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95화 (99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95화>

‘시바시바시바!’

최후를 직감한 순간 김태희 대령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곧 결론을 냈다.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꼭 지켜야 할 것은 하나다.

이세기!

이세기는 절대 잡혀선 안 된다!

대환단은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이세기가 가진 정보!

-등급외 전투 예지 능력자 검은 폭풍 이세영 특임 소장님의 행방!

-재앙급 마수를 단숨에 침묵시킨 등급외 마력 각성자 이상한 꼬맹이!

이 두 사람의 정보는 절대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여기서 이세기를 빼낼 방법은 하나뿐이다.

김태희 대령의 시선이 강철혼과 최상급 정제 마석이 담긴 잡낭을 스쳤다.

강철혼을 폭주시켜 길을 뚫는다!

‘안녕이다. 이세기 새끼야!’

결심을 굳힌 김태희 대령이 강철혼을 폭주시키려는 순간.

앞서 달리는 이세기가 번쩍 고개를 들고 김태희 대령의 강철혼을 잡았다.

타다다다다닷-

그리고 방패 벽을 향해 미친 듯이 가속하며 외쳤다.

“내가 최후식이다! 정정당당히 붙자!”

* * *

“야! 이거 놔! 이대로 꼬라박으면 끝장이야!”

다급히 외치는 순간.

쿵쿵, 쿵쿵쿵-

강철혼의 맥동이 빨라지고, 전신의 각성력을 폭발하듯 치솟았다.

“이게 대체?! 뭐야! 너 지금 뭘 한 거야?!”

경악한 김태희 대령이 외치는 순간.

30. 27, 23, 20, 17, 15미터!

방패 벽과의 거리가 빠르게 가까워지고, 하나로 뭉친 각성력에 바람을 거슬러 달리듯 거센 저항이 느껴질 때.

천문석은 돌연 외쳤다.

“미안하다!”

“뭐? 야, 갑자기…….”

김태희 대령이 반문하는 순간 모든 게 순식간에 일어났다.

강철혼으로 밀려들어 오는 기이한 힘!

쾅-

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섬광이 눈앞을 스치고, 최상급 정제 마석 수십 개를 터트린 듯 아찔한 감각이 쏟아졌다!

찰나의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심상!

폐허가 된 잿빛 고성에 휘파람 소리를 닮은 바람이 불고 깃발이 올라간다!

쿵쿵, 쿵쿵쿵-

이 순간 강철혼의 맥동을 따라 전신에서 화산이 폭발하듯 끓어오르는 열기!

으아아아아-

가슴속에 이글거리는 열기를 모두 담아 외치는 순간.

쿠웅-

천문석은 땅을 짓밟으며 급정지, 강철혼을 잡은 손을 낚아챘다.

휘잉, 휘잉, 휘이이잉-!

김태희 대령의 몸과 캐리어가 공중으로 떠올라 빙글빙글 회전하며 무섭게 가속했다.

천문석은 다시 한번 외쳤다.

“미안하다!”

“야아아, 너어어 설마아아아?!”

경악한 김태희 대령의 외침이 길게 늘어질 때.

천문석은 일기일원공의 내력이 밀어 넣은 김태희 대령을 전력을 다해 방패 벽으로 던졌다!

인간 포탄처럼!

파아아아아앙-

“이세기이이! 미친 새끼야아아아-!”

* * *

파아아아앙-

김태희 인간 포탄은 순식간에 허공을 날아 방패 벽을 향해 떨어졌다.

파지지지지직-

하나로 합쳐진 각성력과 일기일원공의 내력이 충돌해 마력 불꽃이 우수수 쏟아지고!

“방패 가격!!”

거대한 외침과 함께 전열의 방패가 일제히 공중으로 향해 솟구쳤다!

까아아아아앙-

인간 포탄이 되어 날아간 김태희 대령은 방패 벽을 뚫기는커녕 홈런볼처럼 튕겨 나왔다.

맑은소리를 내며 튕기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마음속으로 외쳤다.

‘이세 미친 새끼! 이제 끝장이야! 시바시바! 이세기 새끼는 잡히면 안 되는데! 으아아-.’

이때 느껴졌다.

탁-

캐리어를 끌어당기는 힘!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리자 캐리어를 잡고 넘어질 듯 몸을 숙인 채 달리는 이세기가 보였다!

파팟, 파파파파팟-

이세기는 단숨에 공간을 뚫고 방패 벽을 향해 돌진했다.

“안 돼! 뒤로 돌아서 빠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에 걸리는 엄청난 힘!

김태희 대령은 다시 한번 인간 볼링공이 되어 던져지고!

천문석은 내력을 폭발시켜 전력으로 땅을 박차고 몸을 던졌다!

쓰으으으윽-

김태희 대령과 천문석은 방패를 하늘로 들고 있는 괴수 레이드 팀의 다리 사이로 미끄러졌다!

“……!”

“……!”

“……!”

수많은 대형 마수, 최상급 몬스터, 거대 괴수를 상대했던 레이드 팀의 의표를 찌르는 방법!

5열로 이뤄진 방패 벽이라고 해 봐야 깊이는 2미터 남짓!

