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07화>
“이게 아니었는데…… 으으윽-.”
천문석은 생각지도 못한 변수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플랜 A 대환단 독식 계획.
1단계. 각성자들을 떼어 내고 몬스터 웨이브를 바위산으로 유인한다!
2단계. 바위산으로 유인한 몬스터 웨이브를 치고 빠지기로 여유롭게 흩어 버린다!
번쩍 고개를 들어 앞과 뒤를 봤다.
앞. 칼날 같은 산과 암반 지대가 줄줄이 이어지는 바위산이!
뒤. 자신을 쫓아오는 거대한 해일, 몬스터 웨이브가 보였다!
순간 분지에서 굉천수를 터트린 후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최대 출력 굉천수를 터트려 몬스터 웨이브의 기세를 끊고, 흐름을 돌려 바위산으로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예상과 달리 정예 각성자들이 바로 뒤로 따라붙었지만, 어그로를 끌며 도망치는 건 자신의 특기 중의 특기!
사자후와 경공으로 정예 각성자들과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1단계는 완벽하게 성공했고, 가슴이 뻥 뚫릴 듯한 환호성을 터트렸었다!
“됐다! 계획대로다! 카캬카카카캌-.”
그리고 바위산을 향해 전력을 다해 몬스터 웨이브를 끌고 달렸다!
청개구리 같은 각성자들을 따돌리고 몬스터 웨이브를 바위산에서 박살 내 흩어 버리면 2단계도 클리어!
플랜 A는 대성공!
최고 공적을 세워 대환단을 독식!
독식한 대환단은 날이 밝자마자 경매에 올리면 어마어마한 거액을 받을 수 있었다!
1인 중소기업!
건물주계의 탑 티어!
성채 빌딩 주인이 되는 거다!
오랜 꿈이 이뤄진 미래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순간 엄청난 힘이 솟구쳤다!
천문석은 달리는 속도를 올리며 사자후를 터트렸다.
[빨리빨리 따라와라! 몬스터 놈들아! 카캬카카카캌-!]
사자후에 담긴 일기일원공의 내력이 몬스터 웨이브를 도발했다.
크아아아아앙-
거대한 포효가 터지고 저릿저릿한 압박감이 쏟아졌지만.
[더! 더 크게 울부짖어라! 카캬카카카캌-]
꿈을 이룬다는 현실에 한껏 고양된 천문석에게는 조금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당연했다!
대가 없이 공짜로 얻어지는 건 없다는 건 인생의 진리!
내력 폭주.
전생의 경지 훔치기.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사공.
최후의 최후에는 천강흔 랜덤 박스 오픈까지.
성채 빌딩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할 각오가 돼 있었으니까!
그때 그 일이 일어났다.
쐐애애애애액-
공기를 찢어발기며 날아와!
쾅, 쾅, 콰아아앙-
몬스터 웨이브 후방에 쏟아지는 마탄 포격!
마탄 포격이 시작되는 순간, 몬스터 웨이브의 어그로가 튀고 속도가 느려졌다.
어그로가 튄 건 사자후를 연속으로 내질러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몬스터 웨이브의 돌진 속도가 느려진 건 방법이 없었다.
몬스터 웨이브 위로 쏟아지는 마탄 포격을 막을 방법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
“……!”
천문석은 휙휙 고개를 흔들어 회상을 끊고 뒤를 돌아봤다.
보이고, 들리고, 느껴졌다!
콰카아아아-
포격에 두들겨 맞아 속도가 확 죽은 몬스터 웨이브와!
두두두두두두둗-
몬스터 웨이브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미친 듯이 달리는 휴먼 웨이브가!
선두에는 대형 길드, 대형 폭력 조직, 대기업의 보안팀 같은 정예 각성자들이.
그 뒤로 한참 뒤에는 그야말로 사람의 파도, 셀 수없이 많은 각성자들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대환단을 먹기 위해서!
그리고 너무나 두렵게도 몬스터 웨이브와 정예 각성자와의 거리가 확, 확- 줄어들고 있었다!
[오지 마! 새끼들아! 이놈들 내가 처리한다! 나 혼자 잡을 수 있어!]
내력을 실어 외치는 순간 바로 돌아오는 대답들!
“승기를 잡았다!”
“최후식 대협을 돕자!”
“대환단은 우리 것이다!”
“심장이 터질 때까지 달려라!”
……
안 된다! 먹히지 않는다!
이 녀석들 완전히 눈이 돌아갔다!
아무리 외쳐도 질주하는 각성자들은 멈추지 않았고.
쐐애애애액, 쿵, 쿠웅-
마탄 포격을 뒤집어쓰는 몬스터 웨이브의 속도만 점점 더 느려졌다.
