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85화>
-어, 뭐야? 너 이 번호는 어떻게 된 거야?!
“일이 있어서 잠깐 남중국에 왔습니다. 길드장님, 칠성파 마혁진 아시죠?”
-칠성파 마혁진? 아, 염동력자 마혁진! 그 얍삽한 새끼!
스마트폰에서 튀어나온 외침에 움찔하는 마혁진과 칠성파 조폭들.
-그놈 얼마나 잘 도망치는지 잡을 수가 없다니까! 하, 분명 신동대문에…….
천문석은 마음속으로 셋을 세고 끼어들었다.
“길드장님. 여기 마혁진이 있는데 제가 일 좀 맡기려는데 ‘사면’ 가능할까요?”
-뭐? 마혁진이 있다고? 어떻게 찾은 거야?! 거기 어디야! 가뜩이나 집도 무너져서 빡쳤는데! 이참에 그 썩은 근성 뿌리를 뽑아야지! 그 얍삽한 새끼, 남중국 어디 있냐?! 어, 그렇지! 돌! 그 녀석한테 돌 들려서 보내면 되겠구나!
이태성 길드장의 외침이 스마트폰 스피커에서 길게 이어지자 마혁진과 김기철, 칠성파 잔당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고 몸은 얼어붙고 있었다!
마혁진 이하 칠성파 잔당의 설득은 이걸로 끝났다! 남은 건 이태성 길드장의 설득!
-그 새끼 어디…….
천문석은 바로 이태성 길드장의 말을 끊고 다시 한번 말했다.
“길드장님! 제가 마혁진을 좀 고용하려는데 사면, 블랙리스트에서 지워 주실 수 있을까요?”
-사면? 야!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그 새끼는 빡세게 굴려야 사람 될…….
“잠시만! 길드장님 영상 통화로 바꾸겠습니다!”
천문석은 바로 스마트폰을 영상 통화로 바꾸고 마혁진의 얼굴을 비췄다.
-…….
순간 끝없이 쏟아지던 외침이 뚝 멈췄다.
“뭐지? 끊어진 건가?”
얼굴을 움직여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순간, 멍한 얼굴의 이태성 길드장의 입이 열렸다.
-……이 겉늙은 아저씨는 누구야?
“…….”
긴 침묵 끝에 들려온 땅이 꺼질 듯한 한숨과 속으로 삼키는 욕설.
“하아아- 쌥새…….”
마혁진은 대답했다.
“나다. 마혁진.”
-…….
* * *
이태성 길드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마혁진과 김기철, 칠성파 조폭 헌터 전원은 의뢰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긴 설명이 끝난 유람선 후미 갑판.
천문석은 멀리 갑판 앞쪽에 모여 있는 단체 관광객을 눈짓했다.
“야, 너희 뭘 해야 하는지 알겠지?”
순간 칠성파 잔당들에게서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대답들.
“튀지 말고 조용히 단체 관광 참여.”
“가능하면 가이드의 일정 수첩 확보.”
“유람선이 정박하는 모든 장소, 관광지의 동선을 조사.”
“이 모든 것을 30분 단위로 지정된 이메일로 보고한다!”
칠성파 잔당들의 눈에서 이글거리는 열의와 당장이라도 움직일 듯 들썩이는 몸!
역시 이태성 길드장과 영상 통화한 게 정답이었다!
이태성 길드장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마혁진뿐만 아니라 김기철과 칠성파 조폭 헌터 전원의 의욕이 하늘을 찔렀다!
이렇게 의욕이 폭발한 이유는 간단했다.
한경석을 추적하는 의뢰의 대가로 세 가지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1. 아는 척 안 하기.
2. 자신의 호의.
3. 이태성 길드장의 사면!
그렇다!
이태성 길드장은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칠성파 이름을 지워 주기로 약속했다!
이태성 길드장을 설득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마혁진의 하얗게 센머리와 검붉게 탄 몸, 10년은 삭아 버린 얼굴만 보여 주면 됐으니까.