천문석과 김태희 대령은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에 방패 벽 아래를 미끄러져 통과했다.

천문석은 잽싸게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미끄러지는 김태희 대령을 낚아채고 목표로 한 건물을 향해 전력 질주하며 외쳤다.

“야, 괜찮…….”

“이 새끼야! 내가 포탄이야?! 볼링공이야! 으아악! 이 또라이 새끼야! 미리 말했어야지! 그랬으면…….”

“…….”

천문석은 말없이 김태희 대령을 끌고 달리며 생각했다.

언제나 이럴 때마다 느끼곤 한다.

무림이나 지구나 사람은 다 똑같다는 것을.

이세기란 이름을 가르쳐 준 사람은 왜 하나같이 얼마 후 ‘이세기 이 새끼’라고 부를까?

어쩌면 이세기 녀석이 쌓은 업보가 너무 커서 그런 것은 아닐까?

분명 그럴 것이다.

무림 던전에서 이세기를 다시 만났을 때 상식적인 자신조차 ‘이세기 새끼야!’라고 똑같이 불렀으니까!

‘카캬카카캌-’

천문석은 마음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외쳤다.

“야! 어쩔 수 없었어! 의표를 찔러서 단숨에 빠져나와야 했어! 뒤에 봐! 덕분에 이렇게 안전하고 빠르게 빠져나왔잖아!”

천문석은 등 뒤를 가리켰다.

“……어?”

김태희 대령이 문득 고개를 돌리는 순간.

콰아아아앙-

좌우에서 펼쳐진 1, 2, 4, 5 각성자 그룹이 방패 벽과 충돌했다!

과연 괴수 레이드 팀이 세운 방패 벽!

방패 벽은 수백 명의 각성자가 충돌했는데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봤지? 이제 이 틈에 도망치면 된다!”

“어디로 도망쳐? 다 막혔는데?!”

“저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어느새 목표로 한 건물 앞 주차장이 나왔다.

단숨에 주차장을 가로질러 건물로 다가가는 순간.

“잡아라!”

“그물! 그물 던져!”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온 헌터들!

그러나 이미 예상한 상황!

쿵-

바닥을 짓밟고 도약!

휘익-

강철봉을 앞세워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촤르르륵-

활짝 펼쳐져 날아오는 마수 사냥용 강철 그물!

그러나 앞세운 강철봉이 빙글빙글 회전하고 뒤틀린 와류가 쏟아지자, 펼쳐진 그물은 허공에서 뒤엉켜 바닥에 떨어졌다!

쿵-

천문석은 뒤엉킨 그물을 밟고 훅 치고 들어갔다.

“야! 백업…….”

“바로 밀고 들어……!”

“방패! 방패로 밀…….”

외침이 끝나기도 휙, 휙- 뿌려진 손이 헌터들의 턱, 이마, 어깨, 배를 두들겼다.

닿은 장소는 달랐지만, 반응은 같았다!

감각을 무너뜨리는 구인창의 경력에 순간적으로 균형 감각을 잃고 비틀거린다!

으아아아아악-

이 순간 김태희 대령은 괴성을 지르며 캐리어를 휘둘렀다.

쾅, 쾅, 콰아앙-

헌터들은 사방으로 날아가고!

탓, 탓, 타타탓-

천문석은 강화 강철 격벽이 내려진 건물 입구로 뛰어들었다!

3미터 앞!

강철봉을 상단세로 들어 올리며 보법을 펼친다.

일보, 이보, 삼보!

느리게 더 느리게! 태산을 짊어진 듯 느리게 움직이는 보법, 둔보(鈍步)!

내력과 지기가 충돌한 힘을 둔보로 끌어올려 하늘의 중심, 천원을 향해 세운 강철봉에 담는다!

무공의 시작이자 끝!

마음에 그려지는 심상은 천인지(天人地)!

천기와 지기를 사람의 몸으로 끌어모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솟구치는 일격을 때려 박는다!

레이 실트의 무게가 변하는 강철봉으로!

천문석은 강철봉을 수직으로 내려찍었다.

파스스스스-

강철봉 안의 모래가 흐르는 순간 무게가 변화하고, 담긴 힘이 폭증한다.

강철봉과 입구에 내려온 강화 강철 격벽이 충돌하는 순간.

콰카카카캉-

무기를 내려치는 게 아닌 마치 공성추를 내려찍는 듯한 굉음이 터졌다.

강화 강철 격벽은 단숨에 찢겨 나가고 입구가 뻥 뚫렸다!

천문석은 입구로 뛰어 들어가며 외쳤다.

“바짝 따라붙어!”

텅 빈 1층 로비를 가로지르는 천문석.

“……!”

김태희 대령은 반사적으로 따라 달리면서도 연신 뒤를 돌아봤다.

헬스장 철봉으로 내려치는 순간, 강화 강철 격벽이 일격에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강화 강철이 일격에 찢겼다고?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차라리 태성 빌딩에서 문을 용접할 때처럼 검강을 사용했다면 납득했을 거다!

그런데 마력도 느껴지지 않는 강철봉을 휘둘러 강화 철판을 뚫었다!

