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79화>
파아, 파아아앙-
시야를 가리는 자욱한 흙먼지와 소리를 삼켜 버리는 거센 바람!
서호 공원에 광풍이 몰아쳤다.
“염동력자! 다리 묶어!”
“육체, 오러! 무공! 근딜 붙어!”
“붙잡고 늘어지라고!”
“공간 지워! 공간을 주면 안 된다!”
몰아치는 바람을 따라 터져 나오는 외침들!
용역, 조폭, 헌터, 보안…… 각성자들은 악을 쓰며 먼지바람을 뚫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바람을 멈출 수 없었다.
휘이, 휘이이-
장대 빗자루가 먼지바람에서 튀어나와 몸에 닿는 순간!
팡, 팡, 파아앙-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공기에 각성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데굴데굴 구르는 각성자들로 서호 공원 섬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해 갔다.
“미친! 붙으라니까!”
“안 돼! 풍압 때문에 속도가 죽어!”
“마탄! 마탄 쏟아붓자!”
몇몇 헌터들이 총구를 겨눴으나 먼지바람에 시야가 가려지고, 아군과 뒤엉켜 사선이 나오지 않았다.
“안 돼! 이 정도 강풍이면 탄환이 휜다!”
“버텨! 각성력이 떨어질 때까지만 버티면 잡을 수 있다!”
으아아악-
악을 쓰며 질주하는 바람을 따라 달리고, 연신 튕겨 나가면서도 붙잡고 늘어졌다!
그러나 파티마는 혼자가 아니었다.
“새끼들아! 사람한테 마탄을 겨눠!”
김태희 대령이 먼지 폭풍에서 튀어나와 뒤를 쫓는 각성자들을 덮쳤다!
이 난장판에 끼어든 놈들 태반이 다급히 나오느라 제대로 된 무장을 갖추지 않은 상황!
파지지직-
제대로 된 장비가 없는 적은 충격봉으로 단숨에 지지고!
파스스슥-
강화 전투복을 입은 적은 사념파가 집중된 강철 건틀릿으로 쥐어박았다!
사념파가 마력장을 뚫고 들어가 휘청이는 순간.
‘빈틈!’
폭풍 같은 근접 타격기가 쏟아졌다!
로우킥, 발 밟기, 목젖 때리기!
허리를 채고, 다리를 후리고, 무장 벨트를 낚아채 던져 버리는 유술!
국가 헌병대는 마수와 몬스터가 아닌 각성자를 잡아들이는 수사 기관, 당연히 각성자와의 대인전에 능숙했다.
김태희 대령의 기습에, 파티마를 좇아 달리는 각성자들이 무너져 내렸다.
어느새 파티마와 김태희 대령은 같은 파티원처럼 호흡을 맞춰 서호 공원에 가득한 적들을 상대했다.
파티마가 바람을 휘감은 채로 휘저어 어그로를 끌고.
김태희 대령이 어그로가 끌린 각성자의 뒤통수를 때린다!
파앙, 파아아아-
치솟은 먼지에 시야가 가려지고!
컥- 으악- 끄억-
미친 듯이 몰아치는 강풍에 비명이 삼켜졌다!
한참을 정신없이 싸우던 어느 순간 김태희 대령은 직감했다.
전투 밀도가 확 줄었다!
다른 놈들이 밀려오기 전에 빠져야 할 때다!
“야, 야! 그만! 가짜 최후식 동료! 멈춰! 그만! 이제 빠져야 해!”
순간 몰아치는 바람이 뚝 멈추고 먼지가 빠르게 가라앉았다.
뒤엉켜 쓰러진 적들이 쓰러진 곳에서 한참 떨어진 섬 북쪽.
김태희 대령과 파티마가 서로를 봤다.
“…….”
“…….”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잽싸게 외쳤다.
“이제 빠지자! 네 동료 찾는 놈들, 남중국 전체에 깔렸어! 어차피 다 못 잡아! 지금 빠져야……!”
순간 툭 던지듯 질문이 날아왔다.
“이름.”
“뭐?”
반문하는 동시에 깨달았다.
