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98화 (99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98화>

두두두두두두-

북을 치듯 대지가 진동하는 거대한 숲, 마경!

천문석은 우거진 나무와 수풀을 뚫고 마경 깊은 곳으로 달리며 외쳤다.

“야, 봤냐? 이제 쟤들 적당히 굴리고 꼬리 끊고 튀면 된다! 앞으로 넉넉잡고 2시간 후! 우리는 거점에서 샤워하고 차가운 맥주를 마시고 있을 거다! 이제 모두 끝난 거다! 카캬카카캌-.”

“잘했다! 하하하하하-.”

김태희 대령은 웃음을 터트리며 환호했다.

‘드디어 이 모든 게 끝난다!’

지난밤 정보상과 잘못 얽혀 시작됐고, 오늘 아침 서호 공원에서 이세기를 만나며 도시 전체를 난장판으로 만든 사건이 끝나 간다!

이제 계획대로 뒤를 쫓는 각성자들의 꼬리를 끊고 비밀 거점으로 숨어들면 이 모든 게 끝난다!

김태희 대령은 수풀과 나뭇가지를 뚫고 달리는 이세기 뒤를 바짝 따라 달렸다.

파사사사삿-

한참을 정신없이 달리다가 문득 고개를 드는 순간 흠칫 놀랐다.

“……!”

청바지에 티셔츠, 야구 모자와 운동화.

어깨에 이상한 철봉을 메고 정신없이 도망치는 뒷모습!

이세기의 뒷모습에서 강렬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어젯밤 각성력 밸런스를 조정할 때 전투 예지가 순간적으로 튀면서 본 그 장면이다.

어젯밤 자신은 지금 이 순간을 본 것이다.

깨달음의 순간, 갑자기 심장이 두근, 두근 요동치고 등골을 타고 저릿한 전율이 흘렀다.

카캬카카캌-

앞, 경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마경으로 달려가는 이세기.

우와아아아아-

뒤. 거대한 함성과 함께 땅을 울리며 해일처럼 밀려오는 각성자들.

모든 건 이세기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바로 답이 돌아왔다.

이세기가 ‘계획대로다!’ 외칠 때마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됐으니까!

‘설마 이번에도……?!’

김태희 대령은 거세게 고개를 저어 불안을 날려 버렸다.

‘이번만은 괜찮을 거다!’

마경은 푸저우시와 다르다!

도로도 자동차도 없다.

나무와 수풀이 시야를 가리고 언제 마수와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거대한 각성자의 해일은 마경에 삼켜져 흩어지고 거리가 점점 벌어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세기는 도주의 달인!

생각지도 못한 경로를 뚫고, 섬광과 굉음으로 적을 자유자재로 유인하고, 헬스장 철봉으로 상상도 못 한 위력의 기술을 펼쳤다!

숨을 장소가 사방에 널린 마경에서 뒤를 쫓는 각성자들을 끊어 내고 비밀 거점으로 스며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이번 계획은 반드시 성공한다! 그리고 약속대로 대답을 들으면 바이 바이! 바로 비행기를 타고 남중국을 떠나는 거다!’

검은 폭풍 이세영 특임 소장님을 찾아서!

김태희 대령은 잡념을 끊어 내고 이세기를 따라 달리고 달렸다.

광화문 검거 작전이 시작되고 이틀!

하지만 마치 두 달은 지난 듯 길었던 난장판이 마침내 끝나 가고 있었다!

김태희 대령은 스스로에게 세뇌하듯 외쳤다.

‘이제 곧 모든 게 끝난다! 나는 할 수 있다!’

파파파파팟-

천문석과 김태희 대령은 숲과 바위,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방화선을 지나 마경 안으로 달렸다.

이때 우거진 나무 사이로 암반이 얼핏 보였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나무 사이 암반을 확인했다.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암반이 숲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져, 완만한 경사의 바위 언덕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주위를 내려다보는 바위 언덕.

흔적이 남지 않는 단단한 암반 지대.

그리고 그 주위를 둘러싼 울창한 숲까지.

바위 언덕으로 유인하고 암반 지대를 달려 흔적을 지우고, 울창한 숲으로 스며들어 꼬리를 끊으면 된다!’

“저기!”

“그래!”

이심전심!

천문석과 김태희 대령은 동시에 방향 전환, 암반 지대로 달렸다.

파사사사삭-

빽빽한 풀과 억센 나뭇가지를 헤치고 숲에서 튀어나와.

타타타타탓-

바위 언덕을 향해 암반 지대를 정신없이 달릴 때.

문득 숲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

“……!”

‘벌써 따라잡았다고?!’

흠칫 놀라 시선을 돌리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 보였다.

강화 헬멧, 방검 방탄복, 군화, 소총 그리고 군복!

헌터 군벌!

푸저우 시가지에서 볼 수 없었던 군인이 숲에서 튀어나왔다!

“……!”

