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94화 (99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94화>

짙은 노을이 지는 강변.

왼쪽 민장강이 붉게 물들고, 오른쪽 도로 위로 자동차, 승합차, 장갑 SUV, 장갑 버스가 질주할 때.

천문석은 수만의 각성자들이 뒤엉킨 거대한 해일, 헌터 웨이브를 끌고 저지선을 뚫고 있었다.

예상과 달리 저지선을 3개 돌파했을 때도 웨이브에 꼬리를 잡히지는 않았다.

대신 강을 제외한 모든 방향에서 각성자들이 밀려왔다!

지금처럼!

“NTM_CHS!”

“최후식이다!”

“보물 고블린이 나타났다!”

“그물 준비해!”

“드디어! 기회가 왔다!”

“달려들지 마!”

“최후식, 이 녀석 잔머리가 미쳤다!”

……

“최후식 아니라고! 새끼야!”

외침과 동시에 레이 실트의 롱소드를 앞세워 저지선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

쿵, 쿵, 쿠웅-

세 번의 진각으로 끌어모은 내력을 강철봉에 담아 내려찍었다!

콰아아앙-

조잡한 바리케이드가 산산조각 나는 순간, 용수철처럼 튀어 나간다!

중요한 건 속도!

목표는 어깨 사이, 방패 사이, 펼쳐진 그물이 끊기는 곳!

작은 틈으로도 새어 드는 바람처럼 달린다!

원래라면 이런 막무가내 돌진은 바로 포위당하고 다굴을 맞았겠지만 걱정할 것 없었다.

으아악-

끄어어억-

등 뒤에서 쉴 새 없이 터지는 비명과 고함!

“으아악- 정제 마석! 최상급 정제 마석!”

미쳐 날뛰는 김태희 대령이 등 뒤를 지켜 주고 있었으니까!

하하하하-

안개처럼 몸 주위를 휘감은 초고농도 마력과 둥둥- 마력광을 퍼트리는 강철 건틀릿!

최상급 액화 정제 마석과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강철 건틀릿의 시너지는 엄청났다!

김태희 대령은 레일을 구르는 볼링공처럼 각성자들을 튕겨 내며 돌진했다!

태성 빌딩에서 한번 겪었던 템빨!

김태희 대령은 템빨로 각성자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덕분에 저지선을 연속으로 뚫고 있는데도 아직 뒤를 쫓는 휴먼 웨이브에 꼬리를 잡히지 않았다.

자신이 강철봉으로 헤집고, 이것을 김태희 대령이 날려 버린다!

이 간단한 조합을 고만고만한 조폭, 용역, 조직, 헌터들로는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저지선을 돌파할수록 돌진력이 죽고,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때 저지선이 끝나고 앞을 막은 자동차 바리케이드가 나타났다.

“됐다! 막혔다!”

“모두 돌진해!”

하아아앗-

이 순간, 기합과 함께 강철봉을 밀어 쳤다!

콰아아아앙-

자동차 바리케이드가 해일에 맞은 조약돌처럼 날아가고, 목표로 하던 장소가 보였다!

우거진 갈대밭!

타타타타탓-

단숨에 갈대밭으로 뛰어 들어가며 외쳤다.

“여기서 속도 조절할게, 호흡 조절해!”

파삭, 파사사삭-

높게 솟은 갈대밭을 달리며 호흡을 고를 때, 김태희 대령이 외쳤다.

“헉- 이대로면 잡혀. 허억- 저지선, 애들 수준이 올라가고 있다!”

김태희 대령의 말대로였다.

허술한 장애물이 아닌 제대로 된 장벽이 깔린 저지선이 튀어나오고.

상대하는 각성자 개개인의 실력과 조직력이 올라가고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부아아앙-

터질 듯한 엔진음과 함께 줄줄이 멈춰 선 장갑 SUV, 장갑 버스들에서 더 강하고 더 조직력이 끈끈한 각성자들이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다!

노을에 물든 시가지 하늘에서 저릿저릿한 기세와 투지가 솟구치고 있었다.

엉덩이가 무거운 방, 회, 문, 대형 조직, 대형 길드, 대기업, 다국적 기업!

지금 상대하는 고만고만한 각성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푸저우시의 진정한 강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예상한 일!

지금 뒤를 쫓는 각성자들은 자신이 대환단을 가진 최후식, NTM_CHS라고 믿고 있었다.

대환단은 뒷골목 비각성 헌터에서 대형 길드, 남중국 권력 피라미드의 정점인 헌터 군벌까지 모두가 원하는 물건!

당연히 고만고만한 실력의 조폭, 용역들만 움직일 리 없었다.

이상하게도 헌터 군벌, 군인들이 보이지 않고, 예상 보다 적들의 수준이 낮아 저지선을 계속 뚫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가벼운 종이도 수백 수천 장이 모이면 총탄조차 막아 내는 것처럼, 이대로 계속 저지선을 뚫고 달리면 결국 돌진력은 0, 제로가 된다.