그 결과 마혁진과 김기철, 칠성파 조폭들은 블랙리스트에서 빠져, 한국 헌터 업계와 거래를 할 수 있게 됐고 자신은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서호 공원에 이은 연인은 행운!
급조한 자신의 계획이 완벽히 먹혔다!
카캬카카캌-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리며 어느새 부하들과 대화 중인 마혁진을 봤다.
역시 아득한 하늘의 인과는 인지로는 헤아릴 수 없으니.
악연으로 시작한 인연이 어느새 선연으로 이어졌다!
신동대문에 적으로 만나 치열하게 싸웠던 마혁진과 칠성파 조폭 잔당의 도움을 받아, 가출한 한경석을 찾게 된 것이다!
처음 푸저우시에 올 때와는 상황이 변했지만, 아직 상정 범위 내!
약간의 수정만 거치면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다!
시간제한은 천검이 도착하는 수요일!
남은 시간은 오늘과 내일 월, 화 2일!
한경석 동선 추적은 마혁진과 칠성파 잔당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가이드에게 정보를 얻어 푸저우 시가지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푸저우 시가지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추적자들을 유인 중인 파티마와 어쩌다 휘말린 김태희 대령을 빼내는 것!
그리고 한경석이 푸저우시에 있는지 확인하는 거다.
하지만 여기에는 새로운 변수가 하나 있었다.
의뢰를 맡긴 마혁진과 칠성파 잔당의 새로운 고용주, 남중국 대형 폭력 단체 철검장!
너무나 귀에 익은 이름, 무림 던전의 철검장이 남중국 푸저우시에서도 튀어나왔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미 삼합회, 대한 정통 무당파 같은 무림 던전과 같은 이름을 몇 번이나 들었으니까.
어쩌면 남중국이나 서울 어딘가에는 창천문, 천문사가 있을지도 모른다.
천문석은 피식 웃었다.
어차피 흔한 이름,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었다.
중요한 건 그 철검장이 고용한 마혁진과 칠성파 잔당을 자신이 고용했다는 사실!
그리고 칠성파 잔당이 푸저우시에 만든 비밀 거점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필연적으로 철검장과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마혁진은 신의를 지키겠다며 자세한 사정은 말하지 않았지만, 들은 내용만으로도 돌아가는 사정으로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철검장이 칠성파를 고용한 목적은 NTM_CHS를 추적해서 대환단을 회수하는 것!
철검장은 마치 찍어 낸 것처럼 중국에는 수가 적은 무공 각성자를 수천을 부하로 거느리고, 군벌 수장과 직통으로 연결되는 인맥이 있었다.
게다가 철검장 보스 본인은 검강을 사용하는 무공 각성자였다!
‘무공 각성자가 검강을 사용하다니!’
그것도 놀랍지만, 무공보다 더 대단한 건 그 지략과 정치력이었다!
상해에 나타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신생 조직 철검장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삼합회 상해 지단을 통째로 먹어 치웠다!
인맥, 재력, 권력!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총합 역사!
강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법!
허술한 조직이 100년 동안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철검장 보스는 이 압도적인 열세를 무력과 지략, 정치력으로 뒤집고 상해 삼합회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건물, 토지, 증권, 예금 같은 눈에 보이는 자산뿐만 아니라, 항만 관리권, 보안 계약, 비품 공급 계약 같은 무형의 영업권까지 전부다!
그중에서 가장 경악스러운 건……!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돌려 마혁진에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야, 아까 그거 진짜냐? 철검장 보스 집이 어디라고?!”
마혁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짧게 대답했다.
“성채 빌딩.”
건물도, 빌딩도 아닌 성채 빌딩!
철검장 보스는 상해 뒷골목에 나타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성채 빌딩을 먹은 것이다!
순간 천문석은 무릎 반사처럼 하늘을 향해 외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뭐가 이렇게 불공평해?!’
중학생 때부터 개 빡세게 알바를 돌리고!
전생을 기억해 내, 무공에 다시 입문하고!