“……!”

‘기습?’

‘기절시키자!’

다시 이심전심!

찰나의 순간에 마음의 결정을 하고 움직이려는 순간.

모습을 드러낸 군인 뒤에서 환희 어린 외침이 터져 나왔다.

“각성 헌터?!”

“됐다! 지원군이 도착했다!”

팟, 팟, 파파팟-

숲에 수백 개의 불빛이 생겨났다.

그리고 위장용 방수천이 거둬지고 군인들이 나타났다.

소총과 수류탄, 대물 저격총, 곳곳에 세워진 기관총 진지.

완전 무장한 채 저지선을 펼친 수백 명의 군인이!

“……!”

김태희 대령의 시선이 날아오고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설마, 이것도 계획이야? 그렇지? 빨리 그렇다고 말해!’

“…….”

천문석은 차마 이번만은 구라를 칠 수 없었다.

완전히 허를 찔렸다.

아니, 스스로 호랑이굴에 뛰어 들어온 꼴이다.

화기로 완전 무장하고 저지선을 펼친 수백 명의 군인 앞으로!

‘끝장이다!’

순간 머리에 떠오른 생각.

‘굉천수를 터트리고 잽싸게 튈까?!’

그러나 지금 뒤에선 산산이 흩어진 각성자들이 밀려오고 있다!

굉천수가 터지고 군인들이 마탄을 쏟아부으면 대참사가 일어난다!

여기서는 어떻게든 입을 털어 얼렁뚱땅 은근슬쩍 넘어가야 했다!

“저…….”

찰나의 순간 마음의 결정을 하고 입을 여는 순간 처음 몸을 드러낸 군인이 다급히 외쳤다.

“지원군은 어디쯤 왔습니까?”

“네?”

“정신 차리세요! 몬스터 웨이브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각성 헌터들이 밀고 나가 돌진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지원군 규모, 구성 빨리 불러 주세요! 지금 당장 광역 포격 준비 중인 본대에 연락해야 합니다! 마탄 포격을 쏟아부으면 웨이브가 산산이 흩어져 마수와 몬스터가 도시로 스며들게 됩니다! 앗- 레이드 팀! 혹시 푸젠 길드 거대 괴수 레이드 팀도 같이 왔습니까?! 급합니다! 빨리…….”

눈을 번뜩이며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쏟아 내는 소령 계급장의 군인.

몬스터 웨이브!

마탄 광역 포격!

지원군 규모, 구성!

거대 괴수 레이드 팀!

……

수많은 정보가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소용돌이치다가.

팟-

섬광이 번뜩이는 순간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거다! 이건 먹힌다!’

찰나의 순간 천문석의 표정과 분위기가 일변했다.

이글이글 신념이 불타는 눈과 격전의 예감에 굳은 얼굴.

저절로 입이 열리고, 그 사이로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수만 명!”

“……네?”

소령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하는 순간.

천문석은 번쩍 손을 들어 남동쪽 푸저우 시가지 방향을 가리켰다.

“수만 명! 푸저우시의 각성자들을 모조리 끌고 왔습니다! 전원 몬스터 웨이브를 막기 위해 자원한 각성자들입니다!”

* * *

해일처럼 밀려오던 수만의 각성자들!

이들은 마경으로 진입하는 순간 수십, 수백의 무리로 흩어져 숲을 달리고 있었다.

이들의 목적은 하나 최후식을 잡아 대환단을 얻는 것!

파사사사삿-

그중 최선두에서 정신없이 수풀을 헤치며 달리는 백여 명의 각성자들이 있었다!

삼합회의 정예 조직원들.

삼합회 팀장은 선두에서 달리며 연신 주위를 살피며 최후식의 흔적을 찾았다.

대환단을 얻기 위해 이 난장판에 끼어든 수만의 각성자들.

그중 가능성이 낮은 자잘한 놈들을 제외하면 최후식, 대환단에 가까운 건 많아야 다섯이다!

그중 삼합회가 가장 최후식에게 가까웠다.

대환단만 손에 넣으면 단숨에 권력의 핵심 중의 핵심, 천검의 호의를 살 수 있다!

“최후식! 어디냐?! 숨지 말고 나와라!”

각성력을 담아 외치는 순간, 울창한 나무 너머에서 커다란 외침이 들려오고 강렬 빛이 하늘로 쏘아졌다!

[최후식 여기다!]

[바위 언덕 방향이다!]

[모두 암반 지대로 달려와라!]

“바로 움직인다!”

팀장과 삼합회 정예들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외침이 들려오는 방향으로 달렸다!

파사사사사삭-

단숨에 수풀을 헤치고 암반 지대로 뛰어들어가 바위 언덕으로 달리는 순간.

파, 파파파팟-

강렬한 헤드라이트 불빛이 쏟아지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지! 잠시만 전원 정지하세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정신없이 달리던 삼합회 정예 백여 명은 돌처럼 굳어 버렸다.