천문석은 직감했다.
플랜 A.
각성자들을 따돌리고 여유 있게 몬스터 웨이브 처리 후, 대환단 독식 계획은 실패다!
하지만 아직 상정 범위 안이다. 바로 플랜 B로 넘어가면 된다!
몬스터 웨이브 속으로 뛰어들어 감히 끼어들 엄두도 내지 못할 압도적인 무위를 펼쳐 최고 공적, 대환단을 독식하면 된다.
난장판 개싸움은 자신의 특기!
플랜 B는 충분히 먹힌다!
쿠웅-
천문석은 암반을 밟고 반전.
타타타타탓-
주저하지 않고 가속했다.
마도 쟁투, 마굴 돌파, 정사 대전, 천마 신공 대성 이벤트!
키즈 카페 출근 2일 차, 서울 사태, 제주도 사건, 신동대문, 이상 던전!
……
전생과 현생의 수많은 난장판이 파파팟-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 모든 난장판을 구르며 강해진 건 바로 오늘을 위해서였다!
“할 수 있다!”
“대환단은 내가 먹는다!”
“난 반드시 성채 빌딩 주인이 된다!”
천문석은 절절한 마음을 담아 외치며 몬스터 웨이브를 향해 돌진했다!
돌진하는 천문석을 향해 바람과 별빛이 쏟아지고.
벨트에 고정한 잡낭 구석에 놓인 검은 동전이 반짝- 빛났다.
* * *
크아아아아-
빠르게 가까워지는 몬스터 웨이브!
하아아아앗-
천문석은 내력을 끌어올리고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어떤 무공으로 상대할까?!’
굉천수, 구인창, 관음천수도…….
찰나의 순간 머리를 스치는 무공!
최소한의 내력으로 적을 농락하듯 제압하는 데 중심을 둔 무공들이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감히 끼어들 엄두도 나지 않는 압도적인 무위다.
처음 보는 순간 입이 떡 벌어지고, 뇌리에 화인처럼 남을 겉보기 등급이 높은 무공을 펼쳐야 한다.
순간 팟- 벼락 치듯 머리에 떠오른 무공이 있었다.
정전기 무공 찌릿찌릿!
일명 천뢰(天雷)!
순간 화력과 겉보기 등급 최상급 무공.
천뢰에 남은 내력의 2/3를 때려 박는다!
결심하는 즉시 양손을 움직였다.
쓰슥-
왼손으로 가슴 위를 긋고.
싸사삭-
오른손으로 허벅지 위를 긋는다.
타탓-
손에서 정전기가 튀는 순간 심상 공간에 소용돌이치는 혼원지기에 투영한다.
심상과 현상.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으니.
팅, 핑그르르-
튕겨 올린 마음속 동전이 빙글빙글 회전하는 순간.
현상의 정전기는 심상 공간의 혼원지기를 뇌전의 폭풍으로 변화시켰다.
왼손과 오른손이 두 개의 원을 그리고.
두 개의 원에서 터져 나오는 기파가 하늘을 떨어 울렸다.
우르르르르르르-
크아아아앙-
이 순간 터져 나온 포효!
번쩍 고개를 드는 순간 번갯불 같은 섬광이 맺힌 눈으로 보였다.
몬스터 웨이브 선두!
쿵, 쿵, 쿠우웅-
거대한 몽둥이를 들고 성큼성큼 돌진하는 늪지 트롤이!
늪지 트롤의 광기 어린 붉은 눈과 시선이 얽히는 순간.
두 개의 원을 그리던 왼손과 오른손이 닿았다.
탁-
이 순간 심상과 현상, 동전의 앞뒷면이 반전! 심상 공간에서 몰아치는 뇌전의 폭풍이 현상으로 풀려나왔다!
콰카카카카카카카캉-
한 줄기 섬광이 번쩍 시야를 가르고.
거대한 폭음과 진동이 청력을 뒤흔들었다.
몬스터 웨이브를 향해 돌진하던 각성자들은 순간적으로 시력과 청력이 마비됐다 살아났다.
순간 두 눈에 박혀 드는 압도적인 광경.
파지지지지직-
빛의 격류, 뇌전이 늪지 트롤을 삼켰다!
엄청난 재생력의 트롤이 검게 탄화되어 즉사하고, 뇌전의 격류는 나뭇가지가 자라나듯 몬스터 웨이브를 향해 빛의 가지를 뻗었다.
츠츠츠츠츠츠츠-
몬스터 웨이브의 엄청난 반발장을 뚫고 천천히 뻗어 나가는 뇌전의 격류!
