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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91화 (99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91화>

“시바…….”

“뭐, 시바? 설마! 큰 그림 아닌 거야? 계획 틀어졌어? 우리 좆된 거야?!”

경악한 김태희 대령.

천문석은 재빨리 웃음부터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이 모든 것을 예상한 것처럼!

“당연히 아니지!”

그리고 확신을 담아 외치고 잽싸게 머리를 굴렸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지금 자신과 동료들은 강변 공원 수풀 속에 숨은 상태.

문득 시선이 돌아가고 주위 광경이 뇌리에 새겨졌다.

왼쪽, 노을 지는 민장강이 흐르고.

뒤, 한참이나 거리를 벌린 휴먼 웨이브가 밀려오며.

오른쪽, 강변 구역 너머 도로 부아앙- 온갖 자동차들이 미친 듯이 질주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

간이 장벽과 바리케이드를 펼치는 용역, 조폭, 조직, 헌터, 보안…… 군벌을 뺀 각성자들이 저지선을 만들고 있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군벌은 왜 안 보이지?!’

불쑥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전후는 저지선과 휴먼 웨이브.

좌우는 민장강과 질주하는 자동차.

전후좌우 사방이 막혔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렇다!

지금 자신과 파티마, 김태희 대령은 사면초가 상황이었다!

‘아니 푸저우시 각성자들은 다 끌고 달렸는데 왜 이렇게 된 거야?!’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바로 머릿속에 답이 떠올랐다.

두 가지를 놓쳤다!

휴먼 웨이브는 몬스터 웨이브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지금 이곳은 마경이 아닌 안정화 권역 안이라는 사실을!

어그로가 끌리면 맹목적으로 달리는 마수, 몬스터와 달리, 사람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곳은 마경이 아니라 그 생각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푸저우 시가지였다.

시선이 뒤에서 앞으로 움직였다.

밀려오는 각성자의 해일.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눈앞에 겹겹이 펼쳐진 저지선.

어그로가 끌린 각성자들은 문득 생각했다.

‘잠깐 왜 이렇게 뒤엉켜서 뒤를 쫓고 있지? 그냥 차를 타고 도로를 이동해 도망치는 최후식 앞을 막으면 되는 거 아냐?’

마경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생각이다.

그러나 이곳은 마경이 아닌 안정화 권역, 생각을 현실화할 자동차가 널렸고 뻥 뚫린 도로가 있는 푸저우 시가지였다!

각성자들은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달려 앞을 막는 데 성공했고.

그 결과가 포위된 채로 강변 공원 수풀 속에 숨어 있는 자신과 김태희 대령, 파티마 셋이다!

지금 가야 하는 방향은 정면뿐.

하지만 산책로는 이미 완전히 막힌 상황!

쾅쾅쾅-

강변 곳곳에 대 몬스터용 간이 방벽이 세워지고!

부아아앙-

도로에서 내려온 자동차, 승합차, 버스가 성벽처럼 줄줄이 주차되고 있다!

1, 2, 3, 4, 5!

얼핏 보이는 것만 5중 저지선!

강변뿐만이 아니었다!

강변 구역과 맞닿은 골목과 건물들. 인도와 도로 가리지 않고 모든 장소에 각성자들이 깔리고 있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수없이 난장판에서 구른 촉이 움직였다.

3번째 저지선을 뚫는 게 한계다!

그 순간 뒤에서 밀려오는 휴먼 웨이브에 삼켜지고, 너무나 불합리한 난장판 개싸움이 벌어진다!

[천문석, 파티마, 김태희 vs 푸저우시 각성자 전원!]

저울이 기울어지다 못해 박살 난, 절로 분통이 터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

‘하, 시바! 뭐가 이따위야!’

눈앞이 깜깜해지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 잔뜩 억누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야! 이것도 계획 맞지?! 우리 좆된 거 아니지?! 계획이 뭐야?! 시바 최상급 정제 마석 4개가 깨뜨렸다고! 뭐라고 말 좀 해 봐!”

하하, 하하하-

“그만! 야, 웃는 건 그만하고 계획을 말하라니까!”

김태희 대령의 빡친 외침 뒤로 들려오는 한숨 소리.

하아아-

‘파티마?’

문득 돌아보는 순간 파티마의 눈에 담긴 황당함과 어이없어 하는 감정이 생생히 느껴졌다.

스승으로서의 권위, 부사장으로서의 위엄이 실시간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생각해라! 생각해! 방법을 생각해!’

천문석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다시금 주위를 돌아봤다.

뒤는 휴먼 웨이브!

오른쪽 도로는 질주하는 차!

앞은 겹겹이 펼쳐지는 저지선!

막히지 않은 곳은 도도히 흐르는 민장강뿐이다!

‘하, 시바! 초절정이면 그냥 강을 달려서 건너면……!’

순간 번쩍 정신이 들었다.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지 않아 수상비를 펼치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초절정의 무인이 있었다!

