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90화>
천문석은 마혁진, 칠성파 잔당을 뒤로하고 휴먼 웨이브를 끌고 달렸다!
콰카카카카캉-
단숨에 쇼핑몰을 지나자 보이는 1차 목적지!
도도히 흐르는 자연의 방벽, 민장강!
“야! 어디까지 달릴 거야? 앞에 강이야!”
“뒤!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김태희 대령과 파티마의 외침이 들려오는 순간 바로 외치는 천문석.
“강 바로 앞까지 달려야 해! 내가 후미! 너희가 선두!”
천문석은 외침과 동시에 속도를 확 죽였다.
앞으로 튀어 나가는 파티마와 김태희 대령.
뒤로 쳐지는 천문석.
역삼각형이 그려지는 순간, 등 뒤에서 데일 듯한 열기가 훅 날아오고 대지는 지진이라도 난 듯 요동친다!
50, 40, 30, 20미터!
당장이라도 삼켜질 듯 빠르게 줄어드는 거리!
그리고 앞뒤로 10미터!
눈앞의 민장강과 등 뒤의 헌터 웨이브 사이가 닿을 듯이 가까워지는 순간.
“지금이다!”
천문석은 땅을 짓밟으며 외쳤다.
“북서쪽! 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간다!”
쿠우웅-
땅을 박차는 순간, 90도 수직으로 꺾어!
다다다다닥-
전력을 다해 미친 듯이 가속한다!
천문석 뒤로 김태희 대령과 파티마가 따라붙고, 각성자의 인파가 거대한 해일이 되어 밀려왔다!
그러나 개인과 수만 명의 집단은 그 움직임이 전혀 달랐다!
천문석과 김태희 대령, 파티마 셋이 방향 전환해 강을 타고 달릴 때.
각성자의 파도는 제방으로 밀려오는 파도처럼 민장강과 충돌했다.
으아아악-
“멈춰! 앞에 강이야!”
“밀지 마! 새끼들아! 강이라고!”
줄줄이 강으로 떨어지는 각성자들!
강변은 순식간에 비명과 고함이 쏟아지는 난장판이 됐고, 인파는 휴먼 웨이브란 말 그대로 제방에 부서진 파도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기세가 꺾이고 속도가 죽었다!
이때 강변을 달리는 천문석 일행의 앞에 밀집한 백여 명의 헌터들이 있었다.
‘머뭇거리면 꼬리를 잡힌다!’
“뚫고 나간다!”
천문석은 외침과 동시에 주저하지 않고 뛰어들었다.
“최후식!”
“여기서 잡는다!”
“최후식이 여기 있다!”
밀집한 헌터들이 반사적으로 손을 뻗고 몸을 날려, 붙들고 늘어지는 순간.
앞세운 강철봉을 틈에 찔러 넣어 공간을 만들고!
쿵쿵, 쿵쿵쿵-
번갈아 내딛는 왼발과 오른발을 축으로 좌우로 회전해 밀고 나아갔다.
쓰슥, 쓰스슥-
천문석은 뱀이 풀숲을 기어가듯 밀집한 헌터들 사이로 공간을 만들어 빠르게 전진했다.
그러나 추적자 중에도 베테랑 헌터는 있었다.
“공간을 지워야 한다!!”
“멈춰! 움직이지 말고 밀어!”
“잡으려고 하지 마! 그냥 공간만 지워!”
제대로 된 판단이었다.
공간이 사라지면 돌진력이 죽고 돌진력이 죽으면 멈추게 된다.
헌터들 한가운데서 멈추면 끝없이 이어지는 다굴을 맞게 된다.
아무리 단단한 강화 강철이라도 계속 두들기면 결국은 깨지는 법!
하지만 천문석은 혼자가 아니었다.
하아아앗-
바람처럼 밀고 들어와 내력이 담긴 장대 빗자루를 내지르는 파티마!
“야, 이 미친! 너 왜 여기로 돌진하는데! 시바! 정제 마석! 으아악-.”
강철 건틀릿으로 무언가를 깨트리더니 미친 치와와처럼 돌파하는 김태희 대령!
두 사람이 천문석이 만든 공간으로 밀고 들어와 등 뒤를 받쳤다!
