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00화>
콰카카카카캉-
하늘이 찢어질 듯 울부짖고.
두드드드드득-
대지가 무너질 듯 요동친다.
하늘 끝까지 솟은 거대한 먼지구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산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듯한 압도적인 위압감!
수만 단위의 마수와 몬스터의 반발장이 하나로 뭉쳐 천지를 뒤흔들고 있다!
그야말로 강철의 해일, 몬스터 웨이브!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
아군은 더 강했으니까!
등에 쏟아지는 강화 강철조차 뚫어 버릴 듯 이글거리는 각성자들의 시선!
이들이야말로 강철의 해일을 산산이 으스러트릴 철벽, 휴먼 웨이브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자신이 있었다.
천마의 무업이 혼백에 새겨진 자신이!
천문석은 천천히 내력을 끌어올리며 몸 상태를 관조했다.
정오의 서호 공원에서 지금까지 하루 종일 달리고 싸우고 도망쳤다.
하지만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NTM_CHS와 대환단이라는 오해에서 시작된 일이기에 허허실실, 은근슬쩍 적당히 싸우며 도망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전투는 전력을 다해야 한다.
두드드드드드득-
환한 달빛과 천천히 떨어지는 조명탄 아래 요동치는 숲, 마경.
저 마경을 뚫고 달려오는 건 같은 각성자가 아닌 마수와 몬스터였으니까!
탓-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마음가짐이 변하고.
타탓-
두 걸음 내딛는 순간 그 마음에 내력이 움직였다.
츠츠츠츠츠-
이 순간 전신을 타고 흐르는 선연한 기운, 천강흔!
느껴진다!
별에서 쏟아지는 천기가.
대지에서 솟구치는 지기가.
하늘의 별과 대지의 산천초목의 시선이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천마의 업을 지닌 자신에게로!
이 순간 길이 보였다.
초절정,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초인 초인경으로 나아가는 길!
대지에서 천원으로 이어지는 흐름 닿을 듯 가까워지는 용맥과 영맥의 흐름이!
이 흐름에 올라타 벽을 넘는 순간 초절정!
형과 식을 넘어선 진정한 무(武), 초인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리고 원치 않는 이벤트도 일어난다.
천강흔 랜덤 박스 오픈 이벤트.
그리고 99% 확률로 튀어나올 XXX등급 무공 천마신공!
즉, 지금 해야 할 건 줄타기다!
절정과 초절정 사이!
그 아슬아슬한 줄을 타고 밀려오는 몬스터 웨이브를 상대해야 한다!
콰득 주먹을 움켜쥐는 순간.
콰르르릉, 쾅-
영육과 혼백 사이! 심상 공간에 천둥 벼락이 떨어지고 기경팔맥에 가득한 내력이 꿈틀꿈틀 맥동했다.
이로써 준비는 모두 끝났다!
이제 저 거대한 몬스터 웨이브를 박살 낼 때다!
천문석은 빙글 몸을 돌려 27미터 뒤에 모인 각성자들을 향해 외쳤다!
[이제 시작할 때다! 모두 가자!]
“…….”
“…….”
“…….”
호응도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깊은 침묵과 잡아먹을 듯 이글이글 불타는 눈빛만 쏟아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저 각성자들은 자신을 쫓아오다가 재수 없게 대 몬스터 웨이브 전투에 끌려와 8:2, 2할의 분배를 받고 전투를 치르게 됐으니까.
바위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전차, 장갑차, 수천의 군인들만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자신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전전긍긍, 복지부동, 보신주의!
어떻게든 지금 이 상황만 모면하려 몸을 사리며 싸울 것이다!
즉, 이대로라면 선두에서 돌진할 자신과 김태희 대령만 좆되는 상황!
그러나 천문석은 실망하지 않았다.
저 각성자들을 움직일 방법이 이미 준비했으니까.
천문석은 내력을 실어 외쳤다.
[대환단!]
[제일 빡세게 싸운 각성자에게 대환단!]
“……을 구할 수 있는 장소를 알려 주겠다.”
순간 각성자들이 술렁거렸다!
“……대환단!”
“대환단을 주겠다고?!”
“최후식 지금 그 말 사실이냐?!”
이글이글 불타는 시선에 담긴 분노가 일순간에 욕망과 탐욕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선두 괴수 레이드 팀, 삼합회, 대기업 보안팀 같은 정예 각성자들이 술렁였다.
‘예상대로 ‘대환단’을 말하자 분위기가 완전히 변했다!’
약간의 트릭을 썼지만, 양심에 걸리지는 않았다.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푸저우시 수백만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대의를 위해서니까.
그리고 말한 대로 진짜 대환단이 있는 곳을 알려 줄 생각이었다.
한두 개가 아닌 수십 개의 대환단이 있는 장소!
수몰된 무림 던전 철검장 비밀 수련장!
천문석은 바로 옆 김태희 대령에게 잽싸게 속삭였다.
