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83화>
“마혁진?”
“신동대문 마혁진?!”
“사막에서 고물 줍던 그 마혁진?!!”
……
천문석은 외치는 매 순간, 앞에 선 남자의 모습을 샅샅이 살폈다.
얼핏 봐도 엄청 비싸 보이는 양복을 입고 명품 시계, 구두를 신은 모습!
열사의 사막에서 넝마를 걸치고 미친 듯이 도망치던 모습은 흔적도 없었다!
열사의 사막의 거지는 사라지고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 사업가가 눈앞에 있었다!
‘뭐야?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달라져?!’
옷차림과 분위기가 완전히 변해 알아보지 못했지만 확실했다.
마혁진이다!
신동대문에서 깃발을 꽂고!
지하 터널을 달리는 거대 사슴벌레 위에서 싸우고!
분노한 니케한테 물려 정신줄을 놓고 열사의 사막으로 도망친!
자신이 이상 던전에서 구해 준 칠성파 두목이자, 1세대 헌터 중 최약체, 염동력자 마혁진이다!
“와! 야, 어떻게 여기서 만나냐?!”
“…….”
“너 옷 보니까 이제 먹고살 만한가 보다?!”
“…….”
“유람선은 왜? 아, 너희 혹시 남중국에 관광 온 거냐?”
“…….”
문득 고개를 돌려 마혁진 뒤에 굳어 있는 김기철과 칠성파 잔당들을 보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적염성, 수상 결전, 바람 사막 추격전, 열사의 사막 도주, 기동 병참 도시 방어전!
수많은 난장판을 헤쳐나와 무사히 지구로 돌아온 칠성파 잔당들!
끈질긴 생존력!
막 굴리기 딱인 악당들!
지금 눈앞의 깡패 두목 마혁진 이하 칠성파 잔당들은 난장판에 최적화된 인재였다!
“잘됐다! 너희들 나랑 일 하나 같이하자!”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묵묵부답 석상처럼 서 있던 마혁진이 빙글 몸을 돌려 걸었다.
“…….”
뭐지, 이 녀석?
이름까지 부르고 왜 한마디 대답도 없이 몸을 돌려?!
“야! 너 갑자기 어디 가는 거야?!”
“…….”
쿵쿵, 쿵쿵쿵-
대답 없이 점점 더 빠르게 걷는 마혁진!
“가이드님 잠시만. 친구를 만나서요!”
천문석은 가이드에게 양해를 구하고 재빨리 마혁진을 따라 걸으며 외쳤다.
“야, 어디 가는 거야! 나랑 일 좀 같이하자니까! 야, 야! 마혁진! 내 말 안 들려?!”
이때 계단 앞 돌처럼 굳어 있던 칠성파 잔당과 김기철 중간 보스가 천천히 물러섰다.
“뭐야, 너희들은 또 왜……?”
이 순간 터져 나온 마혁진의 외침.
“모두 튀어!”
중간 보스 김기철 이하 칠성파 잔당 전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였다.
타다다다다다닥-
단숨에 계단을 뛰어내려, 음식과 술이 차려진 테이블 사이를 정신없이 달린다!
꺄아아-
“어, 어어! 왜 뛰어다녀?!”
“위험해요! 손님 뛰지 마세요?!”
나뒹구는 승객과 깜짝 놀라 외치는 승무원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칠성파 잔당을 따라 달리며 외쳤다.
“야! 어디 가는 거야?! 새끼들아! 나라고 나! 너희 나 기억 안 나?! 적염성! 바나항! 기동도시! 그 난장판에서 너희들을 구해 준 생명의 은인!”
순간 폭풍처럼 쏟아지는 대답.
“뭐? 생명의 은인?! 야, 이 개새……!”
“와, 와! 이태성보다 더한 새끼!”
“구하긴 누굴 구해?! 또라이 새끼야!!”
“시바! 어떻게 남중국까지 찾아온 거야?!”
“미친, 어쩐지 감이 안 좋았다니까!!”
“하필 찍어도 저 재앙신이 있는 곳을…… 하-!”
칠성파 조폭 헌터들은 테이블과 인파를 뚫고 달리면서도 절절한 감정이 담긴 외침이 쏟아 냈다.
“뭐지? 반응이 왜 이래?!”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김기철이 버럭 소리쳤다.
“야, 이 새끼들아 말 섞지 마! 신동대문 폭동! 강릉 이상 던전! 적염성! 사막! 다 잊었냐?! 저 새끼랑 얽히면 재수 없는 거 옮는다!”
퉤퉤, 퉤퉤퉤퉤-
순간 사색이 된 얼굴로 침을 뱉는 조폭들!
“……!”
천문석은 이 모습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칠성파 조폭 녀석들은 진심으로 자신과 얽히면 재수가 없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도망치고 있는 거다!
재수 없어질까 봐!
이 말도 안 되는 중상모략이라니!
-신동대문 폭동?
칠성파 놈들이 몹을 몰아서 생긴 일이다!
-강릉 이상 던전?
저놈들이 복수한다고 쫓아와서, 도망치다 자신과 일행까지 빨려 들어갔다!