수많은 대박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최상급 포션, 검혼 롱소드, 사령 화로, 신동대문 2층 건물, 대환단, 5관 금괴……!
모조리 꽝꽝, 꽝꽝꽝이었다!
그 결과 자신은 목표로 한 건물주는커녕 아직도 옥탑방에서 월세를 살고 있었다!
그런데 뭐?!
빈손으로 상해 뒷골목에서 시작한 놈이 1년도 안 돼서 ‘성채 빌딩’! 자신의 최종 목표를 벌써 이뤘다고?!
순간 뱃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거대한 빡침!
이 거대한 빡침은 시기, 질투, 배 아픔 같은 게 아니라 공분(公憤)이었다!
공평무사(公平無私)!
견리사의(見利思義)!
대의멸친(大義滅親)!
이 모든 것을 내다 버린 기울어진 하늘에 대한 공분!
천문석은 하늘을 향해 다짐했다.
하늘의 저울이 기울어졌다면 내가 그 수평을 맞추겠다!
철검장 보스 녀석가 얽히는 순간 데굴데굴- 개같이 굴려서!
이때 억눌린 신음이 들려왔다.
“으브브븝브븝븝-!”
입에 재갈이 물리고 손발이 꽁꽁 묶인 각성자.
칠성파를 감시하기 위해 철검장에서 붙인 감시자가 어느새 깨어나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등 뒤에서 들려오는 조심스러운 목소리.
“……저분 괜찮으신 건가요?”
지나가던 관광객이 버둥거리는 감시자를 보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고 있었다.
“아, 괜찮습니다.”
천문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입을 털려는 순간 다급히 달려와 한발 먼저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수배 중인 사기꾼입니다.”
“잠복근무 중인 공안입니다.”
……
칠성파 조폭들은 버둥거리는 각성자를 번쩍 들어 옮기고, 관광객에게 신분증을 보여 주며 안심시켰다.
조폭이 아니라 능숙한 사기꾼 같은 모습!
조폭 길드, 칠성파는 부쩍 성장했다!
힘으로 무엇이든 해결하려던 칠성파는 어느새 거친 현실에 구르며 머리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아, 그렇군요!”
관광객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멀어졌고.
“조용히 시켜라.”
마혁진이 부하들에게 명령하는 순간.
“읍브브브븝브-.”
발버둥 치던 철검장 감시자는 기절해 축 늘어졌다.
천문석은 축 늘어진 감시자를 눈짓하며 마혁진에게 물었다
“야, 너 괜찮냐? 철검장 보스 만만치 않다며? 완전히 척을 지려고?”
“됐어. 최소한의 신의는 지켰고, 어차피 갈라설 생각이었다. 그쪽 속셈이 너무 빤히 보여서 말이야. 그보다 진짜 괜찮겠냐? 가르쳐 달래서 비밀 거점 정보를 넘기긴 했는데…… 뭔가 낌새가 이상하면 바로 밀려올 거다. 철검장 보스 엄청난 강자다. 1세대 중에도 그런 무공 각성자는 없었다. 검강이라니……!”
바짝 긴장한 얼굴로 말을 잇는 마혁진.
검강은 무공 각성자에게는 꿈이나 마찬가지인 경지!
철검장의 보스가 바로 그 검강을 사용하는 무공 각성자였다!
“야, 걱정할 거 없어! 철검장 보스는 나한테 방법 있다!”
천문석은 당당히 대답했다.
모든 것에는 상성이 있는 법!
자신이 무공 각성자의 극 상성이었다!
무공 각성자가 각성력을 기반으로 무공을 게임 ‘스킬’처럼 사용한다면.
무림인은 천지의 기로 쌓아 올린 내력을 바탕으로 직접 ‘무공’을 펼친다!
스킬과 무공의 차이!
그게 바로 서호 공원에서 튈 때 자신이 펼친 가짜 수상비에 각성자들이 놀랐던 이유다!
전투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지만, 일정한 수준에 오르기 전까지는 무공 각성자가 무림인보다 우위에 선다!
