않고도 압도적 공적 1등! 대환단을 먹을 수 있다!

순간 가슴속에서 희열과 힘이 치솟았다!

‘할 수 있다!’

천문석은 심상 공간의 내력을 쥐어 짜내 파티마를 향해 달리며 외쳤다.

“잘했다! 바람검! 네가 한 건 했구나!”

순간 무아지경에 빠져 칼날 폭풍을 일으키던 파티마가 우뚝 멈췄다.

그와 동시에 소용돌이치던 피가 대지에 쏟아지고 검기에 난도질당한 마수와 몬스터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야! 뭐 해?! 멈추면 안 돼! 지금 레이스 중이야!!”

다급히 외치는 순간 우뚝 멈춰 선 파티마의 몸이 빙글 돌아가고 시선이 마주쳤다.

감정이 담기지 않는 무심한 눈동자 안에 소용돌이치는 광폭한 살의!

“……너, 설마. 아니지? 그건 아니지?! 그렇지! 이렇게 움직일 리가 없지?! 그래도 설마! 야, 지금 그건 정말 아냐!!”

외침과 동시에 몸을 날리는 순간 섬뜩한 검기가 담긴 칼날 바람이 날아왔다!

파아아앙-

자신을 향해서!

“빌어먹을 젠장!”

천문석은 내력이 실린 강철봉을 찔렀다.

단숨에 칼날 바람을 꿰뚫고 곡도와 충돌하는 강철봉!

까가가가가가가강-

찰나의 순간 수백 번 충돌하여 우수수 불꽃이 쏟아지고 찰싹 달라붙어 원을 그려 내는 강철봉과 곡도!

빙글빙글빙글-

봉과 검이 그리는 원이 점점 커지고 거리가 가까워지는 순간, 로우킥을 날리고 잽을 갈겼다.

다리를 물 흐르듯 움직여 로우킥을 피하고, 상체를 갈대처럼 흔들어 잽을 흘리는 파티마.

그러나 허허실실(虛虛實實)!

폭풍처럼 쏟아지는 로우킥과 잽은 허초!

실초는 곡도와 찰싹 달라붙어 불꽃을 쏟아 내는 강철봉이다!

구인창의 암경!

강철봉에 담긴 구인창의 암경이 안개에 옷이 젖듯이 곡도를 타고 파티마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파티마의 오감이 미묘하게 비틀려 균형감각이 어그러져 휘청- 다리가 접히는 찰나의 순간.

천문석은 폭풍처럼 움직였다.

휙- 강철봉을 잡은 손을 놓고!

짝- 양손을 부딪쳐 굉천수를 터트리고!

꾹- 구인창의 내력을 담아 옆구리를 찔렀다!

찰나의 순간 파티마는 끈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픽 쓰러졌다.

천문석은 잽싸게 파티마를 낚아채고 얼마 남지 않은 내력을 쥐어짰다.

“아니야, 아닐 거야! 아무리 하늘의 저울이 기울어져도! 지금 이건 아니지!”

정신없이 외치며 파티마의 맥 안으로 내력을 밀어 넣고, 기감을 뻗어 관조했다.

천문석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기경팔맥!

반면 가뭄에 저수지 바닥처럼 말라 가는 기해혈!

심상에선 오욕칠정이 뒤엉키고 맥에선 기혈이 뒤틀려 맥동한다!

주화입마!

미친 주화입마라고?

진짜로 주화입마라고?!

이 결정적인 순간에 주화입마에 든 채로 나타났다고?!

하늘과 땅이 빙글빙글 돌고 당장이라도 정신이 날아갈 듯 혼미해졌다.

‘아니 시바 주화입마에 걸렸는데 어떻게 무공이 강해져?!’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번쩍 정신이 들었다!

잠깐, 아직 모른다!

이렇게 움직일 정도면 가벼운 주화입마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가벼운 주화입마면 벽사의 기운이 담긴 뇌전공으로 진신(眞身)을 지지면 정신을 차리고 대환단 레이스에 참가할 수 있다!

원래 무인은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법!

정신만 차리면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싸우면 된다!

천문석은 잽싸게 정신줄을 잡고 파티마의 맥문에 손을 올리고 정신을 집중했다.

쿵쿵, 쿵쿵쿵쿵-

곧 폭급하게 맥동하는 기혈에 담긴 주화입마의 흔적이 느껴졌다.

천기와 용맥의 흔적.

천지합일, 비상의 편린.

“…….”

천문석은 멍하니 정신줄을 놓은 파티마를 봤다.

파티마는 초절정의 벽을 넘다가 주화입마에 들었다.

수십 미터 나무 위에 정신을 잃고 걸린 것과 비슷한 상태다.