-적염성, 바람 사막, 열사의 사막?
호랑이 요괴한테 잡힌 녀석들을 풀어 주고!
노 젓기, 압류 딱지 떼기를 시켰지만, 무사히 돌아오도록 글라이더선까지 태워 줬다!
이 과정에서 자신은 미친 듯이 가격이 폭등한 ‘대환단’까지 공물로 바쳤다!
그 결과, 전원 무사히 부산 해운대 게이트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뭐? 나랑 엮이면 재수가 없어진다고?!’
천문석은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외쳤다.
“뭐? 재앙신! 와, 이 얼척 없는 녀석들! 너희 지금 생명의 은인한테 할 소리야?! 야, 나 아니었으면 너희들 사막에서 고물 줍고 있었어! 멈춰 새끼들아! 야, 야! 깡패 두목 마혁진, 대답 좀 해 봐!”
순간 묵묵부답 달리던 마혁진이 빙글 고개를 돌려 외쳤다.
“야, 이 새끼야! 네가 나 배에다가 버리고 갔잖아! 부산에서 이야기 끝났잖아?! 왜 쫓아오는데! 각자도생! 어, 우리 이제 각자 갈 길 가자! 어, 제발 좀 얽히지 말자!”
“아……!”
마혁진의 외침을 듣는 순간 느껴지는 기시감과 번쩍 머리를 스치는 장면들!
마혁진은 열사의 사막에서 재회한 순간, 분노 조절을 못 하고 달려들었다.
당연히 페이크 굉천수를 먹이고 구인창 주먹 연타를 때려 박아 기절시켰다.
그리고 기절한 마혁진을 하늘 고래호 선실에 던져 놓고 완전히 까먹었다!
마혁진은 자신이 글라이더선으로 탈출시킨 다른 칠성파 조폭 녀석들과는 달랐다.
스스로 8번째 글라이더선을 타고 부산 해운대 게이트를 통과해 지구로 돌아온 것이다.
기시감의 원인도 바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상황은 부산 해운대에서 마혁진과 재회했을 때 이미 한번 일어났던 일이니까!
그때와 다른 게 있다면 자신을 미친 듯이 쫓아왔던 마혁진이 이번에는 반대로 도망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오히려 맘에 들었다!
마혁진이 아직도 자신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렇게 도망치는 게 아니라 역으로 달려들었을 테니까!
‘하, 이 녀석들 봐라!’
천문석은 눈을 빛냈다.
지금 칠성파 조폭들을 쫓는 건 도망치길래 반사적으로 쫓은 것 70%, 고용할 마음 30%였다.
그랬던 마음이 지금 한쪽으로 확 기울었다.
‘너희들 내가 반드시 고용한다!’
천문석은 즉시 외쳤다.
“야! 칠성파 잔당들! 멈춰! 너희 안 서면 전화한다!”
순간 김기철이 버럭 소리 질렀다.
“미친 새끼! 여기 남중국이야! 경찰한테 신고라도 하려고?!”
“경찰 아니고 공안! 하, 저 무식…….”
터질 듯 달아오른 얼굴로 반사적으로 외치는 김기철.
“알아! 공안! 신고해 봐라! 너 우리 뒤에 누가 있는지 아냐?!”
“당연히 모르지! 알겠냐? 그런 넌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아냐?!”
“뭐? 하! 국가 헌병대라도 데려왔냐?!”
“그보다 더 대단한……!”
‘……잠깐!’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외치는 순간 깨달았다.
푸저우시에는 진짜 국가 헌병대 연대장이 있었다!
동료가 아니라 어쩌다 보니 같이 쫓기는 처지지만 상관없었다!
지금 자신 앞에서 도망치는 칠성파 조폭 놈들은 그걸 모르니까!
마치 하늘이 미리 준비한 듯 딱딱 맞아떨어지는 상황!
‘와, 이게 이렇게 된다고!!’
감탄하는 순간 파팟- 머릿속에서 섬광이 번뜩이고 저절로 말이 튀어나왔다.
“어, 맞아! 국가 헌병대 연대장이랑 같이 왔다!”
“미친 새끼!”
“하- 국가 헌병대 연대장?!”
“미친놈아! 국가 헌병대 연대장이 남중국에 왜 와!”
“구라를 쳐도 정도껏 쳐야지!”
“야! 말해 봐라! 국가 헌병대 연대장 누가 왔는데?!”
……
불신 어린 외침들!
천문석은 바로 대답했다.
“김태희 대령.”
“미친 치와와?!”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오고 정신없이 도망치던 칠성파 조폭들이 일제히 멈춰 섰다.
“미친 치와와가 남중국에 왔다고?!”
“설마?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거야?!”
“그럴 리가! 우리 최근에 마탄 사용한 적 없잖아?!”
“국가 헌병대가 그런 거 따지는 놈들이냐?! 시바!”
“보스, 던전 노역장으로 끌려갑니다! 당장 내륙으로 튀어야 해요!”
“난 절대! 절대로! 하수구 던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정신줄을 놓고 광기 어린 눈으로 외치는 칠성파 조폭들!
