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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03화 (1,00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03화>

몬스터 웨이브가 일으킨 먼지구름에서 불쑥 튀어나와.

굉천수의 섬광에 삼켜져 분지를 데굴데굴 굴러, 강변에 처박힌 장갑 버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자신도 모르게 외침이 튀어나왔다.

“여기서 장갑 버스가 왜 튀어나와?!”

그러나 이 외침이 전해질 리는 없었다.

콰콰카카카카카쾅-

이미 최대 출력 굉천수의 섬광과 굉음이 연속해서 터지고 있었으니까!

천문석의 머리가 파팟- 빠르게 돌아갔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섬광과 굉음에 마수와 몬스터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하지만 몬스터 웨이브의 거대한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일 뿐이다.

분지로 굴러떨어진 장갑 버스로 달려갈 시간은 없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장갑 버스는 김태희 대령을 던진 강변에 처박힌 상황!

그렇다면 방법이 있다!

천문석은 잽싸게 전법륜인의 수인을 짚고 기탄에 소리를 담았다.

‘치와와! 장갑 버스! 사람들! 확인 좀!’

휘이이잉-

소리가 담긴 기탄을 치와와가 던져진 강으로 날리는 즉시 몸을 돌렸다.

갑자기 튀어나온 장갑 버스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아직 상정 범위 안이다!

일반 버스가 아닌 헌터용 장갑 버스는 당연히 전복에 대비한 안전장치가 달려 있다.

장갑 버스는 김태희 대령에게 맡기고, 지금 당장 굉천수에 잠시 저지된 몬스터 웨이브를 유인해서 바위산으로 달려야 한다!

타타타타탓-

천문석은 뒤엉켜 쓰러지는 몬스터 웨이브를 향해 돌진했다.

곧 쉴 새 없이 터지던 섬광과 굉음이 잦아들고 균형 감각이 무너져 뒤엉킨 마수와 몬스터들이 보였다!

태풍에 해변으로 밀려온 잔해처럼 뒤엉킨 마수와 몬스터 무리!

비슷한 체형, 무게로 돌진하던 각성자들과 달리. 체형, 무게, 습성이 모두 다른 온갖 마수와 몬스터가 섞인 몬스터 웨이브는 뒤엉킨 순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 결과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섬광과 먼지구름이 사라져 탁 트인 시야에 보였다.

팔다리가 꺾인 채 널브러진 오크!

쓰러진 오크 위에는 버둥거리는 고블린!

고블린에 다리가 걸려 나뒹구는 일각마!

크아아아아아-

키이익, 키이익-

비명과 괴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올 때.

크아아아아-

10m가 훌쩍 넘는 늪지 트롤이 몬스터 웨이브에 밀려오다가 뒤엉킨 일각마를 밟고 굴렀다!

쾅, 콰득, 콰드득-

거대한 늪지 트롤이 구르자, 물풍선이 터지듯이 치솟는 피와 산산이 으스러지는 뼈!

선두에서 달리던 소형 마수와 몬스터가 뒤엉켜 쌓인 벽에 뒤에서 밀려오는 중대형 마수와 몬스터까지 줄줄이 뒤엉키며 벽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못해도 천 단위의 마수와 몬스터가 단숨에 무력화된 상황!

평범한 마수, 몬스터 집단이었다면 지금 마탄을 쏟아부으면 전투는 끝난다!

하지만 적은 집단이 아닌 몬스터 웨이브다!

지금 상황은 어설픈 나무 제방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잠시 막은 것과 마찬가지!

끝없이 밀려오는 거센 파도에 나무 제방이 뚫리는 순간, 강철의 해일 몬스터 웨이브가 다시 몰아친다!

그러면 일어날 일은 뻔했다.

굉천수로 발목을 잡은 각성자들이 전투에 끼어들고 대환단 쟁탈전이 벌어진다!

절대 안 될 말!

그전에 저 몬스터 웨이브를 유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천문석은 뒤엉킨 몬스터 너머로 시선을 움직였다.

