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09화>
“원 대륙 무인이 왜 여기서 나와?!”
워커 실트는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원 대륙이라고요?”
케인 이사의 외침을 흘리고 정신없이 암석 갑각 위를 살피는 워커 실트.
“설마 샤?! 원 대륙의 샤가 이 닫힌 세계를 찾아왔다고? 그럴 리가?! 한계 부하, 차원압 때문에 허공도가 내려앉지 못할 텐데?! 앗! 그렇지 마력 파동으로 차원 도약의 흔적을 간접 확인하면 되지!”
워커 실트는 잽싸게 고글의 필터를 바꿨다.
기잉, 기이잉-
그러자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엄청난 기세로 마력 파동을 뿜어내는 미궁 악어 7호!
“어?! 뭐야, 마력 엔진 왜 저래……?!”
이 순간 보였다.
마력 엔진에서 뿜어내는 마력 파동을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나 심법을 펼치는 원 대륙 무인이 흡수하고 있었다!
“……!!”
워커 실트는 7호가 늦은 이유를 깨달았다!
미궁 악어 7호의 마력 엔진은 당장 맛이 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과부하 상태였다!
저 원 대륙 무인에게 마력 엔진의 에너지를 쪽쪽 빨렸기 때문에!
게다가 차원 도약의 흔적이 없었다!
즉, 저 원 대륙 무인은 샤가 아니라 도둑놈이었다!
“이런 젠장 빌어먹을!”
워커 실트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와이어 건을 꺼내 발사했다!
빠아앙, 촤르르륵-
와이어는 단숨에 공중을 지나 미궁 악어 7호의 암석 감각에 박혔다!
“정신이 번쩍 들게 지져 주마!”
워커 실트는 즉시 전격 마법을 흘려보내는 동시에 와이어건을 작동시켰다.
파지지지-
와이어를 타고 흐른 전격이 폭발하는 순간.
기이이이잉-
강변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끌려오는 미궁 악어 7호!
이 순간 무아지경에 빠졌던 무인, 파티마가 번쩍 눈을 떴다.
초절정의 벽을 넘는 중에 갑자기 쏟아진 전격에 기혈이 뒤틀리고 감정이 폭발하듯 치솟는다!
파티마는 바로 깨달았다.
주화입마에 들었다!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벽을 넘는 순간 천지와 이어진 혼백으로 느꼈다.
동쪽 바위산!
그곳에 이 주화입마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스승님!
파티마는 전격이 몰아치는 암석 갑각 위에서 뛰어 강물 위를 달렸다.
전격이 쏟아진 찰나에 일어난 일.
그러나 미궁 악어 7호의 암석 갑각 위에는 아직 남아 있는 둘이 있었다.
벨루가와 하늘 고래.
파직, 파지지직-
마력장과 념의 안개에 취해 쿨쿨 잠든 퐁퐁이와 용용이도 전격 마법의 폭풍에 지져졌다!
구에켘-
부에엨-
퐁퐁이와 용용이는 암석 갑각 위를 데굴데굴 구르며 고통스러운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워커 실트는 이것을 알 수 없었다. 강물을 밟고 미친 듯이 달려오는 도둑놈에게 온 신경이 쏠렸으니까!
“잠깐! 저기 무언가 있는 것……!”
케인 이사가 다급히 외치는 순간.
워커 실트는 한 손을 들어 올리고 다리를 굽혀 기수식을 펼쳤다.
“와라! 도둑놈아! 백곰권 맹호출격!”
그러나 두 사람이 싸우는 일은 없었다.
파아아앙-
파티마는 워커 실트와 케인 이사를 훌쩍 뛰어넘어!
탓, 타타타타탓-
날 듯이 동쪽 바위산 방향을 향해 달려갔으니까!
“도둑놈아! 어디 가는 거야?! 야, 내 미궁 악어 7호 마력 엔진 물어 주고 가!”
워커 실트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추적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워커 님!”
케인 이사가 다급히 외치는 순간,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듯 귀가 먹먹해지고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이이잉-
물기가 가득 담긴 강바람이!
그리고 달빛과 별빛이 사라지고 지상이 어두워졌다.
“……!”
문득 고개를 돌리는 순간 보였다.
3, 5, 7, 13, 17, 23미터!
고오오오오오오-
강에서 수직으로 솟아오르는 물의 장벽!
물의 장벽을 따라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 그 정점에서 들려왔다.
휘휘, 휘히히히-!
구으, 구으으으-!
휘파람과 뿔피리 소리를 닮은 울음소리가!
“……!”
워커 실트는 반사적으로 고글의 배율을 조정했다.
위잉, 위이잉-
곧 초점이 맞고 물의 장벽 꼭대기에 앉은 작은 생명체가 보였다.