바람검 파티마 알사우드!

천문석은 바로 확인했다.

“파티마! 너 수상비 되지?!”

“……네?”

반 박자 늦게 돌아오는 대답.

천문석은 바로 자세히 설명했다.

“수상비, 등평도수, 일위도강! 강 위로 달리는 거 말이야! 나랑 얘 둘 데리고 저 민장강 달려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거 가능하지?!”

김태희 대령이 깜짝 놀라 외쳤다.

“뭐? 물 위를 달린다고?! 얘가?! 그게 가능한 거야?!”

“하! 당연하지! 얘가 초절정이야 초절정!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경지, 초인경의 시작!”

“초절정? 무공 각성자들이 말하는 경지?! 영화도 아니고 진짜로 그런 게 된다고?!”

“당연하지! 초인경 정도 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냐!”

“와, 와! 뭐야?! 그런 게 있으면 빨리 말해야지! 좆된 줄 알았잖아!”

“난 항상 계획이 있다니까!”

“미안, 내가 좀 많이 속아서.”

카캬카카캌-

하하하하핰-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리는 이세기와 김태희.

“…….”

파티마는 뭐라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수상비(水上飛)?

등평도수(登萍渡水)?

일위도강(一葦渡江)?

검의 스승을 찾아 원 대륙을 여행할 때도 전설에서나 나오던 경지다!

‘사람이 배도 아니고 어떻게 물 위를 달린단 말인가?!’

“야! 빨리빨리 움직이자! 뒤에 가까워지고 있어!”

“치와와! 원래 이런 건 준비가 필요한 거야! 좀 기다려 봐!”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

어이없게도 두 사람은 자신이 당연히 물 위를 달릴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파티마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물 위를 달리다니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잖아요.”

파티마가 단호히 고개를 젓는 순간.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툭 쳤다.

“야, 장난하지 말고.”

“장난 아닙니다.”

“…….”

천문석은 짧은 침묵 후 다시 확인했다.

“……등평도수 안 된다고?!”

“안 됩니다.”

“물 위를 달리는 것도 안 되고?”

“네, 안 됩니다.”

“너 검에 바람을 담아 휘둘렀잖아?”

“네, 그랬죠.”

“검강도 썼잖아?!”

“네, 검강은 잠시지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물 위를 달리는 건 안 된다고?”

“당연히 안 되죠.”

‘아니, 지금 이게 무슨 말이야! 검강이 되는데 수상비가 왜 안 돼?!’

천문석은 참을 수 없는 황당함에 외쳤다.

“야, 검강이 되는데 수상비, 등평도수가 왜 안 돼?! 말이 안 되잖아?!”

“당연히 말이 되죠! 사람이 물 위를 어떻게 달려요?!”

“야, 이게 뭐야? 안 된다잖아!”

“하아아-.”

버럭 소리치는 김태희 대령.

한숨 쉬며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파티마.

‘아니, 초절정의 경지인데 능공허도도 아니고 등평도수가 안 된다고?!’

“너 바람검이잖아! 무공의 본(本), 형(形)과 의(意)가 바람! 게다가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 바람에 뜻이 닿았는데 물 위를 뛰는 게 안 된다고?!”

“네. 안 됩니다.”

파티마가 단호히 대답하는 순간.

김태희 대령이 잽싸게 끼어들었다.

“잠깐! 이세기! 너도 초절정 경지 아냐?! 그냥 네가 우리 데리고 물 위로 뛰면 되잖아?!”

“……!”

“……!”

파티마와 김태희 대령의 눈이 번뜩였다.

자신도 가능하면 당장이라도 그러고 싶었다.

그러나 수상비를 펼치려면 초절정의 벽을 넘어야 하고.

자신이 초절정의 벽을 넘으려면 천강흔 랜덤 박스를 열어야 한다!

XXX등급 천마신공 당첨 확률 99%의 천강흔 랜덤박스를!

“아니, 그게 사정이 있어서 내가 당장 할 수가…….”

“야, 그럼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되는 거 아냐?!”

“……!”

그렇다! 모르면 가르쳐 주면 된다!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으면 조건은 이미 갖춰진 것!

수상비에 특별한 내공이나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다!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이 요령만 알면 바로 펼칠 수 있었다!

“그렇지! 내가 요령을 가르쳐 줄게! 너라면 바로 할 수 있을 거다!”

“네? 수상비가 요령을 알면 바로 된다고요?!”

깜짝 놀란 파티마의 외침.

“당연하지! 이거 내가 아는 녀석은 꼬맹이인데도 반쯤 성공했다니까!”

천문석은 빠르게 설명을 이었다.

“내력의 움직임은 신경 쓸 거 없어.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으면 내력은 결국 마음을 따르니까. 중요한 건 마음! 온 마음을 다해서 ‘가볍다, 나는 물에 뜰 정도로 엄청 가볍다!’라고 생각하면서 달리면 된다. 이렇게!”