콰카카카카캉-

숲을 집어삼키며 밀려오는 먼지구름은 주춤했으나, 하나로 합쳐진 몬스터 웨이브의 기세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크아아아아-

저릿저릿한 포효와 반발장에 담겨 하늘 끝에 닿을 듯이 치솟는 기세!

전신에 우수수 소름이 돋고 물속을 달리는 것처럼 거센 저항감이 느껴졌다!

쾅, 쾅, 쾅-

보이지 않는 기세와 반발장의 망치가 몸과 마음을 짓눌렀다!

몬스터 웨이브는 여전히 기세가 살아 있고, 그 흐름은 급경사의 분지 너머 암반 지대를 향하고 있다!

우선 몬스터 웨이브의 기세를 끊어야 그 흐름을 각성자와 푸저우 방어부대가 진을 친 암반 지대가 아닌, 마경 동쪽에 펼쳐진 바위산으로 돌릴 수 있다!

바로 지금이 전생의 경지를 펼칠 순간이다!

천문석은 달리는 그대로 손을 모았다.

짝-

양손이 맞부딪치는 순간 지권인의 수인을 짚고.

팟-

다음 순간 지권인의 수인을 짚었던 양손을 활짝 펼친다.

양손이 하늘과 대지를 가리키는 순간 심상 공간에 소용돌이치는 혼원지기를 끌어올린다!

머리는 천원에 세우고.

발로는 대지의 중심을 밟으니.

쿵-

첫걸음에 천기를 이고.

쿵쿵-

두 걸음에 용맥을 타고.

쿠쿵-

세 걸음에 혼원지기를 담는다.

천기, 용맥, 혼원지기!

하늘(天)과 대지(地)를 사람(人)이 쌓아 올린 힘, 혼원 지기로 하나로 잇는다!

천지인의 조화가 이어지는 순간, 하늘과 땅을 가리키는 양손으로 원을 그려낸다.

천기가 대지로 쏟아지고.

용맥이 하늘로 치솟는다!

천원(天元)과 지중(地中)이 하나의 원으로 이어지는 순간 천기와 용맥이 하나로 이어진다.

육백은 무거워져 대지가 끌어당기고.

영혼은 한없이 가벼워져 하늘이 부른다.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이 하늘과 대지와 이어지니 이것이 천지합일(天地合一)!

이 순간 무인이 일심으로 한평생을 수련해도 만나기조차 쉽지 않은 벽, 초절정의 벽이 심상 공간에 나타났다!

초절정의 벽은 절정에 달한 무인이 자신이 모든 것을 걸고 넘어가야 하는 아득한 벽이었다.

하지만 천문석 앞에 나타난 벽은 아이조차 한 걸음 내딛기만 하면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낮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의 본질에는 몇 번이나 극을 넘은 전생 천마의 무혼이 새겨져 있고.

그 업은 온갖 사건·사고 난장판에서 셀 수 없이 구르고 또 구르며 강제로 채워졌으니까!

지금 자신에게 초절정의 벽을 넘는 건 눈 한번 깜빡이듯 간단한 일이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

천문석은 벽을 넘어갈 듯 은근슬쩍 발을 내밀었다.

파스스슷-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신을 타고 흐르는 선연한 기운 천강흔!

천강흔 랜덤 박스가 당장이라도 열릴 듯이 존재감을 뿜어냈다!

‘이건 최후의 방법이다!’

잽싸게 벽을 향해 내밀었던 발을 거두고 양손을 움직여 지권인의 수인을 짚었다.

대지를 가리키는 오른손은 주먹을 쥐고!

하늘을 향하는 왼손에선 검지(劍指)를 세운다!

영육과 혼백 사이 심상 공간에 그려 낸 상(想)과 혼원지기를 하늘을 가리킨 검지에 담는다.

검지(劍指)에 담을 것은 당연히 검(劍)!

단단한 대지를 뚫고 솟아나 하늘을 둘로 가르는 검산(劍山)이다!

부러질 듯 파르르 떨리는 검지에서 엄청난 기세와 위압감이 솟구쳤다!