새하얀 돌고래와 반투명한 작은 고래…….
“……저거 하늘 고래 새끼잖아?!”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전신에 전율이 흐르고 머릿속에서 생각이 파파팟 떠올랐다!
하늘 고래!
무한히 펼쳐진 허무의 바다를 헤엄치는 실체와 영체를 오가는 생명체!
아득히 오래전 영혼육백을 태워 세계의 나무를 키워 낸 허공도의 주인이, 념의 안개에 소망을 담아 세계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 부른 영수!
허공도의 하늘 고래와 원 대륙 무인이 미궁 악어 7호를 타고 같이 나타났다!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하나뿐이다!
방금 원 대륙 무인은 마력 엔진 도둑놈이 아니라 허공도를 찾아 세계의 나무 위를 걷는 ‘샤’가 맞았다!
순간 워커 실트의 얼굴이 환희로 물들었다.
세계의 나무를 키워 낸 허공도의 주인에게 이름을 바친 ‘샤’라면 차원압이 미친 듯이 높고, 세계의 나뭇가지가 뒤엉킨 이 닫힌 세계에서도 빠져나갈 수 있다!
차원 좌표, 초거대 게이트 마력장, 하이브리온 군단장의 돌, 기동 병참 도시, 천공탑!
배로 돌아가기 위해 찾아 헤맨 이 모든 것이 없어도 된다!
샤의 차원 도약은 세계의 나무를 키원 낸 허공도의 주인에게 받은 고유 능력이니까!
“이런 재수가! 됐다! 바로 돌아갈 수 있다! 케인 움직이자! 방금 그 무인을 찾아야 한다!”
타다다닷-
빙글 몸을 돌려 전력으로 달렸지만 케인 이사는 따라오지 않았다.
“야, 뭐야?! 빨리 따라와! 아까 그 원 대륙 무인 찾아야 해!”
“……방금 전격으로 지지신 것 같아요.”
케인 이사는 멍하니 하늘로 솟구치는 물의 장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뭔 소리야?! 야, 케인! 정신 차려! 당장 움직여야 한다니까!”
다급히 외치자 넋이 나간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워커 님…… 저 물의 장벽 그거 아닌가요? 한국, 서해, 서해에…….”
“뭐라는 거야?! 제대로 말을 해! 지금 엄청 급해! 샤라고 샤! 불쑥불쑥 튀어나와 개판을 치는 샤! 와! 이 민폐 녀석들이 반갑다니! 카카카캌-.”
순간 툭 튀어나온 대답.
“바다의 재앙.”
“어?”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고개를 들자, 물기 가득한 바람에 실린 울음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휘휘, 휘히힛힛-!
구으, 구으읏읏-!
깊은 빡침이 느껴지는 휘파람과 뿔피리 소리를 닮은 울음소리가!
“바다의 재앙? 항공모함을 반으로 뚝 부러뜨린 등급외 각성 동물? 어, 여기 한참 내륙인데 그럴 리가……?”
워커 실트는 고개를 한껏 쳐들고 고글의 배율을 조정했다.
기잉, 기이이잉-
곧 하늘로 계속 계속 솟구치는 물의 장벽 꼭대기에 자리한 두 생명체가 다시 보였다.
포그르르르-
반짝이는 물방울을 쏟아 내며 가슴지느러미를 파닥거리는 새끼 하늘 고래.
그리고 그 옆, 미처 제대로 살피지 못했던 새하얀 돌고래.
파닷, 파다닷-
깊은 빡침을 담아 지느러미를 미친 듯이 파닥거리는 양손에 잡힐 듯이 작은 벨루가!
“저 새끼 벨루가가 바다의 재앙 용용이라고?!”
워커 실트의 경악한 외침이 터지는 순간.
퐁, 퐁, 퐁-
하늘 높이 솟은 물의 장벽에서 물로 이뤄진 가오리, 날치, 오징어가 쏟아져 나왔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허공을 유영하는 초고압의 물로 이뤄진 바다 생물!
너무나 유명한 용용이의 기술이다!
작은 벨루가는 바다의 재앙 용용이가 맞았다!
그리고 이 거대한 물의 장벽도 용용이가 일으킨 거다!
그리고 지금 그 용용이는 깊은 빡침이 담긴 휘힛힛-! 울음을 내지르며, 파다닷- 분노를 담아 지느러미를 내려치고 있었다!
“……!”
10만 톤급 니미츠급 항공모함을 반으로 뚝 잘라 제주도 한라산에 올려놓은 바다의 재앙이 분노했다!
“도망쳐!”
워커 실트와 케인 이사가 몸을 날리는 동시에 초고압의 물 가오리, 날치, 오징어가 쏟아져 내렸다!