가짜 최후식의 이름을 묻고 있다.
어차피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뿐!
김태희 대령은 바로 대답했다.
“……알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휙 몸을 돌려 달리는 알바의 동료!
‘젠장! 역시 알바가 이름이 아니었구나!’
김태희 대령은 반사적으로 뒤를 쫓아 달리며 다급히 외쳤다.
“야! 잠깐만 기다려! 이름은 사정이 있어서 그래! 다 설명할 수 있어! 네 동료한테 꼭 전할 말이 있어! 야, 야! 멈추라니까!”
그러나 알바의 동료는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가속했다.
탓, 탓, 탓탓-
바닥을 밟고 도약하는 매 순간 폭발하듯 터지는 바람!
팡, 팡, 파앙-
바람을 타고 비상하는 연처럼 빠르게 가속하는 알바의 동료!
“야! 우리 같이 싸웠잖아! 적 아니라니까! 네 동료 도와주려고 그래! 같이 가자니까!”
아무리 외쳐도 멈추지 않는다.
도망치지 않고 알바의 동료와 끝까지 싸운 건 알바를 만나기 위해서다!
가짜 최후식, 알바는 이미 도망쳤고 NTM_CHS의 흔적은 서호 공원을 끝으로 끊겼다!
알바 그 녀석의 잔머리를 생각하면, 눈앞의 알바 동료를 놓치면 수요일까지 찾는 건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저 녀석을 쫓아가 알바를 만나야 한다!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니다!
잠시 빌려온 최상급 액화 정제 마석을 사용한다.
김태희 대령은 잡낭의 담긴 정제 마석을 뽑아 강철혼으로 잡았다.
쿵-
순간 짧게 맥동하는 강철혼!
마력 각성자가 아니기에 정제 마석으로 마법을 구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제 마석에 담긴 마력을 이용할 수는 있었다.
마력을 움직이는 근원은 심상, 구현화 된 상상!
사이코메트리 능력!
사념파로 장비한 마도구와 아이템에 담긴 능력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이렇게!
하아아아앗-
사념파가 집중된 강철혼을 움켜쥐는 순간!
콰직-
최상급 액화 정제 마석이 깨져 나가고.
파스스슥-
초고순도의 마력이 강철혼에 스며들었다.
쿵쿵, 쿵쿵쿵-
쇳덩어리 건틀릿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맥동하고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강철혼에 담긴 사념, 진군가!
파직, 파지지직-
진군가의 맥동을 따라 강철혼에서 전신의 장비로 마력광이 뻗어 나갔다.
아대, 강화 전투복, 헬멧, 각반, 군화.
강철혼과 동기화된 장비 전체가 마력광에 물드는 순간, 사념파에 상상을 담는다.
쿵-
대지를 짓밟고 돌진하는 마수를!
쿵, 쿵-
바람을 가르고 쏘아지는 화살을!
상상이 현실처럼 또렷하게 맺히는 순간.
꽈드드득-
김태희 대령은 강철혼을 움켜쥐었다.
콰아아앙-
순간 판석이 깨어지는 굉음과 함께 김태희 대령의 육체는 화살처럼 쏘아졌다.
바람처럼 달리는 가짜 최후식의 동료를 향해서!
쾅쾅, 콰아아앙-
빠르게 거리를 좁히며 다시 외쳤다.
“야, 이 씹! 진짜라고! 잡으려는 게 아니라니까! 대화만 하려고 그래!”
김태희 대령은 진심을 다해 외쳤지만, 여전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휘이이이잉-
바람을 가르고 도망치는 파티마.
쾅쾅, 쾅쾅쾅-
화살처럼 그 뒤를 쫓는 김태희 대령.
두 사람은 순식간에 서호 공원 북쪽 출구로 빠져나와 시계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때 동료들의 연락을 받은 지원 병력이 서호 공원에 도착했다.
* * *
“이 인원이 다 당했다고?!”
삼합회 복건 지단 무력팀 팀장은 멍하니 주위를 돌아봤다.
NTM_CHS를 추적 중이라는 연락에 즉시 달려왔다.