빵빵, 빠아앙-
파티마의 장대 빗자루에서 쏟아진 바람에 밀집한 헌터들의 균형 감각이 흔들리고!
쿵쿵, 쿵쿵쿵-
김태희 대령의 강철 건틀릿이 균형 감각이 흔들린 헌터들을 미친 듯이 쥐어박았다!
공간을 없앤 것이 오히려 독이 된 상황!
피할 공간이 사라진 헌터들은 정신없이 두들겨 맞았고 비명과 괴성, 굉음과 폭음이 끝없이 이어졌다.
선두의 천문석과 후미의 파티마와 김태희 대령, 셋은 밀집한 헌터들을 빠르게 뚫고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 돌진력이 부족하다!’
직감하는 순간 천문석은 속도를 줄이고 내력을 모았다.
등 뒤로 가까워지는 파티마와 김태희!
‘7, 6, 5, 4, 3미터!’
김태희 대령, 파티마와 삼각 진형을 이루는 순간.
천문석은 모았던 내력을 단숨에 터트려, 폭발적으로 가속했다!
“바짝 붙어! 가속한다!”
김태희 대령과 파티마 모두 수없이 전투를 겪은 베테랑!
외침을 듣는 순간 무엇을 해야 할지 바로 감을 잡았다.
천문석이 강철봉을 앞세워 밀고, 후리고, 때리고, 낚아채 던지는 순간.
으아악-
김태희 대령은 각성력을 쥐어짜 살아 있는 것처럼 맥동하는 강철혼에 담고!
하아앗-
파티마는 남은 내력을 모조리 끌어모아, 장대 빗자루로 검로를 펼쳤다!
천문석, 김태희 대령, 파티마!
삼각 진형을 이룬 세 사람은 레일을 구르는 볼링공이 되어, 밀집한 헌터들을 볼링핀처럼 깡깡- 튕겨 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
대나무를 가르는 칼처럼 밀집한 헌터들을 뚫고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밀집한 헌터들을 완전히 관통하는 순간, 탁 트인 민장강과 밀집한 헌터들을 뚫은 이유가 나왔다.
텅 빈 강변 산책로!
민장강 북항을 지나 안정화 권역 밖 마경까지 쭉 뻗은 도주로가 나왔다!
* * *
말할 필요도 없었다.
천문석, 김태희 대령, 파티마 셋은 한달음에 강변 산책로로 뛰어들어 미친 듯이 달렸다.
“됐어! 이 산책로를 따라 쭉 달리면 목적지까지 갈 수 있어!”
천문석은 외침과 동시에 힐끗 뒤를 살폈다.
“최상급 정제 마석! 으아악-.”
괴성을 지르며 캐리어를 끌고 달리는 김태희 대령.
후우, 하-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내력을 갈무리하는 파티마.
아침부터 지금까지 정신없이 구른 두 사람 모두 체력이 확 깎여 나간 상태.
게다가 방금 폭발적으로 가속해 밀집한 헌터들을 뚫으며 각성력과 내력이 확 깎였다.
당연히 속도가 죽은 상태!
천문석은 속도가 죽은 두 사람 뒤로 시선을 돌렸다.
두두두두두둥-
지진이 난 듯 땅이 요동치고 자욱한 먼지와 기세가 폭발적으로 치솟는다!
민장강에 막혀 난장판이 됐던 휴먼 웨이브가 강변 공원에 밀집했던 헌터들을 삼켜 버리고 밀려오고 있다.
산사태가 밀려오는 듯한 엄청난 위압감!
게다가 체력과 각성력, 내력이 깎여 속도가 죽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는 휴먼 웨이브가 두렵지 않았다.
‘거리가 점점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휴먼 웨이브는 민장강에 막히면서 크게 기세가 죽었고, 강변 공원에 밀집한 헌터들을 삼키며 다시 한번 기세가 죽은 상태!
반면 자신과 김태희 대령, 파티마. 셋은 뻥 뚫린 강변 산책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카캬카카캌-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리며 머리를 굴려 돌아가는 상황을 점검했다.
앞에는 목적지인 마경까지 뻥 뚫린 강변 산책로가 놓였고!