이건 나무 막대기를 내려쳐 철근을 끊어 버린 것과 마찬가지!

각성력이나 이능의 종류를 떠나 말이 안 됐다!

‘이 녀석 진짜 정체가 뭐야?! 이게 가능한 일이야?! 설마? 이 녀석도 등급 외…….’

김태희 대령의 머릿속에서 의혹이 몰아치고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 때.

천문석은 비상계단을 찾았다.

“바로 옥상까지 올라간다!”

“야, 위에 막혔어! 갇히는 꼴이야!”

타다다다닥-

다급히 외쳤지만, 이미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오르고 있었다!

“하, 시바!”

김태희 대령은 캐리어를 번쩍 들고 정신없이 계단을 뛰어올랐다.

그리고 5층 건물 옥상.

쿠웅-

천문석은 문을 열고 옥상으로 나오는 순간 빙글 몸을 돌려 계단을 향해 외쳤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허억- 새끼야! 헠-기다려! 허엌- 캐리어!!”

숨을 몰아쉬며 번쩍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김태희 대령의 모습!

천문석은 더 빠르게 숫자를 셌다.

“여섯일곱여덟아홉!”

으아아악-

김태희 대령은 괴성을 지르며 몸을 날려 옥상 문을 지나 바닥에 널브러졌다.

쿵, 콰드드득-

천문석은 잽싸게 옥상 문을 잠그고 강철봉을 내려찍어 문틀을 우그러트렸다.

“헉, 허억- 야, 이 새끼야! 캐리어, 헉- 헌터 배낭! 치사한! 허억- 새끼야!”

숨을 몰아쉬며 울분을 터트리는 김태희 대령.

천문석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야, 그냥 숫자 센 거야! 내가 짐까지 대신 들어 주는 동료를 버릴 리 없잖아? 안 그러냐?! 카캬캌-.”

“헉, 이 새끼. 하, 시바 어쩌다가…….”

천문석은 바로 몸을 돌려 난간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숨 고르고 따라와라. 주위 확인할게!”

급하게 움직여 얻은 약간의 여유!

천문석 호흡을 고르며 주위를 훑었다.

이미 해는 완전히 넘어가 하늘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건물 주위는 수많은 불빛으로 환하게 밝혀졌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바다 한가운데의 작은 등대섬에 갇힌 것과 같다!

부앙, 부아아앙-

질주하는 장갑 SUV와 차량들!

두두두두둑-

무리 지어 달려오는 온갖 각성자들!

사면초가!

전후좌우 어디를 봐도 살기등등한 적들이 가득하다!

게다가 자신과 김태희 대령이 뚫고 들어온 강적들!

하나로 뒤엉켰던 레이드 팀과 정예 각성자들이 몸을 돌려 건물로 달려오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야! 이제 어떡할 거야? 계획이 뭐야?!”

어느새 숨을 고르고 달려온 김태희 대령의 외침.

천문석은 바로 북서쪽 강변을 훑어 목적지를 찾았다.

선착장!

눈에 내력을 실어 선착장을 훑자 곧 목표가 보였다.

고속 보트!

저 배를 타고 민장강 상류를 지나 마경으로 유인하면 된다!

“저기 선착장이 목적지다.”

천문석은 겹겹이 펼쳐진 저지선 너머 선착장을 가리켰다.

“뭐?! 야, 저기까지 어떻게 가려고?!”

“이렇게!”

천문석은 선착장을 가리킨 손을 움직였다.

목적지에서부터 거꾸로 동선을 그려낸다.

골목, 가로수, 베란다, 옥상, 지붕, 가스 배관, 주차된 트럭, 옥상, 지붕……!.

복잡한 경로를 그려 낸 손가락이 멈추고, 출발지를 가리켰다.

바로 아래!

자신과 김태희 대령이 서 있는 건물 옥상을!

천문석은 씩 웃으며 김태희 대령을 봤다.

“알겠지?”

“너, 설마?”

“맞아! 이 경로를 따라 선착장까지 달린다!”

“잠깐, 잠깐만……!”

“바로 이동한다! 뒤로 바짝 붙어 따라와라!”

“야, 잠깐 기다리라니까! 이 캐리어……!”

지금은 대화보다 움직일 때.

타다다다닥-

천문석은 난간 위를 달려, 가속 후 도약!

휘이이이잉-

단숨에 허공을 지나 옆 건물 옥상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다시 옥상을 달려 가속했다.

‘이대로면 놓친다!’

“하, 시바…….”

직감하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바로 뒤를 따라 달렸다.

으아아아아악-

잠시 후 방패 벽에 뒤엉켰던 각성자들이 문을 부수고 옥상으로 쏟아지는 순간.

북서쪽 저지선에서 울분에 가득 찬 외침이 들려왔다.

“시바, 시바! 으아악-.”

“잘한다! 더 크고 우렁차게!”

“이세기! 이 미친 새끼! 으아아악-!”

순간 옥상에 모인 삼합회, 레이드 팀, 보안팀 정예들은 흠칫 놀라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

“……!”

그리고 곧 미친 듯이 그 외침을 쫓아 달려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