그리고 적 한가운데서 멈춰 서면 결과는 하나뿐이다.

수만 명의 다굴을 맞는 것!

다수의 적과의 난장판 개싸움은 자신의 특기지만 엉덩이 무거운 강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고만고만한 각성자들에게 발목이 잡혔을 때 강자들이 들이닥치면?!

[천문석, 김태희 대령 vs 레이드 팀, 보안팀, PMC, 정예 각성자]

천문석은 재빨리 머릿속으로 전투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진흙탕 개싸움과 도망치는 건 자신의 특기!

게다가 제대로 템빨을 세운 김태희 대령도 있었다!

어떻게든 강자들을 뚫고 빠져나가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저지선을 뚫고 안정화 권역 밖 마경으로 가는 건 불가능!

건물과 도로, 빌딩이 복잡하게 뒤엉킨 시가지로 튀어야 한다!

하지만 시가지로 숨어들면 도시 전체가 들쑤신 벌통처럼 변한다.

자신이 남중국에 온 건 도시를 난장판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경석을 찾기 위해서다.

푸저우시 전체가 난장판이 돼 버리면 한경석의 흔적을 추적하는 마혁진에게 제동이 걸린다!

생각은 길었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시가지는 안 된다. 무조건 마경으로 유인해야 한다!’

“야! 이제 곧 갈대밭 끝나! 계속 이렇게 정면으로 뚫을 거야?! 이대로면 뒤에서 밀려오는 놈들한테 따라잡혀!”

김태희 대령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오는 순간, 생경한 환호성이 들려왔다.

“……!”

우와아아아아아-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민장강 위에 모인 배들이 보였다!

작은 어선에서 커다란 유람선까지!

갑판 위에 늘어선 승객들이 난장판이 된 강변을 구경하며 환호하고 있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저거다!’

순간 머릿속에 섬광이 번뜩이고, 찰나의 순간에 계획이 수정됐다.

저지선이 겹겹이 펼쳐진 강변!

들어가는 순간 한경석 추적이 힘들어질 시가지!

자신과 적들 모두 신경 쓰지 않은 제3의 길, 자연의 방벽, 민장강!

배를 타고 민장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도시 밖 마경으로 유인하는 거다!

천문석은 재빨리 눈에 내력을 모으고 기감을 퍼트려 갈대밭 너머를 훑었다.

-자동차, 잡동사니 장애물이 쌓인 저지선.

-등 뒤에서 밀려오는 거대한 각성자의 해일.

-도로를 질주하는 장갑 SUV와 장갑 버스들.

-멈춰 선 장갑 버스에서 와르르 쏟아져 나오는 정예 각성자.

-진형을 이루는 정예 각성자들 뒤로 줄줄이 늘어선 건물들.

-늘어선 건물을 지나 저지선 너머 멀리 보이는 선착장.

그리고 이 선착장에 남아 있는 보트!

‘이거다!’

머릿속에 팟- 섬광이 번쩍이고, 단숨에 동선이 그려졌다.

저지선을 넘어 선착장까지 줄줄이 늘어선 건물.

이 건물로 올라가 옥상, 지붕을 타고 달리면 저지선 너머 선착장으로 갈 수 있다.

민장강을 거슬러 오를 보트가 있는 선착장으로!

그러기 위해선 건물 앞에서 진형을 만들고 있는 정예 각성자들을 뚫어야 한다!

지금껏 상대한 헌터, 조폭, 용역과는 차원이 다른 강자들을!

하지만 어차피 이대로 저지선을 뚫다 보면 싸울 상대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쪽에서 먼저 돌파한다!

“야! 계획 수정한다! 내 뒤에 바짝 붙어!”

“계획 수정? 야, 뭔데? 우선 설명부터……!”

“설명할 시간 없다!”

파사사사삿-

천문석은 즉시 방향을 바꿔 갈대밭을 달렸다.

도로 방향!

진형을 짜고 있는 정예 각성자들을 향해서!

정예 각성자 그룹은 모두 다섯!

‘가장 만만한 녀석들을 찾아야 한다!’

파파파파팟-

시각, 청각, 직감을 총동원해 다섯 그룹을 견주며 달렸다!

“야, 야! 그쪽 아냐! 거기 애들은 강변 저지선 펼친 애들이랑 차원이 달라! 제대로 된 각성자들이라고!”

천문석은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리며 바로 외쳤다.

“야, 나 믿어! 나한텐 계획이 있다!”

천문석은 한달음에 갈대밭을 가로질러 텅 빈 공터로 뛰어나와 돌진했다.

그러나 모든 감각을 총동원했지만, 다섯 그룹 중 누가 제일 만만한지는 감이 안 왔다.

“야, 어디야! 어디로 돌파할 거야?!”

“가운데! 중앙을 돌파해 의표를 찌른다!”

천문석은 눈을 딱 감고 그냥 찍었다!