뒤를 쫓는 휴먼 웨이브와는 거리가 점점 벌어지는 상황!
그냥 무작정 도망치는 것 같지만, 이건 고도의 전술적 판단에 의한 행동이었다!
이번 남중국 미션에서 움직이는 팀은 모두 셋!
-각성자들을 유인해 달리는, 자신과 파티마, 김태희 대령.
-한경석의 흔적을 추적하는, 마혁진과 칠성파 잔당들.
-정보를 분석 한경석의 위치를 특정할, 진교은과 백업팀.
마혁진과 칠성파 잔당들이 재수 없게 휴먼 웨이브에 휩쓸렸다는 게 문제지만.
이 녀석들은 이상 던전의 난장판에서 개같이 구르고 구르고 또 구르면서도 한 명의 낙오 없이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다.
연속된 불운, 사건·사고에 정신없이 구르며 단련된 인재들!
휴먼 웨이브에 휩쓸린 정도로 다치거나 포기할 정도로 나약하지 않았다!
마혁진은 이를 갈며 쇼핑몰, 호텔, 유람선 투어를 따라가며 한경석의 흔적을 추적하고.
이렇게 모인 정보는 서울에서 대기 중인 진교은과 백업팀에 전해지게 된다.
결국, 시간문제일 뿐!
진교은과 백업팀은 한경석의 동선과 위치를 특정할 것이다!
이제 자신과 동료들이 할 일은 심플했다!
휴먼 웨이브를 푸저우시 안정화 권역 밖 마경으로 유인.
마경에서 잽싸게 꼬리를 끊고, 텅텅 빈 푸저우시로 돌아와서.
진교은과 백업팀이 한경석의 위치를 특정할 때까지 숨어 있으면 된다.
칠성파 마혁진이 만든 철검장의 비밀거점에서!
그리고 백업팀이 한경석 위치를 특정하는 순간 경석이를 픽업하면 미션 클리어!
바로 한경석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면 된다!
‘완벽하다! 모든 게 계획대로 되고 있다!’
카캬카카캌-
천문석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외쳤다.
“이번 일 오늘 안에 모두 끝낸다! 카캬카캌-.”
김태희 대령은 앞서 달리는 이세기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감탄했다.
‘와, 저 미친 새끼!’
해일처럼 밀려오는 수만 명의 각성자를 유인한다는 말에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세기는 해냈다!
앗! 하는 순간 사람을 홀리는 말빨!
근원을 알 수 없는 기이한 각성력과 미친 잔머리!
태성 빌딩에서 자신이 당했던 잔머리가 지금 다시 펼쳐졌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각성자의 인파를 민장강과 충돌시키고.
그 틈에 밀집한 헌터들을 돌파해 텅 빈 강변 산책로를 달리고 있다!
어느새 뒤를 쫓는 각성자의 해일과의 거리는 점점 벌어지는 상황!
김태희 대령도 국가 헌병대 연대장.
이세기가 달리는 방향만 봐도 무슨 생각인지 짐작이 갔다.
민장강 상류, 북서쪽!
푸저우 게이트 안정화 권역 밖 마경으로 이 인파를 유인할 생각이다!
CCTV가 곳곳에 깔리고 어디를 가든지 눈이 있는 도시와 마경은 다르다!
안정화 권역 인근이라도 마경은 마경!
빽빽한 나무와 수풀, 곳곳에 웅크린 마수와 몬스터!
이세기는 마경으로 각성자의 해일을 유인해, 꼬리를 끊고 도망칠 생각이다!
숨이 차도록 구르고 최상급 정제 마석을 2개나 깨뜨렸지만, 이 정도면 최상의 결과!
모든 게 이세기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와, 이세기 이 새끼 도대체 정체가 뭐야?!’
거듭 감탄할 때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서호 공원!
이 거대한 난장판의 시작 서호 공원!
‘설마! 이세기 이 녀석! 서호 공원도 처음부터 의도한 거야?!’
김태희 대령은 바로 확인했다.
“야! 서호 공원 난장판! 그것도 네 계획, 큰 그림이었던 거야?!”
“당연하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대답이 돌아왔다.
그게 전부 다 큰 그림이었다고?!