“됐다. 낚았다. 내 뒤로 바짝 붙어. 이제 곧 돌진할 거다. 카캬카캌-.”
“하- 이 사기꾼 녀석…….”
김태희 대령이 한숨과 함께 바짝 붙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표정으로 진지하게 바꾸고 내력을 담아 외쳤다.
[자 이제 웨이브 처리하러 가자!]
[내 뒤만 쫓아와라! 단숨에 기세를 끊고 흐름을 돌리겠다!]
쿵-
순간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내딛는 각성자들!
물꼬를 틔웠으니 이제 시작하면 된다!
바로 몸을 돌려 돌진하려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외침이 들려왔다.
[모두 속지 마라!]
[저 녀석 최후식이 아니다!]
[저놈 동료가 ‘이세기…….’라고 외쳤다!]
* * *
“……!”
새하얗게 질리는 김태희 대령.
천문석은 재빨리 김태희 대령을 가리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야, 표정 관리! 우선 확인부터 하고.”
천문석은 잽싸게 각성자들을 살폈다.
“……이세기?”
“최후식이 아니라고?”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야, 제대로 설명 좀 해 봐!”
“잠깐 대환단만 있으면 되는 거 아냐?!”
대두분의 각성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
방금 소리친 각성자는 아무 말도 없이 서 있기만 했다!
‘됐다. 이 정도면 설명할 것도 없다! 그냥 뭉개고 달리면 된다!’
바로 내력을 실어 외치려는 순간 보였다.
각성자 무리 선두에 선 정예 각성자들!
그들 중에서도 강자, 두목급의 얼굴이 완전히 변했다!
욕망과 탐욕이 씻은 듯이 사라진 심각한 얼굴!
그런 각성자들은 한 줌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무언가 귓속말을 하는 순간, 다른 각성자의 얼굴에서도 욕망과 탐욕이 찰나의 순간 사라지고 분노가 생겨났다!
“야, 지금 분위기가 이상해! 뭔가 잘못되고 있어!”
김태희 대령이 다급히 외쳤다.
천문석도 같은 생각이었다.
자신이 이세기라고 외친 녀석은 우뚝 서서 노려볼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호수에 바위를 던진 것처럼 각성자 전체로 술렁임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천문석은 직감했다.
‘이세기’란 이름이 호수에 던져진 바위다!
수많은 사기와 기만, 구라를 칠 때마다 사용한 이름, 이세기란 이름이 뭔가 문제를 일으켰다!
지금 돌진하면 같이 돌진해 기세를 꺾을 정예 각성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당장 그 이유가 뭔지 알아야 한다!
천문석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을 전하는 전법륜인의 수인을 짚고 내력을 퍼트렸다.
파스스스슥-
내력이 담긴 기파가 물결치듯 각성자들에게 퍼져 나갔다.
“야, 지금 뭐 하는 거야? 몬스터 웨이브 가까워지고 있어!”
“잠깐!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부터 파악해야 해!”
이때 기파가 술렁이는 각성자들에게 닿고, 전법륜인의 수인을 통해 속삭임이 들려왔다.
“천검 이세기…….”
“……!”
머릿속에 벼락이 떨어지는 순간, 경악한 외침이 들려왔다!
“저 미친놈이 천검 이세기의 이름을 사칭했다고!”
“……어, 어어어?!”
김태희 대령의 경악으로 말을 잇지 못하는 순간.
쾅-
머릿속 벼락이 폭발하고 섬전 같은 깨달음이 몰아쳤다.
천검 이세기?
남중국의 절대자 그 천검?!
아니, 아니 잠깐만!
천검 이름이 ‘이세기’였다고?!
전생부터 현생까지 수없이 사용해서 본명보다 더 익숙한 이름 이세기!
이세기는 흔한 이름이기에 동명이인을 만나는 건 익숙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남중국의 절대자 천검의 이름이 이세기라고?!
‘아니, 시바! 어떻게 별호까지 천검으로 같은 거야?!’
답은 간단했다.
이곳은 무림이 아니라!
천검이라는 별호는 흔했으니까!
‘뭐, 이런 거지 같은 우연이!’
황당함에 말문이 컥 막히고 눈앞이 아득해지는 순간, 정신없는 외침이 쏟아졌다!
“NTM_CHS가 아니었구나!”
“또 천검을 사칭한 사기꾼이었어?!”
“대환단으로 사기를 치려고!”
“더러운 사기꾼놈들!!”
“시바!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천검의 이름이 이세기였어?!”
“입조심 해라! 함부로 입에 담을 이름이 아니다!”
……
각성자들에게서 분노한 외침이 쏟아질 때.
등 뒤에서 밀려오는 위압감은 점점 커졌다!
이제 곧 몬스터 웨이브가 몰려온다!
이대로면 끝장이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순간 파팟- 두 가지 해결 방법이 떠올랐다!
1. 천검 이세기로 갈아탄다!
2. 최후식이라고 계속 밀고 나간다!
천검 이세기!