뇌전공으로 지지다가 뚝- 떨어지면 끝장이다.

시간을 들여서 조심조심 지상으로 내려야 했다.

즉, 검기의 폭풍을 일으키며 등장한 파티마는 즉시 퇴장이었다.

“…….”

천문석은 말없이 주화입마에 걸린 파티마를 보다가 문득 주위를 돌아봤다.

어느새 다시 시작된 전투.

푸저우시 각성자들은 마수와 몬스터와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누구나 인생의 어느 순간 그런 위기가 닥친다.

편법, 잔머리 임기응변으로는 넘길 수 없는 진정한 실력으로만 넘을 수 있는 위기.

지금이 바로 그런 위기였다.

진정한 실력으로만 넘을 수 있는 위기.

천문석은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마음을 봤다. 그리고 결정했다.

미망이어도 괜찮다.

난 대환단을 반드시 먹는다!

남은 방법은 한가지 뿐이다.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다!

이미 한 번 같던 길이기에 마음을 먹는 순간 길이 보였다.

하늘의 뜻, 천의가 머리에 닿고.

대지의 마음, 용맥의 흐름이 발을 타고 흘러들어 와 몸을 밀어 올린다.

대지에서 하늘의 중심, 천원에 오르는 길을 향해서!

쿵-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단숨에 무아지경으로 빠져들고.

마지막으로 쥐어 짜낸 한 줌의 내력이 느껴졌다!

심상 공간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회전하는 한 줌의 일기공과 일원공!

내력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이 한 줌의 내력이야말로 전생 천마의 깨달음의 총화.

천지가 열리는 개벽의 힘이자 대지의 일기공과 하늘의 일원공의 극(極)!

일기일원공의 12성 대성!

초절정을 넘어 하늘의 끝, 천원에 오르는 길을 여는 비법이었으니까!

느껴진다.

개울이 흐르고,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떨어지고, 바위가 쪼개지고, 흙이 파헤쳐져 흩날린다.

천지 만물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순간 영안이 떠지고, 오감을 넘어서는 육감으로 알 수 있었다.

만장단애의 끝, 다시 한번 극에 올라섰다!

백척간두 진일보!

허공으로 발을 내딛는 찰나의 순간 결정된다.

하늘을 날아 비상할지, 만장단애의 바닥으로 추락할지!

그리고 밖이 아닌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절정, 극에 달했고, 초절정, 극을 넘어 나아갔으며.

다시 그 극을 뛰어넘어 전인미답의 경지로 나아갔던 전생 천마의 무혼의 속삭임이.

‘별을 잡아라.’

문득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밤하늘에 찬란하게 빛나는 7개의 별과 그 중심의 별이 눈에 새겨졌다.

북두칠성과 북극성.

강(罡)과 천원(天元)!

천문석은 하늘의 중심 천원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후우우우우웅-

이 순간 물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이 불어왔다.

“어?”

문득 고개를 돌리는 순간 무아지경은 깨지고 초절정에 오를 필요가 없어졌다.

고오오오오오-

하늘 끝까지 솟아난 거대한 물의 장벽이 밀려오고 있었다.

휘이잉, 휘이이잉-

하늘을 유영하는 수백의 물 가오리, 물 날치, 물 돌고래들을 이끌고.

제주도 사태 때 한번 겪었기에 보는 순간 알아봤다.

용용이!

바다의 재앙이 만들어 낸 모든 것을 끝장낼 재앙, 거대한 물의 장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마수와 몬스터가 먼저 알아채고

한발 늦게 각성자들이 알아챘다.

산이 밀려오는 듯한 엄청난 위압감!

“바다의 재앙!”

누군가 외치는 순간 각성자들은 깨달았다.

“용용이?!”

“한국 용용이?!”

“서해에 장벽 세운 용용이?!”

“용용이가 왜 푸젠성 마경에 나타나?!”

경악한 외침이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순간.

천문석은 내력을 담아 외쳤다

[도망쳐!]

넋을 놨던 각성자들은 번쩍 정신을 차리고 일제히 몸을 돌려 달렸다.

암반 지대 너머 고지대, 바위산을 향해서!

* * *

후우우우웅-

태풍이 밀려온 듯 엄청난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휘잉, 휘이이잉-

강풍 속을 유영하는 물 가오리, 물 범고래가 장난치듯 지상으로 꽂혔다!

콰앙, 콰아앙-

초고압의 물 가오리와 충돌하는 순간, 폭탄이 터진 듯한 폭음과 함께 마수와 몬스터가 뒤엉켜 와르르 무너졌다.

이렇게 한번 넘어지면 끝이었다.