스킬로 펼쳐지는 초식의 힘과 속도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경지가 올라 초식이 의미가 없어지고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경지 초절정에 달하면 그 우위는 역전된다!
[일류, 무공 각성자 >>> 무림인]
[초절정, 무공 각성자 <<< 무림인]
즉, 같은 초절정 경지의 무공 각성자와 무림인이 싸우면 무림인이 무공 각성자를 압도한다!
문제는 자신이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는 걸 보류 중이라는 사실이었다.
지금 철검장 보스와 싸운다면 그야말로 처절한 개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것도 나쁘진 않았다.
기울어진 하늘의 수평을 맞추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보다 더 쉬운 방법이 있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대신 철검장 보스와 싸우게 하는 것!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돌려 강 너머, 천천히 지나가는 거대한 푸저우시를 바라봤다.
이 거대한 도시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파티마 알사우드!
바람검 파티마가 자신 대신 철검장 보스와 싸울 사람이었다!
파티마는 초절정에 발을 들인 상태!
철검장 보스는 검강을 사용하는 무공 각성자!
딱이다!
그야말로 처절한 진흙탕 개싸움을 벌일 최적의 상황이 완성됐다!
기울어진 하늘의 저울의 수평을 맞춰 대의를 실행하고!
겸사겸사 이세기의 창천검을 실전에서 체득할 일석이조의 기회!
자신이 비밀 거점을 먹은 걸 아는 순간, 분노해서 달려올 철검장 보스는 이렇게 해결하면 된다!
카캬카카캌-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 한번 감탄했다.
‘역시 남중국에 파티마와 함께 온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이때 마혁진의 걱정스러운 외침이 들려왔다.
“야, 진짜 괜찮아? 너 실력은 알지만, 철검장 보스 진짜 장난 아냐. 어지간하면 비밀 거점은 가지 않는 게…….”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검에 손을…….
‘아차! 검이 없었지!’
대신 강철봉을 손에 쥐고 당당히 외쳤다.
“야! 너 잊었냐? 나, 이세기야 이세기! 신동대문, 적염성, 바나항, 바람 사막, 오아시스, 열사의 사막, 해운대를 전부 난장판으로 만들고 모두를 데굴데굴 굴린 사람!”
‘뭐야, 이 새끼 갑자기 왜 이래?’
마혁진이 의아하게 보는 순간, 바로 이어지는 외침.
“철검장 보스? 하-!”
헛웃음을 터트리며 강철봉으로 강 너머 도시를 가리키며 선언했다.
“만약 그 녀석을 만난다면 하늘의 저울의 수평을 강제로 맞춰 주고! 개같이 데굴데굴 굴려 주겠다!”
“…….”
마혁진은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채 당당히 강에 헬스장 철봉을 겨누며 외치는 이세기.
피식, 피식- 웃으며 지나가는 승객들의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 사람 헬스장 철봉 들고 뭐 하는 거야?’
‘초짜 헌터인가 보네. 쯧- 무기는 좀 제대로 된 걸 사지.’
‘천검이 나타나고 개나 소나 헌터 한다고 나온다니까. 하아-.’
……
지나가는 승객들은 지금 이세기의 외침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선언인지 알지 못했다!
지금 이세기는 철검장 보스에게 불운을 옮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승객들이 알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이세기랑 얽혔다가 개같이 구른 자신이 보기에도 이세기는 너무나 없어 보였으니까…….
‘하, 미친 새끼! 헬스장 철봉은 왜 가지고 다니는 거야?!’
이세기는 승객들의 소곤거림처럼 아무거나 적당히 들고나온 초짜 헌터로 보였다.
그래서 마혁진은 이세기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외쳤다.
“야, 검이라도 한 자루 줄까?”
“뭐, 검?! 야, 이 롱소드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싼 무기야!”
헬스장 철봉을 휘두르며 롱소드라고 외치는 이세기.
마혁진은 탄식했다.
“하- 저 녀석. 이태성 길드장은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