뉴스에 나왔던 광휘를 휘감은 채 검강을 쏟아 내던 모습!
‘어, 잠깐! 이거 창천검, 굉천수 섞어 쓰면 비슷하게 될 거 같은데?! 그냥 천검으로 갈아탈까?!’
솔깃한 순간 바위 언덕에서 확성기 소리가 들려왔다.
[5분 후 몬스터 웨이브가 도착합니다! 자원하신 각성자 전원 준비하십시오!]
푸저우시 방어부대 지휘관의 외침.
순간 천검으로 갈아타는 1번 계획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깨달았다.
헌터 군벌은 천검의 얼굴을 알 거다!
여기서 구라 치다 걸리면 손목이 날아가는 게 아니라 재금 공업 정품 마탄 수천 발이 쏟아진다!
1번 선택지는 안 된다!
어떻게든 2번 NTM_CHS, 최후식으로 계속 밀고 나가야 했다.
즉, 지금 앞에서 분노한 외침을 쏟아 내는 각성자들이 자신을 최후식으로 믿게 해야 한다.
이미 불신으로 기울어진 사람을 다시 설득하는 건 몇 배나 힘든 일이다!
해명하는 건 하책!
논쟁하는 건 중책!
상책은 스스로 믿게 만드는 것!
자신이 NTM_CHS, 최후식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증거를 보여 준다!
대환단!
마침 각성자들과의 거리는 20여 미터!
이 정도 거리면 형체는 확인해도 자세한 모습까지는 알아볼 수는 없다!
천문석은 바로 김태희 대령에게 속삭였다.
“절대 내 근처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너, 또 뭘 하려고?!”
“최후식이라는 증거를 보여 줘야지.”
“어……?”
‘너, 최후식 아니잖아! 그게 뭔 개소리야?!’
김태희 대령이 내면의 소리가 느껴지는 순간.
천문석은 각성자들을 향해, 한 걸음 내디디며 손을 움직였다.
파파팟-
잡낭이 열리고 그 안으로 손이 들어가는 순간, 내력이 담긴 외침을 터트려 각성자들의 목소리부터 끊었다.
[NTM_CHS!]
[최후식의 증거!]
[여기 대환단이 있다!]
“……!”
“……!”
“……!”
분노한 외침이 멈추고 경악한 시선이 모이는 순간, 잡낭 깊은 곳을 훑는 손에 걸리는 무언가!
재질은 나무!
손에 쏙 들어가는 크기!
정육면체 형태의 나무 곽이다!
‘이걸로 낚는다!’
천문석은 손에 걸린 나무곽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외쳤다.
[이게 바로 대환단이다!]
“너 이 새끼! 또 구라지?!”
“더러운 사기꾼 새끼!”
“감히 천검을 사칭하더니! 이제는 대환단을 가지고 구라를 쳐!”
……
하루 종일 업보를 너무 쌓아 먹히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
약을 파는 건 전생에 스승님을 따라 여행할 때부터 자신의 특기!
합기(合氣), 축골(縮骨)의 비기!
짭 오기조원(五氣朝元)과 삼화취정(三花聚頂)!
더럽게 의심 많고 깐깐한 용문 객잔 주방장까지 홀린 입 털기까지!
60초면 눈앞의 모든 각성자들이 이 나무곽 안에 담긴 게 대환단이라고 믿고, 자신을 따라 달리게 만들 수 있다!
천문석은 찰나의 순간 시나리오를 짜고 바로 입을 털었다.
“봐라! 지금 내가 대환단의 영기(靈氣)로 삼화취정을……!”
이때 누군가의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시바! 진짜 대환단이잖아?!!”
입을 털기도 전에 한 놈이 낚였다!
‘카캬캌- 됐다! 낚인 녀석이 바람을 잡아 줬으니 이제…….’
이 순간 경악한 외침이 다시 한번 터졌다.
“사진! 헌터 나라! 그 사진! 진짜 대환단을 담은 목함이다!”
“사진……?”
손을 내리고 문득 시선을 주는 순간 보였다.
자신의 손 위에 놓인 너무나 눈에 익은 나무곽이.
“……어?”
기동 병참 도시에서 공물로 바친 대환단.
그 대환단을 담았던 나무곽과 똑같이 생긴 나무곽이 손 위에 있었다!
“이게 왜 여기 있어?!”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손이 저절로 움직여 나무곽이 열렸다.
딸깍-
순간 동글동글한 단환이 모습을 드러냈다.
“……!”
“……!”
“……!”
헌터, 용역, 조폭, 보안, 군벌.
모두가 홀린 듯이 나무곽에 담긴 단환을 바라볼 때.
가장 경악하고 놀란 사람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진짜 대환단이잖아?! 이게 왜 여기서 나와!!”
몬스터 웨이브 조우 3분 전.
천문석은 온종일 난장판에서 구르며 최후식과 대환단을 쫓은 각성자들 앞에 진짜 대환단을 꺼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