“와, 미친! 이세기 이 미친 새끼!”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리는 순간 의기양양한 외침이 돌아왔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것들은 내 계획! 내 큰 그림이다! 치와와! 나만 믿어라! 넉넉잡고 2시간이다!”
“2시간?!”
“그래! 2시간 후면! 우리는 안전한 장소에서 샤워하고 시원한 캔 맥주를 마시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거다!”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터지는 광경!
카캬카카캌-
하하하하핰-
천문석과 김태희 대령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이때 파티마는 장대 빗자루 어깨에 걸치고 주위를 돌아보고 있었다.
앞에는 뻥 뚫린 강변 산책로가 놓여 있고.
뒤를 쫓는 수만의 추적자들과는 점점 거리가 벌어지고 있다.
스승님, 이세기의 말대로 낮에 시작된 난장판이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어째서일까?
“수고했다! 미친 치와와! 카캬카캌-.”
“너야말로 고생했다! 이세기 새끼야! 하하하핰-.”
……
서로를 치켜세우는 두 사람의 웃음소리에서 왠지 익숙한 느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익숙한 느낌이라고?’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불현듯 처음 이세기를 만났던 순간이 떠올랐다.
긴 방랑을 끝내고 돌아온 항구 도시 바나.
만나기로 약속한 동생이 납치됐다는 이야기에 한달음에 달려간 난장판이 된 시장에서 이세기를 처음 만났다.
이세기는 대형 술통을 데굴데굴 굴리며 도망치고 있었고, 그 뒤를 사색이 된 도시 경비대와 가문의 무사들이 쫓고 있었다.
‘미친 새끼야 멈춰!’
‘미친 어디서 저런 또라이 새끼가!’
‘그 통 그만 굴려! 멈추라고!’
‘존댓말 새끼들아! 자꾸 반말하면 절벽으로 굴린다!’
그리고 터져 나온 절절한 외침.
‘제발 멈춰 주세요! 압둘라 왕자님 다치면 큰일 납니다!’
그렇다.
이세기는 시비가 걸린 압둘라를 대형 술통에 넣고 굴리며 도망치고 있었다.
그 순간 느꼈던 황당함과 어이없음!
그러나 그건 그 후에 일어날 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수백 척의 모래배 추격전.
-가문의 기동 병참 도시와의 전투.
-길잃은 용권풍에 휩쓸려 도착한 열사의 사막.
-사막을 달리는 거대한 악어거북과 그 등 위에 세워진 거대한 도시.
-하늘에 드리워진 강철 도시에서 쏟아진 스카라베 징수관들.
-수천수만 장의 압류 딱지가 찰나의 순간에 붙고 떨어지던 압류 전쟁!
……
정신 차릴 틈도 없이 쉴 새 없이 터지던 사건·사고들!
그때와 같은 느낌이다!
줄줄이 이어지는 거대한 난장판의 시작을 알렸던 이세기와 만났던 그 순간의 느낌!
“그럴 리가?!”
그렇다! 그럴 리가 없었다!
원 대륙을 방랑하면 겪은 사건 3년 치를 모아야 겨우 비빌 정도로 많은 사건이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일어났다!
게다가 이 모든 사건이 끝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불확실한 감성이 아닌 냉철한 이성과 경험으로 판단하면, 다시 그때처럼 줄줄이 사건이 터지는 건 말도 안 됐다!
파티마는 고개를 흔들어 불길한 상상을 털어 버리고 내력을 고르며 달렸다.
카캬카카캌-
하하하하핰-
어느새 십년지기 친구처럼 비슷한 웃음을 터트리며 달리는 이세기와 치와와 뒤를 따라서.
그리고 한 시간 후 짙은 노을이 내려앉은 민장강 강변 산책로에 세 사람은 멈춰 섰다.
“…….”
“…….”
“…….”
터질 듯한 침묵을 깨고 김태희 대령이 외쳤다.
“야, 큰 그림이라며! 전부 계획대로 되고 있다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설마, 이것도 계획인 거야?!”
천문석은 멍하니 정면을 바라봤다.
헌터, 용역, 조폭, 조직원, 보안팀…….
민장강 강변에는 각성자들이 쫙 깔려 있었다.
“시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