* * *

파파파파파팟-

갑자기 갈대밭에서 튀어나와 미친 듯이 달려오는 두 사람.

진형을 짜던 삼합회는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보며 서로에게 물었다.

“저 녀석들 뭐야?”

“혹시 우리 조직원이냐?”

“우리가 아니라 옆에 애들한테 가는 것 같은데요?”

“옆? 푸젠 길드 레이드 팀?”

문득 옆으로 고개를 돌릴 때 정신이 번쩍 드는 외침이 들려왔다.

“최후식!”

“NTM_CHS가 도로로 도망친다!”

“대환단! 대환단이 도망친다!”

순간 질주하는 헌터 입에서 터져 나온 외침!

“새끼들아! 몇 번을 말해! 대환단 없다니까!”

최후식이다!

대환단을 가진 최후식이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이 순간 진형을 짜던 정예 각성자!

삼합회, 대형 길드 레이드 팀, 대기업 보안팀, PMC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그중에서도 최후식이 정면으로 달려오는 푸젠 길드 레이드 팀이 가장 기민하게 움직였다,

앞으로 달리고 뒤로 빠진다.

각성자 전원이 찢어지듯 둘로 나뉘었다.

쿵쿵, 쿵쿵쿵-

전열의 각성자들이 발을 구르며 어깨를 붙이는 순간.

타다다다다닷-

후열의 각성자들은 동료의 무장 벨트를 잡고 등을 받쳤다!

쾅, 콰아앙-

이 순간 등 뒤에 숨겨진 방패가 튀어나와 땅을 내려찍었다!

순식간에 방패로 이뤄진 방패 벽이 세워지고!

각성력이 담긴 발 구름과 방패 찍기에 대지가 북처럼 진동하고, 폭발하듯 터져 나온 각성력이 하나로 합쳐졌다!

“……!”

천문석은 바로 알아봤다.

대형 마수와 최상급 몬스터의 돌진조차 되돌려 순삭시키고!

거대 괴수의 물리력, 반발장조차 막아 내는 레이드 방패 벽이다!

자신이 찍은 3번째 그룹은 대형 길드 레이드 팀!

그것도 거대 괴수 사냥이 가능한 괴수 레이드 팀이었다!

‘하필 찍어도 저기를!’

절로 분통이 터지는 상황.

그러나 천문석은 내색할 수 없었다.

“시바! 저거 괴수 레이드 팀이잖아! 미친놈아 저건 못 뚫어!”

김태희 대령이 자신 대신 분통을 터트렸고.

1, 2, 4, 5! 좌우의 다른 그룹도 이미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어떻게든 저 방패벽을 뚫어야 한다!

머릿속에서 파파팟- 섬광이 튀고 잔머리가 돌아갔다.

70, 60, 50미터!

천문석이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릴 때 방패 벽과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지고!

강 대 강!

개인과 집단의 기세와 기세, 각성력과 내력이 충돌해 대기가 요동쳤다!

우르르르르릉-

이 순간 김태희 대령은 이세기의 뒤를 따라 달리며 마음으로 외쳤다!

‘이세기, 이 미친 새끼!!’

강변에 깔린 조잡한 저지선,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각성자들과 지금 정면으로 돌진하는 방패 벽을 세운 괴수 레이드 팀은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괴수 레이드 팀 좌우로 펼쳐진 네 무리의 각성 헌터들!

경량 강화 전투복과 충격봉, 그물 총!

익숙하게 조별로 뭉쳐 전투 공간을 만들고 있다!

국가 헌병대 연대장으로 수없이 던전 노역장에 처박은 녀석들!

광역 폭력조직의 정예!

베테랑 헌터 출신 보안팀!

마수와 몬스터가 아닌 각성자 사냥에 특화된 녀석들이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건 중앙의 방패 벽이다!

방패를 세우고 어깨를 붙인 1열!

무장 벨트를 잡고 등을 받친 2, 3, 4, 5열!

100여 명의 헌터들의 기세와 각성력이 하나로 합쳐져 벽을 이뤘다!

거대 괴수 레이드 팀의 제대로 된 방패 벽!

저 방패 벽은 간이 방벽 저지선, 장갑 버스 차 벽과는 차원이 달랐다.

질주하는 장갑 버스를 꼬라박아도 뚫리기는커녕 돌진한 장갑 버스가 돌아온 반발력에 과자처럼 으스러져 나간다!

아무리 이세기라고 해도 정면으로 충돌하는 순간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꼴이다.

결말은 뻔했다.

방패 벽에 붙잡힌 상태에서 각성력이 말라 버릴 때까지 좌우 조폭, 보안팀에게 일방적인 다구리를 맞다가 사로잡힌다!

그러나 이미 몸을 돌리기에는 늦었다.

방패벽 좌우에 자리한 1, 2, 4, 5, 그룹!

각성자 사냥에 특화된 놈들이 그물을 던지듯 좌우로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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