소령 계급장의 군인!

그리고 그 뒤로 기관총 진지와 방벽, 완전 무장한 수백 명의 군인이 있었다!

남중국 권력 피라미드의 정점, 헌터 군벌이 갑자기 마경에서 나타났다!

‘헌터 군벌이 여긴 왜?!’

모두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떠오를 때.

확성기를 든 소령이 성큼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자원하시고, 전력으로 달려오시다니! 병사! 이분들을 바로 최전선으로 안내해 드려라!”

“……네?”

* * *

천문석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보면 탄식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하아아아-

순간 바로 옆에서 땅이 꺼질듯한 한숨 소리가 들려오고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김태희 대령.

귀에 들리진 않지만, 마음속으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야, 이 씹 이세기 이 개새……!’

‘미안하다. 이세기…….’

천문석은 마음속으로 사과하며 하늘을 바라보던 시선을 움직였다.

정면!

두드드드드드득-

북을 치듯 요동치는 숲과 대지!

거대한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밀려오는 몬스터 웨이브!

바로 옆!

따가운 시선, 넋 나간 표정으로 자신과 정면을 번갈아 바라보는 김태희 대령!

20여 미터 뒤!

철판도 뚫을 듯 이글거리는 시선을 쏘아대는 대형 길드, 광역 폭력조직, 대기업 보안팀 등등. 휴먼 웨이브 선두에서 달리던 각성자들!

100여 미터 뒤!

전차, 장갑차, 포대, 기관총 진지!

바위 언덕 위에 대 몬스터 웨이브 저지선을 펼친 완전 무장한 수천의 푸젠성 정규군!

그리고 저지선을 펼친 바위 언덕 뒤에서 절박하고 어이없어 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몬스터 웨이브요?!”

“잠깐 뭔가 잘못됐습니다!”

“아니, 아니! 잠시만! 잠깐…….”

“몬스터 웨이브 흐름을 돌린다고?!”

“……네? 자원했다고요? 우리 길드가요?!”

……

푸저우시에서 이곳 마경까지 자신을 쫓아 온 수만의 각성자들!

이들이 완전 무장한 군인들의 친절한 인도를 받아 이동하고 있었다.

바위 언덕에 펼쳐진 저지선을 지나.

100여 미터 앞.

몬스터 웨이브 전투 자원병 무리로!

“아니라니까요!”

“우리가 자원했다고?!”

“미친! 이게 말이 되는 거야?!”

……

각성자들은 쉴 새 없이 분통을 터트렸지만, 감히 군인들에게 물리력을 쓰지는 못했다.

바위 언덕에 펼쳐진 대 몬스터 웨이브 저지선.

전차, 장갑차, 포대, 기관총 진지와 완전 무장한 수천 명의 군인이 이들을 내려다보고 있었으니까.

한발을 버티느냐, 100발을 버티냐의 차이일 뿐. 재금 그룹 정품 마탄 앞에 하급에서 상급까지 각성자들은 평등했으니까.

분통을 터트리던 각성자들은 곧 자원병 무리에 강제로 합류했고, 주위에 가득한 같은 처지의 각성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같은 행동을 했다.

“……!”

“……!”

“……!”

이글이글 철판조차 뚫을듯한 시선으로 정면을 노려봤다!

땅을 북처럼 울리며 밀려오는 몬스터 웨이브가 아니라.

야구 모자, 복면을 쓰고 철봉을 등에 짊어진 채로 어색하게 서 있는 각성자!

NTM_CHS, 대환단으로 자신들을 낚아!

몬스터 웨이브 전투 자원병으로 헌터 군벌에게 팔아넘긴 미친놈!

최후식!

“시바 새끼!”

“개 또라이 새끼!”

“시바! 처음부터 이러려고 낚았구나!”

“어쩐지! 제대로 도망치지 않고 뺑뺑이 돌리는 게 이상하다 했어!”

“으아아악- 빌어먹을 젠장!”

……

분노 어린 외침과 괴성이 쏟아질 때.

천문석은 손을 들어 크게 흔들며 외쳤다.

“야, 긍정적으로 생각해! 내가 선두에서 싸우잖아! 나 엄청 세다! 내 계획대로만 움직이면 승리는 보장된 거야! 그리고 저 몬스터 웨이브 처리하면 마석이랑 부산물은 8:2로 나누기로 약속했어! 이거 완전 대박 아니냐?!”

“……!!”

“……!!”

“……!!”

……

노려보는 시선이 단숨에 3배쯤 강해지고.

바로 옆에서 한숨 섞인 탄식이 들려왔다.

“하아- 우리가 2이잖아…… 제발 그만해. 미친놈아…….”

최후식과 대환단 추격전.

푸저우시 전체를 엉망진창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사건의 클라이막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 난장판에 끼어들었던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대 몬스터 웨이브 전투라는 전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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