콰카카카카캉-

거대한 물의 장벽이 모든 것을 갈아엎으며 밀려오고 있었으니까!

거대한 재앙 앞에서 더 이상 전투는 없었다.

인간과 몬스터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완만한 경사의 암반 지대 동쪽, 바위산을 향해서!

천문석과 정예 각성자들은 몬스터 웨이브 중앙에 콕 박힌 채로 달리고 있었다!

“전력으로 달려!”

“동쪽 고지대, 바위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천문석은 파티마를 업은 채 달리며 연신 뒤를 확인했다.

물의 장벽에서 튀어나온 초고압의 물 가오리, 물 돌고래들은 대부분 허공을 유영할 뿐 지상으로 떨어지는 건 얼마 안 됐다.

그러나 100미터가 훌쩍 넘어가는 거대한 물의 장벽이 모든 것을 갈아엎으며 뒤를 쫓고 있다.

괴수 레이드 팀 방패 벽의 강화 버전!

나무가 분쇄되고, 바위가 갈라지고, 암반에 쩍쩍 금이 갔다!

저 물의 장벽에 스치기만 해도 아작 난다!

최선은 물의 장벽의 이동 경로에서 옆으로 빠져나가는 것!

그러나 자신과 정예 각성자 전원은 몬스터 웨이브에 둘러싸인 채 이동 중이다!

몬스터 웨이브를 뚫다가 속도가 죽으면 끝장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 달릴 수도 없었다.

물의 장벽과 몬스터 웨이브 간의 거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바위산까지 길게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의 암반 지대!

이 암반 지대를 달려 바위산에 도착하기 전에 몬스터 웨이브가 물의 장벽에 삼켜진다!

결국 아작 나는 건 마찬가지 상황!

각성자들도 곧 이 사실을 깨달았다.

“젠장! 한국 용용이가 왜 푸젠성에 나타나!”

“빌어먹을 내륙! 여기 내륙이라고!”

“바다는 보이지도 않는데! 이게 말이 되는 거야?!”

……

사방에서 분통 터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외침대로 한국 근해를 떠나지 않던 용용이가 남중국 푸젠성에 나타난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말이 되냐가 아니라 해결 방법이다!

어떻게 이 위기를 넘기지?!

파티마를 업고 달리는 천문석의 머리가 파파팟- 빠르게 회전했다.

제주도 휴가 사건 당시 만났던 바다의 재앙 용용이!

제주도의 수호자 거대 거북이에게 물기둥으로 따귀를 날리고!

이태성 길드장의 솔의 눈을 스틸하고 농락했던 작은 벨루가!

니케에게 물려 픽 정신줄을 놓고, 수십 개의 용오름과 태풍을 불러 난장판을 만들었다!

‘어, 잠깐!’

순간 머리를 스치는 이름, 니케!

바다의 재앙 용용이를 니케가 물어 정신줄을 놓게 만들었다!

니케 >>> 용용이!

용용이가 푸젠성 마경에 나타났다!

그렇다면 예측 불허 니케도 이곳에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천문석은 내력을 실어 외쳤다.

[니케! 야, 니케 혹시 여기 왔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후아아아아아앙-

물기가 가득 담긴 거센 바람과!

쾅, 콰아앙, 콰아아앙-

초고압의 물 가오리, 물 날치가 떨어져 마수와 몬스터를 폭격할 뿐이었다!

빌어먹을 젠장!

안 된다. 이대로면 바위산에 도착하기 전에 아작 난다!

“시바시바! 뭐 이렇게 꼬여!”

자신도 모르게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문득 하늘에서 바람에 실린 울음소리가 들렸다.

휘휘, 휘이휘휰-

구으, 구으읔읔-

“……!”

어째선지 귀에 익은 울음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눈에 내력을 실었다.

거대한 물의 장벽 정상에서 통통 하늘로 튕기는 긴 얼굴과 긴 꼬리 짧은 사지의…….

“악어?”

이 순간 떨어지는 악어를 튕겨 올리는 물기둥이 보였다.

그리고 돌연 치솟는 물기둥 옆에 있는 작은 무언가.

쥐어 짜낸 내력을 눈에 밀어 넣고 집중하자 점점 형체가 또렷하게 잡혔다.

1미터도 안 되는 작은 몸.

파닥거리는 지느러미.

동글동글한 얼굴.

장난감 공을 가지고 놀 듯 악어를 튕기며 놀고 있는 새하얀 벨루가 용용이와 흐릿한 하늘 고래…….

‘퐁퐁이!’

깨달음의 섬광이 터지는 순간.

천문석은 내력을 담아 외쳤다!

[퐁퐁이! 나다! 여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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