허공에 들린 양손이 마치 걸어가듯 번갈아 앞으로 나아갔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

“……!?!”

김태희 대령과 파티마의 얼굴이 혼란스럽게 변했다.

천문석은 두 사람의 생각이 들여다보듯이 짐작됐다.

‘뭐야, 이 새끼가 지금 장난하냐?!’

“야, 당연히 이게 끝 아니지! 제일 중요한 핵심 요결, 요령이 남았어!”

“역시! 새끼야 깜짝 놀랐잖아! 그거부터 말해야지!”

“……!”

김태희 대령이 버럭 소리치고 파티마의 눈이 반짝이는 순간.

천문석은 수상비, 등평도수의 핵심 요결을 최대한 쉽게 풀어 설명했다.

“수상비, 등평도수의 핵심 요령은 간단하다!”

“왼발이 빠지기 전에 오른발을 앞으로 내디디고!”

“오른발이 빠지기 전에 다시 왼발을 앞으로 내디딘다!”

“기억해라!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이다!”

“물수제비가 수면 위로 튕기며 나아가듯이!”

“탓탓, 탓탓탓- 발이 빠지기 전에 미친 듯이 달려가면 된다!”

“앗! 강을 향해 뛸 때 온 마음을 담아 외치면 도움이 될 거야!”

“할 수 있다!”

설명을 마친 천문석은 바로 확인했다.

“어때? 감이 오지? 바로 한번 해 볼까?”

* * *

“…….”

“…….”

사면이 포위된 강변 공원 수풀 속에 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김태희 대령이 입을 열었다.

“끝?”

“어 끝. 될 거 같지?”

하아아-

파티마의 땅이 꺼질듯한 한숨.

“……!”

휘청이다 머리를 부여잡는 김태희 대령.

“우리는 망했어 망했다고! 빌어먹을! 쫓아오는 게 아닌데…… 으으으윽-.”

두 사람의 반응을 보는 순간 바로 감이 왔다.

‘이 녀석들 또 구라를 친다고 생각하는구나?!’

하지만 이번엔 100% 진짜였다!

자신은 이 요령으로 등평도수, 능공허도, 천상제까지 줄줄이 성공했고!

전생의 이세기도 한번 듣고 첫 시도에 물 위를 달리고, 2, 3번 연습하고는 바람을 타고 허공을 미끄러지더니, 하루 뒤에는 일진광풍이 되어 몰아쳤다!

초절정의 경지에 닿았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핵심은 가벼운 것은 뜨고 무거운 것은 가라앉는다는 것!

그렇다면 잡을 수 없는 바람보다 가볍고 대지를 짓누르는 태산보다 무거운 것은 무엇인가?

일체유심조, 오직 마음!

초절정, 초인경의 시작은 그 마음에 천지만물이 감응한다!

그렇기에 초절정에 오른 무인은 물을 밟고 달리고, 허공을 딛고 오르며, 바람을 타고 몰아칠 수 있다!

천문석은 진심을 담아 다시금 말했다.

“야, 우선해 봐! 이거 진짜 된다니까! 나도 예전에 이 방법으로 강 위로 달렸고! 내 친구도 한 번에 성공했어! 이세기란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이거 진짜로 엄청난 무리를 풀어 설명한 거야! 수상비 아니, 모든 경신법의 핵심 요결 맞다!”

순간 파티마와 김태희 대령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이세기가 이름을 걸고 맹세했다!’

직접 싸워 봤기에 너무나 잘 알았다.

사기, 잔머리, 계략, 선동의 달인이지만, 이세기의 실력은 진짜였다!

각성력과는 다른 기이한 힘을 다루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 기술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했다.

‘혹시……?’

‘설마……?’

마음속에 ‘이것도?!’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김태희 대령과 파티마는 동시에 말했다.

“실패하면?”

“실패하면?”

“걱정 마라! 나에겐 언제나 플랜 B, 대응책이 있으니까!”

“그리고 원래 이건 초절정이면 숨 쉬듯이 당연히 되는 거야!”

“자 얼른 연습 한번 해 보고 바로 강 너머로 튀자!”

“앗 잠깐 내가 내력 넣어 줄게! 이게 감을 잡을 때 도움이 될 거야!”

천문석은 말을 쏟아 내고 일기일원공에 심상을 담아 파티마의 몸에 밀어 넣었다.

탓탓, 타타타탓- 강물 위로 수백 번 물수제비 튕기는 돌멩이의 심상을!

그리고 모든 것은 빠르게 진행됐다.

은밀히 강변 공원 끝으로 이동!

천문석과 김태희 대령은 수풀에 대기.

파티마는 민장강을 향해 달렸다.

휘이이잉-

한 줄기 바람처럼 단숨에 공간을 뛰어넘어 민장강에 닿았다.

파티마는 주저하지 않고 탁한 강물을 향해 몸을 날리며 외쳤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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