심상 공간의 검산과 혼원지기가 지권인의 검지에 담기는 순간.

천문석은 하늘에서 숲으로 검지를 내리그었다.

이 순간 검지에 담긴 검산과 혼원지기가 몬스터 웨이브의 기세를 반으로 갈랐다!

우르르르르릉-

산이 거꾸로 처박힌 듯 하늘이 울부짖고 대지가 요동쳤다!

하늘을 떨어 울리던 포효가 단숨에 흩어지고!

전신을 억누르던 몬스터 반발장이 산산이 조각났다!

물 밖으로 튀어나온 듯 몸이 가벼워지고 가슴에서 전의가 끓어오르는 순간.

몬스터 웨이브의 기세는 꺾이고 해일처럼 밀려오던 흐름이 갈기갈기 흩어졌다.

‘지금이다! 바로 바위산으로 유인한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몬스터 웨이브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이 순간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

“뭐?!”

흠칫 놀라 고개를 돌리자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보였다.

분지 너머 암반 지대!

굉천수를 맞고 줄줄이 쓰러진 푸저우시 각성자들.

그 선두에 멀쩡히 서 있는 각성자 무리가 있었다.

강화 전투복, 헌터용 헬멧, 방패와 무기.

전신에서 마력광이 치솟는 정예 각성자들.

굉천수에 무력화됐지만, 템빨로 회복한 정예 각성자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아-

그리고 급경사의 분지로 달리며 외쳤다!

“최후식 대협!”

“가자! 웨이브의 기세를 꺾었다!”

“우리는 최후식 대협을 따른다!”

“이대로 파고들어 단숨에 밀어낸다!”

“뒤를 보지 마라! 돌격! 끝까지 달린다!”

……

피 끓는 외침!

이글이글 타오르는 각성력!

백여 명 단위로 뭉친 정예 각성자들이 분지로 쏟아져 내려왔다.

대환단을 노리는 각성자들이 자신이 차린 밥상, 몬스터 웨이브로 달려오고 있었다!

숟가락만 들고 잔칫상으로 달려드는 거지 떼처럼!!

“……!”

천문석은 기세가 죽은 몬스터 웨이브로 달리며 외쳤다.

[멈춰! 오지 마!]

“최후식 대협을 돕자!”

[최후식 아니라니까!]

“가짜 최후식 대협을 돕는다!”

‘뭐지? 이놈들 지금 멕이는 건가?!’

순간적으로 말문이 컥 막히고 황당함에 눈앞이 핑 돌았으나 설득이 우선이다!

[대환단…….]

“최고 공적자가 대환단을 먹는다!”

설득은 안 먹힌다!

미친 청개구리, 각성자 모두 대환단에 눈이 돌아가 자신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있었다!

이제 방법은 하나뿐이다!

전력으로 몬스터 웨이브를 바위산으로 유인하는 것!

탓, 탓, 타타탓-

천문석은 와르르 무너진 몬스터 무리를 단숨에 통과해, 몬스터 웨이브 안으로 파고들며 내력을 담은 웃음을 터트렸다!

[카캬카카카카-]

듣는 순간 분노가 끓어오르는 도발하는 웃음!

그리고 몬스터 웨이브를 가로지르며 혼원지기를 담은 손으로 허공을 긁었다!

끄으으으으으윽-

칠판을 긁는 듯한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흐름이 끊겨 우왕좌왕하던 마수와 몬스터의 시선과 살기가 모였다.

천문석에게로!

‘됐다! 어그로가 끌리고 있다!’

타타타타타탓-

웨이브를 질주하고!

[카캬카카카카-]

웃음을 터트려 도발하고!

끄으으으으으윽-

혼원지기를 담은 손으로 허공을 긁는다!

그리고 피가 끓어오르는 외침을 터트렸다.

[덤벼라!]

그러자 우왕좌왕하던 몬스터 웨이브에 흐름이 생겨나고 눈덩이가 구르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르-

순식간에 규모를 키운 마수와 몬스터의 무리는 다시 파도가 되어 밀려갔다.