그러나 서호 공원에 도착해 본 것은 사방에 널브러진 각성자들뿐!
뒷골목 양아치, 조폭 같은 놈들만 당한 게 아니다!
제대로 된 길드 소속 헌터, 방파, 조직원들, 기업 소속 보안팀까지 모두 당했다!
완전히 정신줄을 놓은 놈들이 태반!
그나마 제정신을 차린 녀석들은 1할도 안 된다!
‘이게 가능한 거야?! 분명 쫓고 있는 사람은 한 명이라고 했는데?!’
100명이 넘는 각성자가 단 한 명에게 아작 난 거다!
황당함에 주위를 돌아볼 때 한쪽 정원 방향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팀장님 여깁니다! 찾았습니다!”
반사적으로 달려가자 파리한 안색으로 나무에 기대앉은 부하가 보였다.
팀장은 빠르게 질문을 쏟아 냈다.
“어떻게 된 거야?!”
“NTM_CHS 꼬리 잡았다며?!”
“그 녀석, 혼자서 이 인원을 모두 상대한 거냐?!”
“……당했습니다. 그 녀석, 여기서 동료와 만났습니다. 쿨럭-.”
“동료! 몇 명! 아니, 어떤 조직이냐? 무장 상태는? 혹시 신원 파악을 했냐?”
쿨럭, 쿨럭-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마른기침을 하는 부하.
“마셔라.”
페트병의 물을 단숨에 비워 내고 말을 잇는 부하.
“두 명! 상급 아니, 최상급 각성자였습니다! 한 녀석은 장비빨! 다른 한 놈은 장대 빗자루를 사용한 무공 각성자였습니다!”
“장대 빗자루? 쓰레기 치우는 빗자루로 이 인원과 싸웠다고?!”
황당한 이야기에 팀장뿐 아니라, 주위를 둘러싼 삼합회 조직원 모두는 어이없어 했다.
“엄청난 무공 각성자였습니다! 제대로 싸우기는커녕 강풍과 먼지바람에 접근도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먼지 폭풍 속에서 뒤치기한 헌터는 전신에 최상급 장비, 마도구를 갖췄습니다! 둘 다 한국 헌터가 분명합니다! 두 녀석 모두 공원 북쪽으로 달려갔습니다!”
타당한 추론!
한국은 무공 각성자의 수와 질 모두 독보적! 무공 각성자 랭커의 반 이상이 한국 출신이었다!
게다가 초거대 기업 재금 그룹 본사가 있는 나라도 한국. 최상급 장비와 마도구의 태반이 서울에서 거래된다!
문득 고개를 돌려 다시 전투 흔적을 훑는 순간, 머릿속에 전투가 그려졌다.
부러진 나뭇가지와 누렇게 내려앉은 흙먼지!
무공 각성자가 먼지 폭풍 속에서 휘저어 어그로를 끌고 템빨 헌터가 뒤치기했다!
좋지 않은 지형!
다급히 쫓느라 빈약한 무장!
게다가 사방에서 모여든 오합지졸!
이 모든 게 이 어이없는 패배의 원인이다.
순간 고개를 돌려 같이 이동한 부하들을 살폈다.
강화 전투복, 마수 사냥용 그물, 진압용 방패와 최루탄, 방독 헬멧까지!
완전 무장한 복건 삼합회의 정예 무력팀!
‘충분히 잡을 수 있다!’
확신이 서는 순간 복건 삼합회 무력 팀장은 명령했다.
“넌 회에 연락해서 돌아가라! 우리는 바로 추적한다!”
그렇게 북문으로 달려가려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잠시! 출발 전에 꼭 아셔야 할 게 있습니다.”
힐끗 주위를 눈짓하는 부하!
눈짓을 따라 시선을 돌리는 순간 깨달았다.
어느새 조용해진 주위!
신음도 동료를 찾는 외침도 사라졌다.
자신처럼 부하를 찾아 달려온 길드, 기업, 방파, 정보상들 모두 심각한 얼굴로 속삭이고 있었다.
이들에게서 이글이글 피어오르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무언가 있구나!’