쾅, 쾅, 콰아아앙-
포탄이 떨어지듯 흙이 파이고, 돌멩이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붙어! 내 옆에 바짝 붙어!”
워커 실트는 잽싸게 압축공기 자동방어 마력 회로를 활성화하고, 케인 이사와 미친 듯이 달려 공격을 피했다.
몰이 사냥하듯 쏟아지는 초고압의 물 폭탄!
압축공기 실드로도 한두 번 버티는 게 고작! 연속으로 직격당하면 골로 간다!
당장 숲으로 튀어야 하는데 길이 막혔다.
“워커 님! 이대로는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괜찮다! 상정 범위 안……!”
반사적으로 외치는 순간.
케인 이사의 분노한 외침이 쏟아졌다.
“아니! 이게 어떻게 상정 범위예요! 용용이에요! 바다의 재앙 용용이! 항공모함을 반으로 뚝 분지른 용용이! 7함대도 피해 다니는 용용이를 지금 오너가 전기로 지졌잖아요!!”
케인 이사의 정곡을 찌르는 외침.
“……!”
말문이 컥 막히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 문득 보였다!
강변에 끌려온 미궁 악어 7호!
물 가오리, 오징어, 날치!
초고압의 물 포탄이 7호 주위에는 떨어지지 않았다!
마력 엔진에서 쏟아지는 파동 때문에?!
겉모습이 미궁 악어 형태라서?!
그냥 용용이의 변덕 때문에?!
이유는 상관없다!
중요한 건 튈 방법이 생겼다는 것!
“야, 잡아!”
“네?”
워커 실트는 케인 이사를 잡는 동시에 압축공기를 폭발시켰다.
팡팡, 파아아앙-
워커 실트와 케인 이사는 미궁 악어 7호를 향해 태풍에 날리는 나뭇잎처럼 데굴데굴 굴렀다!
“악, 으아아악-!”
쾅, 콰아 콰아앙-
케인 이사의 비명과 폭격하듯 쏟아지는 초고압의 물 오징어, 물 가오리 포탄의 폭음이 뒤섞였다.
당장이라도 물 포탄을 얻어맞고 골로 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워커 실트는 이런 난장판에서 구르는 게 익숙했다!
오염된 전능 옥좌를 우주로 날려 버렸을 때!
타이탄 부활의 대의를 위해 힘쓰다 대륙 전체에 수배가 떨어졌을 때!
불의의 사고로 강철 도시에 떨어졌을 때!
바람 사막 레이스에 참가했을 때!
천공탑을 오르며 개같이 굴렀을 때!
……
옛친구와 옛옛친구와 함께, 이보다 더한 수많은 난장판을 미친 듯이 굴렀다!
“할 수 있다!”
“상정 범위 안이다!”
“할 만하다!”
“전부 다 계획 대로다!”
워커 실트는 옛친구와 옛옛친구의 주문을 외치며 압축공기를 폭발시켜 3차원 입체 기동을 펼쳤다!
그리고 결국 도착했다!
강변에 널브러진 미궁 악어 7호의 굳게 다문 입 앞에!
“됐다! 연다! 준비해라!”
타타타탓-
개조 스마트폰을 연타하는 순간.
기이이이잉-
미궁 악어 7호의 입이 쩍 벌어지고!
파아아아앙-
케인 이사와 워커 실트는 그 입안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 * *
“어, 어어 여기는?!”
워커 실트는 넋이 나간 케인 이사를 좌석에 던지고 외쳤다.
“미궁 악어 7호 안이다! 됐다! 아직 마력 엔진이 완전히 맛 가진 않았어! 이대로 강 속으로 잽싸게 도망치면 된다!”
케인 이사는 번쩍 정신을 차리는 동시에 반사적으로 외쳤다.
“역시 오너! 전 오너를 믿고 있었습니다!”
“믿어라! 난 언제나 계획이 있다! 카카캌-.”
잽싸게 패널을 조정하는 순간, 조종실 사방에 박힌 360도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밝혀졌다.
“…….”
“…….”
순간 워커 실트와 케인 이사는 넋 나간 얼굴로 미궁 악어 7호 주위를 비추는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를 휙휙 돌아봤다.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에 비추는 영상.
-잡힐 듯이 커다란 달.
-별이 가득 빛나는 밤하늘, -아득히 멀어 보이는 쩍 갈라진 분지.
-분지 왼쪽에 펼쳐진 거대한 숲.
-분지 오른쪽에 펼쳐진 암반 지대와 바위 언덕.
……
이 모든 것이 까마득한 산 위에서 보는 것처럼 내려다보였다.
미궁 악어 7호는 이미 치솟는 물기둥에 실려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계속, 계속,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