소형 몬스터는 스치는 순간 숯이 되어 바스러지고!
중형 마수와 몬스터는 바닥을 구르며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질렀다!
대형 마수와 상급 몬스터조차 엄청난 뇌전에 전신 마비되어 바들바들 경련했다!
뇌전의 격류가 질주하던 몬스터 웨이브의 일단을 집어삼켰다.
급류가 쏟아지는 계곡에 거대한 바위를 던져 막은 꼴!
바위에 막힌 급류가 소용돌이치듯! 질주하던 마수와 몬스터가 뒤엉켜 구르며, 뇌전의 격류에 줄줄이 삼켜졌다!
우르르르, 쾅쾅-
하늘에선 우렛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지고.
파지지지지지직-
지상에선 시야를 하얗게 물들이는 뇌전의 격류가 휘몰아쳤다.
“……!”
“……!”
“……!”
어느새 멈춰 서서 홀린 듯이 이 모습을 바라보던 정예 각성자 중 한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뇌전 마법! 마력 각성자?!”
“아냐! 마력 유동이 없어! 마법이 아니다!”
“정제 마석 흔적도 없다! 불가능해!”
“마법이 아니라고?! 말도 안 돼!”
“어떻게 저런……?!”
이 순간 모두의 머릿속에 벼락이 떨어졌다.
마법보다 마법 같은 기술!
남중국에는 저게 가능한 사람이 있었다!
각성력의 여섯 계통.
육체, 오러, 마탄, 무공, 마력, 초능력!
한 자루 검으로 여섯 계통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마법 같은 기술을 펼치는 천외천의 등급외 각성자!
천검(天劍).
모두의 머릿속에 같은 이름이 떠오르는 순간, 가짜 최후식이 외쳤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세기는 내 소울 네임! 내 별호나 다름없다!’
“설마……?”
“설마……!”
“설마!!”
……
깨달음의 탄성이 전염되듯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모두의 시선이 최후식에게 향했다.
타탓, 타타탓-
최후식은 새파란 뇌전이 튀어 오르는 왼손을 뻗은 채 여상하게 서 있었다!
눈앞의 몬스터 웨이브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이 모습을 보는 순간 모두의 머릿속에서 우렛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르르르르르-
머릿속 우렛소리는 곧 전신으로 퍼져 나가.
쿵쿵, 쿵쿵쿵쿵-
팔, 다리, 가슴 전신이 큰 북을 치듯 진동했다.
그리고 우렛소리가 마침내 쾅- 폭발하는 순간, 돌처럼 굳어 버린 각성자들의 머릿속에서는 폭풍이 몰아쳤다.
-얼굴을 가린 모습!
-사방에서 울려 퍼지던 외침!
-강 위를 평지처럼 달리던 엄청난 경공!
-간신히 뒤를 잡아 싸우는 순간 뭘 어떻게 해 보기도 전에 제압당하고!
-푸저우 시가지 전체가 난장판으로 변하고 민장강을 따라 격렬한 추격전을 펼치고도 잡지 못했다!
-분진에서 몬스터 웨이브를 향해 돌진할 때 터져 나온 엄청난 섬광!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났는데도 인명 피해가 없었다!
NTM_CHS, 최후식, 대환단을 쫓던 정예 각성자들은 깨달았다.
말도 안 되는 행운.
이런 행운이 현실에서 가능할 리 없었다.
이 모든 게 가능할 경우의 수는 한 가지뿐이다.
어젯밤에서 지금까지 24시간 동안 일어난 모든 일이 최후식이 세운 계획이다.
즉시 의문이 떠올랐다.
‘최후식이 무슨 이득이 있다고 그런 계획을 세웠지?!’
이 순간 문득 드는 생각에 모두의 시선이 주위를 훑었다.
대형 길드, 대기업 보안팀, 거대 조직, 레이드 팀과 멀리서 달려오는 수많은 각성자들!
푸저우시의 각성자 대부분이 하나로 뭉쳐 몬스터 웨이브를 상대하고 있었다.
대환단을 얻기 위해서!
‘대환단!’
순간 정예 각성자들의 몸이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떨렸다.
지금 남중국에서 대환단은 여의주나 마찬가지다.
권력의 정점 헌터 군벌 수장이라도 대환단을 대가로 거는 건 불가능했다.
대환단을 대가로 몬스터 웨이브를 처리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
“……!”
“……!”
모든 정예 각성자들의 시선이 뇌전을 뿜어내는 각성자에게 모였다.
저 각성자는 스스로 밝힌 것처럼 NTM_CHS도 최후식도 아니었다.
천검 이세기.
지금 압도적인 무위를 펼치는 천외천의 강자는 진짜 천검 이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