부하에게 얼굴을 가까이하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이야기가 나왔다.
“NTM_CHS 본인과 대환단이 나타났습니다.”
팀장은 반사적으로 확인했다.
“직접 확인했냐?!’
“직접 보진 못했지만, 정황이 분명합니다.”
빠르게 설명이 이어졌다.
NTM_CHS를 추적하던 헌터의 반응.
갑자기 튀어나온 최상급 무공 각성자.
그리고 이 둘을 아무렇지도 않게 미끼로 쓰고 도주한 대환단의 주인.
NTM_CHS, 최후식!
듣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깨달음!
C. H. S.는 최후식의 이니셜이다!
이 순간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다시 훑었고, 느낄 수 있었다.
이 기묘한 침묵과 이글거리는 열기의 정체를!
NTM_CHS를 추적하는 것과 대환단을 가진 최후식을 추적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전자가 아직 긁지 않은 복권이라면.
후자는 이미 긁었고 당첨된 복권이다!
어이없게도 신흥조직에 밀려, 상해 지단을 날린 삼합회의 상황을 단숨에 반전시킬 카드!
그런 대환단이 천검 도착 2일 전에 바로 자신이 있는 푸저우시에 나타났다.
템빨, 무공 각성자 둘을 잡으면 대환단을 가진 최후식의 행방을 알 수 있다.
남중국 권력 피라미드의 정점, 군벌 수장조차 고개를 들지 못하는 절대자, 천검이 원하는 대환단을 손에 넣게 되는 거다!
지금이야말로 회의 모든 것을 걸고 움직일 때다!
최선은 입단속을 하고 은밀하게 추적하는 것!
그러나 이곳 서호 공원에 널브러진 놈들만 100명이 넘고, 중간에 도망친 녀석들도 있다!
최후식, 대환단, 무공 각성자, 템빨 헌터.
이 정보는 퍼져 나갈 수밖에 없다.
‘최대한 인원을 긁어모아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서호 공원에 온 모두는 같은 생각을 했다.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원을 박박 긁어모아 최후식의 동료를 찾기 위해서!
10, 30, 70, 150, 200, 500명!
전화가 한번 걸릴 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정보가 전해졌다.
천검 도착 2일 전!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대환단을 추적하고 있는 지금, 푸저우시 전체에 정보가 퍼져 나갔다.
대환단을 가진 최후식이 서호 공원에 나타났었고.
그런 최후식의 동료 두 사람이 시가지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원래라면 이런 정보만으로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이런 헛소문은 질릴 정도로 많이 퍼졌으니까.
그러나 공항, 정류장, 광장, 도로, 시장, 선착장, 마트, 백화점…….
푸저우시의 곳곳에 흩어진 헌터, 용역, 조폭, 길드원, 보안, 모두의 스마트폰이 진동하며 벨 소리를 냈다.
띠리리-
띠리리리리-
마치 노래하듯 사방에서 울리는 벨 소리를 듣는 순간, 가장 정보가 느린 뒷골목 양아치조차 깨달았다.
‘진짜 대환단이 나타났다!’
순식간에 무리가 만들어지고 최후식의 두 동료를 쫓아 움직였다.
눈덩이가 데굴데굴 언덕을 구르듯!
소식은 점점 더 빠르게 전해지고, 더 많은 헌터, 용역, 조직원, 보안팀이 모여들었다.
어느새 푸저우시 전체로 소문이 퍼져 나가고 도시 전체에 거대한 흐름이 생겨났다.
목표는 최후식이 가진 대환단!
하지만 최후식은 흔적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진 상황이다.
그러나 최후식의 꼬리 둘은 여전히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휘이이잉-
바람을 휘감고 달리는 무공 각성자, 파티마.
쾅, 쾅쾅쾅-
판석을 부수며 달려가는 템빨 헌터, 김태희 대령.
도시 전체에 생겨난 거대한 흐름은 시가지를 달리는 두 사람을 쫓기 시작했다.
천검 도착 2일 전 월요일.
천문석이 굴린 스노우볼에 푸저우 시가지가 난장판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