마혁진은 김기철에게 눈짓했고, 김기철은 앞으로 나서 버럭 소리쳤다.
“멍청한 새끼들아! 미친 치와와가 여기 왜 와! 걔는 재벌, 정치인, 대형 길드만 터는 녀석이야! 우리 같은…….”
김기철은 힐끗 마혁진의 눈치를 보더니 외쳤다.
“김태희 대령! 국가 헌병대의 미친 치와와는 우리 같은 망한 길드는 신경도 안 쓴다! 내가 직접 겪어서 잘 안다! 분명 저 새끼가 또 사기 치는 거다!”
‘사기!’
이 단어를 듣는 순간 칠성파 조폭들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
“……!”
“……!”
신동대문에서 이상 던전까지!
이세기 저놈의 구라, 사기, 선동에 셀 수 없이 당했다!
당연히 이번에도 사기일 게 분명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국가 헌병대로 구라를 쳐!”
“보스! 저 새끼 그냥 담궈 버리죠!”
깜짝 놀라 도망치던 맹수가 정신을 차린 것처럼 기세가 치솟고, 각성력이 이글이글 끓어 올랐다.
이상 던전에서 개같이 구르더니 실력이 일취월장한 모습!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김기철에게 툭 말을 던졌다.
“뭐야? 너 미친 치와와 알아?”
“하! 당연히 알지! 미친 치와와! 그 또라이한테 걸려서…….”
“좋아 잘됐네.”
천문석은 말을 끊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지금 바로 확인시켜 줄게.”
띠리, 띠리, 띠리리-
송신음이 세 번 울리고 전화가 연결됐다.
-휘잉, 쾅, 콰득
-꺽, 시바! 붙으라니까!
-으아악! 잡았다! 꺼억!
스마트폰에서 비명과 괴성이 이어지다가 돌연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승님?
“퐁퐁! 너 옆에 걔 있지? 그 끈질긴 녀석! 잠깐, 영상통화로 바꿔봐. 아, 너 영상통화 할 줄…….”
순간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난 천을 둘둘 얼굴에 감은 여성.
“하, 쟤가 미친 치와와라고? 이 새끼가 이제는 대놓고 사기를…….”
김기철의 비웃음이 끝나기도 전에 화면 속 스마트폰이 휙 날아갔다.
빙글빙글 회전하는 화면에 드러나는 난장판.
으아악-
괴성을 지르며 돌진하는 헌터들.
파아아앙-
폭음에 데굴데굴 구르는 보안팀.
치솟는 먼지와 몰아치는 바람을 따라 비명과 괴성이 쏟아졌다.
수백 명이 뒤엉키는 거대한 난장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누군가의 손이 스마트폰을 잡았다.
그리고 스마트폰 화면에 드러난 모습.
바이저가 박살 난 강화 헬멧을 쓴 채로 미친 듯이 충격봉을 휘두르는 여자가 보였다.
-야, 이 새끼들이! 아니라니까!
파직, 파직, 파지직-
-이 스마트폰은 왜 던진…….
“미친 치와와……?”
김기철이 넋 나간 얼굴로 말하는 순간, 스마트폰 속 김태희 대령의 얼굴이 환희로 물들었다.
-너! 드디어! 야, 너 지금 어디야?! 할 말 있다니까! 진짜 잡으러…….
천문석은 잽싸게 스피커 부위를 막고 외쳤다.
“그래! 알고 있다! 진짜 꼭 잡고 싶겠지! 김태희 대령! 걱정 마라! 꼬리를 잡았다! 봐라!”
천문석은 영상통화 중인 스마트폰을 빙글 돌려 칠성파 잔당들을 비췄다.
으악, 으아악, 꺄아아-
“치워! 미친놈아, 당장 치워!”
새된 비명과 함께 정신없이 얼굴을 가리고 갑판에 납작 엎드리는 칠성파 조폭들!
“봤지?! 그럼 계획대로 움직이겠다! 조금만 기다려라! 도와주러 갈게!”
-방금 무슨? 뭐, 도와주러 온다고? 너 무슨 말을…….
천문석은 잽싸게 스마트폰을 끄고 조폭들과 김기철을 향해 어깨를 으쓱했다.
“야, 봤지? 국가 헌병대 미친 치와와, 김태희 대령 맞지? 하, 너희 왜 이리 사람을 못 믿냐?”
“보스……?”
“……어, 어어?”
“왜 이게 진짜지……?”
칠성파 조폭들과 김기철은 귀신이라도 본 듯 얼어붙은 상태.
천문석은 칠성파 두목 마혁진을 보며 씩 웃었다.
“어때? 이제 진지하게 이야기할 마음 드냐?”
“…….”
마혁진은 민장강 북항으로 오면서 느꼈던 기시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신동대문 때와 비슷한 난장판으로 변하는 푸저우시.
당연히 신동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사람이 나타날 가능성도 생각했어야 했다.
마혁진은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바라봤다.
살아 있는 불운.
재앙의 화신 그 자체.
이세기 새끼가 국가 헌병대의 미친 치와와까지 데리고 남중국까지 자신을 쫓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