[카캬카카카카-]

끄으으으으으윽-

[덤벼라!]

바위산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리는 천문석을 따라서!

천문석과 몬스터 웨이브가 동쪽으로 움직이자, 이 뒤로 수백 단위의 각성자들이 바로 따라붙었다.

“최후식 대협이 전장을 옮기신다!”

“대환단은 우리 길드가 먹는다!”

“심장이 터질 때까지 달려라!”

우와아아아아아-

천문석, 몬스터 웨이브, 정예 각성자들은 순식간에 마경 동쪽 바위산 방향으로 숲을 달려 사라졌다.

이 순간 전장 곳곳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전원 포격 준비! 웨이브 압력을 줄여야 한다!”

“안전거리 300미터! 몬스터 웨이브 후방에 포격을 쏟아붓는다!”

바위 언덕 위 푸저우시 방어부대 진지.

“미친 새끼! 또라이 새끼! 뭐? ‘치와와 장갑 버스 안에 사람들 확인 좀!’이라고? 시바시바! 이세기 이 또라이 새끼!”

분지를 향해 헤엄치며 쉴 새 없이 분통을 터트리는 김태희 대령.

그리고 강변에 처박힌 장갑 버스 문짝이 들썩였다.

쿵, 쿵, 콰앙-

들썩이던 문짝이 떨어져 나가는 순간!

으아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버스에서 튀어나온 워커 실트가 분통을 터트렸다.

“빌어먹을 섬광탄! 어떤 또라이 새끼가 확인도 안 하고 섬광탄을 터트려! 미친 새끼! 개 시바! 뭐가 이렇게 재수가 없…… 어, 잠깐……?!”

워커 실트는 분통을 터트리다 말고 흠칫 놀랐다.

너무나 익숙한 이 느낌!

철퍽, 철퍽-

갑자기 쏟아진 비에 양말이 젖은 채 걷고!

질척, 질척-

뻘밭을 굴려 속옷 안까지 진흙이 줄줄 흐르는 감각!

“뭐지? 이 익숙한 느낌은?!”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문득 머리를 스치는 직감!

마도 제국에 막타를 때린 재앙!

전능옥좌를 날린 7재앙의 보스!

타 대륙 유일의 타이탄 마스터!

대마법 게이트의 복원자!

미궁 악어 시리즈의 개발자!

염소의 주인!

수많은 사건·사고, 난장판, 위기를 뚫고 나온 촉이 꿈틀거리고 불현듯 한 단어가 떠올랐다!

‘흑전의 불운!’

퉤퉤, 퉤퉤퉤-

워커 실트는 반사적으로 침을 뱉어 액땜하고 외쳤다.

“섬광탄! 설마 이세기냐?!”

동쪽으로 빠르게 멀어지는 몬스터 웨이브!

이세기가 몬스터 웨이브를 처리하러 온 거라면?!

‘이 말도 안 되는 불운이 말이 된다!’

워커 실트의 얼굴이 환희로 물들고 환호성이 터졌다.

“이렇게 재수가 좋다니! 카카카카캌- 저 흑전 맛이 갔나?! 퉤퉤퉤-! 케인! 케인 이사! 빨리 기어 나와! 찾았다! 드디어 내 절친을 찾았다!”

카카카카캌-

워커 실트가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릴 때.

휘이이이이-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목소리가 실려 왔다.

“……이세기 미친 새끼! 이세기 또라이 새끼! 으아아악-.”

워커 실트는 웃음을 뚝 그치고 고개를 돌렸다.

첨벙, 첨벙-

누군가 민장강 지류를 헤엄쳐 오며 쉴 새 없이 외쳤다.

자신의 절친이자 전우, 천검 ‘이세기’의 이름을!

워커 실트의 번뜩이는 시선이 강을 빠르게 훑었다.

그리고 곧 강을 헤엄치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으아악- 빌어먹을 젠장! 이세기 미친 새끼!”

김태희 대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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